강철의 걸프렌드 2nd 1 - 신세기 에반게리온
GAINAX 지음, 하야시 후미노 그림 / 대원씨아이(만화) / 200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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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실 에반게리온 TV판 마지막화 초반의 한 장면은 그동안 에바의 뭔가 있어보이는 무게감에 푹 빠져있던 사람들에게 엄청난 타격을 입혔다. 입가에 토스트를 문 레이가 헐레벌떡 등교길을 뛰다가 신지와 부딛쳐 치마 속을 보여준 뒤 전학을 와 활짝 웃으며 인사하는 어이없는, 그러나 모든 레이 광신도들이 속으로는 바라던 장면을 단숨에 내놓음으로써 "이거 뭐야!?!?" 를 외치게 만든 그 실력은 절대 낮추어 볼 수 없다. 심지어는 그 부분을 핵심으로 해 완전히 재구성해버린 [Genesis-Q]라는 동인 소설까지 나온 적 있는데, 개인적으로 팬이었지만 최근 소식을 찾을 수 없어서 좌절중. 그 이야기는 제끼고...
같은 세계관에서 좀 정상적(으로 보이는) 여자애를 집어넣었다가 역시 망가트려버린 [강철의 걸프랜드]와 관계가 없을 리 없지만, 표지만 봐도 대충 내용이 눈에 잡히는 [강철의 걸프렌드 세컨드]는 뭐라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나온지 10년도 넘어 백골이 진토되어 넋이라도 있고 없을(...) 만화를 또 우려먹을 셈인가.
...근데 나는 왜 통장 잔고를 확인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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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기 3000년 - 상상을 뛰어넘는 미래의 역사
마이클 H.하트 지음, 차재호 옮김 / 해바라기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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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와 거의 비슷한 개념으로 서기 3,000년 시점에서 '역사 속의 위인들'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인류의 발전을 꿈꾸는 방법으로, 기록 이후 4천년(21세기까지)에서 절반, 그리고 21세기부터 30세기까지에서 절반(물론 '앞으로 이랬으면 좋겠다'는 예측 내지는 희망사항)이 소개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반의 절반에 비해 후반의 절반은 미래에 발생하리라고 예측할 수 있는 과학기술의 발명자로 제한된다. 물론 현재 존재하는 사회 문제의 해결도 없지는 않지만... [가상역사 21세기]가 그랬듯이 [서기 3000년]도 뿌리깊은 서구, 미국 중심 사고관과(위인들이야 전 세계로 깔려 있지만 결국 민주주의와 과학기술 발달이 인류의 갈 길이라는 사고관은 누구나 다 똑같다. 어쩔 수 없지만서도) 바라는 것은 모두 이루어지리라는 근거 없은 낙관론(혹은 희망사항)이 조금 거슬리지만, 큰 문제는 아니다. 하기사 [가상역사 21세기]는 중간 과정이 너무 지독했었지.
그런 것들보다 신경쓰이는 게 있다면, 뭐하러 3,000년까지 간 건지 모르겠다는 정도일까. 기원전에 동물이라는 에너지원을 사용한 데에서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까지 3천년이 걸렸지만 증기기관이 원자력으로 바뀌는 데에는 백 년 남짓이었다는 기술 발전 특유의 폭발적인 가속성을 생각하면 이 정도의 발전속도는 너무 느리지 않은가 하는 것이다. 사실 지금의 미래학자들은 30년 후의 기술수준과 사회상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그냥 22세기나 잘 봐줘서 23세기 정도면 충분하지 않았을까.
사회적 모순의 해결을 위해 시간이 필요했다면, 반대로 천 년은 너무 짧다. 영원할 수 있는 단 두 가지가 우주와 인간의 어리석음이라 하지 않던가(무엇보다, 그 '어리석음'을 극복한 인간은 더이상 인간이라고 할 수 없다! 아니 생명체일지도 의심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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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 3
김민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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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국만화는 거의 괴멸 단계에 이르러 있다. 안그래도 대우가 안 좋은데다 시장 자체가 1억인 일본의 물량공세에 밀리기 시작하면 금방이다(우리보다 한 발 먼저 '섬멸'당한 대만 만화시장도 있다). 오로지 만화가 좋아서 이런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그려대고 있는 몇몇 신예 만화가들 덕분에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이 신예 만화가들이 일본 만화를 보고 자라났기에 상당히 분위기가 '일본풍'으로 바뀌어 있다. 일본의 화족 규수들이 정말 기모노 입고 고궁에 산책나가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그 어디에 99간 기와집을 짓고 한복 입고 망건 두른 양반이 있단 말이냐! 거기다 도장공장체제 하의 대량생산방식의 만화들은 알맹이는 없지, 왠지 20권 넘게 쌈박질만 해대는 꼴이 보기 싫어서 몇몇가지 걸작들을 빼고는 거의 우리나라 만화를 보지 않고 있었는데, 어딜 봐도 개그라는 느낌이 무럭무럭 솟아나오는 표지에 집어들어 읽으며 키득거리며 웃다가 작가 누구야? 하고 본 순간… 그림. 김민희. 당신 누구야? 한국인이야!?
이 자랑스런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르브바하프국이 비센하르국(…이었던가?)의 침략을 받아 멸명한 후, 왕자와 시녀, 현자 셋이서 도망치게 되고, 그후 벌어지는 이야기. 정말 유쾌하게 피식피식(…?) 웃을 수 있는 기분 좋은 만화이다. 마음만 먹으면 마르고 닳도록 이어갈 수 있을 듯한 필력이 느껴지건만, 달랑 세 명이서 달랑 3권만에 얼렁뚱땅 나라를 재건해 버린다. 뭐냐 이건. 너무 빨리 끝난 게 아쉽다. 썰렁개그를 중심으로 하는 에피소드 스토리 형식상 흡입력이 없기 때문에 다음 권을 애타게 기다릴 필요도 없고, 그러니만큼 1년에 1권 페이스로 느긋하게 내 준대도 고마울텐데.
[아스피린]이 '1부 끝' 이라는 희귀생물을 남기고 사라지고, [궁]은 부진하고, 조금 기대했던 [미나=]는 소멸, [now]는 뭐랄까… 이런 처절한 시대에 혜성처럼 나타난 김민희 님. 당신은 멋집니다! 뭔가 하나 빠져있는 그림체, 뭔가 하나 빠져있는 캐릭터, 뭔가 하나 빠져있는 스토리, 뭔가 하나 빠져있는 유머, 그야말로 개그의 극한! 앞으로 당신을 좋아하겠습니다. 다음 작품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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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라 사야 2 - 완결
카노우 토모코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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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히 이해하기 힘든 제목이었다. '사사라'라는 마을의 '사야' 라는 뜻이었군. [바람계곡의 나우시카]였냐! 솔직히 말해서 너무나 많은 작품이 사용한 젊은 미망인 이야기이다. 하도 순진해 빠져서 남편이 차마 승천도 못하고 남아 있다는 차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결국은 애 딸린 [사랑과 영혼]일까. 어쩌면 여성판 [좋은 사람]일지도… 뜨거운 사랑이나 뭐 그런 건 없지만 잔잔하고 고요한 느낌이 너무 좋다.

순진하다 못해 맹한 미망인, 모두 착한 사람은 아니지만 그런 그녀에게 휘말려 잠깐씩 착해져 버리는 마을 사람들, 소박하고 따뜻한 삶, 힘들 때마다 도와주는 사랑하는 그리고 사랑했던 사람. 특별한 내용은 없다. 특별한 설정도 없다. 특별한 캐릭터도 없다. 선풍을 불러일으키기에는 애초부터 글러먹은 작품이지만, 소리없이 퍼져나가지 못하면 그것 역시 뭔가 잘못되었다고밖에 볼 수 없는 잔잔하고 소박한 이야기이다.

길게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세상에는 요약본이나 감상문이라는 게 불필요한 작품이 있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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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초밥왕 애장판 1~14(완결) 세트
다이스케 테라사와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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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만화의 분위기에 따라 틀려지겠지만, 기본은 요리에 대한 상세한 자료와 요리법의 소개이며, 그 맛에 대한 묘사 역시 중요한 요소일 것이다. 만화라는 매체를 통해서는 맛도 냄새도 심지어는 색감조차 느낄 수 없으니만큼 음식의 맛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먹어본 사람이 몸으로 표현하는 수밖에 없다. 기존 요리만화들 역시 이 사실을 뻔히 알고 있어서 시식자의 반응을 활발하게 이용해 왔지만, [미스터 초밥왕]에서는 이 '맛에 대한 묘사'에 있어 상당히 특이한 방법을 동원했다. '지나치게 과장된 리액션'이 그것이다. 이 만화에서 시식자들은 초밥을 입에 넣는 순간 '우주로 날아간다'. 춤을 추는 듯 경련하는 얼굴 근육과 비명에 가까운 탄성, 삼도천을 건너가는 듯한 배경의 퍼레이드는 유치하고 우스워 보이면서도 가장 확실하게 독자를 향해 음식의 맛을 전해준다. [미스터 초밥왕] 이후 이런 과장된 리액션은 요리 만화의 한가지 코드로 남았으며, 최근에는 [따끈따근 베이커리]를 통해 요리는 제껴두고 과장되다 못해 작렬하는 리액션을 중심으로 하는 요리만화(?)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이건 개그로 분류하고 싶지만. 표현 방식이라는 흐름에 있어 새로운 혁명을 주도했다는 것 만으로도 [미스터 초밥왕]의 가치는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만화로서의 가치다. 요리 자체에 대한 연구의 깊이는 대단하지만 후반으로 갈수록 SF 내지는 무협지스러워지는 요리 대결, 성공적이라고는 하기 힘든 캐릭터 등 만화로서의 완성도가 높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특히 평면적인 인물상은 심각한 문제로, 너무나 주인공스러운 주인공, 너무나 친구스러운 친구, 너무나 스승스러운 스승, 너무나 악당스러운 악당까지 틀에 넣고 찍어낸 듯 고정적이며, 캐릭터의 변화는 아예 없거나 혹은 억지스럽다(어색한 정도가 아니다). 주인공의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회개하는 야쿠자들의 모습을 생뚱맞으며, 다 끝난 다음에야 '실은 나도 나쁜 놈 아니외다' 하는 요리사 킬러 쯔루에의 고백은 아무런 복선이 없어 난데없다는 느낌밖에 주지 않는다. 그림체의 면에서도 주인공급 캐릭터들의 얼굴은 눈의 형태부터 삐쳐오른 콧날의 형상까지 다 똑같아서 '머리카락 가리면 구분 못하는' 면상들이며, 강조 방법이라고는 삿대질밖에 없으니(그것도 삿대질의 형태까지 몽땅 똑같다. 정면에서 바라보며, 집게손가락이 10도 정도 어긋나 있는 시야각) 한참 보다보면 "또 삿대질이냐!" 하는 비명이 절로 나온다. '요리' 만화로서는 한 획을 그은 수작이지만 요리 '만화'로서는 크게 부족한 범작. 미안하지만 이렇게밖에는 평가하지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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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미안 2005-09-06 09: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참으로 냉정한 평가시네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스터초밥왕이 좋네요.
어쩌면 완벽함보다는 미완성인게 더 좋은 것처럼요.
사실 님께서 이야기하신 부분도 분명 수긍이 가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책에는 향기와 같이 그 사람에게 어울리는, 그 사람에게 동화되는 무언가가 있다고 믿고 싶네요.. 그래서 그게 교감하게 되면.. 누가 뭐래도 좋은건 좋은거구, 싫으면 싫은거죠.
아무튼 리뷰 잘 읽고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