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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마키아벨리 군주론 ㅣ 서울대 선정 만화 인문고전 50선 1
윤원근 지음, 조진옥 그림, 손영운 감수 / 주니어김영사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쑥스럽지만 낯선 책 제목이었어요.
읽다보니 고등학교 윤리시간에 언뜻 스쳐 지나간 듯....
아이보다 제가 더 푸욱 빠져서 읽었답니다.
고전에 관해서는 아이와 나의 눈높이는 동일하기에^^
어느 책에선가 고전을 2000년 묵은 산삼이라고 표현했어요.
아이들이 재미있어하는 흥미위주의 만화책이나 가벼운 읽을거리가 1~2년 된 도라지라면
고전은 2000년 묵은 산삼으로 비유하면서
아이들에게 이 산삼을 꼭꼭 씹어먹게 하면 남다른 두뇌로 태어난다고요.
우리에게 꼭 필요한 밥도 이유식을 거쳐야 먹을 수 있듯
산삼같은 고전도 아이들에겐 쉽게 풀어줘야 소화시키기 좋을 듯 합니다.
그런 점에서 만화로 접근하는 [군주론]책이 참 반갑네요.
유아나 초등저학년 책은 너무 넘쳐나고
고등학생은 시간이 없어서 책을 읽지 못하고
중학생이나 초등고학년은 풍요속의 빈곤이라고 실상 그 아이들에게 딱 맞춤인 책이 없다고 하는데
만화그림도 깔끔하고 지문들도 옆에서 선생님이나 엄마가 들려 주는 듯
간결한 대화체라 다소 어려운 내용에 비해 군더기가 없어 머리에 쏙쏙 들어오네요.
군주론에 대한 소개를 시작으로 500여년전의 마키아벨리의 삶을 들여다봅니다.
어떻게 군주론을 쓰게 되었는지를 먼저 자연스레 알게되니 군주론의 내용이 궁금해지네요.
바다로 둘러싸여 있는 지리적 특성이 비슷한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해서인지
아니면 왕을 중심으로 한 군주제의 공통점 때문인지 책을 읽으면서
우리 조선의 군왕들을 떠올려보며 마키아벨리가 말한 위대한 군주에 대입시켜 봅니다.
예를 들면 군주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악당이 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말을 읽었을 때
요즘 드라마로 관심이 커지고 있는 정조대왕이 떠올랐어요.
정보망에 의한 노론파의 음모를 알면서도 어머니의 회갑연에 피를 묻힐 수 없다는
효심으로 덮어 두었던 것이 화근이 되어 암살당했다는 추측이 있으므로....
신하들의 조언처럼 미끼를 던져 반대파를 잡아들였다면 그의 개혁은 완성되지 않았을까?
또 현명한 군주 옆에는 유능하고 충성스러운 신하들이 많다는 글에서는
성군이셨던 세종대왕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그것도 군주의 자질이라고 하네요.
군주가 현명하기 때문에 좋은 조언을 들을 수 있는 것이지
좋은 조언이 군주를 현명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는 말에는 고개가 끄덕여집니다.
옆에 아첨하는 신하를 둘지 충언을 해줄 신하를 둘지는 군주의 몫이기 때문에요.
자신에겐 인색하고
국민에겐 인심이 후해야 한다는 군주의 자세와
군주가 걱정해야 하는 단 두가지
하나는 나라안의 국민들에 관한 것
다른 하나는 다른 나라의 세력에 관해 조심하라고 말합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속에 우리의 역사도 읽어집니다.
냉소주의자라고 하지만 특히나 공감가는 부분도 많습니다.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너는 다른 나라를 치기 위해 자기보다 강한 군주의 힘을 빌리면 안돼.
네가 승리한다 해도 너는 그의 수중에 들어가게 되거든.'
이 말을 들을 때는 신라가 당의 힘을 빌려서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켰던 역사가 떠올랐어요.
권력은 여우의 교활함과 사자의 힘에 의해 성취되는거라고 하며
그래서 강한 권력을 갖게 된 사람은 이 두 성품을 잘 유지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백성에게서 사랑과 두려움 둘 다 받을 수 없다면
사랑보다는 두려움을 선택하라는
때에 따라서는 약속도 지키지 말아야 한다는 마키아벨리의 이론에
그린이 조진옥님은 조금은 위험한 군주 이야기라고 덧붙입니다.
성공한 군주와 실패한 군주를 비교하면서 세계사의 한 페이지를 넘겨보았습니다.
어려운 용어가 나오면 바로 밑에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그시대적 배경이나 인물에 대해서는 꼼꼼하게 짚어주니
참 영양가있는 고전의 이유식을 먹어 본 느낌입니다.
연결해서 [군주론]을 제대로 읽어보고 싶은 충동이 이네요.
군주제가 사라지고 민주주의가 자리잡은 현대에도
우리가 깊이 새겨야 할 말들이 많이 담겨있습니다.
그래서 세월을 뛰어넘어 읽히는 거라 생각드네요.
리더쉽이 요구되는 경영자들도
미래를 이끌어 갈 청소년들에게도 권하고 싶네요.
현명한 사람은 항상 위대한 인물들의 발자취를 좇아가며
그들을 모방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들의 덕에 미치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비슷하게 된다고 말하며
친절하게 다시 설명해주죠.
'꿈을 크게 가지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