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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먹고 체하면 약도 없지
임선경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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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드라마 극본부터 동화, 소설까지 다양한 영역의 글을 쓴 임선경 작가의 새 책
<나이 먹고 체하면 약도 없지> 마치 친구랑 수다 떠는 것 같은 친근한 에세이가 나왔습니다.
개인적 인연으로 더 반가운 작가의 책이라 따끈따끈 1쇄 책을 재빨리 구입했지요.
p.10 '늙다'는 동사이고 '젊다'는 형용사라는 걸 아시는지?
'늙다'는 움직임과 과정이지만 '젊다'는 어떤 상태나 성질을 나타낸 것이다.
''늙어갈'수는 있지만 '젊어갈'수는 없다니....참 섭섭하다.
늙다가 동사였다니! 그래서 진행형 의미가 그렇게 와 닿았나봅니다.
어느새 내 나이가?! 나이듦에 대한 한탄과
나이와 삶의 지혜가 비례하지 않고 심지어 모르는 게 점점 많아진다는 서글픔,
단순히 웃고 넘기는 에피소드가 아닌 걱정스러워지기 시작하는 건망증이나
점점 분리되는 자식들에 대한 서운함까지
인생의 반환점을 막 돌기 시작한 내 또래 작가의 이야기라 공감폭이 무척 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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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139 "나이가 든다고 해도 쇠락과 비움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새롭게 채워지는 내일도 분명
있을 것이다. 내일을 믿으며 오늘을 산다. 연습이란 그런 것이다."
p.258 "행복이라는 것은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 소소하게 자꾸만 여러 번 행복해야 대체로 행복하다.
자꾸 여러 번 행복하려면 행복한 어떤 한 순간을 자꾸 소환해내야 한다. 작은 경험을 자꾸만 복기하고
그 경험에 대해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좋은 감정을 여러 번 다시 느끼면 그것이 끝까지
잃지 않는 행복이 된다고 생각한다."
p.259 "......그렇고 그런 인생이지만, 별것도 아니지만, 흔하고, 시시하고,
지리멸렬하지만 내게는 가장 특별하고 잊을 수 없는 일들로 가득찬 것이 바로 내 인생이다."
"바쁘게 재미있게 살고 있네? 잘하고 있어."
스스로 칭찬을 수집하고 스스로에게 관대해지려 하고 내일의 나를 위해 오늘도 연습하고
모르는 걸 모른다고 뻔뻔하게 인정하고 조금씩 소소한 행복을 저축해가겠다고 말하는 작가,
숨쉬기 운동만 하던 저도 생애 첫 10km 마라톤 도전을 목표로 달리기를 시작하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조금씩 찾아가려는 시도를 꼼지락거리기 시작했네요.
작가의 유쾌한 글을 읽으며 함께 나이들어가는 친구로 동행하는 즐거움과
잘하고 있다는 응원도 덤으로 받는 기분입니다.
노사연의 <바램> 가사처럼 갱년기 시작, 우리는 늙어가는 것이 아니라 익어가는 거겠지요^^
누구나 처음 살아보는 세상 쉬엄쉬엄 체하지 않게 즐겁게 살아보자고 다짐하게 되네요.
"유머감각은 정말 특별한 재능이다. 기술적인 면도 그렇지만 태도 면에서 더욱 그렇다.
유머러스한 사람은 단순히 재치있는 사람이 아니다. 예리한 눈과 넓은 마음,
그리고 겸손한 자세로 세상을 대하는 사람이다. 그런 이가 선사하는 유머는
언제나 근사하고 유쾌하다. 따뜻하다."
누군가 SNS에서 남긴 글인데 읽자마자 임선경 작가가 떠올랐답니다.
'따뜻하다'에 방점이 찍히는 임선경 작가의 성격처럼 편안한 공감에세이,
'벌써!' 라는 단어가 가장 잘 어울리는 2월이 가기 전에
따뜻하고 유쾌한 이 책 한 권 읽어보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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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드니 마음놓고 고무줄 바지를 입을 수 있는 것처럼
나 편하게 헐렁하게 살 수 있어서 좋고
하고 싶지 않은 것을 안 할 수 있어 좋다.
.....
한겹 두겹, 어떤 책임을 벗고 점점 가벼워지는 느낌을
음미하면서 살아가고 싶다.
소설도 써지면 쓰겠지만, 안 써져도 그만이다."
-<늙는다는 것> 박완서
헐렁한 바지 맘 편하게 입을 수 있어 좋다는 박완서 작가님처럼
느슨하고 유쾌하게 나이들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