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노의 여행 9 - NT Novel
시구사와 케이이치 지음, 김진수 옮김, 쿠로보시 코하쿠 그림 / 대원씨아이(단행본)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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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여행자가 모순에 가득찬 세상을 바라보며 여행하는 이야기, [키노의 여행]. 9권이라는 긴 여행에도 불구하고, 그의 발걸음은 변하지 않는다. 모토라도와 이야기를 나누며, 허리에는 패스에이더를 꽂아넣고, 한 나라에서 머무는 것은 단 사흘. 어디에도 머무르지 않고 어디에나 존재하며, 어디에도 관여하지 않고 어디에도 바라보고 있는 관조자로서의 키노의 존재는 현실에 존재하는 모순과 잘못을 극단적으로 희화화시켜 눈 앞에 내보인다. 6권 쯤에서 좀 지겨워진다 싶어 그만두었다가 다시 돌아왔는데, 전혀 바뀐 바가 없음에도 그 지겨움이 어느 사이엔가 평화로움으로 바뀐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런 판타지소설들 중에서는 마치 주인공이 된 것처럼 현실감넘치는 묘사가 장점인 것도 있을 수 있고,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이 멋지게 구성된 컷의 흐름이 장점인 것일 수도 있다. [키노의 여행]의 장점은 그 무엇보다도 소설과도 같다는 것. 총구에서 불을 뿜고 나라가 무너지고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갈지라도 키노의 눈을 거쳐 받아들이는 모순된 세계의 모습은, 뿌연 유리창을 통해 보는 것처럼 흐릿하기만 하다. 그 흐릿함이야말로 [키노의 여행]이 표현하고 싶은 것이라 생각하는 것은, 잘못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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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총이 빠르다 - 마이크 해머 시리즈 2 밀리언셀러 클럽 31
미키 스필레인 지음, 박선주 옮김 / 황금가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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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에서 우연히 만난 붉은 머리의 창녀에게 안쓰러움을 느낀 마이크는 그녀에게 돈을 쥐어주고 새 삶을 찾으라고 한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그녀는 교통사고를 위장한 살인사건의 피해자가 되었고, 해머는 사건의 단서를 추적한다. 정치계까지 연결된 거대한 커넥션이 그의 눈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거대 콜걸 조직의 위협이 마이크 해머를 위기에 몰아넣는다.
그러나 위기 때마다 죽은 창녀의 친구였던 미녀 롤라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해머, 그녀와의 피할 수 없는 사랑에 빠지지만, 도시에 깊숙이 뿌리내린 콜걸 조직의 심장부를 밝혀내려 했다는 이유로 롤라 역시 살해당한다. 분노한 해머는 살인자를 찾아나서지만 붉은 머리의 창녀가 가지고 있던 고풍스런 반지를 단서로 그녀의 아버지가 모든 사건의 배후임을 밝혀낸다. 불타는 저택 안에서 마이크 해머는 처절한 응징을 내린다... 는 하드보일드한 이야기 전개.
...근데 제발 저 문체만은 어떻게 해 줄수 없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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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치 21 - 우리 동료가 되겠느냐
쿠보 타이토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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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 만화도 '스케일이 너무 커져가다보니 원래 하려던 말이 뭐였는지는 아예 까먹어버린' 작품에 속한다.(대표:드래곤볼. 후반 가면 드래곤볼은 죽은 사람 살리는 용도밖에 안된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다는 게 엄청난데, 이런 식으로 무한확장되는 스케일에도 불구하고 재미있는 작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애초에 초기 클로셰가 필요없었는가, 아니면 새로운 클로셰를 만들어내었는가.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전자인데, 이 [블리치]는 후자를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의도적인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상당한 가치를 지닌다.

근데 공주님 놀이는 좀 지겹다.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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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 미국 진보 세력은 왜 선거에서 패배하는가
조지 레이코프 지음, 유나영 옮김 / 삼인 / 200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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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책은 미국 좌파들이 ‘우리가 왜 선거에서 졌으며, 다음 번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논한 책이지만, 내가 관심을 가진 부분은 그런 부수적인(!) 부분이 아니라 책의 핵심이다. 한 줄로 요약하자면 ‘애완동물의 소유권은 이름을 지어준 사람에게 있다’ 랄까. 이 사실은 언어에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며, 길고 복잡한 설명보다 단숨에 뇌리로 파고드는-그리고 긍정적인 이미지의 이름이 커뮤니케이션과 설득에 있어 효율적이며, 같은 이름을 사용해서 비판한다는 것은 도리어 그 이미지를 강화시켜줄 뿐이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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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류사회 - 새로운 계층집단의 출현
미우라 아츠시 지음, 이화성 옮김 / 씨앗을뿌리는사람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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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상류는 제껴두고 중산층이 모조리 하향평준화되고 있다는 일본의 현실을 지적한 책인데, 중산층 전체에 대한 교육량의 감소, 계급적 유동 가능성의 감소, 그리고 최저 생활에 대한 보장이 결합된 결과 개인의 신분상승욕구 자체가 거세되었고, 모두가 평등하게 하층민이 되다 보니 경쟁욕구도 생겨나지 않으며, 하층계급을 겨냥한 상품과 서비스의 대두에 의한 자신은 하류가 아니라는 환상까지 갖게 되어 완전히 하류로 고정되는 끔찍한 지적은 절대 남의 일이 아니다. 물론 이 책에서 지적하는 것은 일본이며, 한국의 교육제도와 생활상은 큰 차이가 있고(무엇보다 한국에서 서른 먹은 남자가 아르바이트로 먹고살 리가 없지 않은가), 본 서에서도 이 ‘하류화’의 대응책 중 하나로 ‘한국’을 지명하고 있다. 한국이 IMF에 처한 것처럼 하드랜딩을 한 뒤 다시 올라서자는 말까지. 오오, 한국은 걱정 없는가 보다.
...걱정하는 건 나다. 어떻게 봐도 바로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신경쓰인다...(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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