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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 말아요, 그대 - 김제동과 사람들, 다정한 위로를 건네는 시간
JTBC '김제동의 톡투유' 제작진 지음, 버닝피치 그림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6년 4월
평점 :
사람들은 누구나 말하고픈 욕구가 있다. 가장 흔한 예가 넋두리. 들어주는 사람이 없어도 어쩔 수 없고 있으면 더 좋다. 가장 친밀한 가족이나 지인이 아니더라도 누구라도 들으려면 들어라하고 중얼중얼 하게되는 신세한탄. 응답해주지 않는 티비를 보면서도 사람들은 마치 습관처럼 자막에 맞장구를 치고 자신이 아는 사실을 풀어내기도 한다. 한번도 해본적 없는 사람이라면 참으로 복받은 사람이라 할수 있겠다. 책의 원전이 된 티비 프로그램 <톡투유>는 참 독특하다. 토론 프로그램이라 이름 붙이기엔 지금까지 있었던 경쟁적인 토론방식이 첨가되지 않았고 MC김제동의 일방적인 강연이라 하기엔 몇백이나 되는 참가자(방청자?청중? 시민?)들의 역할이 적지않다. 프리토크, 참가자들의 개인적인 일상과 생각들을 직접 들어보고 함께 공감하는 토크쇼. 토크쇼의 게스트가 일반 대중이라는 점에서 이 방송은 대중들의 넋두리를 수용해주는 방송이구나 하고 생각했다. 방송에 참여해 무언가를 보고 듣는 것뿐 아니라 자기얘기를 하고 올 기회를 갖을수있다는 점은 참 신선했다.
사실 가끔 버스안에서 짧은 영상으로 보게되어 알게된 프로그램이다. 어디 채널인지 방송이 맞긴 하는건지 아는 정보는 하나도 없이 김제동이 마이크를 잡고있고 대강당같은 곳에 빼곡히 앉아있는 사람들이 하얀 스케치북을 들고있다는 것만은 바로 알아챌 수 있었다. 방송을 제대로 본적은 없으나 이 프로그램의 진행과정은 다음과 같다.(사실 책 안에서도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어 알게되었다.) 한가지 주제를 내놓으면 그에 참가자들은 자신의 스케치북에 자유롭게 글을 적는다. 간혹 그림을 그리기도하고 주제와 상관없는 낙서를 하기도 한다. 그러면 김제동이 MC의 권한으로 그 사이사이를 걸어다니다 마이크를 건낸다. 한사람의 이야기가 시작되면 주변에 누구라도 맞장구 칠수 있고 마이크가 없더라도 손을 번쩍 들고 그에 대한 자기 의견을 말하기도 한다. 소수의 몇몇이 아닌 다수의 대중이 모여 광장토론이라도 하듯이 방송이 흘러가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과정은 그렇게 흐르고 그 속에 담겨진 여러 이야기 중 몇가지를 추려 이 책에 담았다. 그들이 이야기한 내용은 치열한 토론도 찬반 등 편가르기식 승부를 내는 과정도 아니다. 라디오처럼 아무 힘들이지 않아도 어느샌가 흘러나와 가슴에 콕콕 박히는 이야기들.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많은 이들이 공감할만한 누군가의 이야기다. 마음편하게 읽었고 마음편하게 읽히는 책이었다. 공부, 진로, 직장생활, 여행, 결혼, 가족, 육아 살면서 누구나 겪게되는 소소한 고민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더해 나온다. 인간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그 어떤 위로의 말보다 더 큰 위안을 받는다고 한다. 인간에게 있어 유독 발달한 공감능력이 이 같은 작용을 낳는게 아닐까. 톡투유라는 프로그램과 이 책은 소통과 공감이라는 키워드를 잘 이용해낸 결과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조금 여유가 생기면 쉬는 날 집에서 이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싶다. 티비로는 사람들의 생생한 웃음과 눈물도 더해질테니 더 생동감 넘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들려오지 않을까. 사람이 그리워질 때 보고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