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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노의 여행 9 - NT Novel
시구사와 케이이치 지음, 김진수 옮김, 쿠로보시 코하쿠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6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어린 여행자가 모순에 가득찬 세상을 바라보며 여행하는 이야기, [키노의 여행]. 9권이라는 긴 여행에도 불구하고, 그의 발걸음은 변하지 않는다. 모토라도와 이야기를 나누며, 허리에는 패스에이더를 꽂아넣고, 한 나라에서 머무는 것은 단 사흘.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고 어디에나 존재하며, 어디에도 관여하지 않고 어디에도 바라보고 있는 관조자로서의 키노의 존재는 현실에 존재하는 모순과 잘못을 극단적으로 희화화시켜 눈 앞에 내보인다. 6권 쯤에서 좀 지겨워진다 싶어 그만두었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전혀 바뀐 바가 없음에도 그 지겨움이 어느 사이엔가 평화로움으로 바뀐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런 판타지소설들 중에서는 마치 주인공이 된 것처럼 현실감넘치는 묘사가 장점인 것도 있을 수 있고,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이 멋지게 구성된 컷의 흐름이 장점인 것일 수도 있다. [키노의 여행]의 장점은 그 무엇보다도 소설과도 같다는 것. 총구에서 불을 뿜고 나라가 무너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갈지라도 키노의 눈을 거쳐 받아들이는 모순된 세계의 모습은, 뿌연 유리창을 통해 보는 것처럼 흐릿하기만 하다. 그 흐릿함이야말로 [키노의 여행]이 표현하고 싶은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잘못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