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야오이의 향기가 무럭무럭 피어오르시는 분입니다만, 이렇게도 볼 수 있군요--;;;

 

이런 걸 혼자 읽다 혼자 피 토하고 죽을 순 없으므로 물귀신의 념을 담아 휠스 양에게 이 긴급 포스팅을 바칩니다. 같이 죽자 친구여. -_-;;;;

모든 것은 사포 제로에 얽힌 과거의 참사를 잘도 웃으며 룰루랄라 이야기하던 중(배짱도 좋았지;), 언제나 그렇듯이 휠스 양의 한 마디에서 비롯되었다.

K : 사포 제로도 좀 땡기오만 그대는 어떠신지?
H : 거 좋지. 사가도 그 놈의 삽질을 빼면 무려 빨간장미라던가 납치라던가 구출극이라던가가 꽤 즐거웠는데 말야 (폭소) <-...레이스는?
K : 시대는 히로인 아닌 히어로의 납치라고 얼마나 말들이 무성했던가! (대폭소)
H : 게다가 약먹였어! (폭소)
K : 마취 가스!!! (대폭소)
H : 침대에 약에 취해서 쓰러져있는 히어로라니
     ...당시로서는 강력했다 (데굴)
K : 라이벌(말만) 구출을 위해 호텔을 통째로 사 버리는 란돌 도련님을 보라... 아 눈물이 멈추질 않아요 오빠... (데굴데굴)
H : 아니 왠지, 그런 손해만 댑다 보는 역 말야.
     왕자님이 생각나서 좀 슬펐어 (폭소) <-슬프다며
K : .....란돌, 왕자님 맞잖아!!!! OTL


한담하던 H양과 S, 웃을 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음.

(※주 : 여기서 왕자님이란 S와 H양 버전의 하쿠바 사구루 씨@괴도 하나 잘못 만나 인생 망친 17세를 가리키며, 휠스 양의 관련 포스팅을 참조하는 것이 빠르리라 여기나, 요약하자면 그 지긋지긋한 코난 IRPG 이후 우리 사이에선 잘생기고 집안 좋고 매너 좋고 잘나고 능력까지 있는 주제에 연애운은 진짜로 작살이어서 상대를 위해 온갖 수고와 노력을 다 들이고 때로는 생쇼와 물불을 가리지 않으나 얻는 건 거의 없으면서 그저 도움만 되면 기쁘다는 대책없는 민들레 속성의 순정멍청남들을 싸잡아 가리키는 표현으로 정착했다;;; 흔히 S와 H양의 눈물 어린 총애와 괴성을 한 몸에 받곤 한다)

그 즉시 란돌 도련님의 행적에 대해서 황급히 좌르륵 훑어본 결과, 우리는 OVA 시리즈 내에서 란돌의 행동 원리가 오로지 하야토에게 득 되는 쪽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무서운 사실을 깨닫고 말았던 것이다! OTL
생각 좀 해 보라. 대체 세상의 어느 연적이란 라벨 붙은 놈이 별장을 신혼여행지로 쓰라고 플래티나 카드를 주고 가고 사이가 벌어졌을 때 대뜸 나꿔채기는커녕 해변가에 불꽃까지 올리며 응원을 해줄 것이며, 이미 위에서 언급한 호텔 통째로 사들이기 신공도 강력했지만 이미 ZERO에서 엔진의 파워 다운으로 난감해하는 스고 아니 하야토에게 새 엔진 안겨주지 못해 부모님께 레이스 관두라고 호되게 쪼인 것도 쌩까고 심지어 유니온 세이비어를 통째로 사들여가며 별별 생쇼를 다 벌인 것을 세상 모두가 잊어도 나와 휠스 양은 잊지 못했단 말이다악. 으아악 어머니 사람 살려;;;;;;;

결과 : 칼 리히터 폰 란돌 도련님에 대한 모에심이 천정부지로 치솟음.
결과 2 : 갑자기 사이버 포뮬러가 재연소. (으아아아아아아아악;;;;)

본디 란돌은 좋아하기는 하지만 대단히 신경까지는 안 쓰던 캐릭터였건만 왕자님 속성이 겹쳐보이기가 무섭게 불타오르는 이 애정의 불꽃을 보라. 나도 참 현금이다;
아무튼 거기에 아는 사람은 아는 전설적인 닭살 CD RAINY NIGHT의 논의가 겹쳐져 버닝버닝한 S는 H양의 옆구리를 간질이며 사포 SS를 토해내라고 악을 속삭였던 바(우린 둘 다 카가하야토 파), 양심과 권력욕의 사이에서 버닝과 원고의 사이에서 사가의 심정으로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는 H양이 내버려둬도 알아서 교황을 암살 비디오를 돌려볼 것을 믿고 어제 또다시 장기인 웹서핑에 나섰으매, 참 거 재수가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돌다가 이런 무서운 것을 발견하였으므로 같이 죽자는 물귀신의 심정으로 황급히 번역해서 올림이로다. 글쎄 공멸하자니까 휠스 양-_-;;;;
출처는 나타네(菜音) 님의 「뜬구름(ウキグモ)」, CF 잡상입니다.


이런 거 알고 싶지 않았어;;;;

 

(사적 메모 1)
예전 올렸던 물건의 개정판입니다. 이후로 관리인의 머리 나쁜 초개인적 해석이 이어지므로,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하야토의 경우, 카자미 가, 스고 가, 쿠루마다 가, 동시에 세 집의 아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짜 가족과 거의 동등하거나, 오히려 그 이상으로 스고, 쿠루마다와의 관계성이 깊다. 흔히 낳은 부모와 키워준 부모로 대비하는데, 그에 가깝다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자세히 보면 카가도 이 패턴과 비슷하다. 일본에 있는 친가족과 미국에 있는 그레이의 그룹. 다만 카가의 경우는 하야토와는 달리 가족이 점유하는 비중이 터무니없이 작다. 란돌 역시 하야토의 패턴에 가깝다. 부재가 잦은 양친과 항상 가까이서 시중드는 그레이슨의 대비이다.


(<아버지>와의 관계성)
희한하게 닮아 있는 세 사람이나, 그들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바로 친부모,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성이다. 하야토가 아버지의 존재를 내면에서 완전히 포용하고 있는 것과 반대로, 카가는 철저하게 아버지를 완전히 부정하고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란돌은 아버지에게 반발은 하지만 부정은 하지 않는다. 따라서 하야토와 카가는 그런 의미에서 양극의 위치에 존재하며, 그 사이에 란돌이 있다. 란돌이 언제나 한끝 차로 하야토와 카가를 따라잡지 못하는 것은, 그의 위치가 상당히 어중간하다는 사실에도 영향을 받고 있을지 모른다.
SIN에서 카가와 나구모는 공범 관계이나, 이 두 사람 사이의 묘한 공통점은 아버지와의 관계성에 있다. 나구모 역시 아버지를 완전 부정하고 있다. 드라마 CD 「SAKURA」에서 카가가 적절하게 지적한 대로, 나구모는 부모를 부정하고, 철저하게 버리는 것으로 악마에도 가까운 비정함을 획득할 수 있었다. 카가 자신은 드라마 CD 「재규어의 엠블렘」에서 부친과 자신이 아무런 상관도 없음을 주장하고 아버지를 부정하면서도, 완전히 버리지까지는 못하는 심정이 얼핏 엿보이는 것은 착각일까. 카가가 나구모의 영역에 발을 들이고도 거리를 두었던 것은, 여기에서 미묘한 차를 느꼈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아오이라는 팀을 이끄는 아오이 교코 역시 실은 닮은 위치에 있다. 그녀는 <아오이의 후계자>로서의 입장을 은근히 짜증스럽게 느끼고 있는데, 이는 걸핏하면 그녀의 입장을 강조하고 강요하는 (것으로 본인은 생각하는) 부친에 대한 강렬한 반발에서 기인한다. 그와 함께 <후계자>로서의 입장에 다소 안주하는 경향이 없지도 않으므로, 그녀는 카가만큼 강해지지 못하고, 하물며 나구모의 위치와는 천양지차이다. 전체적으로 아오이 팀의 중심 인물 중에는 마음 어디에선가 <아버지>라는 존재를 부정함으로써 자립하는 사람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팀이라는 의사 가족과 미묘한 거리를 두고, 오히려 팀을 비지니스 상의 기브&테이크 관계로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하야토와 CF~카자미 히로유키의 공적, 그리고 죄과 1편~)
레이스는 하나의 거대한 비지니스이다. 스고가 오히려 특수한 케이스로, 아오이와 같은 팀이 보통이라고 해도 좋을 정도다. 그러나, 스고 자체는 본래 아오이와 마찬가지로 기업이므로, 본디라면 어느 정도 비지니스성를 가미한 현실적인 선택을 했어야 할 것이다. 스고를 특수한 팀으로 성립시키고 있는 것은, 오로지 아스라다와 하야토, 그리고 무엇보다도 죽은 카자미 히로유키의 존재라 단정할 수 있다. 이 팀은 흔히 말하는 부모 세대 세 사람의 꿈에서 비롯되어, 최종적으로 카자미 히로유키의 철학과 사상의 실험대라는 측면을 강하게 띤다. 그가 제창한 <인간과 기계의 새로운 가능성의 모색>이야말로 스고라는 팀을 이끄는 진정한 목적이며, 굳이 말하자면 레이스에서의 승리는 부차적인 것으로, 그의 사상을 보완하기 위한 과정의 재료에 지나지 않는다.
이와 같은 전제 하에 하야토에 대해서 고찰해 보면, 그가 아스라다와 만나 레이스의 세계에 뛰어든 것이, 과연 그에게 진정한 행복이었을지 의문이 남는다.
전술한 바와 같이, 하야토는 비교적 양친과 떨어져서 자랐다. 하야토에게 스고 가와 쿠루마다 가는 가족과 마찬가지면서도 엄연히 남의 집이었다. 친부모를 대할 때의 하야토의 행동을 보노라면, 명백하게 '착한 아이'가 되려고 애쓰는 낌새가 엿보인다. 히로유키에게 CF를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사실은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좋아한다고 대답한다. 왜나하면, 대답이 설령 표면적인 것이어도 아버지를 기쁘게 할 수 있음을 숙지하고 있는 동시에, 또한 그렇게 대답함으로써 일에 몰두하는 아버지의 의식을 자신에게로 돌려 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TV 시리즈는, 마침 자아가 발달하기 시작한 하야토가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의식하기에 이른 무렵에 해당한다. 이때 아스라다를 만난 것이, 그에게 향후의 전부를 암시한다. 부모의 생각이야 어쨌든, 하야토 자신은, 자신이 아버지 어머니에게 정말 소중한 존재인지 상당한 불안을 느끼고 있었으리라 여겨진다. 그런 하야토에게, 스고는 '자신이 있어도 좋은' 곳이지만, 혈연과 같은 절대적인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 까닭에 이 시점에서는 반드시 최종적으로 매달릴 수 있는 장소까지는 되지 못한다. 하야토는 카가처럼 부모와의 커뮤니케이션에서 실패한 케이스는 아니므로, 더더욱 '자신의 존재를 (부모에게) 인정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럴 때 그는 '우연히' 아스라다의 '드라이버'가 되어, 정식으로 '팀'의 '구성원'으로서의 설자리를 얻는다.
이 시점에서, 하야토는 '그 자신'이 아니라 '드라이버로서의 카자미 하야토', 한 걸음 더 나아가 '아스라다의 드라이버로서의 카자미 하야토'로서 타인과 관계를 맺는 것을 선택한다. 이것은 이를테면 정론과 본심, 권리와 의무가 엄격히 요구되는 '어른의 세계'에 그가 발을 들였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표면 상 하야토는 어린아이에서 어른으로 훌쩍 건너뛸 수밖에 없다. 아버지에 대한 반발심에서 CB를 동경하는 어린아이의 세계에 있었던 하야토로서는, 본디 진지하게 프로가 될 의사는 CF건 CB건 희박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스스로 선택한 결과라고는 하나, 느닷없이 프로의 세계=어른의 세계로 진입하는 데서 오는 심리적 스트레스는 어지간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이러한 스트레스와 어떻게 타협했는가? 물론 팀의 크루와 여타 레이서들과의 교류 역시 중요한 열쇠였다. 그러나 최대의 열쇠는 아스라다이다. TV 시리즈의 하야토는, 아스라다가 <인간을 서포트하기 위해 만들어진 머신>이라는 본질의 한 측면을 파악하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어린아이의 치기가 겹쳐, 하야토는 아스라다의 약점=드라이버가 없으면 존재하는 의미가 없다는 포인트를 최대한으로 활용한다. 즉 하야토는 자신이 아무리 땡깡을 부려도, 성질을 내도, 본래의 자신을 노출시켜도 아스라다만은 끝까지 자신을 버리지 않을 거라고 믿었던 것이다. 더구나 아스라다는 종래의 사이버 컴퓨터와는 달리 인간에 가까운 커뮤케이션 능력을 통해 대인 경험을 축척하는 것이 가능한 컴퓨터였으므로, 하야토는 아스라다와 의사적이나마 대인 커뮤니케이션을 나눈다. 이로써 그 후, 경험을 쌓은 아스라다는 의사 인격을 형성하여, 그것을 하야토와 기타 스태프들이 인정함에 따라 (아이러니컬하게도?) 머신이었을 아스라다야말로 레이스의 세계를 사는 하야토에게 가장 가까우며 가장 마음을 허락할 수 있는 상대가 되었던 것이다.
메모리얼 북에도 제시되어 있었듯 하야토에게 아스라다가 아버지 히로유키를 내포한 존재임은 명백하다. 죽을 고비를 넘기지 않고, 사실도 후에야 알게 되는 하야토는 아스라다를 타는 행위를 통해서만 아버지와의 대화가 용납되며, 자신을 아버지에게 인정받는다. 아스라다의 기동 장면을 떠올려보자. 기동에 필요한 열쇠는 셋, 사이버 키와 드라이버의 망막과 성문이다. 이중 망막과 성문은 부모에게 물려받은 유전자로 구성되어 있다. 이 절차가 암시하는 것은, 하야토가 아버지에게서 이어진 (절반이지만) 혈연을 열쇠로 삼아, 아스라다=아버지에게 승인을 받고 아스라다의 드라이버로 거듭나는 과정이다. GP를 차지하고 챔피언이 되어 사회적으로도 인정받으면서, 이는 하야토에게 매우 자연스러운 인식으로 자리잡는다.
이상의 과정은 의심할 여지 없이 하야토가 일종의 숙명을 짊어졌음을 나타낸다. 간결히 논하면, 결국 하야토의 심층심리에서는, 하야토는 아스라다에게, 아스라다는 하야토에게 있어 주위의 세계에 존재의의를 표명할 뿐만 아니라, 하야토가 살기 위한 생존 조건으로서 아스라다가 최우선으로 필요불가결한 요소가 되고 만 것이다. 하야토는 '아스라다'라는 시스템이 제시하는 '인간과 기계의 진정한 융합'이라는 테마를 체현하는 존재로서의 자아를 유지하는 것으로 자신을 자신으로 인식한다.
이러한 하야토와 아스라다의 관계는, SAGA에서 SIN을 거쳐 파트너의 경계를 뛰어넘고 만다. 하야토가 흔히 입에 올리는 '말을 듣게 한다 운운'은 상대를 자신의 지배하에 두거나 혹은 동일화하기 위한 표현이나, SIN에 이르러 하야토의 인식은 '자신과 아스라다는 <함께>'로 변했다. 하야토는 아스라다이며, 아스라다는 하야토가 되어 있다. 이는 하야토가 '아스라다 = 부친 히로유키'와 멘탈을 절반씩 공유하고 있는, 즉 융합과도 흡사한 상태이다. 따라서 그는, 메모리얼 북에서도 제시되었듯, 더블원에서 '아버지의 꿈을 계승하는' 자가 된 것과 동시에 '아버지 자신을 계승하는' 자와의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듯이 보인다. 달리 말해 '하야토'와 '아스라다'가 상호 독립한 대등한 존재인지, '하야토'와 '아스라다'가 융합한 하나의 존재인지의 문제이다. 1+1=2가 전자이며, 1+1=1이 후자이다. 그는 사이버에서 계속해서 달리며, '아스라다(≒아버지)의 이상'을 끊임없이 체현(=챔피언이 되는 것)함으로써 비로소 타인에게 인정받는 자신으로 계속 존재하기를 자신에게 용납한다. 주변이 그걸 원하건 원하지 않건 하등 상관없이 그 자신이 의식적 무의식적으로 그렇게 여기고 있기 때문에, 그는 사이버라는 무대를 버릴 수 없는 것이다.
SAGA에서 하야토는 기자에게 <내가 나로서 존재하기 위해 달린다>고 대답한다. 일견 레이서로서는 지극히 평범한 이유이고 답인 듯 보이나, 하야토에게 이것은 말 그대로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그의 심층심리에서는, 달리지 못하는 것은 이퀄 자아와 자신의 자리의 상실이며, 또한 자아의 (정신적) 죽음에 직결한다는 강박관념으로 굳어져 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하야토는 '어떠한 수단(들통나면 달릴 수 없게 된다)을 써서라도 영광을 잡고 싶'어하는 필의 집념을 최후까지 이해하지 못한다. 이해하기 못하므로 최종 일본 GP에서 말을 듣지 않는 몸을 채찍질해가며 '나는 달아나지 않겠어' 라고 말한다. 그가 살기 위해서 맞서야만 하는 무대가 바로 그곳에 있기 때문이다.


(하야토와 CF~카자미 히로유키의 공적, 그리고 죄과 2편~)
극중에서, 여타의 드라이버들은 차례차례로 하야토에 대한 열세가 일상화되어 가고 있으나, 자아의 존재의의가 머신의 존재의의와 동화되어 있지 않으며 기본적으로 '인간'으로서의 측면이 강한 드라이버들이 '인간'으로서의 자아와 '머신'으로서의 자아의 양면을 가진 '카자미 하야토'를 능가하기란 매우 어렵다. '인간'이 가진 불확정 요소와 '머신'의 정확성을 양립시킴으로서 어떤 의미 최강의 레이서라 할 수 있는 하야토이나, 과연 이를 '사람과 기계의 진정한 융합'이란 테마의 발전에 있어 최종적인 결과라고도 할 수 있을까?
굳이 말하자면, 그 의문을 정면에서 파고든 사람이 바로 나구모 쿄시로이다. SAGA에서 나구모는 하야토에게 알자드의 정당성을 논하지만, 하야토는 그것을 부정한다. 분명 인간을 대놓고 부품 취급하는 알자드는 윤리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이때의 하야토는 정말로 도덕적인 관념에서만 알자드를 부정한 것인가? 알자드는 인간을 단순한 부품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매장당했지만, 과연 아스라다와 하야토의 관계도 부품이 아니라고 단언할 수 있을까? 아스라다가 한없이 인간에게 가까운 사고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 경계선은 오히려 더욱 애매모호하지 않은가? 이야말로 나구모가 하야토에게 진정 묻고 싶었던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실제로 SAGA 전반에서 하야토의 삽질은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것이었으나, 아스라다=하야토의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보면 원인이 어느 정도 분명해진다. 이 경우 테크놀로지의 진보에 의해 '아스라다'가 패배, 즉 부정당하는 것은 다시 말해 하야토 자신의 존재가 부정당함을 의미한다. '아스라다'가 쓸모없어질 때 하야토의 존재 이유도 소멸한다. 그것을 민감하게 느꼈기 때문에, 그는 가랜드로 머신을 바꿔 눈에 보이는 결과를 내놓음으로써 자아를 보호하려고 했던 것이다.
카자미 히로유키의 공적, 그리고 죄과 1편에서 전술한 바와 같이, <아버지의 꿈을 계승하는>자와 <아버지 자신을 계승하는> 자의 사이를 오락가락하는 하야토는, 멘탈의 비중이 전자의 1+1=2일 때에는 외부의 압력에도 멀쩡하지만, 반대로 후자의 1+1=1일 때에는 정신적 공황에 빠지기 쉽다. SAGA 전반에서 하야토는 후자의 상태였으며, 지나칠 정도로 자신과 아스라다(≒아버지)를 동일화하고 있었다. 그리고 완전한 동일화에 의한 위기를 회피하려 할 때는 가히 극단적인 시도로 치닫게 된다. 하야토는 OVA 내에서 아버지에게서의 분리를 두 번 시도하고 있으나, 바로 이 당시가 두 번째의 시도였다. (첫 번째는 메모리얼 북에서 기재되어 있었듯 더블원의 이니셜 드리프트 개발 당시이다)
그러나 나구모와 필, 그리고 알자드가 출현하여 압도적인 머신 포텐셜로 GP를 석권함으로써, 하야토는 절대절명의 위기에 빠진다. 이 위기는 결국 하야토가 아스라다로 회귀함으로써 해결되었지만, 여기서 하야토와 아스라다는 불가분의 존재임이 다시 한 번 확인된다. 관점에 따라, 하야토는 여기에서 일종의 한계를 노출했다고도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각본의 구성 상 하야토에게는 평범하게 '레이서로서 존재하는 것'이 용납되지 않으며, 항시 카자미 히로유키의 이상을 체현하는 자로서의 입장에서 벗어날 수 없음이 작품의 구조에서부터 못박혀 있다. 한편, SAGA에서 SIN에 이르기까지 나구모와 하야토는 '어느 한 측면'에 있어 초월자의 시점을 가지고, 이들의 시점은 대극에 존재한다. 문제의 '어느 한 측면'이란, 물론 '카자미 히로유키가 제시한 인간과 기계의 진정한 융합'이라는 이상과의 싸움이다. 그들은 레이스의 세계에 존재하면서 그와는 완전히 다른 별개의 차원에서 레이스를 하고 있는 것이다. SIN에서 "그저 좋은 머신을 타고 달리기만 해서는 그들에게 이길 수 없다" 던 나구모의 말은 즉, '사람과 기계의 진정한 융합'이라는 필드에서 바이오 컴퓨터를 통해 이상을 추구하는 자의 시점에 의한 것이다. ZERO까지는 오우가가 존재하지 않았던 까닭에 이 문제는 표면으로 부상하지 않았으나, SAGA 이후 나구모가 대놓고 문제를 제시함으로써 그들은 레이스를 하면서도 본질적인 부분에서는 완전히 별개의 싸움을 벌이는, 어떤 의미에서 여타 레이서들에게 지극히 실례되는 행위로 달리고 있다. SAGA와 SIN의 문제점은 이러한 구조에서 파생되며, 때문에 자연히 이상과의 싸움이라는 필드에서 소외된 다른 레이서들의 묘사는 날림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스스로의 이상에 한 줌의 의문도 갖지 않는 초월자의 시점을 가진 자이기 때문에 더더욱, 나구모는 하야토의, 하야토는 나구모의 논리를 결코 인정할 수 없다. 하야토는 자신과 아스라다야말로 히로유키의 이상을 체현하는 자로 결정짓는 이상, 알자드의 존재 자체와 양립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본질적인 하야토의 시점에서 볼 때, 알자드는 용납할 수 없어도 개인으로서의 나구모와 필은 증오하지 않고 넘어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하야토는 필을 도와주고 싶어했고, 나구모가 기소되었을 때도 탄원서를 제출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야토와 CF~주변 인물들~)
본래 '아버지를 넘어서서, 자아를 확립(=인정받고 인정한다)'해야 할 데서, 아버지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것은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자아가 완전히 왜곡되는 사태에서 하야토를 구해준 사람이야말로 스고 오사무와 스고 아스카 남매라 보아도 무리가 없으리라.
오사무는 기본적으로 장남 기질이 투철한 사람으로, 아스카와 하야토의 성장에 연장자=오빠 또는 형으로서 매우 강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그는, 물론 스스로를 위해서이기도 하나, 이미 타계한 히로유키를 대신하여 더블원에서 하야토의 적=뛰어넘어야 할 벽=아버지의 역할을 떠맡았으며, 하야토는 슈마하를 쓰러뜨림으로서 의사적으로 부친 살해의 통과 의례를 마친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레이서인 오사무로서는, 하야토에게 레이서 이외의 길을 제시해 줄 수 없다. 오사무는 형으로서 <하야토>와 <하야토의 레이서로서의 재능>을 사랑하고 올바른 길로 이끌어주는 동시에 F1의 드라이버와 슈마하로서 <하야토>와 <하야토의 레이서로서의 재능>을, 어떤 의미 미워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ZERO에서 그렇게나 하야토의 복귀를 부채질한 것도, 당시 하야토 자신에게 복귀야말로 최선의 선택임을 알고 있었던 까닭이기도 하나, 그가 자신의 남은 레이서 생명의 전부를 걸었던 하야토가 그것을 (오사무가 보기에) 완전 연소하지도 못하고 내던지는 것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가 CF를 반드시 긍정하기만 하지는 않는다는 사실도 잊어서는 안 된다. F1에 들어간 이유부터가 CF 드라이버를 '강요하는' 부모에 대한 반발심이었으며, 스탠더드 포뮬러에 집착하는 것도, 사람과 머신의 경계선이 보다 애매한 CF에 품는 끈질긴 의문에서 비롯되었음을 극중에서 본인의 입으로 말하고 있다. 그러한 오사무에게 카자미 히로유키는 존경해 마땅한 선진인 동시에 그의 의구심을 끝없이 촉발하는 존재이며, 하야토는 그 히로유키의 아들이자 아버지의 이상을 실현할 정도의 잠재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오사무에게 하야토란 CF라는 카테고리의 수용 가능 여부를 결정짓는 시금석이기도 함을 의미한다. 옛 F1 레이서로서 '인간'의 독자적 능력에 높은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으므로, 하야토가 아스라다의 성능에 먹혀 단지 머신의 성능에만 의존하여 이겨서는, 즉 머신의 부품으로 전락해서는 오사무는 죽어도 CF를 허용할 수 없다. 오사무가 하야토에게 철저하게 프로 레이서로 존재할 것을 요구하고 인도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한편 오사무는 히로유키의 죽음에 다소 죄책감도 느끼고 있었으므로, 대리 부친으로서 하야토를 인도해 줄 의무를 자신에게 필요 이상으로 부과한다. 그러나, 부쯔홀츠가 손이 많이 가는 후배였다고 투덜대던 오사무의 본질은, 오히려 카가에게 가까운 경향이 있다. 따라서 오사무는, 책임과 의무와 본래의 욕구라는 딜레마에 짓눌려, 하야토를 사랑하면서 동시에 증오하는 것이다. 상냥하면서도 신랄한 오사무의 태도의 이면에서 이러한 이율배반을 느끼게 된다.
아스카는, 아스라다를 제외하면 '하야토'를 누구보다도 가까이에서 누구보다도 오랫동안 지켜봤으며, 그것을 송두리째 받아들여주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이다. '어머니'의 존재가 꽤나 희박한 본 작품에서 그녀는 특히 ZERO 이후부터 하야토의 어머니 준코에게서 '모든 것을 용인하고 내어주는' <어머니>의 역할을 이어받고 있다. 따라서 작품의 구조 상 그녀는 하야토를 결코 버리지 못한다. 분명히 말해, 하야토에게 있어 너무나 편리하기 짝이 없는 여성으로 묘사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 보니 SAGA 이후로의 아스카의 묘사에 대해선 체념하는 도리밖에 없다. 아스카로서는, 서킷으로 향하는 하야토를 말릴 수 없다. 그게 하야토를 죽이는 거나 마찬가지임을 아스카는 ZERO에서 절실히 깨달았던 것이다. 때문에, 아스카는 하야토를 살리기 위해 서킷으로 내보낸다. SAGA에서 스카프로 손을 스티어링 휠에 고정시켜 달라고 요청하는 하야토에게, 아스카는 "네가 원하는 대로. 하지만, 죽으면 용서 안 해" 라고 말한다. 하야토를 살리고자 서킷으로 내보냈는데 거기서 죽어버려서야 아스카는 뭐가 되겠는가. 그러므로 "죽으면 용서 안 해" 인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전부를 베풀어야만 하는 아스카에게 허용된 유일한 투정이다. 그러나, 의사 <모친>이라는 사실을 역으로 뒤집었을 때, 아스카는 하야토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평범한 하야토'로서 회귀할 수 있는 장소인 아스카가 하야토를 거부하면, 하야토는 최종적으로 설자리를 잃으며, 이는 치명적이 될 수 있다.
준코는 아들에게 마음의 빚을 심하게 느끼고 있는 경향이 보인다. 이는 바이올리니스트로서 활동하면서 아들을 혼자 둔 일이 많았다는 사실과, 히로유키의 죽음에 관한 진실을 숨겨왔다는 것에서 비롯된다. 준코는 하야토에게 거부당하는 것을 내심 몹시 두려워하며, 마치 유리세공품을 다루듯 필요 이상의 조심스러움으로 아들을 대하고 있다.
클레어는 아스카와 같이 완전한 <어머니>가 될 수는 없다. 그녀는 본작에서 무엇보다도 먼저 <카자미 히로유키의 유지를 전하는 자>로서의 역할을 부여받고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얼 북에서는 <계승>으로 표현하고 있으나, 정확히는 <전하는 자>로 봐야 할 것이다. 히로유키의 이상=아스라다라 정의하고 있는 클레어로서는, 하야토가 이상과의 싸움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밖에 할 수 없다.
카가의 옆에 있는 교코는, 아스카만큼 <어머니>는 될 수 없다. 그녀는 아스카와는 선 장소부터가 다르다. 교코와 카가는 완전히 대등한 기브&테이크의 관계이다. 본래부터 그녀는 카가에게 전부를 베풀 수는 없으며, 카가도 원하지 않는다. 교코는 아스카보다도 훨씬 드라이버의 필드에 가까운 위치에 있다. 때문에 교코는, SIN에서의 기브&테이크가 허용되지 않는 일방적인 관계를 더더욱 못 견뎌하는 것이다. 그녀에게 일방적인 관계는, 즉 선택의 여지가 없는 <후계자>로서의 자신의 입장과 겹쳐지기 때문이다. SIN에서의 두 사람은, 일시적이나마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을 정도로 구석에 몰려 있었던 것이며, 바꿔 말해, SAGA와 SIN에서 교코와 카가는 카자미 히로유키의 이상에 말려든 피해자라고 할 수 있겠다.


(제로의 영역과 하야토, 카가의 묘사)
<인간>이 가진 불확정 요소와 <머신>의 정확성, 쌍방이 극한에 도달한 상태. 제로의 영역을 굳이 정의하자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F1 레이서는 주행 도중 주위의 풍경이 천천히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거나, 조건이 전부 갖춰져 상승 효과를 일으킬 때에는 다른 머신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에 가까운 행위도 할 수 있다고 한다. 물론 실제로 예측의 단계까지 가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그 상태가 얼마나 극도의 집중과 머신 밸런스를 요구하는지는 단순히 추측의 영역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CF의 본편에서 제로의 영역을 사용할 수 있었던 사람은 결국 하야토와 카가 두 사람뿐이었다. 그리고 SIN의 최종전에서 승리한 사람은 카가였다. 이는 매우 상징적인 사건이라 본다.
ZERO부터 SIN을 종합적으로 볼 때, 제로의 영역을 완전히 컨트롤하고 유효하게 사용하고 있었던 사람은 하야토이다. 그가 아스라다와 '하나'이기 때문이다. 카가는 본디부터 '인간'으로서의 자아가 강한 타입으로, 사이버와의 상성이 반드시 좋지만은 않다. 그리고 카가는 그 자아 때문에 에이지의 문제를 매듭짓지 못하고, 제로의 영역을 두려워하며 발을 들여놓기를 주저하고 있었다. 그러나 제로의 영역을 쓸 수 있다는 것은 적어도 머신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음을 의미하며, 카가는 오우가에 탑승함으로써 자신의 내부에 숨은 머신성과 정면으로 충돌하게 된다. 그러나, 오우가가 철저하게 기계적인 어프로치로 일관한 까닭에(카가는 그렇게 생각했다) 오히려 카가는 오우가의 머신성을 필요 이상으로 내부에 포용할 필요없이,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오우가의 '머신'성과 조화시킬 수 있었다. 그것이 최고의 밸런스를 띠고 출현한 것이, 문제의 최종전, 최종 코너에서의 기적이었다. 카가와 오우가는 완전히 대등한 '동료'가 된 것이다.
그에 반해, 하야토는 아스라다의 '머신'으로서의 성질을 그대로 포용하고, 아스라다는 하야토의 '인간'으로서의 자아를 받아들인다. TV 시리즈 이후 하야토가 아스라다에게 머신으로서의 성질을 제공받고, 아스라다가 하야토를 중심으로 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한층 복잡한 인격을 쌓아가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그들은 의사 부자 관계라는 측면뿐만 아니라, 서로가 서로의 분신이기도 하다는 측면을 지니고 있다. 하야토와 아스라다의 이러한 관계는 관점에 따라서는 바이오 컴퓨터에 의한 융합 이상으로 '융합'에 가깝다.
그러나 <완벽하게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한계 또한 나타나 있지는 않은가? 완벽한 상태로서는, 하야토와 아스라다가 카가와 오우가의 기적을 넘는 것을 불가능하다. 메모리얼 북에 <성장하는 천재라 해도 한계는 있을 터>라는 말이 있었으나, 제로의 영역을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것에서 표면화된 자기완결성의 성장이야말로, 그 한계를 가리키고 있는지는 않은가.
이상의 체현을 위한 독자적인 필드에서의 그들의 성장이, 여타 레이서들과의 공통 필드 상에서 상대적으로 타인을 능가하는 동안은, 그들은 계속해서 이길 것이다. 그러나, 타인의 성장이 그들의 성장을 상회했을 때, 한계가 찾아온다. 실제로 SAGA의 권두에서, 슈트롬젠더의 기술적 성장으로, 그들은 당시의 '필드에 있어서의 성장의 한계'를 맞이했다. 이는 알자드의 출현으로 한층 부풀려져, 그들 사이에 위기 상태를 초래했다. 하야토가 아스라다와 아스카에게 정신적으로 회귀한 것과, 리프팅 턴의 완성, 신형 모델로의 체인지 등이 커다란 힘이 되어 위기는 벗어났으나, 그와 같은 위기가 언제 또다시 찾아올지는 알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위기는 본질적으로 여타 드라이버들과의 공통 필드가 아닌, 그들의 독자적인 필드=이상의 실현을 위한 싸움(하야토의 경우, 이 필드야말로 기본적인 설자리이다)의 중심에 위치를 두고 있다.
이상이 최종 목표이기 때문에, 그들은 단 둘이서, 비교대상이 전혀 존재하지 않는 독자적인 한계와 싸워야 한다. 이상을 제창한 장본인은 이미 사망했고, 제창자 자신이 명확한 청사진을 그렸는지의 여부조차도 불분명하다. 자신이 이상에 부합한 존재인지를 항상 자신에게 질문해야 하는 그 싸움은, 끝없이 고독하고, 끝이 없으며, 어떤 의미 패배만이 운명지어져 있다. 그렇게 볼 때, 그들을 죽이는 것은 바로 그들 자신이 될 것이다. 느긋한 자살과도 닮은 이 딜레마를 가장 냉정하게 꿰뚫어 본 사람은 역시 나구모 쿄시로였다. 그는 SIN 당시의 카가와 하야토가, 레이스(레이서)의 비지니스로서의 영역을 배제하고, 오로지 이상 혹은 자신의 욕구에 내몰려 달리고 있음을 잘 이해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교코에게 '카가가 죽더라도, 카가와 하야토는 자신(=나구모)을 원망하지 않'으리라 단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카가는 하야토를 '강하다'고 했다. 그러나, 무엇이 '강하다'는 것일까? 어쩌면, '인간과 머신의 진정한 융합'이라는 이상의 완성형의 한 형태이기 때문에 강요된 절대적인 고독과의 사투를 계속하는 모습을 가리켰는지도 모른다. 카가는 오우가에 탑승하여, 처음으로 하야토와 같은 '인간과 머신의 진정한 융합'이라는 이상을 추구하는 싸움의 필드에 섰으며, 오우가에서 내려 사이버를 떠남으로써 '인간과 머신의 진정한 융합'이라는 이상과의 싸움에서 발을 뺐다. 보기에 따라선 카가가 이기고 내뺀 것 같은 SIN의 종막이지만, 하야토와 달리 카가에게는 히로유키의 이상을 추구하는 싸움에 목숨을 걸어야 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그 싸움의 한가운데에 있는 하야토와 싸우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카가 역시 그 이상과도 싸워야만 했던 것이다. 그것은 그에게 있어 엄청난 소모를 강요하는 싸움이었다. 설령 오우가를 손에 넣어도, 하야토와 같이 '카자미 히로유키의 이상과의 싸움'과 '레이서로서의 자신의 인생 전부'를 동일시하는 것은 불가능함을 카가는 SIN의 권두에서 이미 깨닫고 있었으며, 이야말로 그가 제 17회 그랑프리에서 하야토와의 승부를 마무리짓고 사이버를 떠난 이유다.
그러한 예감은 ZERO의 종반에서 진작부터 편린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7화의 최종전 전날 밤, "이렇게 작고 졸랑졸랑대던 꼬맹이가~" 로 시작되는 카가의 일련의 대사는, 그가 하야토의 성장을 인정함과 동시에 그때까지 눈치채지 못했던 하야토의 위치=히로유키의 이상과의 싸움과, 자신의 레이서로서의 위치가 한없이 멀리 떨어졌음을 카가가 희미하게나마 감지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말은 아니었을까. 그 사실을 분명히 깨달았을 때의 카가는 필시 아연함을 감추지 못했을 것이다. 제로의 영역에서 상대의 정신에 직접 접촉했기 때문에 더더욱, 레이서로서 가장 가까운 존재로 여기고 있었던 자신과 하야토의 거리가 단숨에 멀어진 듯한 느낌을 받았을지도 모른다. 당장 표면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을지언정, SAGA와 1년간의 출장 정지 기간을 거쳐 하야토라는 레이서를 지켜보는 사이에, 에이지의 죽음을 떨쳐버리지 못한 자신의 현상태와 맞물려 카가의 내부에서 끔찍한 초조감으로 발전한 것이 아닐까. 왜냐하면, SAGA 이후의 하야토는 단순한 <레이서>에 그치지 않고 <카자미 히로유키의 이상을 체현하는 자>로 이행한 경향이 짙기 때문이다. 우물거리고 있다가는 위치의 차이가 한계까지 벌어져, 직접 대결이 어려워진다는 사실을 감지하고 초조해졌다고도 볼 수 있다. 카가는 나구모와의 마지막 대화에서 "역시 진짜로 강한 놈은 그 녀석이야" 라고 말한다. 이는 카가의 도전을 정면에서 받아들인 하야토에 대한 경의는 물론, 1년간의 싸움을 통해, 히로유키의 이상을 정면으로 마주했을 때 그 싸움에 자신의 전부를 내던지는 행위는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확실하게 인정한 것에서 비롯된 말이라고도 할 수 있으리라.
오우가(≒나구모)와 카가가 사라진 지금, 아스라다='사람과 머신의 진정한 융합'이라는 프로젝트의 의미를 깨닫고 그에 대해 끝없이 숙고하는 레이서와 머신이 등장하지 않는 한, 그리고 하야토가 레이스를 향한 자신의 마음에 진정한 종지부를 찍지 않는 한, 하야토와 아스라다는 고독으로 점철된 영광과 황혼의 회랑을 내달릴 수밖에 없다. 떠나간 카가와는 대칭적으로, 하야토의 입장을 비슷한 위치에 선 자 특유의 직감으로 감지하고 그럼에도 옆에서 계속 달리는 것을 굳이 선택한 사람이 바로 또 하나의 라이벌 란돌이다. 오해가 없도록 분명히 밝히나, 카가가 사이버를 떠난 것은 결코 비난받을 일도 무엇도 아니라고 본다. 또 하나의 완성형이 제시하는 또다른 미래를 하야토에게 선물로 남겨준 것을 포함하여, 2017년의 전 12전을 같은 필드에서 싸운 것이야말로, 앞으로도 끝없이 혼자서 싸워야 하는 하야토에게 카가가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구원이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와아 굉장해 사포가 엄청 대단해 보여

불 붙은 팬은 죽어라고 무서운 존재다!!! OTL ;;;;;
아무리 마이너라도 최소한 한 군데는 짠듯이 내 입맛에 맞는 팬질을 해 주는 사람을 찾아내는 나의 공멸 스킬은 여전하니 복권 한 번 안 될까나.

하여간 히사카즈 씨 그림이 예뻐진 건 좋지만 능글맞고 뺀질대고 유들유들하고 여윳스-!!! 모드의 카가 씨를 사랑했던 사람들로서, 동생처럼 보고 예뻐했던(동인심 배제. 사실은 사실이다) 귀여운 후배가 정신들고 보니 까마득한 구름 위의 초월자;가 되어 버리는 통에 심정이 복잡한 건 이해 못할 바는 아니어도 정말이지 오지게; 삽질하는 SIN을 당최 용인할 수 없음은 자명한 사실이나 (머리까지 잘랐어! 게다가 블리드 카가가 아니라 카가 죠타로래!! 우왕─!!!) 이렇게 고강한 분석글을 읽고 있노라니 SIN이 갑자기 슬금슬금 땡김은 어쩔 수 없는 동인녀 근성이리라-_-;;;;

예전 SIN이 처음 출시됐을 때,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 바닥에서 무지무지 유명하신 어느 분이(JH님이셨나? 아닌가? ;;;) 'SIN의 카자미 하야토는 생활 태도, 인간성, 드라이빙 전체를 통틀어 너무 흠잡을 데가 없는 인간이 되어버려 오히려 성질날 정도'라 평하셨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아 젠장 그건 인간이 된 게 아니었다. 녀석은 인간이 되다 못해 말 그대로 '인간이 갈 수 없는 데로 가 버린' 것이다-_-;;;;; 첫 단추부터 잘못 끼워서 한참 창창할 열넷에 사람도 아닌 머신한테 단단히 코 꿰인 녀석은 11 초반의 삽질과 SAGA 초반의 더 절라게 성질나는 삽질을 거쳐서 아스라다에게서 떨어져 나오려 나름대로 - 아마 무의식적으로 - 꽤 애쓰다 결국엔 기냥 나 몰라라 아스라다와 일체화되어 어떤 의미 '진화'하는 길을 선택해 버린 게다. SIN에서 이제 스물 한 살밖에 안 먹은 주제에 뭔가 노숙은 고사하고 허공을 떠도는 듯한 티가 철철 넘쳐흐르더라니 그래서였다. 인간 세상에서 절반의 기계성을 포용해 버린 애가 졸랑졸랑 나돌아다니 좀 이상해 보일 수밖에;;;;; 어이구 카자미 히로유키 이 아저씨야, 하나밖에 없는 아들에게 대체 뭘 남긴 거요;;; (무의식 수준이라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나구모의 알자드보다 백 배는 질이 나쁘심;) (그리고 자아꾸 주변을 맴도는 키라와 듀랜달 의장의 그림자-_-;;;;;; 아아 설마 후쿠탕, 이때 이미 시데에서 예술 한 번 해 볼 작정이었던가!!!? ;;;;)

카가 씨가 SIN 막판에서 냅다 토낀 게 드디어 이해가 갔다. 저런 인성 절반 버린 놈 근처에 있다간 가만히 있어도 피가 짝짝 마를 터이거늘 카가 씨는 저 인간을 너무 오래 근처에서 지켜봤고 지나칠 정도로 가까웠고 차고 넘칠 정도로 잘 아는 것이다. (무려 정신 대 정신으로 직접 교감한 사이다. 뉴타입끼리의 교감은 의사 섹스라고 하던가? ;;;) ZERO에서 자기 입으로 '우린 닮았다'고 선언해 버린데다 '영혼적 쌍둥이'라는 누가 생각해냈는지 모를 초절로 개민망한 캐치프레이즈의 사포 공인 3대 커플 중의 하나(나머지 둘은 구데리안-하이넬과 부쯔홀츠-오사무임. S는 이 조합들도 좋아함... 쿨럭쿨럭;)를 디폴트로 달고 있을 정도로, 얼굴이나 성격이나 환경 따위는 천차만별이지만 근본적인 점에서 마치 거울에 비친 상처럼 닮았다. 닮은데다 능력치마저 동등해 버리는 바람에, 카가 씨에게는 불행히도 어중간한 위치가 용납되지 않는다. 하야토의 영역으로 완전히 들어가거나, 아예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말거나 둘 중의 하나다. 그리고 SIN에서 초월자의 필드에 1년간 올인한 대가로 아직 인간이신 카가 씨는 기를 줄줄이 빨려먹혔다. 병원에 입원했을 때의 퀭한 얼굴 봐라;;; 한 번 해 보고, '느릿느릿한 자살과 흡사한' 이 파멸적이기까지 한 싸움에 끝까지 동참할 수 없다는 걸 냉정하게 판단하고 후자를 선택해 뒤도 안 돌아보고 홀랑 튀신 것이다. 물론 현명한 선택이었다고는 생각하지만 굳이 선물 하나 남겨주고 튀었다는 게 왠지 캡 얄미움.
그리고 나의 욕망을 이기지 못하고 볼드체로 표시한 부분을 봐 주세요. '카가와는 대칭적으로, 하야토의 입장을 비슷한 위치에 선 자 특유의 직감으로 감지하고 그럼에도 옆에서 계속 달리는 것을 굳이 선택한 사람'이래잖소 도련님이!!!! ;;;; (어이 봤냐 휠스 양! ...사실은 이 대목 때문에 저 긴긴 문장을 다 번역하는 미친 짓을 저지른 S였다;) 젠장, '들어갈 수는 있지만 결국 발 빼고 튄 남자'와 '들어가지는 못하지만 끝까지 지켜보기로 결정한 남자'의 차이란 말이냐!!!! 빌어먹을, 도련님 드디어 왕자님 속성 확정이다. 이래도 되는 거냐. 세상에 망할 연놈이 왜 이리 많은 거냐 OTL

....문제는 정말로 휠스 양 말마따나 카이신카이 베이스의 하쿠카이였다는 것이다!!! 사람 살려!!!! ;;;;;
(사포 이런 물건!? 이런 물건이었어!!!?)
(아니 그야, 카가 씨를 신이치에 빗대긴 무지무지 미안하다; 인간 한참 덜 되어먹은[오해 말라, 나 신이치 팬이다;] 어딘가의 추리광과는 달리 설령 애 키워서 잡아먹은 죄-_-는 있어도[H양 왈] 기본적으로 엄청 좋은 남잔데... 미안, 동인녀의 욕망은 깊고 넓어요;)

이리하여 한 개 동인녀는 번뇌화를 피우기 위해 그 긴긴 밤을 사포의 정념에 불사르며 우짖었던 것이라... 털푸덕.

(시데와 관련해 후쿠다 감독의 기묘한 천재성에 대해서도 할 말이 또 생겼다. 제기랄 이래서 말 많은 지지배는;;;;)

 


[KISARA] 피 마르기 싫어서 토낀 카가 씨에게 뭔가 할 말은 없냐!!!
[Hylls] 날 배신했어!!!!! (오가타 메구미 보이스<)
[KISARA] 아니 뭐... 엄청 현명한 선택이긴 한데 말야... (나라도 저런 인성 버린 놈 옆에서 피 마르기 싫다;) 왜 이렇게 얄밉지? (삐질삐질)
[Hylls] 냅다 인류의 진화니 뭐니 하며 튀어버린
[Hylls] 이시다 보이스의 모 씨도 떠올라!
[Hylls] ........뭐랄까, 그러니까.
[Hylls] 마지막 가는 길에 쌈박하게 하룻밤... ...아니, 날카로운 첫키스의 추억... 아니, 패배의 추억이랄까 각인을 남겨놓고
[Hylls] 평생 못 잊게 해놓고 튀었잖아 ㅍ_ㅍ
[KISARA] 웃으며 튀는 놈들은 다 나쁜 놈이얏!!!
[KISARA] .....하지만 따지고 보면 저건 하야토가 나쁘다. 누가 인간이 갈 수 없는 그런 데로 가 버리래?
[Hylls] 응. 나쁘지.
[Hylls] 랄까,
[Hylls] ...그 옆에서 계속 달려주기를 선택한 란돌이 대단하지...;;;
[KISARA] 왕자니이이이이이이이임!!!!!
[Hylls] 손 한 번 못 잡아보는데도!!
[KISARA] 뭐냐 이거, 뭐냐 이 시추에이션, 마음의 일부분은 떠나간 그이 옆에, 몸은 왕자님 곁에냐!?
[KISARA] (마음 전부가 가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이쪽도 충분히 나쁜 놈)
[Hylls] ...게다가 왕자님은 아무리 노력해도 그 영역으로는 못 가!
[Hylls] (가시면 안 되지;)

*중간에 한참 쓸데없는; 잡담 후

[KISARA] ....근데, 하야토와 아스라다의 관계에서 무지하게 불타는 걸 느낀 나는 나쁜 애인 걸까요 휠스짱?
[Hylls] ...머신과 파일럿의 관계란 영원의 로망이야.
[Hylls] (내가 왜 선라이즈 용자물을 좋아하는데)
[Hylls] 아스라다 인간 버전이라던가가 있으면
[Hylls] 난 카가하야를 버리고 달려갈 수 있... <-탕
[KISARA] ........실은 나도!!! <-탕탕탕
[Hylls] ...하지만 아스라다...
[Hylls] 쫙 빠진 블루와 화이트의 바디에...
[Hylls] 입 열면 독설에 만담에...
[Hylls] ...
[Hylls] ...취향이잖아. <-
[KISARA] .........무지하게. <-
[KISARA] 내가 뭐랬어! 저 소년은 앞날 창창한 열넷에 왕수다 인공지능 포뮬러 머신에 코 꿰인 거라구!! 첫 단추부터 잘못 끼운 거야!
[Hylls] 게다가 그 놈은 '너 아니면 나 못 타 ㅍ_ㅍ' 하고 배짱을 튕기지!!!
[KISARA] '나 아님 너도 안 돼' 식으로 땡깡을 부리기도 해!!
[KISARA] .....히로유키 씨... 대체 뭘 물려주신 겁니까아.....
[Hylls] 잘빠진 미청... ...아니, 미머신(...)
[KISARA] 하나뿐인 아들내미가 사련이 백 배 더 나을 위험한 길로 들어가 버렸잖아! 어떡할 거야 저걸!!
[KISARA] 근데 정말 무기물과 사랑에 빠져 버린(...아니 이건 차라리 정말로 사랑이 나을 동일화 관계-_-;;) 아들내미 누가 건져준다냐
[Hylls] 양다리를 용납할 마음 넓은 남자 말고는 없지 않을까 <
[Hylls] (카가 씨는 아스라다와의 양다리를 용납 못해 하야토를 떠난 거야!!!)
[KISARA] 무시기라!! 그런 거였냐!!!! (...아니 그 전에 보통은 아스카와의 양다리 아니었나)
[KISARA] ...그럼 왕자님은 양다리도 삼각대도 탁자도 문어발도 용납할 수 있으니까 굳이 서킷에 남으신 거고!!!?
[Hylls] ...왕자님은 하해와 같이 넓으신 아량으로
[Hylls] 내가 아니면 누가 저 나르시시즘을 거둬먹이리...!! 랄까! <-...오너인 아스카는.
[KISARA] (...헉, 내추럴하게 왕자님이라고 불러버렸다!! ∑-o-!!!)
[KISARA] 나르시시즘이 아니라 아아주 문제 있는 형태의 파더콤이겠지!!! ;;;
[Hylls] ...파더콤을 넘어서서 아빠의 화신을 자신과 동일시했잖아!
[Hylls] 이미 나르시시즘의 영역에... 랄까 왕자님이라니! ORZ
[KISARA] .........아니, 혈통상 진짜 왕자님 맞지만.... OTL
[KISARA] 세상의 왕자님은 행복해질 수 없다는 징크스가 여기서도!!?
[Hylls] ...아아, 내가 말했지만 인증되는 걸 보고 싶진 않았어! <-악어의 눈물

* 역시 계속; 쓸데없는 잡담 후

[KISARA] 그러나 저 빌어먹을 메모 때문에 마녀도 죽고 없고 저언혀 나오실 생각이 없는 탑 위의 라푼젤과 한 번 들어갔다 포기하고 나온 기사님과 밑에서 기다리는 왕자님이 내 머리를 꽉 휘어잡고 있으니 아아 미묘한 여심이여.
[Hylls] ...그런데 말야 난 솔직히 카가하야 지망이긴 한데
[Hylls] ...그건 제로까지 (그리고 넓게 봐서 사가까지)를 인정하는 마음에서고
[Hylls] 신까지 가면 인정 못해... ...버렸어 <-
[KISARA] ..........나도 SIN은 무시 때리자는 파였다고!!!
[KISARA] (내 사포 시계는 ZERO에서 멎었다고 주장하던 여자였어!)
[Hylls] 저걸 보고 신이 보고 싶긴 한데...
[Hylls] ...신을 인정하면 카가하야를 인정할 수 없어져 ㅍ_ㅍ;
[KISARA] ........................딜레마냐.
[Hylls] 아스라다하야토나 란돌하야토로 가겠어... ㅍ_ㅍ
[Hylls] 플라토닉이면 어떠냐 공이 버리는 건 인정못해
[KISARA] 버리고 간 남자는 밉지 (훗)
[Hylls] 그것도 그냥 포기한 것도 아니고
[Hylls] 거기까지 갈 수 있는 데도 버렸잖아 ㅍ_ㅍ
[Hylls] (...라이벌의 기본원칙을 배반했어 저 남자는!!!!!!!!!!!)
[KISARA] .....허헉, 갑자기 카가 씨가 신이치 버금가는 절라 나쁜 인간이 되어 버렸다!!!!
[KISARA] 애 꼬시고 책임도 안 지고 웃으면서 튀었어!
[KISARA] ....이런 망할....-_-;;;
[Hylls] 하야토로서는 그야말로 입맛만 버린 셈 아니냐!!! <-
[Hylls] 아예 아무도 안 올라왔으면 고고히 왕좌를 지키고 있을 것을!!!!!
[KISARA] .......이거 혹시, 전설의 못 삼킬 감 깨물어나 보자의 심보냐!!!?
[Hylls] 그러니 인정 못해!!!!!!
[KISARA] (...근데 혹시 저 라푼젤[....] 모드에 그대 동의하는가)
[KISARA] .....그 마음 이해한다 (훌쩍훌쩍)
[Hylls] (머리 부여잡고 올라갔다가 냅다 뛰어내린 나쁜 놈 말이지 <-폭언)
[KISARA] 결국 못 구하고 실패한 남자라는 측면에서 보면 솔직히 불타긴 엄청 불타는데... 홀랑 떠나버린 건 역시 용서가 안 돼애애애애애 OTL
[Hylls] (...카가 씨는 내 마음의 좋은 사람 리스트업이었던 것 같은데...)
[Hylls] ...실패하고 장절히 산화하면 몰라
[Hylls] ---탑 꼭대기까지 올라가놓고 튀었잖아!!!!!!!!!!!!
[KISARA] ........아아아... 좋은 사람에서 나쁜 놈으로 폴른하는 거 순식간이구나...


아우성의 결과 1 : 카가 씨, 그냥 튄 게 아니라 '버리고' 튀었음이 입증되어 소녀 한 마리를 마음 속에 키우는 처자들에게 성대히 점수가 깎임.
아우성의 결과 2 : 란돌의 호칭이 '왕자님'으로 굳어짐. (= 빼도 박도 못함;)

 

나와 H양은 본디 SIN은 그냥 생까자 파였다. 상당수의 쯔바사 팬이 월드유스 편 이하를 기냥 나는 모르쇠 알 수가 엄써로 개무시하듯 하야토 삽질은 뭐 그러려니 하여도 여윳스-! 모드가 아닌 카가 씨는 도저히 눈 뜨고 못 보겠다는 기본 신념이 투철하여 그런 물건도 있었남? 난 모르것슈-_-의 포지션을 이날 이때까지 철저하게 유지해왔던 바.

"그럼 장에 꽂힌 저 DVD는 뭡니까?"
"나도 몰라. 젊은 시절의 과오?"

나타네 상의 일격 한 방에 푸슬푸슬 무너져 무조건 항복을 외쳤으니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동인녀일진대, 차라리 이런 감정 모르고 살았으면 더 행복하다고 우리는 실로 심각한 딜레마에 맞닥뜨리게 되었던 것이다.
──SIN을 인정하면 카가 씨가 토꼈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아니 뭐 인간적으로 이해가 안 가지는 않는다구. 현명한 선택 맞다니까. 인간이 범접해서는 안 되는 영역으로 영영 달아나 버린 녀석 붙들기란 사람으로서 당최 할 짓이 못 된다. 정기를 좍좍 빨아먹는 필드에서 같이 죽던가 냅다 도망가던가, 선택지가 저거 두 놈뿐이라면 까놓고 말해 나라도 튀고 싶을 거다; 꺼내준다는 세 번째 대안 따윈 존재하지도 않는걸. 자각도 없거니와 나올 의사도 없는 애를 뭔 수로 꺼내주는데.
하야토는 말 그대로 초장부터 스텝을 잘못 디뎠다. 카가 씨처럼 아예 아버지와 의사소통에서 확 실패버렸음 모르는데 얜 사춘기의 질풍노도로 좀 반항도 하고 개기기도 했지만 기본적으로 아빠가 좋고 아빠한테 인정받고 싶은 평범한 애라서 아빠가 뭣 좀 대단한 걸 한다니까 혹해서 줄줄 따라가버린 게 화근이었고 꿈만 먹어도 살 듯한 부모 세대의 스고 씨와 쿠루마다 감독이 아빠와 떨어져 자란 이 애의 희미한 카자미 히로유키 상(象)에 바람을 좍좍 불어넣은데다 허파에 바람 좀 들어갔어도 실물과 부대끼면서 아웅다웅했으면 문제가 좀 적었을 텐데 제대로 대면하기 전에 아빠란 인간이 홀랑 타계해 버렸으니 오노 지저스. 그리고 결정적으로 애가 너무 어렸다;; 자아가 완전히 확립이 안 된 열 넷에 기냥 머신도 아니고 아스라다를 떠안아 버렸으니 결과가 이리 대참사인 거라. 카가 씨처럼 자아가 좀 지나칠 정도로 확고한 타입이거나 하다못해 열 예닐곱만 됐더라도 아스라다와 투닥투닥 아옹다옹하면서 건전한 파트너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을 텐데, 다시 말하지만 애가 너무 어렸다.

아무튼 아이덴티티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없이 인간에 가까운 머신 - 더구나 아버지의 유품이라는 마가 낀 물건; - 과 일체화된 성장을 하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른 하야토에게 아스라다는 그저 파트너 정도가 아니라 죽은 아버지가 투영된 의사 부친이고 친우고 동지고 무엇보다 자기 자신의 분신이다. (생각해 보면 TV판 후반부에서 오오토모 씨가 사고로 재기불능 판정을 받았을 때 패스너 들고 아스라다에게 덤벼든 것에서부터 일체화의 징조가 슬슬 보이고 있었다. 사실 패고 싶은 건 저 자신인데 그럴 수가 없으니 또 하나의 자신=아스라다를 박살내려 설쳐댄 거다. 아아 될성그른 나무는 떡잎부터 엇자랐다;) 연인보다 더욱 감질나고 단순한 사랑을 아득히 초월한 그 질기디 질긴 인연은 ZERO 때 이미 아스카와 헤어질 각오까지 하고 아스라다에 도로 오른 것으로 입증이 됐다. 그때 아스카는 감 잡았던 거겠지. 그녀가 (그리고 다른 누구든) 설령 무슨 짓을 하더라도 하야토에게 있어 아스라다 이상의 존재는 결코 될 수 없고 떼어낼 수도 없다는 걸 말이다. 당신의 경쟁상대는 왕수다 인공지능 포뮬러 머신! by O모 님. 웃을 수 없다!! ;;; 아스카가 ZERO 이후로 유난히 마더 어스; 삘이 공고해진 것도 그런 이유에서가 아닌가 싶다.
SAGA 초반에 아스라다에게서의 분리를 시도한답시고 뒤늦게 삽질한 반동에다 카자미 히로유키의 이상에 목 매달고 덤벼드는 또 하나의 남자 나구모 쿄시로의 등장이 촉매질을 하는 통에 SIN에 이르러 놈들의 관계는 오히려 한층 더 끈끈하고 끈적끈적해져 버려, 차라리 사련(邪戀)에 빠지는 게 천만 배는 나을 인간과 기계의 동일화, 즉 정신적인 레벨에서의 완전한 융합으로 발전함으로써 카자미 하야토는 진정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말았다. 한 마디로 전쟁 통에 맛이 간(.....) 어딘가의 K모 군보다 한 걸음 앞서 인간 진입 금지! 도장 꽝의 팻말이 걸린 신(神)의 영역에 들어가 버린 것이다. 이럴 바에는 철저하게 기계적으로 인간에게 육체적인 면의 융합만을 강요하는 알자드가 훠얼씬 인도적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내 기분 탓만은 아니리라;;;

그래서 SAGA 이후부터 SIN에 들어 하야토는 레이스를 하고는 있는데 뭔가 레이스를 하고 있지 않은 괴상한 상태가 된다. 그러니까 뭐랄까, 영광을 잡고 싶다거나 달리는 게 좋다거나 저놈에게 지고 싶지 않다거나 비지니스라거나 뭐 기타 등등의 아아주 인간적인 이유로 출전하는 여타 레이서들과는 반대로 이 녀석은 그냥 거기에 코스가 있고 달리는 게 너무나 당연한 존재 이유이자 의의이고 또 주행이야말로 카자미 히로유키가 남긴 이상을 체현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서킷으로 나선다는 얘기다. 우승은 그 상태가 하필 신의 영역이라서 얻는 부차적인 요소일 뿐이고 그야 이겨서 좋기는 하겠지만 막상 본인은 거기에 대단히 큰 의미는 두고 있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거의 아, 또 1등했다 잘됐네 수준이니 포인트에 목숨 거는 딴 레이서들이 보면 몰매 맞을 일이며 운대가리도 없게 이런 괴물과 동시대에 태어난 여타 레이서들이 가여울 뿐이다;;;

다만 세상에 딱 하나 이 상태의 하야토에게서 무려 인간적인 투쟁심을 이끌어내는 엄청난 사람이 있는데 그게 바로 블리드 카가다.
'영혼적 쌍둥이'라는 타이핑하기도 민-_-망한 캐치프레이즈를 앞이마에 떡 달고 있는 그는 현존하는 레이서 중에서는 유일하게 (SIN 초반에서 자기 입으로 인정했듯) 하야토를 가로막을 수 있는 사람이고 하야토의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었다. 2022년 제 17회 대회에서 그는 하야토와 '제대로' 싸우기 위해 나구모의 조력을 받아 라이벌 중에선 가히 최초로 '인간과 머신의 융합'이라는 필드에 겁도 없이 발을 성큼 들였고 그 결과는 모두 아심지롱이다; 그러나 이미 정신이 허공으로 우화등선해 버린 누구 씨와는 달라서 철저하게 인간적인 카가 씨는 한 번은 이겼지만 두 번 이상 이 짓 하라면 내가 정신 소모로 죽어버리겠다=도저히 무리라는 결론을 내리고 17회 대회가 끝나자마자 오우가를 내려서 CF에서 토-_-꼈다. 사이버에 머물러서 하야토와 진검 승부하는 한은 죽으나 사나 그 마의 지대로 들어갈 수밖에 없는데 그 전제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비난할 수 없다. 안다. 나라도 꽁지 빠지게 내뺀다니까. 종족부터 다른 애 앞길이 시커먼 도로 폭진하는 걸 죽어라 쫓아가는 짓을 두 글자로 뭐라 그러더라. 자뻑. -_-

그러나 인간은 정론만으로는 움직이지 않는 법이라. 자고로 불세출의 라이벌이란 치고받으며 지옥 끝까지 나락 끝까지 죽어라고 동행하는 게 정석 중의 정석이요 로망이거늘 카가 씨는 그걸 정면으로 위반 때리고 나른 터 아닌 밤중에 처자 둘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땅을 갈랐나니-_-;;;
사실 구해주는 데 (혹은 동참하는 데) 결국 실패한 남자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건 이거대로 무지하게 모에이긴 한데 결국 핵심은 '들어갈 수도 있었는데' 발 빼고 튀었고 그것도 곱게 안 가고 '평생 못 잊을 각인까지 꾹 찍어주고' 내뺐다는 것이다. (이때 삼키지도 못할 감 찔러나 보자는 심보냐며 펄펄 뛰는 S의 얼굴 표정은 아주 볼 만했을 것으로 사료된다) 더구나 하필이면 바로 옆에 영역에 접근하기는 불가능하지만 - 재능이 아니라 성향의 문제다 - 대충 감은 잡고 끝까지 지켜봐 주기로 결정을 내리신, H양과 S의 기준에서 끝내주게 바람직한 왕자님 속성의 란돌 도련님이 떡하니 존재하시는 통에 바로 그저께까지 둘이 손 잡고 좋은 남자라 꺅꺅대던 카가 씨의 점수는 추락하는 것은 날개없는 수준으로 성대히도 하향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으니 신이치한테 빗댔다고 땀 삐질대며 미안미안해하던 걸 이 빠득 갈며 당장 취소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더란 말이지;;; 아아 젠장 올라가긴 어렵고 좋은 남자에서 나쁜 놈으로 Fallen Angel은 순식간이다;;;;
(그렇다고 애정이 식었느냐면 그건 절대 아님. 나쁜 놈=싫은 놈이 아니라는 미묘한 여심에 주의하자)

특히 왕자님이 딱해 죽겠는게, 그나마 하야토에게 남아 있던 인성은 카가 씨가 CF를 떠나면서 갖고 간 거나 마찬가지고 이제 여기 남아 있는 건 신의 영역에 머리부터 거꾸로 처박은 카자미 하야토지만 카자미 하야토가 아닌 다른 무엇이란 말이지. 레이스와는 상관없는 제 3자의 입장에 선 아스카와는 달리 적어도 레이서라는 입장을 공유하고 14살 때부터 라이벌이라는 썩은 인연을 지긋지긋하게 지속시켜 온 (이 사람은 CF 뛰어든 계기부터가 빌어먹게도; 하야토였기 때문에 더더욱 각별하다) 왕자님은 그게 얼마나 심각한 문제이고 유일하게 가능성 좀 있어 뵈던 마지막 오프 스위치(= 카가 씨)도 사라져 버린 판에 저 녀석은 이미 되돌아오긴 글렀으며 혼자서 저 종착점이 있기나 한지 모를 길 갈 수밖에 도리가 없다는 걸 대략적으로나마 느끼고는 있을 거라. 그런데도 그 꼴을 끝까지 지켜보겠다는 건, 그리고 끝까지 단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건 어떤 의미 지독한 정신적 고문이고 피가 짝짝 마르는 일이다. 근데도 감수하겠단다. 거기까지 왕자님 속성 아니어도 되는데 말이지 T.T
농담 아니라 진짜로 왕자님은 이미 열 넷에 저 인간을 상관한 순간부터 인생 처절히 말아먹은 거라. 당신 뭐하러 아스카의 키스는 걸고 내기 따윌 하셨나; 젊은 혈기에 나대면 필히 몸 버린다고 그레이슨이 안 가르쳐줍디까. 자폭을 해도 유분수지-_-;;;;

이 세 사람의 관계도를 싸잡아 '내려올 생각이 요만큼도 없는 라푼젤과 한 번 들어갔다 포기한 기사님과 밑에서 기다리는 왕자님'(.....)이라 깔깔대고 웃었는데 이것도 더 이상 웃을 수 없게 됐음. 사이버 포뮬러로 이렇게 (말 되고) 꿀꿀한 앵스트를 할 수 있을지 누가 알았겠어. 능력 있는 팬은 무서븐 존재다.


그러니까, 한 편 써라 휠스 양. (위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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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디페이스 7권, 새벽천사 4권, 풀메탈 15권, 스트레이트 재킷 6권, 악파 10권, 더블브리드 8권, 엔젤하울링 3권 9s3권입니다...

...날 죽여라 죽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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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양 관객들은 내가 정형화된 액션 배우라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내가 늘 누굴 때리거나 죽이는 사람으로만 등장한다고 말이다. 하지만 홍콩에서 난 많은 코미디와 드라마 장르를 했다. 특히 로맨틱한 러브스토리도 많이 찍었다. 한때는 스스로 연애소설의 주인공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일은 사람들과 아주 부드럽게, 아주 친밀하게 매일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다. 내 주변 사람들에게 존중을 표시하지 않으면, 난 스스로 굉장히 끔찍한 기분이 되고 만다."

● "난 연기도 노동이라고 생각한다. 배우는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같다. 일이 끝나면 아무 생각 없이 원래의 내 생활로 돌아오고 싶다. 하지만 그만큼 일을 하는 동안에는 완벽하게 하고 싶다. 난 내 일을 사랑한다. 카메라 앞에서 일하는 것이 나를 살아 있게 해준다."

● - 혹시 총을 수집하지 않느냐는 질문에 대한 주윤발의 대답
"총은 오직 사람을 죽이기 위한 물건일 뿐이다. 나는 모든 종류의 총을 무서워한다. 내가 그걸 가질 이유가 어디 있겠는가?"

● - 액션과 드라마 장르를 병행하는 것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대한 주윤발의 대답
"두명의 여자를 한꺼번에 만나야 할 때가 있는 법이고, 두 자루의 총을 양손에 쥐어야 할 때가 있는 법이다."

윤발이 형 멋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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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수 애장판 1~8(완결) 세트
이와아키 히토시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원래 인간은 육체적으로 상당히 하위에 속한다. 빠르지도, 힘세지도, 예민하지도, 하다못해 번식력이 높지도 않다. 그러나 불과 도구를 사용한 이래 인간은 먹이사슬의 정점에 올라 인간 자신 이외의 모든 천적을 제압하는 데 성공했다. 그런 시점에서, 누군가가 "인간이 반으로 줄어들면 얼마나 많은 숲이 살아남을까" 하고 생각했을 때 - [기생수]가 태어났다.
기생수들은 충분한 지적 능력과 도구사용능력, 감각기관 등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기생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종을 잡아먹어라"는 본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왜 존재하는지 어디에서 왔는지도 알 수 없지만, 그것으로 충분하다. 기생수는 '만물의 영장' 인간만을 사냥하는, 오로지 인간의 천적으로 탄생한 존재인 것이다. 그리고 인간의 천적이면서 인간이 없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점은, 지구와 인간과의 관계와도 닮아있다. 그래서 기생수는 인간의 천적이며, 친척이다.
그리고 주인공 신이치는 '먹는 자' 와 '먹히는 자' 가 융합된 제3의 존재이자 중간자이며, '괴물'이다. 과연 신이치는 인간인 것일까? 처음에는 단순히 "어리석은 인간들이여!"를 외치던 작품은 신이치와 인간의 차이가 벌어져 가면서 '인간이 인간이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를 진지하게 묻기 시작한다.
인간의 모습을 갖지 못한 신이치는, 인간인가? 사람을 먹지만 사람의 모습을 한 기생수들은, 인간인가? 기생수이지만 인간의 아이를 낳은 타무라는, 인간인가? 인간의 육체를 거의 갖지 못했지만 인간의 모습을 한 고토는, 인간인가? 인간이 아닌 것을 무조건 죽여버린 돌입팀 대장은, 인간인가? 그리고 사람을 장난감삼아 죽여버리는 살인광은, 인간인가? 인간이면서도 인간이 줄어들어야한다고 외치는 히로카와 시장은, 인간인가?
정답이 있을 리가 없지만, 신이치는 스스로 그 정답의 편린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그 정답을 찾아내는 것은 독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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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SAGA를 봤습니다.


사이버 포뮬러 SAGA는 개그였음.

감상 끝.


.....이게 아니야아아아아아아아앗!!!!!!!

발심하여 모처에서 황급히 질러버린 SAGA DVD 세트가 어제 막 도착하였는지라 (실은 여지껏 미루고 있었음 OTL) 5화 라스트(리프팅 턴 발동)부터 8화까지 한숨에 보고 꽥 죽어버렸음. 아 눈에서 땀이 난다;;;
ZERO와는 다른 의미로 죽어라고 민망하잖아!! 모로사와메!!! (....)

대충 메모한 감상부터 들어간다.


1. 나 사장(....)은 별 거 아닌 말도 더럽게 에로에로하심. 목소리 하나로 어린 것들을 범하는 신공을 피로한다. 과연 이케다 슈이치, 샤아의 명성은 헛된 것이 아니었음.

이케다 슈이치와 아마노 유리의 부악부악 긁어대기 합전은 실로 나이스했지만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에 아아 나는 무너지고 말았구나는 대박 성질났음. 그러면 안 된다 여왕님. 저런 무례한 놈은 싸대기를 힘차게 갈겨줘야 하는 거다! 왜 푸슬푸슬 주저앉는 거냐 버럭!!

2. 난 당신들과 할 얘기 없다며 뱃심좋게 튕길 땐 언제고 아빠 얘기가 나오자마자 낯이 홱 변하는 저 자식은 훌륭한 파더콤. (...)
나는 보고 말았다. "그런 점도 부친을 꼭 닮았군." 이라 한 마디 슬쩍 흘리기가 무섭게 무려 몸이 한 걸음 앞으로 나오는 꼴을!! 뭣 좀 있을 듯한 분위기를 살살 풍겨주니 덥석 미끼 물고 위험한 남자 뒤를 줄줄 따라가는 데는 새삼 할 말을 잃었음. 너한텐 위기의식이란 게 없는 거냐!!! 정말 니가 애냐, 과자(= 아빠 얘기) 준다고 아무 손이나 덥석 잡으면 안 된다고 어른들이 안 가르쳐 주더냐!!

3. SAGA 보다 확신했음.
카가 씨와 왕자님은 자기네들이 무슨 하야토의 보호자쯤 되는 줄로 알고 있다. (.....)

4. 하야토가 호텔 어딘가에 있다는 귀중한 정보의 출처를 일단 덮어두는 것도 그렇고 나름대로 꽤 챙기고 있는 것도 그렇고, 카가 씨가 필에게 동정은 할지언정 악감은 없다는 건 확실해 뵈건만 하야토에게 뭔 일이 났다는 걸 알자마자 이성이 한 방에 날아가셨음(...). 팰 데도 별로 없는 가엾은 애를 덮어놓고 다짜고짜 족쳐대는데 민망해서 두고 볼 수가 없더라. 아 적당히 좀 해요 이 사람아;
(이래놓고 SIN에서는 토꼈단 말이지... 크르렁)

5. 란돌 가의 사설부대.
사람 살리셈. 너무 처절한 개그라 차마 웃을 수가 없었다.
악취미의 영역인 새하얀 수트를 두르고 선글라스 맞춰 낀 떡발 좋은 남자들이 떼거지로 지하철에서 와글와글 몰려나오는 광경은 데자뷔를 일으킴. 내가 이런 장면을 또 어디서 봤더라....

아!! 매트릭스!!! (....)

6. "네놈, 그걸 어떻게..." 의심 한가득의 눈으로 따지고 드는 왕자님. 두 사람 간의 미묘한 알력-_-이 느껴져 몹시 즐거웠음.

7. "에에이 오너를 불러라! 이 호텔, 내가 사겠다!"
....다시 말하지만 연적은 개뿔.

(왕자님이 감사의 인사를 하는 아스카의 뺨에 키스하는 장면도 생각 이상으로 전혀 야라시이[...]하지 않아서 솔직히 당혹했다. 명색이 연적 이벤트가 이래도 되는 것인가; 남들은 우효오~! 라며 길길이 뛰는데 최초의 "어..." 가 반응의 전부고 심지어 기분 좋게 웃는 하야토에겐 두 손 두 발 다 들었음. 보통은 거기서 "너란 녀석은..." 하며 삐진 표정이라도 짓는다. 그래 니 마음은 결국 아스라다 거라 이거냐 네게 아스카는 정말 의사 모친이란 말이냐 아니면 왕자님의 본디 벡터를 숙지-_-하고 있는 데서 오는 여유인 거냐아아아;;;;)

8.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왕자님은 몇 번을 봐도 우아하셨음. 역시 백마탄 왕자님! 오예!! (....)
애 목에 칼 좀 들이댄 죄로 필에게 태클 걸리고 왕자님의 우아한 찍어차기를 정통으로 먹고 카가 씨에게 무릎찍기까지 당한 졸개 B에게 묵념.

9. ....아 근데 정말 그 고생에 그 대난리를 치고도 "다 큰 녀석이 납치나 당하고 말야" 핀잔만 한 마디 주고 싹 용서하는 거냐 왕자님? 한 이틀쯤 방안에 처박아놓고 ***라던가 ####라던가 &&&라던가 @@@도 하면서 아무나 졸졸 쫓아가면 못 쓴다는 걸 - 말 그대로; - 처절히 몸으로 기억하게 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얌마!! ;;;)
(왕자님 속성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 너;;;)

10. 다시 보고 두 번 봐도 인구에 길이길이 회자될 이 납치극은 진심으로 난감하다. 애니사가 길다 하여도 이런 상황에 연인이나 친구나 가족을 인질로 붙들리고 우하하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인질의 목숨은 보장 못한다아~ 대신 지가 직접 납치당해 본 주인공은 니가 유일할 거라;; (게다가 약까지 먹였....;;;;)

11. 난감한 걸로 말하자면 제 11차전 일본 그랑프리의 2위 그룹의 치정극(...)도 아햏햏하기는 마찬가지였셈. (나 사장 대체 뭔 생각이여;) 2위 그룹에서 아스라다를 둘러싼 알자드 두 대와 이슈자크의 수라장-_-;;;이 죽어라 벌어지는 사이 자력과 근성으로 필을 추월하고도 결국 어부지리격으로 1위를 마크한 셈이 되어 버린 신죠가 진심으로 가여웠다. 안 그래도 2017년 챔피언 획득부터 '호랑이 없는 굴의 슬픈 여우왕'이라 댑다 뜯기는구먼;;;

아무튼 카가 씨와 왕자님은 정말로 자기네들이(후략)


본능 수준에서의 폭주는 이쯤에서 스톱하고. (S한테도 아직 신경 써야 할 사회적 체면이 쬐금은 남아 있다;;;)
여기서부터는 SAGA를 통해서 이제까지의 이론을 확립하고 나 자신을 납득시키기 위한 주절거림이므로, 똑같은 말 다른 식으로 되풀이하는 게 싫으신 분은 그냥 무시하셔도 될 것으로 여겨진다. 사실 이제까지도 충분히 주절주절주절주절주절주절주절주절(* 무한대) 떠들어댄 것 같아 정직히 식은땀이 삐질삐질 흐르지만, 실제로 차분히 봤더니 삼백만 배는 실감이 팍팍 오므로 내 떠들지 않고는 도저히 못 배기겠셈; (이게 만연체병의 최대 단점이다.. orz)


몇 년 전의 SAGA 상영회에서 좌중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던 아스라다의 전설적인 명대사 "핫핫핫,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는 여전히 뱃가죽이 땡겼지만 불행히도 예전만큼 순수하게 즐겁진 않았다. 나오토 상이 밉다... OTL

컴퓨터 주제에 절차를 틀려먹질 않나 삐지질 않나 죽여주는 농담을 쌔리질 않나, 재밌긴 한데 좀만 생각해 보면 이건 완벽한 정확성을 생명으로 하는 머신에게선 애초에 상상도 할 수 없고 본디라면 있어서도 안 될 일인 것이다. 아스라다의 사고구조와 패턴은 이미 소름이 끼칠 정도로 한없이 인간에 가까워져 있다. 그만큼 드라이버에게 엄청난 영향을 받고 영향을 끼치면서 여기까지 성장해 왔다는 얘기다. 하야토가 이 정도로 아스라다를 변화시켰다면 GIVE&TAKE의 원칙에 따라 뒤집어볼 때 아스라다도 하야토를 상당 부분 변모시켰다고 보는 게 마땅하리라. 이쯤까지면 되어도 상당히 위험한데, 오랜만에 아스라다에게로 회귀한 하야토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을 충실히 따라 아스라다와 - 그야 여태까지도 충분히 따땃했지만; - 한층 더 뜨거워서 땀나는;; 사이로 발전해 버렸다. 잠시 냉각기를 가졌다가 다시 만나면 더욱 열렬히 불타오른다더니 SAGA 전반부를 관통하는 녀석의 뒤늦은 반항기(;)는 오로지 이를 위한 것이었다는 심증마저 들 지경이다. 이제까지는 상대에게 자신을 투영하는, 또 하나의 자신으로서의 인식 단계쯤에 머물고 있었다면 리프팅 턴 이후로 아스라다와 하야토는 본격적으로 동일화, 다시 말해 '융합'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야토가 완전히 우화등선-_-;한 것은 SIN에 들어서지만 실은 SAGA 6편에서부터 그 조짐이 슬슬 보이고 있다. 본편에서는 두르륵 파노라마로 처리해버렸지만 제 6전부터의 하야토의 레이스에서 자로 잰 듯한 칼날같은 정확성이 느껴지는 건 순전히 내 선입견 탓일까.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내 언제 이놈 때문에 고생했더라 식으로 캡 뻔뻔히도 제로의 영역을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걸 보여주는 게 바로 여기서부터기 때문이다. 제로의 영역에서의 예측을 통해 레온을 교묘하게 잘도 이용해먹어 필까지 두름으로 리타이어시켜 버리는 노련함에는 진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장면 때문에 SAGA에 들어선 제로의 영역의 의미가 아예 없어지지 않았느냐는 불평이 당시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제로를 인간 내부에 잠재한 머신의 무자비한 정확성이 극한까지 팽창된 상태라고 보면 의미가 분명해지는 동시에 컨트롤하는 게 아아주 당연해진다. 지금의 하야토는 반 좀 못 미치게 이퀄 아스라다거든. 자신의 내부에 포용한 아스라다를 통해서 제로를 굴리고 있는 것이다.

7편에서 귀여운 후배에게 뭔 일 생겼을까 이성이 반쯤 날아간(...) 카가 씨가 애먼 필을 죽어라고 족치면서 난 모든 걸 다 버리고도 이기지 못한다며 서글프게 뇌까리는 필에게 "아직도 모르겠냐, 네놈이 하야토에게 못 이기는 건 드라이버로서의 자신까지 버렸기 때문이다!" 라며 버럭버럭대는데, 노노노, 그게 아니다. 그건 정말로 아니다. 필이 몸 망치면서까지 알자드에 올라도 이기지 못하는 건 순전히 아스라다라는 3배 강화 파츠까지 장착한 카자미 하야토라는 희대의 괴물에 시동이 걸려 버렸기 때문이다. 녀석에게 - 본인이 명확히 깨닫고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본능과 감의 차원에서 - 자신의 존재 의의나 마찬가지인 아버지의 신념, 적어도 그가 아버지의 신념이라 확신하고 있는 '머신은 드라이버의 동반자이자 친구'라는 의식에 정면으로 싸움을 거는 알자드에게 호된 맛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목표가 생겨 버렸기 때문이다.
솔직히 제 6전에서부터는 단순한 레이스의 차원을 뛰어넘어 필-알자드의 육체적인 융합 VS 하야토-아스라다의 정신적인 융합의 싸움, 한 발 더 나아가 나구모와 하야토(더 정확히는 하야토가 재현하고 있는 카자미 히로유키다)의 '인간과 머신의 진정한 융합'에 대한 견해 차이의 싸움으로 이행되었다 봐도 무리는 아닐 텐데, 이 싸움에서 아스라다는 보다시피 압도적인 우위를 과시했다. 카가-오우가쯤은 되지 않고는 저기에 대항하기란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는 말씀 되시겠지만 여기서는 일단 넘어가자.

나구모는 하야토에게 "형의 이론의 어디가 잘못되었다는 거지?" 라고 질문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은 "알자드와 아스라다가 다를 게 뭐가 있나?" 가 아니었나 싶다. 그냥 보기에는 드라이버를 부품 취급하다 걸레짝으로 만드는 알자드만이 비윤리적이고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결과적으로 드라이버의 인성을 말살하는 것도 비인도적이긴 마찬가지가 아닌가? 필은 알자드에서 내리면 있는 그대로의, 평범한 필 프리츠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카자미 하야토는 아스라다에서 내려도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정신면을 완전 장악한다는 점에서 설령 눈에 보이는 피해는 없어도 아스라다도 알자드만큼 유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어차피 레이서를 드라이빙 머신 만들기는 접근 방향만 다르지 지나 내나 마찬가지인데 왜 나만 구박하는 거냐 울컥, 이 나구모의 솔직한 심리라 본다.
실내 풀에서 (나는 멀쩡한 파티장을 냅두고 오랜다고 그 어둑어둑한 데까지 나구모를 졸졸 따라간 녀석의 심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납치당하고 싶어서 환장했나;) 나구모와 '인간과 머신의 진정한 융합'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다 말고 그런 게 아니라며 화를 푸르륵 내던 하야토지만, 사실 지금의 내게는 오히려 '육체적인 융합에 그치는' 알자드가 더 인도적으로 보인다; 카자미 히로유키는 본의였건 본의가 아니었건 이상의 한 형태를, 그것도 상당히 위험한 형태로 실현하기 위해 외아들을 제물로 바친 셈이 되어 버렸다. 미안타, 하지만 내 보기엔 니네 아버지가 더 매드이심. -_-;;;;

얘기를 약간 바꿔서, 하야토는 6편 이후부터 정말 딱할 정도로 필을 다그쳐대는데, 이건 날 때부터 재능을 타고난 인간의 오만이라기보다는 뭐랄까, 그냥 아예 필의 심리가 캐치 안 되는 걸로 보인다.
역시 평범한 인간인 S로서는 사실 필의 심정은 잡힐 듯이 이해가 된다. 좋아하는데, 너무나 하고 싶은데 능력이 의욕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끔찍한 고문이다. 왜 살리에리가 발광을 했을까? 영광을 얻고 싶고, 제일인자가 되고 싶고, 빛나는 자리에 올라가고 싶은 심리는 인간으로서 아아주 당연하다. 그럴 때 나구모가 작업을 걸어왔다 치자. 그 유혹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될까? 아마 본디 선량한 필의 심성을 볼 때, 그러다 어차피 망가져도 나 하나만 작살나고 끝이라는 것도 꽤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하야토와 동등한 능력을 가졌고 우승이니 뭐니에는 별반 관심이 없는 카가 씨조차도 인간적인 차원에서 필의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정작 하야토는 이게 왜 안 되냐 하면, 얘는 처음부터 주행 그 자체로 자아를 확립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온 데다 아스라다와 슬슬 동일화되면서 '서킷만 달릴 수 있으면 장땡'이라는 애초의 관념이 아예 완벽하게 굳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머신의 존재 의의는 달리는 데 있으니까. 주행만 잘하면 결과적으로 체커를 받는지 챔피언이 되는지 영광을 얻었는지 안 얻었는지, 그 다음은 내가 알 게 뭐냐 맞지. 하긴 달리기만 하면 우승하는 괴물과 세트로 취급하지 말아달라 하고 싶지만, 그것도 넘어가자;

그래서 마비도 채 풀리지 않은 몸으로 (오사무 씨가 진땀을 흘리건 카가 씨가 이를 갈며 펄펄 날뛰건 간에) 녀석은 기어코 아스라다에 오른다. "이기고 지는 게 문제가 아니야. 난 가야 해." (대충 맞을 것이다;) 울고 불고 난리치는 메구미에게 마치 주행이 자신의 '의무'라도 되는 것처럼 단언하는 그 대사는 솔직히 소름끼쳤다. 아스카는 보살의 미소-_-로 그래서 난 하야토를 말리지 않는다며 거들고 나서지만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ZERO에서 말렸다가 한 번 호되게 데인 적이 있거든. 지금 눈앞에 앉아 있는 약혼자는 2년 전에 그녀의 손을 냅다 뿌리치고 아스라다에게로 달려간 전적이 있는 놈이다. (아스라다를 볼 일에 마음이 붕붕 떠서 아스카에게 한 마디 하는 것도 잊어버린 인간이다 저게;) 아스카가 잡고 말고의 여부에 상관없이 하야토는 최종적으로는 아스라다를 선택-_-할 것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 하야토를 잃지 않기 위해서 아스카는 저 녀석이 하겠다고 땡깡 부리는 대로 하도록 내버려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편으로서는 실로 최악의 부류라고 할 수 있겠다;;;
이쯤 되고 보니 엔딩곡 Wild at Heart의 싱글 CD 표지도 영 범상치가 않다; 알 사람은 다 알 아스카가 하야토를 등뒤에서 껴안고 있는 일러스트인데, 아스카의 우수에 찬 표정하며 하필이면 얼굴에서 트리밍되어 있는 하야토하며, 처음 봤을 때는 그저 호오~나이 좀 먹었다고 제법 에로한걸~? (....) 이라 생각했었지만 지금 다시 따져 보면 이야말로 두 사람 관계의 본질을 암시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녀가 개입할 수 없는 세계로 앞뒤 안 가리고 훌쩍 뛰어들려 하는 그를 그래도 필사적으로 뒤에서 붙들고 있는 그런 관계. ....아 진짜로 꿈보다 해몽이 좋구먼;;;

아무튼 이렇게 보면 나구모가 애니사상 유래가 없는 주인공 직접 납치 + 머신 박살이라는 말도 안 되는 폭거에 나선 이유가 어느 정도 분명해진다. 나구모의 심리에서 형의 원수를 갚는 것은 이퀄 알자드가 아스라다보다 뛰어나다, 다시 말해 형과 자신의 이론이 카자미 히로유키를 능가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며, 어느 정도 브라콤-_-;의 기질이 투철했던 듯 그는 의외로 이 문제에 상당히─병적이라 할 만큼 집착하고 있다. 잘 보면 그는 내심 아스라다의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제 6전에서 아스라다가 살판났다고 죽죽 밀고 올라오자 이제까지의 에로여윳스!!! 모드(그게 뭐냐;)를 순식간에 잃어버리고 필을 마구 다그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적수가 제정신차리고 무서운 기세로 몰아치기 시작하니 평정심이고 뭐고 홀딱 날아간 것이다.
그러나 필과 알자드로 히라키나오리; 스킬을 체득한 하야토와 아스라다를 뛰어넘기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미 지난 다섯 그랑프리로 차고 넘치게 입증되었다. 나구모는 코너에 몰렸고, 초조해졌다. 카가-오우가라는 새로운 무기가 없는 이 시점에서, 형의 원수를 갚을 수 있는 차선책으로 남은 유일한 수단은 '아스라다를 레이스에서 배제시키는 것'이다. 다만 아스라다를 배제하기 위해선 단순히 이 머신이 레이스에 출전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솔직히 누구를 인질로 잡아도 존재 의의 = 주행의 관념이 본능 수준으로 콱 박혀 있는 하야토를 막을 수 있었을지 나도 자신이 없다-_-;;;;; 아무튼 다시 말해 아스라다가 지금의 아스라다로서 존재할 수 있는 최대의 키 포인트인 드라이버 카자미 하야토부터 제거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대담하게도 본인을 직접 납치했다. 납치에 그친 건 시체 처리가 골치 아팠기 때문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본성이 여린 필과 자칭 보호자님들(....)의 화려한 방해로 납치극이 실패하자 플랜 B, 아예 아스라다와 카자미 하야토를 서킷 위에서 철저하게 파괴하는 최후의 방법으로 내달렸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생각도 못할 초초초 무식한 방법 맞다. 근데 구석에 몰린 사람이 스마트한 수단만 선택하는 거 봤냐? 수단방법 안 가리지. 오히려 똑똑한 사람이 실현가능성이 있을 것 같지도 않은 방향으로 홱 굴러버리는 거 흔히 있는 일이다. (궁지에 몰린 쥐는 무려 고양이도 물어뜯는다. 제정신일 때는 그런 짓 절대 못한다) 각본이 좀 뻘한 구석이 있어서 그렇지 잘 따지고 보면 꽤 말이 되는 건 SAGA나 시데나 마찬가지임. 아 좀만 더 맘 잡고 수련하면 정말 모로사와는 거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이버 포뮬러는 의외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씹으면 씹을수록 맛나고 즐거운 작품이었다.
아 하지만 정말 SAGA 발랄하고 즐거웠음. 이 다음이 SIN이라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무거워짐. (정말 SAGA까지만 인정하고프다...;)
절대로 혼자서 볼 자신 따위 없으므로, H양, 같이 죽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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