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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리터의 눈물
키토 아야 지음, 한성례 옮김 / 이덴슬리벨 / 200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소설, 드라마, 영화 등으로 널리 알려져있는 제목이지만, 사실은
실제 인물의 눈물젖은 일기다. 나 역시 일본드라마로 먼저 이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올해의 첫 책으로 이 책을 집어들면서 난 무슨 생각을
했었을까. 사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연초부터 터진 여러가지 일에 그냥 몰입할 수 있는 책을 잡았던가, 결말도 알고있는 슬프고 뻔한 이야기일테니
울고싶어 잡았던가, 아니면 찾아본 이 책의 리뷰마다 희망을 갖고 살아가겠다, 지금을 잘 견딜수 있는 힘을 얻었다 해서 나 또한 그러고 싶다는
마음이었을까. 어쩌면 그저 작년에 사두고는 읽지 못했던 책들 중 파란 표지의 이 책이 눈에 띄었던 걸지도 모른다.
여러가지 꿈을 막 피우기 시작할 무렵, 고등학생이 된 아야는
본격적으로 병의 진행을 겪게된다. 마음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몸, 늘 다른 이들의 도움을 받아야하고 혼자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점차 줄어든다.
얼마 전 난 평생 처음으로 심한 몸살을 앓았는데 침대에 누워 손하나 까딱할 힘이 나지않아 움찔거리기만하다가 아야라는 소녀를 떠올렸다. 감히 비할
바는 아니지만 잠시간 앓아누워 움직이기 힘들 때도 이렇게나 무기력하고 겁이나는 데 그 증상이 점점 악화되는 길밖에 남지 않았다는 걸 알고 있다면
얼마나 막막하고 절망스러울까. 그 과정을 수십번 이상 겪어냈을 그 소녀가 그만큼 밝고 끝까지 노력해서 세상을 살아갔다는 사실이 새삼스럽게
감격스러웠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고 그저 갑자기 찾아온 병의 진행은 평범한 삶에 여러가지 방해요인으로 덮쳐왔다. 하지만 아야는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에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밝게, 명랑하고 사랑스러운 소녀스럽게 살았다. 작가로서의 자질은 잘 모르겠으나 그녀의 기록들은 그녀의 삶에 대한
가치있는 증거로 남았다. 어린나이에 대부분 생각하지 않고 지나갈 생과 사에 대한 고민, 나 자신에 대한 존재이유 등 아주 어려운 고민들은 일기에
남겨진 것 이상으로 그녀를 사로잡고 있었을 것이다. 절망하기에 충분한 그 상황들을 잘 버텨내고 투정부리지 않는 그녀가 안쓰럽고 또 대단해보였다.
사람은 자기보다 더 힘든 처지의 사람을 만나면 혹은 그 이야기를
들으면 그보단 상대적으로 나은 자신의 처지에 안심하고 위안을 받는다고 한다. 아야의 이야기도 여러 사람들에게 그런 메시지를 남겨주는 것일까.
그녀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건강하고, 걷고 뛰며 말하고 글을 쓸수 있는 지금의 나에게 만족하고 더 노력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인가. 이런
생각을 하나도 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나에게 빗대기 전에 난 그녀의 삶과 그에 일조한 그녀의 가족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녀는
아주 불운하게도 희귀병을 앓고 짧은 생을 살다갔지만, 그녀의 가족들은 그녀와 서로 영향을 받으며 아주 곧게 잘자라난 성인이 되었다. 보건소에서
일한 어머니는 물론이고 책의 말미에 언급된 그녀의 동생들의 모습도 흐뭇하다. 이 책의 제목이자 드라마에서의 명대사로 남았던 "1리터의 눈물"은
결코 그녀 혼자만의 눈물은 아니었을 거라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