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미란다에게 생긴 일 - 2010년 뉴베리상 수상작 ㅣ 찰리의 책꽂이
레베카 스테드 지음, 최지현 옮김 / 찰리북 / 201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미란다, 내 아이 또래 아이의 일상적인 이야기려니 생각하고 읽다가 점점 읽으면서
혼란스러움을 느낀 책이다.
미란다와 마커스라는 아이가 나누는 시간여행의 개념에서 우리가 흔히 영화에서나 책에서 보던
시간여행의 경쾌함이 아닌 시간여행의 미묘한 오차를 생각하게 한다.
3차원의 공간에서 살고 있는 인간인 우리가 무단히 도전하고 상상하는 시간여행을 작가는 조금은
색다른 접근으로 보여주는데......

책을 다 읽고도 미친 남자로 보여지는, 웃는 남자가 매일 차도를 향해 발길질을 하며 "책, 가방, 주머니, 신발" 을
웅얼거리던 그 남자가 시간을 뚫고 와 미란다의 친구를 구해주는 미래의 마커스라는 걸 금방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영화에서는 상상속의 시간여행은 참으로 간단해보였는데
미란다를 통해 본 시간여행은 시간여행이 주는 또 다른 긴장감과 함께 현재의 나 자신에 대한 또다른 눈을 가지게 한다.
미래에서 온 미래의 나가 과거의 나이자 현재의 나의 삶에 개입함으로써 미래의 나가 흔들리는,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했다면, 그렇게 됐다면 이후에 일어난 모든 일들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 는 미란다의 말처럼
미래의 나가 개입함으로써 아니면 현재의 내가 다른 행동을 함으로써 얼마든지 바뀔 수 있는 일들
마치 나비효과처럼 조그만 개입이 엄청난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에 마커스는 자신이 희생당할 수 있음에도
아예 그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강한 개입이 아니라  가장 최소한의 개입으로 생명을 구하는 희생을 한 게 아닐까!
미란다는 그 날 샐이 사고 당하던 날의 일을 적은 편지를 썼고 그래서 친구를 구할 수 있었다.
힘든 시간여행을 뚫고 미란다가 써 준 쪽지를 입에 물고 온 마커스
지치고 늙고 힘겨운 모습이었지만 미란다의 친구 샐을 구한다.
'사람들은 참 다양한 모습으로 늙는 것 같다.어떤 사람들은 너무 많이 변한다. 당신처럼'
마커스를 향해 말하는 미란다
자기 자신조차 알아보지 못하는 시간여행을 한 마커스
문득 미래의 '나'가 현재 내 앞에 나타난다면 나는 그 나이 든 사람을 알아볼 수 있을까?
아님 현재의 내 아이가 과거로 간다면 중학생의 모습으로 있는 엄마인 나와 친구가 될 수 있을까?
우리가 문득 아이들의 모습에서 내 어린시절을 투영하듯 꾸며낸 이야기로 시작했던 작품이
어느새 개인사와 닿아 있더라는 작가의 말은 아들이 노트북을 떨어뜨리는 우연한 사고로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우연처럼 우리의 어린시절은 현재의 나와 결코 떼어놓을 수 없다.
어린시절의 장난스런 수수께끼 같은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읽다보니 팽팽한 긴장감과
미스테리한 추리도 있다.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미스터리는 우리의 일상 속에, 우리가 늘 있던 그 자리에,
바로 우리 자신에게 있다.'는 작가의 말처럼 시간여행이 아니더라도 우리곁에는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은 듯하다.
미란다에게 어느날 문득 의문의 쪽지가 미란다를 흔들어 놓았듯이 우리에게도
미란다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단언은 할 수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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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전장 ㅣ 나남창작선 40
박경리 / 나남출판 / 1999년 4월
평점 :
품절


이제는 바래져가는 6.25의 아픔과 혼돈을 다시금 읽을 수 있었던 박경리선생님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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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과 전장 ㅣ 나남창작선 40
박경리 / 나남출판 / 1999년 4월
평점 :
품절


박경리선생님이 우리 곁을 훌쩍 떠나신지도 벌써 2년에 접어든다.
어쩌면 앞으로는 더이상 대하소설을 만날 수 없을 것 같은 불안함에 토지를 완성해 놓고 가신
작가선생님께 다시금 감사하고 싶다.
'박경리 선생님=토지' 마치 공식처럼 떠오르지만 아이들을 위한 동화나
시집, 수필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많았기에 올해는 다른 책으로 박경리 선생님을
기억하고 싶어 이 책을 펼쳤다.

책을 읽으며 지금은 쓰지 않는 친근한 단어들이 슬몃 웃음이 나오게 한다.
반즈봉, 추럭, 뻐스, 점방(가게), 국민학교까지.....
마치 시간을 되돌려 그 시대로 돌아간 듯한 느낌에 선생님의 필체의 힘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처음에는 격세지감.....지영의 남편에 대한 실망감이나 이가화라는 여성에 대한 시각이
지금의 여성상과는, 그리고 요즘 책 속의 여인들과는 너무나 달라 어색하기도 했지만
숨가쁘고 불안한 혼란과 절망이 뒤섞인 전장의 시계를 거꾸로 60년을 돌려본다면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이기에 조석으로 바뀌는 숨가쁜 현실에 내가 얼마나 젖어있었나 문득 돌아보게 된다.
혼란의 사회 속에서 회의적인 남자 공산주의자 기훈과 기훈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아파하며
이념과 전혀 상관없이 빨치산으로 들어간 무모하기까지한 여자 가화, 해방과 6.25의 전운이 감도는 절박한 상황에서의
가족에 대한, 아니 자신에 대한 지독한 회의와 불안을 안고 있는 지영
모두가 혼돈에 빠진, 피난보따리를 싸놓고도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던, 그 시대에 그럴 수 밖에 없는 인간군상들이 보여진다.
피난을 가고 배가 마치 생명의 동아줄인양 올라타고....무작정 남으로 남으로 가는 그 혼란속에서도
가족들이 있는 서울로 서울로 향해가는 지영과 그녀가 무사하기만을 바라는 모친
"사람의 마음이란 조석변동인지 너 하나 살아오믄 그만이라 했더니....
아이구 내 강아지들아 우리는 다 살았지만 너그들이 불쌍해서 어쩔꼬" 의 넋두리같은 욕심은
우리네 엄마들의 모습과 다르지 않으리라.
국군낙오병에게 옷을 갈아입혀주며 "세상 살려고 나와가지고 이게 무슨 꼴이요. 누구 죈지 모르겠소만
명 보존하고 사는 날까지 살아보시오" 했던 노인은 바로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이고,
이쪽저쪽으로 자식을 잃은 시골노인의 한탄은 바로 우리 국민들의 애끓는 목소리가 아닐까!
"살이 살을 무니 뭣이 될거여. 우리 농사꾼이 밥 달라 했나 옷 달라 했나 땅 파먹고 이 좋은 땅에
선영 모시고 자식 기르며 살아왔는데 대국 놈들이나 쳐들어왔다면 몰라도 이 좋은 땅에
한 물줄기를 타고 태어난 우리 백성들이 서로 잡아 죽이고 뜯어죽여야 쓰겠소?
대관절 누구 땜에 이러는 거요" 는 바로 국민들의 마음이리라.
전장의 한 가운데에서 전쟁으로 온갖 고초를 겪는 사람사람사람이 보인다.
남편에게 보내는 장문의 편지에서 6월 24일의 편지에 '내일은 25일 월급 타는 날이지만 일요일이어서
못 탑니다. 월급 타면 아이들에게 선물 사 보내겠어요.' 라고 썼지만 결코 돌아오지 않았던 25일
모든 것을 잃고, 슬픔까지도 잃었는데, 다만 잃지 않았던 것은 슬기로운 목숨과 삶을 향한 의지라고 말하는 지영
지영은 잃은 것과 잃은 세월에의 작별보다 닥쳐오는 어둠, 사람, 도시, 전쟁이 전혀 새로운 일처럼
그의 가슴을 친다고 하며 시장의 풍경 속으로 걸어간다.
글의 시작에서 시장은 축제같이 찬란한 빛이 출렁이고 시끄러운 소리가 기쁜 음악이 되어
가슴을 설레게 하는 곳이라며 지영은 부임한 곳의 시골장을 둘러보았는데 마지막 피난지가 또한 부산의 시장이었다.
어디 있어도 살 사람은 산다고했던 친정엄마 윤 씨의 말처럼 아이들과 지영은 꿋꿋하게
우리의 엄마가, 우리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그러하셨듯 묵묵히 살아주었으리라 믿어진다.

1950년 6월 25일, 올해로 61년째가 되는 6.25의 의미는 너무도 옅어져서
어릴 때 반공포스터를 밥먹듯이 그렸던 나조차도 신문에 난 6.25의 이야기들이
색바랜 느낌으로 다가오는데 요즘 아이들이야 더말할 나위도 없다.
하지만 일제강점기와 6.25를 온 몸으로 직접 겪은 선생님의 작품에는 힘들게
살아간 우리 민족의 이야기가 오롯이 들어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니
같은 민족끼리의 전쟁을 겪은 우리 할머니, 또 부모님, 우리 민족의 아픔과 고통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그 아픈 이야기들을 글로 살려내는 선생님의 아픔이 서문에 그대로 담겨있어
고맙고 죄송했다. 작가는 '예술가는 언어의 진실을 캐려다 지쳐서 가는 사람'이라고 했다.
하지만 남겨둔 글의 진실은 오래도록 우리 독자들의 마음을 흔들어 놓는다.
선생님이 남겨주신 글들로 희미해져가던 역사를 다시금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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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일의 겨울 ㅣ 사거리의 거북이 10
자비에 로랑 쁘띠 지음, 김동찬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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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근하고도 낯선 몽골소녀의 성장일기 같다고 할까....검독수리이야기도 독특한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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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3일의 겨울 ㅣ 사거리의 거북이 10
자비에 로랑 쁘띠 지음, 김동찬 옮김 / 청어람주니어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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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듯 멀게 느껴지는 몽골이라는 나라, 몽골반점이라는 특이한 공통점 외에도
친근한 외모로 가깝게 느껴지기도 하고 역사상 가장 넓은 지역을 정복하기도 했던,
우리 역사속의 침략자로도 기억되지만 이 책 속의 갈샨은 초원속의 유목민의 모습이 아닌
도시의 단칸 아파트에 사는 평범한 몽골가족의 한 아이의 모습이다.
갈샨
입으로 발음하기조차 생소한 몽골소녀는 동생이 태어나기까지 153일 동안
아픈 엄마를 위해 태어나서 몇 번 본 적도 없는 '말과 양떼 속에 사는 미친 늙은이' 로 불리는,
괴팍한 할아버지와 초원에서 지내야한다. 무려 153일을.....
공책에 하루하루를 체크해 나가야 할만큼 빨리 벗어나고 싶어했던 갈샨
하지만 할아버지가 머무는 초원에서는 거칠지만 소박한 자연 그대로의 삶이 있었다.
몽골인들은 태어나면서부터 말을 탄다고 했던가!
몽골인의 피가 흐르는, 타고난 몽골인 갈샨, 자신의 말이 된 재무쇠와 한 몸이 된 듯한 교감을 느낀다.
바람을 가르며 초원을 숨가쁘게 달리는 할아버지와 손녀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진다.
강마른 사막과 초원을 달리는 징기스칸의 후예들.....
운명인 듯 숙명인 듯 몽골유목민의 피가 흐르는 산걀은 자신의 검독수리 쿠다야 어르신과의 만남 이후
이제 더 이상 날짜를 헤아리는 어린 소녀가 아닌 것 같다.
새를 어르신으로 부르고 어른신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 같다며 달떤 갈샨의 홍조띤 얼굴에서
타고난 몽골인의 열기가 느껴진다. 여자는 검독수리를 만질수도 가질 수도 없다는 전통을 깨고
손녀에게 검독수리 쿠다야 어르신을 만나게 해주는 할아버지
감히 상상도 되지 않는 눈썹이 얼어붙는 혹독한 추위와 '다브카르 쭈트' 로 불리는 흰 모래폭풍, 해일이라 불릴 정도의 혹한의
살인적인 모래폭풍과 뒤이어 무서운 야생늑대의 공격에도 굴하지 않는, 생존과의 사투를 벌이는 갈샨과 할아버지의 모습에서
칭기스칸 후예들의 카리스마와 용맹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할아버지에게 가기 싫다고 울고불고했던 갈샨은 어느새 자신의 위험을 무릎쓰고 할아버지를 구해낼 만큼 자라있었고
그렇게 찾아온 봄, 그동안 귀여운 새생명 여동생이 태어나고 그렇게 몽골의 시간은 흘러간다.
다시 도시로 돌아간 갈샨, 153일 동안 어느새 훌쩍 자라버린.....
더이상 지킬 초원의 무언가가 남아있지 않는, 어쩌면 초원을 지키는 마지막 세대일지도 모르는 할아버지와의 귀한 시간을 
보여주는 이 책은 어떤 자연다큐멘터리보다도 몽골을 더욱 가깝고 진하게 느끼게 해 주었다.
"우리가 사는 땅은 두 발로 선 사람만이 살아남는 땅이다. 엉덩이를 땅에 붙이면 죽게 돼" 라는 바이타르 할아버지의 말 속에서
거칠지만 강인한 몽골유목민의 정신이 느껴진다.

"내 손녀는 자네가 가르치려고 하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네. 그리고 내가 가르치려고 하는 것은 손녀가 모르는 것들이지"
학교에서 배울 수 없는 걸 가르쳐 준 갈샨의 할아버지
"낡은 재주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는 걸 알고 계시기는 한거예요?" 라며 의무적인 학교교육을 강요하는 교육관에게 하던
할아버지의 말처럼 읽기와 셈을 할 줄 알지만 양 젖을 짤 줄 모르고, 늑대가 양 떼를 공격하면 막을 수 있는 방법을 몰랐던
갈샨은 단순히 초원에서 살아남는 법을 할아버지에게 배운 게 아니다.
최신과학기술로도 예측할 수 없었던 거대한 모래폭풍을 자연 속에서 예측해 낸 그 깊은 경험과 지식은
감히 과학과 견줄 수 없는 수천년 전해 내려온 몽골인들의 유산이 아닐까!
다친 할아버지와 눈속에 갇힌 갈샨을 위해 기꺼이 자신이 사냥한 먹이를 가져다 주는 검독수리 쿠다야어르신의 존재
마치 환상 속의 이야기 같기도 한 [153일의 겨울]
갈샨은 이제 검독수리와 함께 날으는 꿈을 꾸는 진정한 몽골소녀로 성장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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