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은 인간을 정말 사랑할까? - 세계최초 뇌과학으로 밝혀낸 반려견의 생각
그레고리 번스 지음, 김신아 옮김 / 진성북스 / 2016년 5월
평점 :
절판


문학보단 과학, 실험보고서보단 에세이에 가깝다. 개의 뇌를 찍어 개의 감정이나 사고 능력 등을 알아보고자 하는 것이 저자가 의도한 것이지만 일반인들이 많이 알고 있는 것처럼 하나의 가설을 세워 진행된 실험은 아니었다. 실험실의 멤버를 받아들일때 개를 키우지 않는 사람은 신뢰하기 어렵다(?)는 다소 편파적이기까지한 저자의 이런 사고는 과학자의 그것이라기보단 애견인의 것에 가까워보인다. 내가 사랑하는 강아지는 과연 나를 사랑하고 있을까? 그것을 확인하고픈 마음이 이 책에서 이야기하고있는 개프로젝트(dog project)의 시초가 된다.

 

 

여러 분야에서 사람연구에 앞서 윤리적인 이유 등을 들어 동물연구를 선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쥐부터 시작해서 유사인종인 원숭이까지 실험에 쓰이는 동물들의 종류가 다양한데 개체수가 많고 인간사에 가까운 동물인 개에 대한 연구도 당연히 많을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개의 뇌사진을 찍는다는 이 책의 소개글에도 난 그리 놀라지 않았다. 사람이 찍는 것마냥 당연히 가능한 것으로 생각하고 그 과정에서 개에게 해로운 것은 없을까 자극은 어떤식으로 주는 것일까 막연한 궁금증만 일었다. 하지만 프로젝트의 동기부터 실제 실험이 진행되는 준비과정과 결과까지 실험자이자 피험자개의 주인으로서 세세하게 기록한 이 책을 읽자 그 생각이 얼마나 뻔뻔하고 무지한 것인지 자각할 수 있었다. 사람들이 알고싶은 것은 내 옆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고 응석부리며 사랑받는 애완견의 생각과 감정이지 오로지 실험만을 위해 사육되어 실험대상으로 쓰이는 강아지의 그것이 아니었다.

 

저자는 개의 뇌를 촬영하는데 있어서 강제적이거나 비윤리적인 방법을 제외시키고 훈련과 연습을 통해 개스스로 자발적인 시도와 거부가 가능하게끔 실험을 진행했다. 마취제나 수면제등의 약을 사용하지도 않았고 움직임을 제어하기위해 몸이나 머리를 강제로 고정시키지도 않았으며 촬영기기에서 나는 시끄러운 소리에 개들이 거부감을 갖지 않도록 적응시키려 애썼다. 각고의 노력끝에 저자의 개 칼리의 MRI촬영이 무사히 진행되었고 온전히 정상적인 상태인 개의 뇌사진이 촬영되었다. 그들의 예상과 달리 뇌의 모양과 구조가 인간과 상이하다는 점이 밝혀졌고, 더 진행된 차후의 실험에 의해 친근한 사람의 냄새에 반응하는 미상핵부근의 활성이 개들의 뇌가 자신이 친근하게 느끼는 사람에게 특별히 반응한다는 것을 증명해내었다. 또한 저자는 이런 몇가지 과학적인 증명들 외에도 반복된 훈련을 통해 이전에는 느끼지 못한 반려견 칼리와의 진한 애정과 교감을 갖게되었다. 이 연구는 개가 인간에게 갖는 사고에 대한 몇가지 가설을 증명해냈을 뿐 아니라 추후 다양한 연구들의 윤리적 과학적 토대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앞으로 진행될 연구에서 개가 인간과 유사한 감정 및 사고과정을 갖는다는 충분한 증명이 이루어지면 몇몇의 동물들이 그러했듯 이 동물에 대한 윤리적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있을 거라 저자는 이야기한다.

 

 

애초에 내가 예상했던 책과는 많이 달랐다. 제목과 같은 주제로 행해진 수많은 과학연구들의 결과를 교양서쯤으로 가볍게 엮은 책도 아니었고, 제목과 같은 궁금증에 자신의 사연을 담아 써내려간 에세이도 아니었다. 개프로그램을 중심으로 동기와 결과, 그 과정 중에 겪어낸 개인적인 반려견들에 관한 이야기가 진솔하게 담겨있고, 개프로젝트에 관해 연구자로서 행해야했던 실제적인 연구절차와 과정에 대한 이야기가 과학논문 혹은 보고서처럼 쓰여있다. 그들이 이루어낸 과학적인 업적이 어느정도의 의미를 갖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개인적으로 동물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 있어서 그들이 행했던 윤리적인 노력들에 감명받았다. 우리가 가족이라고 칭할만큼 인간에게 가까운 존재이지만 인간과 같을 수는 없는 동물들에 대해 우리는 궁금한 점이 많다. 그들을 대상으로 하는 연구자체가 중요한만큼 연구과정에 있어 우리는 그들이 존중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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