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르브바하프 왕국 재건설기 3
김민희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4년 12월
평점 :
절판
사실 한국만화는 거의 괴멸 단계에 이르러 있다. 안그래도 대우가 안 좋은데다 시장 자체가 1억인 일본의 물량공세에 밀리기 시작하면 금방이다(우리보다 한 발 먼저 '섬멸'당한 대만 만화시장도 있다). 오로지 만화가 좋아서 이런 경제적, 사회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그려대고 있는 몇몇 신예 만화가들 덕분에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는 있지만 이 신예 만화가들이 일본 만화를 보고 자라났기에 상당히 분위기가 '일본풍'으로 바뀌어 있다. 일본의 화족 규수들이 정말 기모노 입고 고궁에 산책나가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 그 어디에 99간 기와집을 짓고 한복 입고 망건 두른 양반이 있단 말이냐! 거기다 도장공장체제 하의 대량생산방식의 만화들은 알맹이는 없지, 왠지 20권 넘게 쌈박질만 해대는 꼴이 보기 싫어서 몇몇가지 걸작들을 빼고는 거의 우리나라 만화를 보지 않고 있었는데, 어딜 봐도 개그라는 느낌이 무럭무럭 솟아나오는 표지에 집어들어 읽으며 키득거리며 웃다가 작가 누구야? 하고 본 순간… 그림. 김민희. 당신 누구야? 한국인이야!?
이 자랑스런 스토리를 요약하자면, 르브바하프국이 비센하르국(…이었던가?)의 침략을 받아 멸명한 후, 왕자와 시녀, 현자 셋이서 도망치게 되고, 그후 벌어지는 이야기. 정말 유쾌하게 피식피식(…?) 웃을 수 있는 기분 좋은 만화이다. 마음만 먹으면 마르고 닳도록 이어갈 수 있을 듯한 필력이 느껴지건만, 달랑 세 명이서 달랑 3권만에 얼렁뚱땅 나라를 재건해 버린다. 뭐냐 이건. 너무 빨리 끝난 게 아쉽다. 썰렁개그를 중심으로 하는 에피소드 스토리 형식상 흡입력이 없기 때문에 다음 권을 애타게 기다릴 필요도 없고, 그러니만큼 1년에 1권 페이스로 느긋하게 내 준대도 고마울텐데.
[아스피린]이 '1부 끝' 이라는 희귀생물을 남기고 사라지고, [궁]은 부진하고, 조금 기대했던 [미나=]는 소멸, [now]는 뭐랄까… 이런 처절한 시대에 혜성처럼 나타난 김민희 님. 당신은 멋집니다! 뭔가 하나 빠져있는 그림체, 뭔가 하나 빠져있는 캐릭터, 뭔가 하나 빠져있는 스토리, 뭔가 하나 빠져있는 유머, 그야말로 개그의 극한! 앞으로 당신을 좋아하겠습니다. 다음 작품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