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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 까까머리 ㅣ 네버랜드 우리 걸작 그림책 9
임정진 글, 윤정주 그림 / 시공주니어 / 2007년 5월
평점 :
올해 부처님이 오신 날에는 아쉽게도 절에 가지 못했습니다.
우리 가족은 딱히 불심이 있는 건 아니지만 매년 행사처럼 절에 가서 향긋한 산나물 비빔밥도 먹고 부처님께 한 해 소원도 빌곤 했지요.
대신 올해에는 따뜻한 책 한 권이 우리집에 왔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 임정진 작가님의 창작 [강아지 배씨의 일기]를 읽었는데 같은 작가라도 그린이가 누구냐에 따라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물론 내용이 판이하지만 [강아지 배씨의 일기]가 명랑만화 같은 느낌이라면 [내 친구 까까머리]는 바로 옆집 아이들 모습을 보는 듯 친근하고 정겹네요. 조그마한 눈, 동글동글 얼굴~
우리 아이가 좋아하는 책 [말놀이 동시집] [아카시아 파마] 의 그림을 그린 윤정주님의 그림이라 더욱 정이 가는 듯 합니다.
하릴없이 할머니를 따라 절에 와 심심해하던 민이가 꼬마스님 광덕이를 만나 금세 친구가 되는 모습을 보면서 어~까까머리 회색빛 승복을 입은 꼬마스님도 어쩔 수 없는 아이였구나 느껴집니다.
아직 어리지만 절의 이곳저곳을 또박또박 설명해 주는 모습이 어찌나 야무지던지...
운판이니 법고니 목어니 하는 색다른 이름과 쓰임은 어른인 저도 처음 알게 된 사실입니다.
책을 읽으며 아이의 동심이 여지없이 드러나는 글을 읽으면서 웃음이 나왔습니다.
부처님 생일이라며 초를 사 가는 할머니를 보며
'부처님도 마음속으로는 케이크를 더 좋아할거야' 라고 생각하며 부처님이 말을 안하니까 사람들이 모른다는 아이다운 생각
절까지 가는 오르막이 힘드니 '절에도 에스컬레이너가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생각은 끝없이 이어지는 산속의 절로 가는 기나긴 오르막길이나 계단을 오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해 보았을 상상~
사천왕을 절을 지키는 경찰 아저씨로 여기고
대웅전 처마 단청을 보고 '저 위까지 그리려면 팔이랑 목이 되게 아팠겠다'
"이 부처님도 사탕 먹고 싶은가 봐. 너만 쳐다 보잖아" 라고 나누는 이야기
절에는 고기반찬이 없냐는 민이의 물음에
"얼굴 있는 건 잡아 먹으면 불쌍하잖야. 날 쳐다보면 슬프잖아"
하는 광덕이의 때묻지 않은 대답은 살생하지 말라는 부처님 말씀을 아이들의 언어로 통역해주는 듯합니다.
"왜 할머니는 등을 안 달아요?" 하는 민이의 말에
"난 이미 복을 많이 받았잖니"
하시는 할머니
살아 생전 어머니도 사월초파일 절에 등을 달 때 자식들 이름만 줄줄이 올리시고 자식들 등은 제일 크고 좋은 걸로 제일 잘 보이는 자리에 달려고 욕심도 맘껏 내시면서 정작 본인의 등은 다시지도 않았지요.
부모님 마음은 어찌 이리 똑같은지....
우리 아이들도 할머님과 절에 가서 등도 달고 절도 해 본 적이 있어 이 책을 더욱 친근하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무신경한 어른이 읽으면 5분도 안되어 덮을 수 있는 분량의 책이지만 아이들은 자기가 민이라도 된냥 열심히 재미나게 읽네요.
약간은 어렵고 생소하다 싶은 불교용어까지 책 뒷면에 친절하게 설명 해 주고 있어 궁금할 때 펼쳐보면 되겠어요.
이제 산에 가 들른 절에서 문득 동자승을 만나게 되면
"광덕 스~님~"
하고 장난스레 불러보고 싶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