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약속 아이세움 그림책 저학년 32
제클린 우드슨 지음, 서애경 옮김, E. B. 루이스 그림 / 미래엔아이세움 / 2007년 3월
평점 :
절판


 글을 쓴 재클린 우드슨....연극치료사의 이력에서도 알 수 있듯이 책 속에 다친 마음을 살포시 안아주는 따뜻함이 묻어납니다.

짧은 이야기속에 엄마인 나도 아이도 전혀 실감하지 못했던 전쟁의 한 자락을 엿볼수 있었던 책입니다.그리고 전쟁으로 인한 아버지의 빈자리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부재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할머니, 엄마, 손녀 오롯이 여자 3대가
조용히 살아가는 모습에서.....

이 책을 읽은 뒤 아빠가 없는 사이에 엄마까지 없다면 우리집은 어떤 모습인까? 둘째도 한 번 생각해보는 눈치입니다.
가만히 와서 나를 끌어안고 "엄마, 아무데도 가지 마, 절대 우리만 두고 가면 안돼!" 라고 다짐을 하니 말입니다.

"엄마는 우리 딸 에이더 루스를 하늘만큼 땅만큼 사랑해, 알지?"
이 말은 제가 아이 둘을 안아줄때 주문처럼 내 의지와는 무관하게 (마치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줄줄 새는 말이랍니다.

루이더의 할머니가 부족한 살림살이 걱정에 새끼고양이를 내칠때 하는 말씀은 우리네 시골의 할머니 어조랑 어찌도 똑같은지요.
"우린 못 거둔다." "짐승하고 가까이 있지마라"
말투만 무뚝뚝하실 뿐 덜덜 뜨는 새끼고양이를
"네가 동장군을 겪어 보았을 턱이 없지. 벼락같이 시작해서 며칠은 꼼짝 못 하게 하는 걸." 하시며
외투로 감싸주실땐 표현하진 않지만 포근함이 이심전심으로 느껴집니다.
루스에게도 요란하고 다정하게 어르고 달래지 않고
"눈물 뚝! 다 잘 될 게야."
"눈물 뚝! 엄마는 곧 돌아올 게야."
"눈물 뚝! 당장 그치지 못할까."
이런 간결한 말속에 담겨있는 딸을 걱정하는 외할머니의 안타까움이 묻어나옵니다.

살짝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 있었어요.
새끼 고양이에게 할머니가
"원, 왜이리 못생겼을꼬, 그렇지?" 하시고 루스와 새끼고양이가 할머니를 째려보았다는 장면요...^ ^

눈속에 식량할 주머니쥐나 토끼를 잡으러 길을 나섰으면서도
"소녀의 마음은 눈에 띄었으면 하는 마음반, 꼭꼭 숨어 있었으면 하는 마음반" 의 표현속에서
이제 막 올라온 봄의 새순처럼 여리디 여린 아이의 마음이 읽어집니다.

엄마를 보내놓고 루스는 그리워하는 엄마를 떠올리면서 설탕 냄새, 햇볕 냄새, 빨랫비누 냄새를 맡습니다.
아이를 위해서 맛난걸 요리하고 뽀송뽀송한 잠을 위해서 이불을 햇볕에 널고 바지런히 빨래하는 엄마의 모습이 눈에 그려집니다.
그래서 살짝 아이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엄마한테 무슨 냄새가 나? 이 책에선 루스는 엄마가 생각날 때 설탕 냄새, 햇볕 냄새, 비누 냄새가 났다는데 너희들은 엄마를 떠올리면 무슨 냄새가 날 것 같아?" 했더니
먹는 걸 좋아라 하는 통통한 둘째는 "엄마가 해 주는 밥냄새"
큰 아이는 "달가닥 달가닥 설거지하는 소리"
좀 더 향긋하고 우아한 향기를 원했던 엄마에게 역시 주부의 자리를 깨닫게 해주는 정확한 표현들...
그래 밥하고 설거지 중요하지... 하면서 같이 웃었답니다.

엄마와 딸이 만나 따뜻하게 포옹하는 장면이 그려져 있진 않지만 맨 마지막 그림에 외투를 입은 엄마의 모습이 담겨져 있어
엄마의 약속이 지켜졌슴을 알 수 있네요.
루스와 외할머니의 기다림이 행복한 만남으로 이어져 안심이 됩니다.

나오는 주인공이 흑인이지만 글자가 많지 않은 이 그림책에서 저는 왠지 우리나라 동양화의 소박함을 느낄 수 있었어요.
기다리고 기다리던 엄마의 편지를 읽는 할머니와 손녀의 모습옆에
편안하게 쉬고 있는 고양이와 노랗게 불을 밝힌 불빛이 한없이 편안하고 따뜻한 느낌입니다.

이런 안타까운 기다림 없이 고개만 돌리면 아이의 해맑은 얼굴을 볼 수 있슴에
감사하게 되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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