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SAGA를 봤습니다.


사이버 포뮬러 SAGA는 개그였음.

감상 끝.


.....이게 아니야아아아아아아아앗!!!!!!!

발심하여 모처에서 황급히 질러버린 SAGA DVD 세트가 어제 막 도착하였는지라 (실은 여지껏 미루고 있었음 OTL) 5화 라스트(리프팅 턴 발동)부터 8화까지 한숨에 보고 꽥 죽어버렸음. 아 눈에서 땀이 난다;;;
ZERO와는 다른 의미로 죽어라고 민망하잖아!! 모로사와메!!! (....)

대충 메모한 감상부터 들어간다.


1. 나 사장(....)은 별 거 아닌 말도 더럽게 에로에로하심. 목소리 하나로 어린 것들을 범하는 신공을 피로한다. 과연 이케다 슈이치, 샤아의 명성은 헛된 것이 아니었음.

이케다 슈이치와 아마노 유리의 부악부악 긁어대기 합전은 실로 나이스했지만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에 아아 나는 무너지고 말았구나는 대박 성질났음. 그러면 안 된다 여왕님. 저런 무례한 놈은 싸대기를 힘차게 갈겨줘야 하는 거다! 왜 푸슬푸슬 주저앉는 거냐 버럭!!

2. 난 당신들과 할 얘기 없다며 뱃심좋게 튕길 땐 언제고 아빠 얘기가 나오자마자 낯이 홱 변하는 저 자식은 훌륭한 파더콤. (...)
나는 보고 말았다. "그런 점도 부친을 꼭 닮았군." 이라 한 마디 슬쩍 흘리기가 무섭게 무려 몸이 한 걸음 앞으로 나오는 꼴을!! 뭣 좀 있을 듯한 분위기를 살살 풍겨주니 덥석 미끼 물고 위험한 남자 뒤를 줄줄 따라가는 데는 새삼 할 말을 잃었음. 너한텐 위기의식이란 게 없는 거냐!!! 정말 니가 애냐, 과자(= 아빠 얘기) 준다고 아무 손이나 덥석 잡으면 안 된다고 어른들이 안 가르쳐 주더냐!!

3. SAGA 보다 확신했음.
카가 씨와 왕자님은 자기네들이 무슨 하야토의 보호자쯤 되는 줄로 알고 있다. (.....)

4. 하야토가 호텔 어딘가에 있다는 귀중한 정보의 출처를 일단 덮어두는 것도 그렇고 나름대로 꽤 챙기고 있는 것도 그렇고, 카가 씨가 필에게 동정은 할지언정 악감은 없다는 건 확실해 뵈건만 하야토에게 뭔 일이 났다는 걸 알자마자 이성이 한 방에 날아가셨음(...). 팰 데도 별로 없는 가엾은 애를 덮어놓고 다짜고짜 족쳐대는데 민망해서 두고 볼 수가 없더라. 아 적당히 좀 해요 이 사람아;
(이래놓고 SIN에서는 토꼈단 말이지... 크르렁)

5. 란돌 가의 사설부대.
사람 살리셈. 너무 처절한 개그라 차마 웃을 수가 없었다.
악취미의 영역인 새하얀 수트를 두르고 선글라스 맞춰 낀 떡발 좋은 남자들이 떼거지로 지하철에서 와글와글 몰려나오는 광경은 데자뷔를 일으킴. 내가 이런 장면을 또 어디서 봤더라....

아!! 매트릭스!!! (....)

6. "네놈, 그걸 어떻게..." 의심 한가득의 눈으로 따지고 드는 왕자님. 두 사람 간의 미묘한 알력-_-이 느껴져 몹시 즐거웠음.

7. "에에이 오너를 불러라! 이 호텔, 내가 사겠다!"
....다시 말하지만 연적은 개뿔.

(왕자님이 감사의 인사를 하는 아스카의 뺨에 키스하는 장면도 생각 이상으로 전혀 야라시이[...]하지 않아서 솔직히 당혹했다. 명색이 연적 이벤트가 이래도 되는 것인가; 남들은 우효오~! 라며 길길이 뛰는데 최초의 "어..." 가 반응의 전부고 심지어 기분 좋게 웃는 하야토에겐 두 손 두 발 다 들었음. 보통은 거기서 "너란 녀석은..." 하며 삐진 표정이라도 짓는다. 그래 니 마음은 결국 아스라다 거라 이거냐 네게 아스카는 정말 의사 모친이란 말이냐 아니면 왕자님의 본디 벡터를 숙지-_-하고 있는 데서 오는 여유인 거냐아아아;;;;)

8.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쏘는 왕자님은 몇 번을 봐도 우아하셨음. 역시 백마탄 왕자님! 오예!! (....)
애 목에 칼 좀 들이댄 죄로 필에게 태클 걸리고 왕자님의 우아한 찍어차기를 정통으로 먹고 카가 씨에게 무릎찍기까지 당한 졸개 B에게 묵념.

9. ....아 근데 정말 그 고생에 그 대난리를 치고도 "다 큰 녀석이 납치나 당하고 말야" 핀잔만 한 마디 주고 싹 용서하는 거냐 왕자님? 한 이틀쯤 방안에 처박아놓고 ***라던가 ####라던가 &&&라던가 @@@도 하면서 아무나 졸졸 쫓아가면 못 쓴다는 걸 - 말 그대로; - 처절히 몸으로 기억하게 해 줘야 하는 거 아니야!? (얌마!! ;;;)
(왕자님 속성에게 너무 많은 것을 바란다 너;;;)

10. 다시 보고 두 번 봐도 인구에 길이길이 회자될 이 납치극은 진심으로 난감하다. 애니사가 길다 하여도 이런 상황에 연인이나 친구나 가족을 인질로 붙들리고 우하하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인질의 목숨은 보장 못한다아~ 대신 지가 직접 납치당해 본 주인공은 니가 유일할 거라;; (게다가 약까지 먹였....;;;;)

11. 난감한 걸로 말하자면 제 11차전 일본 그랑프리의 2위 그룹의 치정극(...)도 아햏햏하기는 마찬가지였셈. (나 사장 대체 뭔 생각이여;) 2위 그룹에서 아스라다를 둘러싼 알자드 두 대와 이슈자크의 수라장-_-;;;이 죽어라 벌어지는 사이 자력과 근성으로 필을 추월하고도 결국 어부지리격으로 1위를 마크한 셈이 되어 버린 신죠가 진심으로 가여웠다. 안 그래도 2017년 챔피언 획득부터 '호랑이 없는 굴의 슬픈 여우왕'이라 댑다 뜯기는구먼;;;

아무튼 카가 씨와 왕자님은 정말로 자기네들이(후략)


본능 수준에서의 폭주는 이쯤에서 스톱하고. (S한테도 아직 신경 써야 할 사회적 체면이 쬐금은 남아 있다;;;)
여기서부터는 SAGA를 통해서 이제까지의 이론을 확립하고 나 자신을 납득시키기 위한 주절거림이므로, 똑같은 말 다른 식으로 되풀이하는 게 싫으신 분은 그냥 무시하셔도 될 것으로 여겨진다. 사실 이제까지도 충분히 주절주절주절주절주절주절주절주절(* 무한대) 떠들어댄 것 같아 정직히 식은땀이 삐질삐질 흐르지만, 실제로 차분히 봤더니 삼백만 배는 실감이 팍팍 오므로 내 떠들지 않고는 도저히 못 배기겠셈; (이게 만연체병의 최대 단점이다.. orz)


몇 년 전의 SAGA 상영회에서 좌중이 일제히 폭소를 터뜨렸던 아스라다의 전설적인 명대사 "핫핫핫, 원숭이도 나무에서 떨어진다." 는 여전히 뱃가죽이 땡겼지만 불행히도 예전만큼 순수하게 즐겁진 않았다. 나오토 상이 밉다... OTL

컴퓨터 주제에 절차를 틀려먹질 않나 삐지질 않나 죽여주는 농담을 쌔리질 않나, 재밌긴 한데 좀만 생각해 보면 이건 완벽한 정확성을 생명으로 하는 머신에게선 애초에 상상도 할 수 없고 본디라면 있어서도 안 될 일인 것이다. 아스라다의 사고구조와 패턴은 이미 소름이 끼칠 정도로 한없이 인간에 가까워져 있다. 그만큼 드라이버에게 엄청난 영향을 받고 영향을 끼치면서 여기까지 성장해 왔다는 얘기다. 하야토가 이 정도로 아스라다를 변화시켰다면 GIVE&TAKE의 원칙에 따라 뒤집어볼 때 아스라다도 하야토를 상당 부분 변모시켰다고 보는 게 마땅하리라. 이쯤까지면 되어도 상당히 위험한데, 오랜만에 아스라다에게로 회귀한 하야토는 작용과 반작용의 법칙을 충실히 따라 아스라다와 - 그야 여태까지도 충분히 따땃했지만; - 한층 더 뜨거워서 땀나는;; 사이로 발전해 버렸다. 잠시 냉각기를 가졌다가 다시 만나면 더욱 열렬히 불타오른다더니 SAGA 전반부를 관통하는 녀석의 뒤늦은 반항기(;)는 오로지 이를 위한 것이었다는 심증마저 들 지경이다. 이제까지는 상대에게 자신을 투영하는, 또 하나의 자신으로서의 인식 단계쯤에 머물고 있었다면 리프팅 턴 이후로 아스라다와 하야토는 본격적으로 동일화, 다시 말해 '융합'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야토가 완전히 우화등선-_-;한 것은 SIN에 들어서지만 실은 SAGA 6편에서부터 그 조짐이 슬슬 보이고 있다. 본편에서는 두르륵 파노라마로 처리해버렸지만 제 6전부터의 하야토의 레이스에서 자로 잰 듯한 칼날같은 정확성이 느껴지는 건 순전히 내 선입견 탓일까.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내 언제 이놈 때문에 고생했더라 식으로 캡 뻔뻔히도 제로의 영역을 완벽하게 컨트롤하는 걸 보여주는 게 바로 여기서부터기 때문이다. 제로의 영역에서의 예측을 통해 레온을 교묘하게 잘도 이용해먹어 필까지 두름으로 리타이어시켜 버리는 노련함에는 진짜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장면 때문에 SAGA에 들어선 제로의 영역의 의미가 아예 없어지지 않았느냐는 불평이 당시 만만치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하지만 제로를 인간 내부에 잠재한 머신의 무자비한 정확성이 극한까지 팽창된 상태라고 보면 의미가 분명해지는 동시에 컨트롤하는 게 아아주 당연해진다. 지금의 하야토는 반 좀 못 미치게 이퀄 아스라다거든. 자신의 내부에 포용한 아스라다를 통해서 제로를 굴리고 있는 것이다.

7편에서 귀여운 후배에게 뭔 일 생겼을까 이성이 반쯤 날아간(...) 카가 씨가 애먼 필을 죽어라고 족치면서 난 모든 걸 다 버리고도 이기지 못한다며 서글프게 뇌까리는 필에게 "아직도 모르겠냐, 네놈이 하야토에게 못 이기는 건 드라이버로서의 자신까지 버렸기 때문이다!" 라며 버럭버럭대는데, 노노노, 그게 아니다. 그건 정말로 아니다. 필이 몸 망치면서까지 알자드에 올라도 이기지 못하는 건 순전히 아스라다라는 3배 강화 파츠까지 장착한 카자미 하야토라는 희대의 괴물에 시동이 걸려 버렸기 때문이다. 녀석에게 - 본인이 명확히 깨닫고 있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아마도 본능과 감의 차원에서 - 자신의 존재 의의나 마찬가지인 아버지의 신념, 적어도 그가 아버지의 신념이라 확신하고 있는 '머신은 드라이버의 동반자이자 친구'라는 의식에 정면으로 싸움을 거는 알자드에게 호된 맛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목표가 생겨 버렸기 때문이다.
솔직히 제 6전에서부터는 단순한 레이스의 차원을 뛰어넘어 필-알자드의 육체적인 융합 VS 하야토-아스라다의 정신적인 융합의 싸움, 한 발 더 나아가 나구모와 하야토(더 정확히는 하야토가 재현하고 있는 카자미 히로유키다)의 '인간과 머신의 진정한 융합'에 대한 견해 차이의 싸움으로 이행되었다 봐도 무리는 아닐 텐데, 이 싸움에서 아스라다는 보다시피 압도적인 우위를 과시했다. 카가-오우가쯤은 되지 않고는 저기에 대항하기란 어림 반푼어치도 없다는 말씀 되시겠지만 여기서는 일단 넘어가자.

나구모는 하야토에게 "형의 이론의 어디가 잘못되었다는 거지?" 라고 질문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로 하고 싶었던 말은 "알자드와 아스라다가 다를 게 뭐가 있나?" 가 아니었나 싶다. 그냥 보기에는 드라이버를 부품 취급하다 걸레짝으로 만드는 알자드만이 비윤리적이고 용납되어서는 안 될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결과적으로 드라이버의 인성을 말살하는 것도 비인도적이긴 마찬가지가 아닌가? 필은 알자드에서 내리면 있는 그대로의, 평범한 필 프리츠로 돌아올 수 있다. 그러나 카자미 하야토는 아스라다에서 내려도 그럴 수가 없는 것이다. 정신면을 완전 장악한다는 점에서 설령 눈에 보이는 피해는 없어도 아스라다도 알자드만큼 유해하기는 마찬가지다. 어차피 레이서를 드라이빙 머신 만들기는 접근 방향만 다르지 지나 내나 마찬가지인데 왜 나만 구박하는 거냐 울컥, 이 나구모의 솔직한 심리라 본다.
실내 풀에서 (나는 멀쩡한 파티장을 냅두고 오랜다고 그 어둑어둑한 데까지 나구모를 졸졸 따라간 녀석의 심리를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납치당하고 싶어서 환장했나;) 나구모와 '인간과 머신의 진정한 융합'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다 말고 그런 게 아니라며 화를 푸르륵 내던 하야토지만, 사실 지금의 내게는 오히려 '육체적인 융합에 그치는' 알자드가 더 인도적으로 보인다; 카자미 히로유키는 본의였건 본의가 아니었건 이상의 한 형태를, 그것도 상당히 위험한 형태로 실현하기 위해 외아들을 제물로 바친 셈이 되어 버렸다. 미안타, 하지만 내 보기엔 니네 아버지가 더 매드이심. -_-;;;;

얘기를 약간 바꿔서, 하야토는 6편 이후부터 정말 딱할 정도로 필을 다그쳐대는데, 이건 날 때부터 재능을 타고난 인간의 오만이라기보다는 뭐랄까, 그냥 아예 필의 심리가 캐치 안 되는 걸로 보인다.
역시 평범한 인간인 S로서는 사실 필의 심정은 잡힐 듯이 이해가 된다. 좋아하는데, 너무나 하고 싶은데 능력이 의욕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은 끔찍한 고문이다. 왜 살리에리가 발광을 했을까? 영광을 얻고 싶고, 제일인자가 되고 싶고, 빛나는 자리에 올라가고 싶은 심리는 인간으로서 아아주 당연하다. 그럴 때 나구모가 작업을 걸어왔다 치자. 그 유혹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이 대체 몇이나 될까? 아마 본디 선량한 필의 심성을 볼 때, 그러다 어차피 망가져도 나 하나만 작살나고 끝이라는 것도 꽤 작용하지 않았을까 싶다.
아무튼 하야토와 동등한 능력을 가졌고 우승이니 뭐니에는 별반 관심이 없는 카가 씨조차도 인간적인 차원에서 필의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했던 것 같다. 그런데 정작 하야토는 이게 왜 안 되냐 하면, 얘는 처음부터 주행 그 자체로 자아를 확립하는 방식으로 성장해 온 데다 아스라다와 슬슬 동일화되면서 '서킷만 달릴 수 있으면 장땡'이라는 애초의 관념이 아예 완벽하게 굳어져 버렸기 때문이다. 머신의 존재 의의는 달리는 데 있으니까. 주행만 잘하면 결과적으로 체커를 받는지 챔피언이 되는지 영광을 얻었는지 안 얻었는지, 그 다음은 내가 알 게 뭐냐 맞지. 하긴 달리기만 하면 우승하는 괴물과 세트로 취급하지 말아달라 하고 싶지만, 그것도 넘어가자;

그래서 마비도 채 풀리지 않은 몸으로 (오사무 씨가 진땀을 흘리건 카가 씨가 이를 갈며 펄펄 날뛰건 간에) 녀석은 기어코 아스라다에 오른다. "이기고 지는 게 문제가 아니야. 난 가야 해." (대충 맞을 것이다;) 울고 불고 난리치는 메구미에게 마치 주행이 자신의 '의무'라도 되는 것처럼 단언하는 그 대사는 솔직히 소름끼쳤다. 아스카는 보살의 미소-_-로 그래서 난 하야토를 말리지 않는다며 거들고 나서지만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ZERO에서 말렸다가 한 번 호되게 데인 적이 있거든. 지금 눈앞에 앉아 있는 약혼자는 2년 전에 그녀의 손을 냅다 뿌리치고 아스라다에게로 달려간 전적이 있는 놈이다. (아스라다를 볼 일에 마음이 붕붕 떠서 아스카에게 한 마디 하는 것도 잊어버린 인간이다 저게;) 아스카가 잡고 말고의 여부에 상관없이 하야토는 최종적으로는 아스라다를 선택-_-할 것이기 때문에, 어떤 의미 하야토를 잃지 않기 위해서 아스카는 저 녀석이 하겠다고 땡깡 부리는 대로 하도록 내버려둘 수밖에 없는 것이다. 남편으로서는 실로 최악의 부류라고 할 수 있겠다;;;
이쯤 되고 보니 엔딩곡 Wild at Heart의 싱글 CD 표지도 영 범상치가 않다; 알 사람은 다 알 아스카가 하야토를 등뒤에서 껴안고 있는 일러스트인데, 아스카의 우수에 찬 표정하며 하필이면 얼굴에서 트리밍되어 있는 하야토하며, 처음 봤을 때는 그저 호오~나이 좀 먹었다고 제법 에로한걸~? (....) 이라 생각했었지만 지금 다시 따져 보면 이야말로 두 사람 관계의 본질을 암시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녀가 개입할 수 없는 세계로 앞뒤 안 가리고 훌쩍 뛰어들려 하는 그를 그래도 필사적으로 뒤에서 붙들고 있는 그런 관계. ....아 진짜로 꿈보다 해몽이 좋구먼;;;

아무튼 이렇게 보면 나구모가 애니사상 유래가 없는 주인공 직접 납치 + 머신 박살이라는 말도 안 되는 폭거에 나선 이유가 어느 정도 분명해진다. 나구모의 심리에서 형의 원수를 갚는 것은 이퀄 알자드가 아스라다보다 뛰어나다, 다시 말해 형과 자신의 이론이 카자미 히로유키를 능가했음을 입증하는 것이며, 어느 정도 브라콤-_-;의 기질이 투철했던 듯 그는 의외로 이 문제에 상당히─병적이라 할 만큼 집착하고 있다. 잘 보면 그는 내심 아스라다의 가능성을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제 6전에서 아스라다가 살판났다고 죽죽 밀고 올라오자 이제까지의 에로여윳스!!! 모드(그게 뭐냐;)를 순식간에 잃어버리고 필을 마구 다그치는 것만 봐도 그렇다. 적수가 제정신차리고 무서운 기세로 몰아치기 시작하니 평정심이고 뭐고 홀딱 날아간 것이다.
그러나 필과 알자드로 히라키나오리; 스킬을 체득한 하야토와 아스라다를 뛰어넘기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이 이미 지난 다섯 그랑프리로 차고 넘치게 입증되었다. 나구모는 코너에 몰렸고, 초조해졌다. 카가-오우가라는 새로운 무기가 없는 이 시점에서, 형의 원수를 갚을 수 있는 차선책으로 남은 유일한 수단은 '아스라다를 레이스에서 배제시키는 것'이다. 다만 아스라다를 배제하기 위해선 단순히 이 머신이 레이스에 출전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만으로는 불충분하며, 솔직히 누구를 인질로 잡아도 존재 의의 = 주행의 관념이 본능 수준으로 콱 박혀 있는 하야토를 막을 수 있었을지 나도 자신이 없다-_-;;;;; 아무튼 다시 말해 아스라다가 지금의 아스라다로서 존재할 수 있는 최대의 키 포인트인 드라이버 카자미 하야토부터 제거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그는 대담하게도 본인을 직접 납치했다. 납치에 그친 건 시체 처리가 골치 아팠기 때문으로 사료된다(....). 그러나 본성이 여린 필과 자칭 보호자님들(....)의 화려한 방해로 납치극이 실패하자 플랜 B, 아예 아스라다와 카자미 하야토를 서킷 위에서 철저하게 파괴하는 최후의 방법으로 내달렸다고 볼 수 있겠다.
물론 정상적인 사고방식으로는 도저히 생각도 못할 초초초 무식한 방법 맞다. 근데 구석에 몰린 사람이 스마트한 수단만 선택하는 거 봤냐? 수단방법 안 가리지. 오히려 똑똑한 사람이 실현가능성이 있을 것 같지도 않은 방향으로 홱 굴러버리는 거 흔히 있는 일이다. (궁지에 몰린 쥐는 무려 고양이도 물어뜯는다. 제정신일 때는 그런 짓 절대 못한다) 각본이 좀 뻘한 구석이 있어서 그렇지 잘 따지고 보면 꽤 말이 되는 건 SAGA나 시데나 마찬가지임. 아 좀만 더 맘 잡고 수련하면 정말 모로사와는 거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이버 포뮬러는 의외로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씹으면 씹을수록 맛나고 즐거운 작품이었다.
아 하지만 정말 SAGA 발랄하고 즐거웠음. 이 다음이 SIN이라고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무거워짐. (정말 SAGA까지만 인정하고프다...;)
절대로 혼자서 볼 자신 따위 없으므로, H양, 같이 죽자.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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