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보다 드라이플라워 - 예쁘게 말리는 법부터 인테리어 소품까지 나를 위한 시간
하우투드라이 꾸까 지음 / 큐리어스(Qrious)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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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드라이플라워를 만드는 방법에는 바람과 시간에 꽃을 맡겨두는 자연건조법, 글리세린 등의 약품을 이용한 인공건조법,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이 책에서는 누구나 바로 시작할 수 있는 자연건조법을 배웁니다.   (본문 24p)
 

 

 

존댓말로 조근조근 가게에 찾아온 손님에게 상냥히 알려주는 투가 참 친절하다. 보통 이론을 먼저 보여주고 Q&A가 붙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드라이플라워에 대한 일반사람들의 질문들을 모아 책의 서두에 먼저 배치한 것도 특이했다. 보기만해도 기분 좋아지는 아름다운 꽃, 더 자세히는 아름답게 잘 말린 꽃들의 사진을 잔뜩 볼 수 있는 책이다. 이 책은 드라이플라워에 대해 소개하고 드라이플라워를 만드는 법을 알려준다. 저자가 말하는 포인트는 아주 간단하다. 꽃을 말리는 것은 바람과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준다. 다만 이 책에서는 꽃을 더 "예쁘게" 말릴 수 있는 팁을 주는 것 뿐이라고. 

 

 

책의 구성은 세개의 class로 나뉘어져있다.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class 1. 드라이플라워 어떻게 말릴까-에서는 드라이플라워에대한 전반적인 소개와 만드는 방법을, class 2. 드라이플라워 어떤 꽃이 좋을까-에서는 주변에서 접하기 쉽고 상대적으로 말리기 쉬운 몇몇 꽃들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class 3. 플로리스트가 만든 소품,선물 만들기-는 드라이플라워나 소재을 이용한 소품들을 만드는 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class 1에서 사근사근 간단한 인사말을 건냈다면 class 2 부터가 본격적인 만남의 시작이다.

 

 

 

 

class 2를 보면 오른쪽 페이지에 꽃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말리는 방법, 예쁘게 사용하는 팁을 나누어 설명해주는데 왼쪽 페이지엔 완성된 드라이 플라워를 사진으로 제시한다. 바로 위에 사진속 꽃은 에키놉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이 꽃만은 꼭 시도해봐야지 절로 결심하게 하는 꽃이 몇 종류 있었는데 이도 그 중 하나였다. 아는만큼 관심이 있는 만큼 보인다고 꽃이름(어원)에 고슴도치라는 단어가 숨어있다고 한다. 이름에도 꽃의 자태에도 굉장히 끌려서, 언젠가 꽃집이나 꽃시장에 들러 이 꽃을 사들고 룰루랄라 집으로 돌아오는 내가 쉽게 상상되었다.

 

 

 

실제로 해보면 어떨지 모르지만 보기엔 참 쉬워보인다는 게 함정이다. 말리는 과정이 끝나면 투명한 유리병, 작은 화분이나 깡통에 담아두기만 해도 무심한 듯 멋스러운 소품으로 재탄생되는 것이 경탄스럽다. 말리는 과정은 시간이 해결해줄지 모르지만 예쁘게 말린 꽃을 가지고 이것저것 소품을 만들고 어딘가에 장식을 하는 과정을 보고있자니 손이 근질근질해진다. 내 방 혹은 우리집 곳곳에 아직 봄이 오기 직전 썰렁한 분위기를 바꿀수 있게끔 꾸며보고싶은 욕심이 난다. 사실 나보다도 주변 사람들에게 만들어주고 싶은 욕구가 가장 강하게 들었다. 본디 특별한날, 혹은 축하할 날에 사람들은 꽃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굳이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꽃을 받고 기분 나빠할 사람은 없을 것 같다. 거기다 수제 라는 타이틀과 만든이의 정성이 더해지니 누구나 웃으며 받아줄 것 같은 기대가 된다.

 

 

꽃은 살아있을 때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그를 유지해주기 위해서는 그대로 바라봐주기만 해서는 안된다. 충분한 햇빛과 물을 주고 그 외에도 많은 애정과 손길이 필요하다. 드라이플라워는 생화와 닮은듯하지만 또 다른 묘한 매력이 있다. 조금은 이기적이게도 사람 입장에서는 그저 두고 보기만 해도 생화보다 더 오래 지탱해주는 강인함도 가지고 있다. 꽃잎과 줄기가 가진 물기를 없애 만드는 것이 드라워플라워라지만 꽃이 가진 태생적인 매력이나 힐링효과는 전혀 없어지지 않는 것 같다. 사진으로만 봐도 행복해지는 데 취미생활로 말라가는 꽃을 바라보는 것은 얼마나 좋을까. 개인적으로는 책사이에 꽃이나 잎을 넣어 말린 후 코팅해 책갈피를 만들곤 하는데 이것도 드라이플라워에 속한다고 생각해도 될까. 이제 납작해진 꽃의 앞뒤면 뿐이 아니라 원형을 그대로 유지한 동그란 꽃의 머리를 만나보고 싶다는 욕심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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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를 기다릴게
스와티 아바스티 지음, 신선해 옮김 / 작가정신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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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두가지 이유로 집을 떠난 제이스는 엄마가 전해준 주소만을 따라 몇 년만에 보게될 형의 집앞에 섰다. 반갑게 자신을 환영해줄지, 많이 자란 서로의 모습에 어색해할지, 갑자기 찾아온 자신을 떨더름하게 바라볼지, 아니 그 전에 자신의 형이 이 곳에 살고 있는게 맞는지 초조하고 복잡한 마음으로 선 제이스의 얼굴은 상처투성이다. 그가 집을 떠난 첫번째 이유, 엄마와 자신에게 쏟아지는 아버지의 폭력을 피하기 위해서. 그의 형 크리스천은 이미 오래전에 아버지를 피해 집을 나갔다. 판사인 아버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으로 숨어살던 그는 지금 그의 가족과 자동차로 19시간 거리에 있는 동네에서 살고 있었다.

 

 

 

재회한 두 형제는 서로에게 묻지않는다는 조건으로 낯설고 아슬아슬한 동거생활을 시작한다. 집을 떠날 때 급하게 엄마와 마지막으로 나누었던 말은 엄마가 곧 제이스를 따라 집을 나오겠다는 약속이었는데, 제이스는 지속적으로 엄마와 메일을 주고 받으며 그 약속을 철썩같이 믿고있다. 엄마가 오기로 한 추수감사절까지의 날짜를 하나하나 세며 그는 낯선 동네와 새로운 학교생활, 친구들에 적응하려 노력한다. 옆집에 사는 형의 애인 미리엄은 제이스가 전학처리를 밟은 학교의 교사로 일하고 있는데, 교사로서의 책임감과 애인의 숨겨진 과거에 대한 실마리, 난데없이 나타난 애인의 동생이라는 골치아픈 사명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고 해결해나가려는 인물이다. 개인적으로는 미리엄과 제이스의 대화가 부분부분 흥미로웠고 미리엄이라는 캐릭터를 통해 가정폭력이라는 문제와 그 피해자들을 바라보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폭력의 피해자인 아이는 커서 폭력의 가해자가 되기 쉽다? 어려서 폭력에 노출된 아이는 오로지 그 상처에 휘둘리게 된다? 제이스의 시선에서 풀이된 책의 내용을 보아서는 미리엄을 포함한 사건의 전말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은 제이스를 단순히 학대의 피해자로서가 아니라 그 사건으로 인해 상처받고 어딘가 고장났을 가엾은 아이로 바라보는 것 같다. 이는 일종의 낙인과도 같다. 범죄나 악질적인 행동을 한 가해자뿐 아니라 피해자에게까지 우리는 알게모르게 비슷한 낙인을 찍고 바라보는지 모른다. 동정을 받는 것도 무언가 치료가 필요한 아이라는 시선도 영 불편한데, 심지어 그 '치료'를 적극적으로 도우려 드는 미리엄은 제이스의 시선에선 그리 달갑지 않다. 폭력이나 가정학대를 경험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불안정하고 상처입었으리라는 시선은 일반 사람들의 흔한 관점이고, 사실과 그리 달라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인생의 많은 시간을 들여 그 상처를 들여다 볼지언정 걱정스런 시선만큼 인생의 전부를 그 사건에 휘둘리며 살아가지 않는다. 적어도 이 책의 주인공인 제이스와 크리스천은 그런 사람들이었다.

 

 

 

학교에 다니고, 축구부 활동을 하며, 일을 구해 일상에 적응하는 한편 제이스는 시시때때로 자신을 덮치는 내면적인 갈등을 겪는다. 일상의 곳곳에서 발생하는 작은 짜증에 최악의 상황-혹은 자신이 해낼수 있는 폭력적인 반응들에 대해 마음속으로만 풀어내며 그 자리를 벗어나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히는 방법을 찾아내려 한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제이스가 집을 나오기전에 있었던 일들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그가 스스로 절대 용서할수 없는 잘못을 저질렀고 그런 자신에게 벌을 주기 위해(또 그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생활 곳곳에 제약을 두며 애쓰고 있다는걸 알게된다.

 

여기에서 제이스가 집을 떠난 두번째 이유. 그는 스스로가 가진, 어쩌면 아버지에게 물려받았을지 모를 폭력성과 그로 인해 발생되는 고리를 벗어나고자 집을 떠나왔다. 책의 후반부에서야 언급이 되지만 그는 언제 폭발하지 모를 스스로의 분노나 폭력이 무서웠다기 보다는 그로 인해 초래될 '아버지-어머니'같은 굴레를 주변사람에게 씌우게 될까봐 두려웠던 것 같다. 폭력 후에 늘 거짓으로 사과를하고 남탓을 하며 붙잡아두는 아버지나 그에 학대당하고 두려워하면서도 그 곁을 떠나지 못하는 악질적인 관계를 자신이 똑같이 재현하게 될까, 자신이 사랑하는 주변 사람이 그 지옥같은 굴레의 피해자가 될까 제이스는 두려워했다. 타고난 성질이나 엄마를 때리는 아버지에게서 알게모르게 배우게된 분노나 폭력성이 내재되어있다고 하더라고 제이스는 참 똑똑하고 착한 아이였다. 주변의 사람들과 가족을 사랑할 줄 알고 그 관계를 망치지 않기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그의 형 크리스천은 유일무이한 존재가 되어준다. 아버지의 폭력, 어머니를 보호하려는 시도, 집을 떠나는 것까지 제이스가 경험한 대부분의 것을 크리스천 역시 경험했고 아주 어려서부터도 터울이 제법있는 형은 자신이 늘 따라다니고 의지하고 싶었던 존재였다. 하지만 동시에 같은 상처를 가진 약자이기도 했다. 얼핏 두사람이 서로에게 의지하고 회복해가는 훈훈한 스토리를 기대했다면 그 기대는 영 불안불안해 보이는 두 사람 사이의 관계에 김이 샐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가 오기로 한 그날을 기점으로 이야기의 진행이 빨라지고 두 사람 사이의 진심이 드디어 터져나오기 시작한다. 완벽한 해피엔딩은 아니어도 이 책의 주인공인 제이스는 나름의 해결책을 찾아내고 형과 함께 상처를 보듬어나간다. 그 과정이나 속마음이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다소 안심이 되었다.

 

 

 

과거에 읽었던 가정폭력을 다루었던 몇몇 작품들에 비해 그 폭력의 과정이나  정도에 집중하지 않은 점이 좋았다. 덕분에 불안정하고 흔들릴지라도 우울하고 어둡기만 한 칙칙한 분위기의 소설은 되지 않았다. 나쁜 경험 이후의 일상과 트라우마로부터의 탈출, 다면적인 심리와 사건들을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같은 경험을 한 세명의 인물(제이스,크리스천,엄마)이 서로 다른 상처를 갖고, 다른 반응을 보이며 다른 삶을 살아가는 것도 좋았다. 그리고 가장 오랜시간 시달리고 그만큼 만성이되어(혹은 그 외에 드러나지 않은 여러가지 이유로) 쉬이 떨치지 못하는 엄마의 회복과 극복을 기다리는 제이스의 마음이 이 책의 제목(한글판)에 실려있지 않나 조심스레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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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 엄마와 보내는 마지막 시간
리사 고이치 지음, 김미란 옮김 / 가나출판사 / 201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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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소개를 읽어보면서 부디 이 이야기가 마냥 슬프지만은 않기를 바랬다. 누군가와 이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도 이별해야 하는 사람이 평생 떨어질 줄은 생각도 하지 못한 가족이라면, 그 이별의 종류가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죽음으로 인한 영원한 이별이라면 그 과정이 고통스럽지 않을리 없다. 골골 80, 골골 90이라는 말이 흔하게 들려올 정도로 (병을 가지고 있다해도)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늘어나고 사람들은 어느 정도 자신의 마지막 시기를 예상할 수 있게 되었다. 시한부 선고와는 조금 다르게 기계 등에 의지해 치료와 수명연장을 지속할 것인지, 마지막 치료를 포기하고 가족의 품에서 혹은 호스피스에서 스스로의 마지막을 준비할 것인지를 선택할 수 있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것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실제로 우리는 선택의 기로에 놓여있고 그에 대한 논쟁도 벌어지고 있다. 이 책이 다루고 있는 건 그에 대한 이론적, 윤리적  대립이나 생명의 가치에 대한 운운이 아니다. 실제적으로 결정을 내린 한 사람의 마지막과 그 가족이 보낸 14일간의 기록이다. 글로써 남겨진 것이 그들이 느낀 복잡한 감정과 거쳐야 했을 여러 과정의 반의 반이나 다 담아냈을지는 의문이지만, 이 책을 통해  죽음을 목전에 두고 살아있는 사람의 죽음을 맞이하는 준비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책의 저자인 리사 고이치는 미국의 코미디언 겸 방송인이고 이 책의 주인공은 그녀의 어머니 밀리 고이치와 가족들이다. 85세의 밀리는 신장 투석을 위해 병원에서 지내고 있었고 곁에서 돌보던 그녀의 아들이자 리사의 오빠는 이른 아침 리사와 아버지에게 전화를 건다. 약간의 불안과 갑작스런 연락을 시작된 이야기는 담담한 어머니의 결정과 가족들 사이에 일어난 잠깐의 갈등, 그리고 순응의 과정으로 진행된다. 이야기의 시작은 마치 소설처럼 조금은 장황하게 시작되지만 치료중단이라는 결정을 두고 남매간의 언쟁부부을 빼면 마치 일기와 같은 조금은 단조로운 일상의 기록같다. 감정에 마냥 치우치거나 괴로워하는 어머니의 모습, 가족들의 심정을 구구절절 자세히 묘사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죽음'을 전제로 한 평소엔 준비하지 않아도 될 부분에의 준비와 미리 마음먹고 있었다하더라도 쉽사리 실감하지 못할 이별과 상실의 과정을 하나하나 거치는 저자의 심정은 마음을 아리게 한다.

 

 

  내가 첫발을 떼었을 때 내 잡은 손을 놓아준 사람, 처음으로 두 자전거 페달을 밟을 때 뒤 의자에서 손을 떼어준 사람, 고등학교 때 매드 도그 20/20을 마시고 취했을 때 외출금지령을 내렸던 사람, 남자애 때문에 흐느껴 울 때 나와 함께 부엌 바닥에 주저앉아주었던 사람, 내가 당신이 받은 것 중 가장 귀한 선물이며 태어나줘서 정말 기쁘다고 말해준 사람. 바로 그 사람이 자기는 이제 끝났다고 내게 말하고 있었다. 마지막. 종료. 끝.(본문 중 - 1일 째, 34p)

  엄마는 두 번 다시 나를 위해 요리를 하지 못할 것이다. 이제는 스스로 해야한다. 세상에, 이제 더 이상 엄마가 여기에 없구나 하는 현실이 와 닿자 불현듯 고아가 되어 길을 잃은 기분에 빠졌다.(본문 중 - 7일 째, 164p)

 

 

 

14일은 누군가의 죽음을 준비하기에 충분한 시간일까? 갑작스런 죽음보다는 어느 정도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이 있는 편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 죽음을 미리 알고 있다고 해서 죽음이 오기 전에 이런 저런 준비를 해야한다는 사실은 참 잔인하다. 직접 겪어낸 저자는 죽음 이후에 닥쳐올 슬픔에 빠져 그런 준비를 해야 하는 처지보다는 낫다고 했지만 쉽게 수긍할 수 있는 문제인지는 모르겠다. 현실적으로는 죽음 이후에 온몸으로 그 이별만을 받아들이기도 벅차 준비가 미리 되어있다면 수월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 살아있는 사람의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다는 것이 쉽게 상상되지 않는다. 고통을 줄여줄 모르핀을 준비하고, 어머니의 관을 고르고, 장례일정을 예정해본다, 감정적으로는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울렁거린다. 저자는 이 과정을 모두 해내고, 마지막 죽음 직전의 증상들을 체크해보며 어머니의 죽음을 준비한다.

 

아직까지는 살아온 날이 길지 않았기에, 어쩌면 운이 좋았기에 겪지 않았지만 소중한 사람들과의 이별은 언젠간 일어날 일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미리 준비하는 것은 어쩌면 미리 마음에 상처 한줄을 내어 놓는 미련한 일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일이고 누군가는 이미 그 힘든 과정을 겪고 이겨내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게되는 일은 마음에 위안을 준다.

 

곧 이별하게 될 그 사람이 준비기간 동안 쓸쓸하지 않게 옆에서 온 가족이 지켜봐 줄 수 있다는 사실은 고역일수도 있지만 얼마나 다행한 일인가 생각하게 되었다. 내게 소중한 사람이 내게만 소중한 사람이 아니어서 다행이라는 걸 느낄수 있었다. 막연하게만 알고있던 '임종을 지킨다'는 표현도 이 책을 읽기 전보다는 조금 더 실감하게 되었다.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자문해보곤 한다. 결말이 뻔하고 슬플테고, 아플 이야기를 왜 읽어야할까. 특히나 이 책처럼 소설도 아니고 실제인물의 이야기는 그 누군가가 내게 특별한 이도 아니고, 글의 문장이 화려한 것도 유명작가의 글처럼 능숙하고 아름답게 쓰여진 것도 아닌데, 구태여 다른 이의 죽음을 보며 내 마음 울렁거릴 이유가 있을까. 특별한 재미나 교훈이나 매력을 느끼고자 이 책을 읽게된 것은 아니지만, 누군가의 인생에 관해 쓰여진 책(특히나 죽음같이 묵직한 주제를 다루는 경우)은 늘 읽고난 후 가슴에 무언갈 남기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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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 독해 - 나의 언어로 세상을 읽다
유수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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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강사 유수연, 이름 앞에 수식어처럼 늘 붙어있는 칭호가 익숙한 사람이라 사실 교재 외에 이런 인문학 또는 자기계발서등의 책을 내고 있을 줄은 몰랐다. 제목 역시 오해하게 쉽게 '독해'라는 단어를 갖다 썼다. 절묘하고 기발한 마케팅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자기자신에게 쏟아내던 채찍질이 자기계발서 책으로 발간되면서 다수에게 휘두르는 채찍질이 되어가는 것에 당혹감을 느꼈다는 그녀는 조금 낯설다. 그녀의 강의를 들어본 적이 있어서인지 그 캐릭터에 대한 편견은 나에게도 있었던 모양이다. 책을 읽으면서 그녀가 어떤 사람이든, 어릴 때부터 책읽기에 몰두하고 탐닉해왔으며 독서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것만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어릴 때부터 고수해왔고 현재의 밑거름이 되어준 독서는 그녀만의 방법으로 정착되어 있었는데 그녀는 이 책에 그녀가 늘 스스로에게 뱉어낸 강한 말과 함께 그 독서법의 유형과 실천을 더했다. 서사와 문학의 진행에 익숙해서인지, 개인적으로 이 책의 결말(이라기보다는 끝부분)이 좀 썰렁한 감은 있었다. 하지만 자기계발서 겸 에세이겸 어느 정도는 그녀의 독후감스러운 이 책의 부분 부분에는 어느 정도 공감하고 설득당하기도 했다.

 

크게 두가지 part로 나뉘어진 책의 구성은 각각 7권, 9권의 책을 이야기하며 <part 1. 인생, 다르게 읽기>, <part 2. 독해, 나만의 언어로 읽기>라는 제목에 맞는 시범을 보여준다. part 1에서는 헤르만 헤세와 알베르카뮈, 생텍쥐페리 등 문학적으로 조금 친숙한 작가들의 작품들을 다루고, part 2에서는 이솝우화부터 이상의 시 '거울', 스티브잡스의 인문학, 니체와 쇼펜하우어의 작품까지, 서양고전 등의 철학부터 현대 경제경영 등을 아우르는 보다 폭넓고 다양한 작품들을 다루고 있다. 한 작품마다 깊게 파고드는 책은 아니지만 저자가 강조하고 싶은 두가지 독서법을 활용하고 어필하기 위한 해석과 발췌가 이루어져 있다.

 

 

 

 

자신의 삶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인생에 대한 모든 태도를 결정하게 만든다. 나의 작은 세계를 만든 책들과 책을 통해 바라본 현실의 이해가 누군가에게도 작은 세상의 시작점과 만나게 될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인문학으로 통찰하고, 남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읽고, 자신을 경영하자(-책 뒤표지에 실린- 프롤로그 중에서)

 

 

자기계발서류의 책을 그다지 많이 읽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해온 자기계발서의 전형같은 책이었다.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인문학과 관련된 근거자료들을 활용하며, 현재의 트렌드-자기경영, 실용 등-를 놓치지 않는 점이 그랬다. 프롤로그를 살펴보면 앞서 말한 세 가지가 총라되어 있는 걸 한눈에 느낄 수 있다. 책읽기를 힘겨워하는 독자들을 위해서인지 중간중간 삽입되어있는 사진들(대부분 본문의 내용과는 상관없는 풍경사진)과 고전에서 따온 문구들이나 명사들의 명언도 눈에 띈다. 본문에서 다루어진 문장들이 재발췌되어 반복되어 있기도 하다. 사실 책의 내용보다 짜여진듯한 이 형식들이 너무 노골적이라는 느낌마저 들었다.(질을 따지기 이전에 정말 팔릴만한 책을 만들려고 작정을 했구나 하는 느낌. 그런 의도나 편집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당연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상업적인 느낌이 강해 책의 내용이 묻히는 느낌이라 개인적으로 책의 첫인상이 그리 좋지는 못했다.)

 

아무튼 그다지 기대하지 않던 책이라 가벼운 마음으로 읽었는데 저자 유수연만의 독서철학 및 인생철학을 엿볼 수 있어서 좋았다. 그녀의 독서법과 고전의 해석도 신선하게 다가오는 부분이 많았다. 어린왕자와 이방인에 대한 해석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어린왕자가 지구에 오기전 방문한 여러 별의 독특한 인물들과의 만남에서 어린왕자는 그들의 삶을 이해하지 못한다. 저자는 매일같이 계산을 하고, 가로등을 켰다끄는 일 등 각 인물들이 집중하고 있는 일이 그 개인에게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와는 상관없이 그들을 '쓸데없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이상한 어른들'이라고 바라보는 어린왕자의 시선을 대부분의 독자가 비판없이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한다. 이미 성인이 된 우리들은 각자의 룰대로 살아가는 그 무수한 별 중 하나의 주인일 수도 있다. 지금껏 자신이 유지해온, 가치있는 일이라 생각해온 일상을 다른 별에서 온 천진난만한 왕자가 '왜 그렇게 살아?'하고 태클을 걸어온다면? 과연 화가날 만도 하다. 이 책은 저자가 특유의 고집과 가치기준으로 만들어낸 독서법과 인생철학을 여러가지 고전작품으로 함께 풀어낸 책이다. 선택하지 않은 길에 변명하지 않으며, 자신이 선택한 길에 오로지 집중하고 살아가는 그 당당함이 참 멋져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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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리터의 눈물
키토 아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덴슬리벨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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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드라마, 영화 등으로 널리 알려져있는 제목이지만, 사실은 실제 인물의 눈물젖은 일기다. 나 역시 일본드라마로 먼저 이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올해의 첫 책으로 이 책을 집어들면서 난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사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연초부터 터진 여러가지 일에 그냥 몰입할 수 있는 책을 잡았던가, 결말도 알고있는 슬프고 뻔한 이야기일테니 울고싶어 잡았던가, 아니면 찾아본 이 책의 리뷰마다 희망을 갖고 살아가겠다, 지금을 잘 견딜수 있는 힘을 얻었다 해서 나 또한 그러고 싶다는 마음이었을까. 어쩌면 그저 작년에 사두고는 읽지 못했던 책들 중 파란 표지의 이 책이 눈에 띄었던 걸지도 모른다.

 

 

여러가지 꿈을 막 피우기 시작할 무렵, 고등학생이 된 아야는 본격적으로 병의 진행을 겪게된다.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 늘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야하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차 줄어든다. 얼마 전 난 평생 처음으로 심한 몸살을 앓았는데 침대에 누워 손하나 까딱할 힘이 나지않아 움찔거리기만하다가 아야라는 소녀를 떠올렸다. 감히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잠시간 앓아누워 움직이기 힘들 때도 이렇게나 무기력하고 겁이나는 데 그 증상이 점점 악화되는 길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다면 얼마나 막막하고 절망스러울까. 그 과정을 수십번 이상 겪어냈을 그 소녀가 그만큼 밝고 끝까지 노력해서 세상을 살아갔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감격스러웠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그저 갑자기 찾아온 병의 진행은 평범한 삶에 여러가지 방해요인으로 덮쳐왔다. 하지만 아야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밝게, 명랑하고 사랑스러운 소녀스럽게 살았다. 작가로서의 자질은 잘 모르겠으나 그녀의 기록들은 그녀의 삶에 대한 가치있는 증거로 남았다. 어린나이에 대부분 생각하지 않고 지나갈 생과 사에 대한 고민, 나 자신에 대한 존재이유 등 아주 어려운 고민들은 일기에 남겨진 것 이상으로 그녀를 사로잡고 있었을 것이다. 절망하기에 충분한 그 상황들을 잘 버텨내고 투정부리지 않는 그녀가 안쓰럽고 또 대단해보였다.

 

 

사람은 자기보다 더 힘든 처지의 사람을 만나면 혹은 그 이야기를 들으면 그보단 상대적으로 나은 자신의 처지에 안심하고 위안을 받는다고 한다. 아야의 이야기도 여러 사람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남겨주는 것일까. 그녀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걷고 뛰며 말하고 글을 쓸수 있는 지금의 나에게 만족하고 더 노력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나에게 빗대기 전에 난 그녀의 삶과 그에 일조한 그녀의 가족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녀는 아주 불운하게도 희귀병을 앓고 짧은 생을 살다갔지만, 그녀의 가족들은 그녀와 서로 영향을 받으며 아주 곧게 잘자라난 성인이 되었다. 보건소에서 일한 어머니는 물론이고 책의 말미에 언급된 그녀의 동생들의 모습도 흐뭇하다. 이 책의 제목이자 드라마에서의 명대사로 남았던 "1리터의 눈물"은 결코 그녀 혼자만의 눈물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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