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비앤비 서울 아트숙소 11 - 여행자를 부르는 아름다운 집과 사람들
임지선 지음 / 미래의창 / 2016년 6월
평점 :
절판


여행자를 부르는 아름다운 집과 사람들...이 글귀가 참 좋았다.
잠깐 묵고 갈, 떠남이 전제된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닌 여행의 종착지, 또 오고 싶은
추억의 장소로 기억될 아름다운 집으로의 초대라니! 설레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공간인 집을 연다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나부터도 누군가 손님이 오기로 약속되어지면 평소에 하지않던 부산함으로 온종일 바쁘고 신경이 쓰여
피곤해지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트숙소의 주인장들은 기꺼이, 아니 즐겁게
게스트들을 기다리고 그들의 공간을 활짝 열어보이는 열린 마음의 소유자들,
집과 꼭 닮은 주인장들의 마음씀과 예술이 녹아든 공간은 그야말로 따뜻하고
아늑한 매력으로 가득찬 곳이었다.

 

p.11 공유할 수 있다면, 소유에 미친 세상에 온기가 돌 수 있다.

 

예술을 품은 집과 개성을 품은 집, 모두 11채의 아름다운 아트숙소를 만났다.
아니 예술과 사람을 품은 사람들을 만났다는 표현이 더 맞을 듯...
화가의 철학과 작품이 자연 속에 고스란히 묻어나는 레몬하우스,
예술을 일상 속에 녹여내고 싶다고 말하는 김세정씨의 갤러리 겸 게스트하우스인 리빙랩 서울,
누군가에게, 무엇인가의 동기가 되기를 바라면서 주인장 이안수 씨가 지은 이름처럼
여행객을 끌어당기는 모티브원,
작가들의 공간이자 나눔의 공간인 백해영 갤러리 게스트하우스,
아담한 한옥, 정원의 아름다움이 있는 기비하우스,
푸드스타일리스트 아내와 남편의 알콩달콩 신혼공간 러블리 밤부 하우스 이태원,
우리 밥 먹을 때 숟가락 하나 더 놓는 거 뿐이라고 넉넉히 말하며
게스트들을 챙겨 '한국엄마'로 불리는 정 많고 사랑스런 두 언니의 민즈하우스,
어머니의 체취가 묻어있는 오래된 집을 개성 넘치는 게스트하우스로 변모시킨 친친하우스,...

낡은 빌라나 오래된 건물을 자신의 손으로 일일이 덜어내고 만들어낸 그들의 공간,
그 집에 사람이 들어가 닦고 꾸미고 보살피며 어느새 사람과 건축물이 자연스레 닮아있는
화려하진 않지만 주인의 삶과 예술이 녹아든 아트숙소

[레몬하우스]

 

[모티브원]

 

[기비하우스]

 

[기비하우스를 다녀간 이들의 손편지]

 

[러블리밤부 하우스]

 

[아이하우스 친친]

 

p.13 ...사람을 향한 순수한 마음이 살아 있는 모습은 예술 그 자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트숙소가 많아지고 서로가 서로를 믿으며 삶의 공간을 나눌 때, 세상은 하나의 거대한
예술 작품이 될 수 있으리라.

 

예술과 자연으로부터 단절된 삶을 꾸역꾸역 살아내고 있는 현대인들의 각박한 삶에
자신의 민낯이 고스란히 담긴 자신의 집을 기꺼이 열고 사람들을 기쁘게
맞이하는 이들을 보며 집이 위로와 힐링이 될 수 있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
 "한국 여행은 이 집 하나면 충분하다"며 5일 동안 다른 곳에 가지 않고 오로지 집에서만 지냈다는
레몬하우스에 심취한 노르웨이 커플의 레몬하우스 사랑만 봐도 그 위로의 힘이 느껴진다.
작은 미술품이라도 사람들이 소장하며 예술과 일상이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는 김세정씨의 말처럼 의자 하나, 창문 하나, 창문을 통해 바라보는 하늘 한 조각,
나무 한 그루 조차 허투루 보지않고 공간 속으로 끌어들이고 소통하는 예술가들의 감성이
집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그 집의 아름다움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빛을 발할 것 같다.
더불어 공간 속에 스며든 이 곳을 찾았던 사람들의 숨결과 사연이 켜켜이 쌓여
마치 곱게 나이든 할머니의 주름처럼 내 집을 나누어서 내 집같은 따뜻함을 공유한
아트숙소도 시간이 갈수록 더 친근하고 아름답게 진화할 거란 느낌을 받는다.

 

p.153 "나누세요! 문화든 집이든. 그럼 삶이 더 즐거워져요."

 

자신의 집을 숙소로 공유하는 에어비앤비, 공간과 문화를 나누는 공유경제의 더함 위에
"창조란 나눔의 예술이며 그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해준 데 감사하다"는 어느 여행객이 남긴 메모처럼
서로를 향한 따뜻한 배려, 공감이 교류하는 진정한 창조의 예술이 아닐 수 없다.
서울, 경기 멀지 않은 곳에 이렇듯 따뜻한 공간이 대문을 활짝 열고 기다리고 있다는 걸
몰랐었다. 지치고 힘들었던 작가가 "잘 잤다"고 감탄하며 위로를 받고 온 것처럼
언제나 마음을 열고 맞이해줄 누군가의 집이 있다는 건 든든한 위로가 아닐 수 없다.
나도 이 아트숙소로 여행을 떠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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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수당이나 주세요
히노 에이타로 지음, 이소담 옮김, 양경수 그림 / 오우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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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퇴근해도 퇴근이 아닌 초과근로가 일상화된 팍팍한 현실에서
보람 따위가 아닌 사람이 먼저인 유쾌한 생존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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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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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정 작가의 책이 그러하리라는 건 어느정도 예측하고 펼쳤음에도 내내 써늘하게 조여오는 핏빛 긴장감, 지워졌던 유진의 기억과 함께 조금씩 드러나는 살인의 실체가 책에서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들었다.

 

안개 자욱한 길을 손을 휘휘 내저으며 앞을 더듬거리고 걷는 것처럼 핏자국과 피비린내 가득한 자신의 방에서 깨어난 유진, 섬광처럼 스쳐지나가듯 떠오르는 어머니의 "유진아~"자신을 부르던 소리, 혼돈 그 자체에서 발견한 어머니의 주검, 마치 퍼즐을 맞추어나가듯 자신의 지워진 기억을 어머니가 남긴 메모와 함께 복원해나가는 유진의 생각이 독자인 내게 여과없이 바로 투영된다. 그 날것의 심리를 고스란히 들여다보는 과정이 탐정추리소설을 읽듯 편안하지 않음은 두말 할 필요가 없을 듯. 마음의 불편함을 동반하면서도 끝내 유진의 기억이 잘못되었음을 우리가 흔히 연상하듯 엄마의 학대나 어쩔 수 없는 외부적 요인으로 인해 일말의 동정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 내내 있었다. 하지만 작가는 매몰차게 악의 본능 그 중에서도 최고의 수위를 있는 그대로 표출해낸다.

 p.202 '불길 같은 흥분이 신경절을 타고 온몸으로 내달렸다. 숨이 차올랐다.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않는 것이 도저히 불가능해서 현기증이 났다. 내가 칼을 쥔 게 아니라 칼이 내 손을 거머쥐고 여자 안으로 끌어당기는 느낌이었다. 저항이 용납되지 않는 무지막지한 장력이었다.'
유진은 약을 끊으면 광기같은 발작이 찾아오는 걸 알면서도 그 위험한 광기의 순간, 살인을 저지르고 심지어 그 과정을 복기하면서 짜릿함을 느끼는 포식자의 잔인함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때, 죽었어야 했어, 너도 죽고, 나도 죽고." 핏줄의 저주를 원망하면서도 끝내 유진을 버릴 수 없었던 어머니의 절망도, 그런 어머니의 절망조차 차갑고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유진을 보며 어떻게 공포심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유진에게서 우리가 그동안 봐왔던 연쇄살인범의 차가운 잔혹함이 연상되기도 했다. 인간은 악하게 태어난 것도, 선하게 태어난 것도 아니며 단지 생존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방법으로 진화해 왔다면 이들의 잔인한 악의 본능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p.67 "행복한 이야기는 대부분 진실이 아니에요."

"희망을 가진다고 절망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고요. 세상은 사칙연산처럼
분명하진 않아요. 인간은 연산보다 더 복잡하니까요."

 

가장 근원적인 공포는 실체가 없는 대상에 대한 두려움일 것이다. 정유정 작가는 우리 내면에 잠재되어 있을 지도 모르는 악의 본성을 있는 힘껏 끌어올려 우리에게 이야기해주는 것 같다.
묻지마 살인이라는 공포스런 죽임이 매일같이 뉴스에 나오는 요즘, 소설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현실이기에 더 절박한 공포심을 느끼게 되는 지도....더불어 사람이 어떻게 저런 짓을 할 수 있어 분노를 내비치지만 어쩌면 그 극한의 악의 본성이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나를 포함한 누구나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작가의 말은 나 자신을 의심하게 하는 더 큰 두려움을 갖게 한다.
그러면서 우리 안에 내재된 악의 실체를 제대로 볼 수 있어야만 악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다고 강하게 말하고 있다. 불편하고 인정하기 싫지만 내 안에 내재된 악의 본능, 가장 근원적 공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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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무도 밀리언셀러 클럽 - 한국편 31
신시은 지음 / 황금가지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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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 작가의 첫 책을 읽는 설레임, 게다가 그 작가가 지인일 때의 반가움까지 더해진 책<해무도>
아는 분 따님의 첫 책, 다소 긴 기다림 끝에 책이 출간되었다는 소식 접하자마자 책을 구입해서 작은 응원을 보태고 책을 펼쳐들었다. 첫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탄탄한 스토리와 팽팽한 구성으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 내려갔다. 무엇보다 소설 내내 해무도를 감싸고 있는 무서운 설화, 백발의 귀신, 목없는 시체..기묘한 이야기의 힘이 무겁게 내리누르는 느낌이었다.

 

p.10 '해무가 낀다!' 한낮의 바다는 이승의 힘이 강해 육지가 바람을 붙잡고 있지만,
해가 지고 난 후의 바다는 저승의 시간으로 변해 바다가 육지의 것을 빨아 들인다...

 

초희에게 들려주던 할머니의 무시무시한 옛 이야기와 바다의 안개, 해무라는 알 수없는 두려움을 불러 일으키는 섬의 풍경을 시작으로 펼쳐지는 이야기. 스승의 부고를 듣고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이십 년 만에 섬을 찾은 연교수는 거센 파도와 한치 앞을 볼 수 없을 정도의 폭설에 갇혀 섬에 고립되고 만다. 장례식장에서 사라진 시체의 목도 공포스러운데 연이어 발생하는 살인사건까지! 그곳에는 풀리지 않은 이십 년 전의 살인사건이 봉인된 채 가라앉아 있었고 이십 년 전 살인사건과 무관하지 않은 사람들은 범인이 누군지 모른채 공포에 사로잡힌다.
쉴틈없이 몰아치는 사건과 그 중심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끊이지 않는 의혹,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는 고립된 섬에서 도대체 범인이 누구일까?' 하는 궁금증, 해무가 주는 기묘한 두려움, 예부터 마을을 감싸고 있는 영산의 설화와 어울려 무섭게 몰입하며 읽었다.

 

우리를 둘러싼 산골, 그 골짜기 사이사이에 무수한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는 어떤 분의 말씀처럼 예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그 수많은 설화, 구전 이야기들이 사라지고 있는 요즘, 젊은 작가가 잊혀져가는 옛 이야기들에 상상력을 보태 현대적이면서도 기묘한 추리소설로 완성한 작품, 그래서인지 더 빠져들었다. 생각해보면 어릴 적 우리곁에는 많은 기담, 설화들이 전해져왔었다.
p.60 "옛날 야그요. 왜, 할미가 밤에 해주는 그런 야그 말이오. 어디보자..."
이렇게 시작하며 밤새도록 들려주던 할머니의 이야기말이다. 어릴 적 우리동네만 해도 뒷산에 독수리나무라는 전설이 담긴 하얀 나무 한 그루가 있었다. 나뭇꾼이 그 나무를 베었는데 마침 그 나무 속 둥지에 있던 독수리새끼들이 모두 죽고 말았다는...그 이후로 나무는 불이 나도 타지않고 고고히 남아있었는데 무엇보다 아무리 멀리서 봐도 그 나무만 오롯이 눈에 띄어 그 영험함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작가가 인터뷰에서 말했듯 이렇듯 우리나라 방방곡곡 무수한 설화가 많은데 일본처럼 기담, 민속 추리소설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건 무척이나 아쉽다. 한국 민담에 담겨있는 한(恨)의 정서, 무섭고도 특별한 이야기를 준비하고 있다는 신시아 작가, 아직도 들려줄 이야기가 많은 젊은 작가의 다음 작품도 무척 기대된다.

 

p.156 이십 년 전의 일이 없으면 지금의 일도 없었다.

 

p.164 "자네는 모를 걸세. 가끔은 가난이 귀신보다 무섭다네.

가난한 자는 결국 돈의 노예가 되기 마련이야. 그리고 나는 항상 그 더러운 것의 노예였지."

 

p.219조금 열리던 문은 더 이상 기이한 소리를 내지 않고 멈췄다. 주경은 잠시 고민하다가 주춤대며 욕실 문 쪽으로 걸어갔다. 이대로 이 방을 빠져나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도,이상하게 그녀의 발걸음은 욕실을 향하고 있었다. 예전부터 공포영화에서 문을 열어보는 여자들을 멍청하다고 생각했으면서도 막상 그녀가 지금 그런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은 깨닫지 못했다. (웬지 공감되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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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을 아름답게 바꾸는 빛의 마법
무라즈미 지아키 지음, 박지석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달은 해가 꾸는 꿈'박찬욱 감독의 영화제목을 빗대어 표현하자면
조명은 집이 꾸는 꿈이 아닐까요. 집 안의 분위기가 조명에 따라
달라진다는 건 어렴풋이 알았지만 이 책에서는 아침부터 밤까지
시간의 흐름에 따른 빛의 미묘함을 이야기하고 있어
빛과 조명의 아름다움이 더욱 크게 다가왔어요.
실용서답게 조명선택을 위한 가이드와 알찬 정보도 가득이라
집을 분위기있게 연출하고 싶을 때 도움받을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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