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워 컴 투 라이프 - Melt의 ‘만 원으로 꽃다발 만들기’ 프로젝트
김신정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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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원으로 꽃다발만들기 프로젝트. 책의 제목과 블로그에서 진행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참 본격적인 취미생활이라는 거였다. 최근 사람들의 삶에서 취미생활의 의미란 꽤나 큰 비중을 차지한다. 좋아하는 일이 곧 직업을 의미하는 경우가 매우 적기 때문이기도 하고, 자기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며 스트레스해소와 자기만족의 시간을 갖는 것이 여러가지 이름으로 등장해 꽤나 보편화된 삶의 방식이 되었기 때문이기도하다. 특히 젊은 층을 중심으로 퍼진 이런 라이프 스타일은 다양한 교육기회에 노출되어있는 요즘 사람들에게는 취미활동을 수준을 거의 준전문가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또한 취미활동을 결과를 sns등에 올려 함께 공유하고 은근한 자랑을 하는 것 자체도 취미생활의 연장이 되기도 한다. 시간날때 짬짬이 즐기는 기본적인 취미활동의 의미도 유지하되 눈에 보이는 성과도 얻을 수 있도록 약간의 계획을 더해 프로젝트 식으로 시작과 끝을 내는 경우도 많아지는 것 같다. 이 프로젝트도 아마 그렇게 시작되지 않았을까. 꽃시장에 들리고 만원어치 꽃을 사 꽃다발을 만들고 그걸 꾸준히 즐기기위해 일년이란 기간과 일주일에 하나씩이라는 목표를 설정한다. 성실하고 본격적인 취미생활의 시작이다.

 

매년 다양한 취미활동이 유행처럼 번지곤한다. 예를 들어 작년엔 컬러링북이 강세였다. 유행이 훅 지나고 나면 그걸 지속하느냐마느냐는 본인의 선택이다. 올해는 꽃관련 취미활동이 강세를 보인다. 물론 오래전부터 있어왔고 꾸준한 사랑을 받아온 분야이지만 올해는 대중이 관람이상의 것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가드닝, 꽃꽂이, 드라이플라워, 화훼장식, 식물을 이용한 인테리어 소품제작 조금더 세세하게 파고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와중에 이 책의 저자가 선택한 것은 꽃다발만들기로 어쩌면 우리에게 가장 친근하면서도 꽃의 기본적인 활용방법이 아닐까 싶다.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않았지만 1년이란 기간동안 여러가지 생각과 시도끝에 만들어진 꽃다발들은 그저 꽃특유의 아름다움 이상으로 뭔가 더해진 느낌을 준다.

 

 

 

 

 

 꽃다발하면 사실 졸업식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화분을 사거나 화단을 만들어 본적은 있지만 꽃다발을 주고 받은 흔한 기억으로는 역시 졸업식이 먼저 떠오른다. 그다음으로는 하나둘 시집장가가가고있는 친구들의 결혼식에서 보았던 부케이려나. 졸업식때 최소 만원이상인 꽃다발을 살때마다 나름대로 예쁜걸 고르겠다고 애쓴 기억을 떠올려보면 왜 만들어줄 생각은 미처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이제야 든다. 전문가가 만든 솜씨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개인적인 정성과 의미가 더해져서 더 특별한 꽃다발이 되었을텐데. 뭐 그때는 무언가를 만들기위해 개별적으로 꽃을 산다는게 낯설었을지도 모르겠다.

 

 

 

책의 구성은 4파트로 나뉘어져있는데 핵심적인 내용은 물론 2번째파트다. 일주일에 한번씩 만들어낸 꽃다발의 사진과 꽃시장에서의 지출내역, 만든 방법을 기본으로하며 그날에 있었던 사소한 이야기, 그날 고른 꽃의 꽃말 등의 이야기가 짧막하게 더해져있다. 실제적으로 해보지 않아서 제작과정은 그리 와닿지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꽃다발 완성 전후의 사진을 큼직하게 보는것만으로도 힐링받는 기분이 들었다. 책의 사이즈가 제법 커서 맨 처음 받았을때는 질좋은 잡지를 받아든 느낌이었다. 꽃시장에서의 지출내역 밑에는 그 꽃다발을 만든 계절이 명시되어있는데 한번 알아채고 나니 유독 여름에 만든 꽃다발에 더 눈이갔다. 모든 창조는 모방에서 시작된다고 하니 영 정보와 자신이 없는 사람은 제일 마음에드는 꽃다발을 골라 이 책에 나온 그대로 구성을 배껴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사실 책의 4번째 파트 jourey 꽃과 식물을 찾아떠난 여행은 조금 생뚱맞았다. 앞서 보았던 파트 2,3과 자연스럽게 이어지지도 않고 별다른 이야기도 없이 여행가 찍었던 꽃과 식물들의 멋스러운 사진 몇장이 전부이다. 잡지스러운 멋을 더하는 것 말고 왜 이 내용을 넣은걸까 싶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의 제목과 앞서 언급했던 라이프스타일의 의미를 떠올리며 곧 납득해버렸다. 길을 걷다 나도 모르게 시선이 가는 꽃을 사진으로 남기고 해외여행을 가서도 꽃시장이 있을까 두리번 거린다. 제목 그대로다. "FLOWERS COME TO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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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은 인간을 정말 사랑할까? - 세계최초 뇌과학으로 밝혀낸 반려견의 생각
그레고리 번스 지음, 김신아 옮김 / 진성북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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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보단 과학, 실험보고서보단 에세이에 가깝다. 개의 뇌를 찍어 개의 감정이나 사고 능력 등을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 저자가 의도한 것이지만 일반인들이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하나의 가설을 세워 진행된 실험은 아니었다. 실험실의 멤버를 받아들일때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다소 편파적이기까지한 저자의 이런 사고는 과학자의 그것이라기보단 애견인의 것에 가까워보인다. 내가 사랑하는 강아지는 과연 나를 사랑하고 있을까? 그것을 확인하고픈 마음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있는 개프로젝트(dog project)의 시초가 된다.

 

 

여러 분야에서 사람연구에 앞서 윤리적인 이유 등을 들어 동물연구를 선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쥐부터 시작해서 유사인종인 원숭이까지 실험에 쓰이는 동물들의 종류가 다양한데 개체수가 많고 인간사에 가까운 동물인 개에 대한 연구도 당연히 많을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개의 뇌사진을 찍는다는 이 책의 소개글에도 난 그리 놀라지 않았다. 사람이 찍는 것마냥 당연히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개에게 해로운 것은 없을까 자극은 어떤식으로 주는 것일까 막연한 궁금증만 일었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동기부터 실제 실험이 진행되는 준비과정과 결과까지 실험자이자 피험자개의 주인으로서 세세하게 기록한 이 책을 읽자 그 생각이 얼마나 뻔뻔하고 무지한 것인지 자각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알고싶은 것은 내 옆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응석부리며 사랑받는 애완견의 생각과 감정이지 오로지 실험만을 위해 사육되어 실험대상으로 쓰이는 강아지의 그것이 아니었다.

 

저자는 개의 뇌를 촬영하는데 있어서 강제적이거나 비윤리적인 방법을 제외시키고 훈련과 연습을 통해 개스스로 자발적인 시도와 거부가 가능하게끔 실험을 진행했다. 마취제나 수면제등의 약을 사용하지도 않았고 움직임을 제어하기위해 몸이나 머리를 강제로 고정시키지도 않았으며 촬영기기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에 개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적응시키려 애썼다. 각고의 노력끝에 저자의 개 칼리의 MRI촬영이 무사히 진행되었고 온전히 정상적인 상태인 개의 뇌사진이 촬영되었다. 그들의 예상과 달리 뇌의 모양과 구조가 인간과 상이하다는 점이 밝혀졌고, 더 진행된 차후의 실험에 의해 친근한 사람의 냄새에 반응하는 미상핵부근의 활성이 개들의 뇌가 자신이 친근하게 느끼는 사람에게 특별히 반응한다는 것을 증명해내었다. 또한 저자는 이런 몇가지 과학적인 증명들 외에도 반복된 훈련을 통해 이전에는 느끼지 못한 반려견 칼리와의 진한 애정과 교감을 갖게되었다. 이 연구는 개가 인간에게 갖는 사고에 대한 몇가지 가설을 증명해냈을 뿐 아니라 추후 다양한 연구들의 윤리적 과학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앞으로 진행될 연구에서 개가 인간과 유사한 감정 및 사고과정을 갖는다는 충분한 증명이 이루어지면 몇몇의 동물들이 그러했듯 이 동물에 대한 윤리적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있을 거라 저자는 이야기한다.

 

 

애초에 내가 예상했던 책과는 많이 달랐다. 제목과 같은 주제로 행해진 수많은 과학연구들의 결과를 교양서쯤으로 가볍게 엮은 책도 아니었고, 제목과 같은 궁금증에 자신의 사연을 담아 써내려간 에세이도 아니었다. 개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동기와 결과, 그 과정 중에 겪어낸 개인적인 반려견들에 관한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있고, 개프로젝트에 관해 연구자로서 행해야했던 실제적인 연구절차와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과학논문 혹은 보고서처럼 쓰여있다. 그들이 이루어낸 과학적인 업적이 어느정도의 의미를 갖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개인적으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있어서 그들이 행했던 윤리적인 노력들에 감명받았다. 우리가 가족이라고 칭할만큼 인간에게 가까운 존재이지만 인간과 같을 수는 없는 동물들에 대해 우리는 궁금한 점이 많다.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자체가 중요한만큼 연구과정에 있어 우리는 그들이 존중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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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말아요, 그대 - 김제동과 사람들,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시간
JTBC '김제동의 톡투유' 제작진 지음, 버닝피치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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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누구나 말하고픈 욕구가 있다. 가장 흔한 예가 넋두리.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도 어쩔 수 없고 있으면 더 좋다. 가장 친밀한 가족이나 지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들으려면 들어라하고 중얼중얼 하게되는 신세한탄. 응답해주지 않는 티비를 보면서도 사람들은 마치 습관처럼 자막에 맞장구를 치고 자신이 아는 사실을 풀어내기도 한다. 한번도 해본적 없는 사람이라면 참으로 복받은 사람이라 할수 있겠다. 책의 원전이 된 티비 프로그램  <톡투유>는 참 독특하다. 토론 프로그램이라 이름 붙이기엔 지금까지 있었던 경쟁적인 토론방식이 첨가되지 않았고 MC김제동의 일방적인 강연이라 하기엔 몇백이나 되는 참가자(방청자?청중? 시민?)들의 역할이 적지않다. 프리토크, 참가자들의 개인적인 일상과 생각들을 직접 들어보고 함께 공감하는 토크쇼. 토크쇼의 게스트가 일반 대중이라는 점에서 이 방송은 대중들의 넋두리를 수용해주는 방송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방송에 참여해 무언가를 보고 듣는 것뿐 아니라 자기얘기를 하고 올 기회를 갖을수있다는 점은 참 신선했다.

 

 

사실 가끔 버스안에서 짧은 영상으로 보게되어 알게된 프로그램이다. 어디 채널인지 방송이 맞긴 하는건지 아는 정보는 하나도 없이 김제동이 마이크를 잡고있고 대강당같은 곳에 빼곡히 앉아있는 사람들이 하얀 스케치북을 들고있다는 것만은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방송을 제대로 본적은 없으나 이 프로그램의 진행과정은 다음과 같다.(사실 책 안에서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어 알게되었다.) 한가지 주제를 내놓으면 그에 참가자들은 자신의 스케치북에 자유롭게 글을 적는다. 간혹 그림을 그리기도하고 주제와 상관없는 낙서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 김제동이 MC의 권한으로 그 사이사이를 걸어다니다 마이크를 건낸다. 한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되면 주변에 누구라도 맞장구 칠수 있고 마이크가 없더라도 손을 번쩍 들고 그에 대한 자기 의견을 말하기도 한다. 소수의 몇몇이 아닌 다수의 대중이 모여 광장토론이라도 하듯이 방송이 흘러가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과정은 그렇게 흐르고 그 속에 담겨진 여러 이야기 중 몇가지를 추려 이 책에 담았다. 그들이 이야기한 내용은 치열한 토론도 찬반 등 편가르기식 승부를 내는 과정도 아니다.  라디오처럼 아무 힘들이지 않아도 어느샌가 흘러나와 가슴에 콕콕 박히는 이야기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많은 이들이 공감할만한 누군가의 이야기다. 마음편하게 읽었고 마음편하게 읽히는 책이었다. 공부, 진로, 직장생활, 여행, 결혼, 가족, 육아 살면서 누구나 겪게되는 소소한 고민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더해 나온다. 인간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더 큰 위안을 받는다고 한다. 인간에게 있어 유독 발달한 공감능력이 이 같은 작용을 낳는게 아닐까. 톡투유라는 프로그램과 이 책은 소통과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잘 이용해낸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여유가 생기면 쉬는 날 집에서 이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싶다. 티비로는 사람들의 생생한 웃음과 눈물도 더해질테니 더 생동감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을까. 사람이 그리워질 때 보고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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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 스트레스와 집중력 향상을 위한 점잇기 & 컬러링북 : 세계 불가사의편 안티 스트레스와 집중력 향상을 위한 점잇기 & 컬러링북
토마스 패빗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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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받기 전에 서점에서 나눠주는 무료 샘플을 한장 챙겨다 미리 체험해본 적이 있었다. 심심할 때 한번 해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으로 들고왔는데 의외로 꽤 재미를 느꼈다. 오밀조밀한 점과 점사이를 순서를 찾아 잇다보면 어느새 완성된 그림이 나타난다. 그런데 그 그림이 제법 그럴듯 한게 폼이 나니 완성하고 나면 뿌듯한 마음마저 든다.(참고로 그때 그렸던건 메롱하는 원숭이였다.) 이 책은 내가 체험했던 그 책의 후속편이라 해야할까. 다른테마로 출판된 시리즈인데 테마가 세계의 불가사의다. 한장 짜리로 체험을 해서인지 예상하지 못했는데 단행본인 이 책은 제법 빳빳하고 두꺼운 종이로 구성되어 사이즈도 큼직하고 책의 무게도 꽤 있었다. 점잇기와 컬러링을 즐길 책과는 별개로 부록처럼 작은 책이 하나 더 포함되어 있는데 독자가 그려나갈 불가사의의 완성모습과 함께 해설이 간략하게 쓰여있다. 테마의 보충 설명을 해주는 이 책은 사이즈가 작다해도 일반 단행본보다는 큰편이라 컬러링 연습용으로 써먹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난 주로 잠이오지 않는 밤이나 집에서 해야할 일의 진행이 더디고 너무너무 하기 싫을때 이 책을 잡았다. 하다보면 자꾸 코를 박아 눈이 좀 피곤해지기도 하지만 하나를 끝내면 개운한 마음으로 책에서 손을 뗄수 있다. 하나를 완성하는데 드는 시간은 저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중간에 끊지 않고 했을때 제법 시간이 걸리기때문에 혹여라도 중요한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은 자제해야 할듯... 공부가 아니라 선긋기에 집중력과 시간을 훅 뺏겨버릴지도 모른다. 이젠 대중에게 노출이 많이 된 여느 컬러링북처럼 취미생활로 여유롭게 즐기기에 적당한 책이다. 제목에서 어필하고 있는 집중력에 기대를 거는 독자가 있다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성인보다는 아이들에게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본다. 산만한 아이들에게 집중하는 시간 자체를 체험하고 가르칠수 있는 놀이북으로 활용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지만 점이 1000개나 되고 순서가 쓰여진 숫자의 크기가 아주 작기 때문에 최소 초등고학년 이상이어야 될것 같다.(증명된바 없는 자유로운 추측이자 의견ㅋㅋ)

 

 

 

 

 

 (제일 처음 완성했던 영국의 스톤헨지, 연필로 그려봤는데 색칠을 어찌해할지 고민 중)

 

 

점잇기는 깨알같은 점과 숫자를 따라 선을 긋는데 하다보면 종이에 코를 박고 집중하게되는 묘한 힘이있다. 1000개의 점을 이어야 그림이 완성되는데 중간에 끊기가 힘들다. 시작하면 끝장을 보게하는 마력이 있달까. 컬러링을 겸하고 있는 책이다보니 여러가지 시도를 해볼수 있을 것 같다. 연필부터 다양한 굵기와 색의 펜을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고 그 위에 색을 입히는 것도 자유롭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테마가 테마다 보니 건축물이나 거대한 자연물이 주로 그려지는데 나같이 컬러링에 서툴고 색에 대한 상상력이 부족한 사람이 칠하기엔 뻔하고 제한된 색상만 떠올라 약간 애먹을수도 있다는 것. 점잇기와 컬러링 두가지 매력을 지닌 책이지만 난 점잇기에 더 중점을 두었기에 내가 칠한 컬러링이 어색해도 실망하지 않기로 했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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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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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전작인 <오베라는 남자>를 읽어본 사람이라면 이 책의 두 주인공인 꼬마와 할머니가 얼마나 괴짜인 인물일지 은근히 기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적어도 난 그랬고 이 책의 두 주인공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책의 앞부분을 읽으면서 단 두 권의 책만으로 작가의 인물소개 스타일을 알겠다고 혼자 고개를 끄덕였다. 한줄로 요약하자면 '미운 모습 보여주고 반전매력 발산하기' 정도일까. 객관적인 시선에서(서로에게 그리 중요치 않은 대중의 눈으로 볼때)그들이 하는 행동은 소위 말썽이라 불릴만큼 평범하지 않다. 원칙을 따지는 고집쟁이 할배였던 오베와 만난다면 "이 사고뭉치들!" 하고 노발대발하게 만들만큼 자유롭고 제멋대로인 인물들이다.

 

 

하지만 이 책의 콤비는 서로를 어마어마하게 아끼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 말썽들이 서로를 위해서 한 행동이란 걸 서로만은 알고있기에 함부로 미워할수 없다. 오베는 그의 콤비였던 부인을 잃고 '오베라는 남자'와 '오베였던 남자'라는 이중적인 시각을 이용해 그의 매력을 발산했다면, 이 책에선 온전히 한편인 손녀 엘사의 시각으로 할머니를 바라보기 때문에 읽다보면 누구나 할머니의 팬이 될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한밤중에 동물원에 침입하고, 수상한 사람(엘사와 할머니)을 찾아낸 경비원에게 똥을 던진 이유가 손녀가 학교에서 당한 좋지 않은 일을 잊게 만들어주기 위한 기발한 아이디였다면? 나를 위해 그런 일을 해주는 할머니가 있다면 정말 슈퍼히어로로 보일 것 같다.

 

 

사는 "완벽하게 사실주의적이지도 않고 전적으로 가짜라고 볼수도 없는 이야기가 가장 훌륭한 이야기 "라고 했던 할머니의 말을 기억한다. 할머니가 어떤 이야기를 가리켜 "사실인지 아닌지 구분이 안된다"고 하면 바로 그런 의미였다. 할머니가 보기에 전적으로 사실이거나 전적으로 허구인 이야기는 없었다. 전부 다 모든 면에서 진짜 같으면서도 동시에 그렇지 않았다. (본문중 257-8p)

 

 

오로지 상상력만으로도 서로를 즐겁게 만들고 깰락말락 나라의 왕국 6개를 건설할만큼 두 사람의 기발함과 상상력은 도무지 끝이 없어보인다. 현실에서의 그들의 모습도 상당히 흥미로웠지만 그들이 만들어낸 상상의 왕국과 그 세세한 컨셉들이 감탄스러웠다. 그 이야기만으로도 환타지 소설 시리즈를 만들어낼수 있을 것 같았다. 엘사가 좋아하는 해리포터만큼이나 재미있을 것 같다. 이 책이 더더욱 좋았던 이유 중 하나는 이 환상의 왕국들이 할머니의 편지를 받은 주변 사람들로 인해 점점 현실과 이어진다는 점이다.

 

엘사의 이야기를 해보자면 우연하게도(?) 겨울왕국 열풍을 몰고왔던 D사의 공주님과 같은 이름을 가졌고, 공주님보다는 커서 스파이더맨이 되고싶으며, 학교아이들과 추격전을 벌이고 싸우는게 일상인, 어른들의 시선에서는 7살치고는 성가실 정도로 똑똑한 여자아이다. 책에서 자주 나오는 말로 "세상의 모든 일곱살짜리에겐 슈퍼히어로가 있어야한다"라고 했다. 엘사에게는 실제로 슈퍼히로가 몇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친하고 가장 많은 것을 알려준 할머니가 사라진다. 주변에선 아무도 그녀가 죽었다고 말해주지 않고 돌아가셨다, 멀리떠났다고만 말한다. 슈퍼히어로가 사라진 8살이 거의 다 되어가는 7살짜리 여자아이에게 할머니가 마지막으로 남겨두고 간 보물찾기(편지 찾기 및 전달)를 의연히 진행해간다. 편지를 매개로 둘만의 이야기인줄 알았던 깰락말락나라의 이야기와 현실의 이야기가 겹쳐지기 시작한다.

 

 

모든 편지에는 책의 제목처럼 할머니의 미안하다-라는 말이 적혀있다. 그 이유는 아주 세세하고도 천차만별이라 전부다 공개되지는 않는다. 온전하게 전부 보여주는 편지는 엘사에게 남긴 편지뿐이다. 마지막 편지를 발견하기 전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엘사가 할머니를 떠올리지 않는 시간이 없었고, 할머니의 과거와 연결된 모든 사람(엘사 가까이에 있었고, 저마다의 상처를 지닌)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밝혀지면서 고조된 감정이 이 마지막 편지에서 펑 폭발한다. 엘사만큼은 아닐지 모르겠지만 나도 할머니가 보고싶어졌다. 엘사의 할머니이든, 나의 할머니이든. "세상의 모든 일곱살짜리에겐 슈퍼히어로가 있어야한다"는 엘사와 할머니의 말이 진실이라면 7살이었던 나에게 슈퍼히어로는 과연 누구였을까.

 

 

 

괴물이라고 해서 전부 다 처음부터 괴물이었던 건 아니다. 슬픔으로 탄생된 괴물도 있다.(본문 중 193p)

 

처음에 엘사의 할머니가 미아마스에서 만든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을 때만래도 정신과 검사를 받아봐야 하는 사람이 전후 맥락 없이 횡설수설하는 것 같았다. 엘사는 몇년이 지난 다음에야 그 말들이 하나로 연결된 이야기라는 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정말 훌륭한 이야기들은 다 그런 식이다. (본문 중 139p) 

 

 

지난 작품에서도 느꼈지만 능수능란한 문체가 좋았다. 원어표현에서는 과연 어떻게 쓰였을까 궁금하기까지한 의도적인 맞춤법 실수나 위트넘치고 과격한 표현들(예를 들어-우라지게 사랑한다)도 재미있었다. 더구나 이번엔 아이의 시선을 빌려 순진하면서도 약았고 동화스러우면서도 현실적인 이중적인 면면의 교차가 자연스러웠다. 이런 특징으로 이 책의 장르는 순식간에 코믹과 감동을 넘나든다. 피식피식 웃음을 흘리다 순식간에 찡하게 만드는 재주가 탁월해서 뒷이야기를 감히 상상하지 못하게 했다.(사실 초반엔 몇번 시도해보았으나 번번이 뒤통수를 맞아 후반에 가서는 시도하지 않고 흘러가는 대로 읽었다.)

 

앞에서 등장하는 모든 이야기들이 책의 마지막에 가서는 하나로 긴밀하게 이어지는 의도적인 짜임이 치밀하면서도 자연스러웠다. 엘사의 표현대로 이 책은 "정말 훌륭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어떤 사람이 지금의 모습을 갖추기 위해서는 그 이유인 "과거"가 존재하기 마련이다. 오베라는 남자에 이어 이 책에서도 그러한 과거찾기 과정이 등장한다. 아직 자라는 중인 엘사만이 유일하게 그 과정을 피해간다. 하지만 이 책의 모든 내용이 곧 엘사의 과거가 되어 어떤 어른으로 성장할지 기대하게 된다. 주변 모든 어른들에게 우라지게 사랑받으며 특이하게  살아갈 엘사는 젊은 할머니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을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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