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돌이 푸 - 디즈니 애니메이션 <곰돌이 푸> 원작 에프 클래식
앨런 알렉산더 밀른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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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티셔츠를 입은 배는 볼록하게 튀어나와있고 늘 꿀단지를 소중하게 끌어안고 있는 노란 곰. 테디베어보다는 좀 더 순박하고 친숙한 이미지를 지닌, 나에겐 이야기보다 그저 캐릭터로 더 친숙한 푸. 푸의 풀네임이 '위니 더 푸'라는 걸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을까? 곰돌이 푸의 이야기의 시작은 작가가 자신의 아들인 크리스토퍼 로빈을 위해 만든 어린이 책이라고 한다. 아들이 가지고 있는 인형에 이름을 붙이고 이야기를 지어낸 것이 후에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고 크게 인기를 끌었다. 우리들에게 익숙한 것은 아무래도 디즈니에서 만들어진 '푸'일 것이다.

푸와 피글렛, 티거, 이요르 등 이야기에 등장하는 숲속 친구들은 그럭저럭 떠올리기 쉬운데 책 속에는 내 기억에 없던 인물이 하나 있었다. 실제 작가의 아들이자 이야기 속 푸의 친구인 크리스토퍼 로빈이다. 이야기 속 등장하는 유일한 인간인데다, 푸가 난처한 상황에 처하면 구해주는 해결사 노릇을 하거나 다른 친구들과 탐험을 떠날 때도 앞장서 그들을 지휘하는 등 상당한 주역의 역할을 맡는다. 어릴 때 TV에서 애니메이션을 해준 것 같긴 한데 사실 본 기억이 거의 없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에도 로빈이 등장하는지 검색해보니 당연하게도 출현했다. 친숙하다고 생각했던 애니메이션 푸의 이력(?)을 찬찬히 살펴보니 이야기(원작)가 만들어진 것은 1920년대, 디즈니에서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것이 1970년대, 그리고 한국에서 방영된 것이 1990년이었다. 2011년 리메이크 된 애니메이션도 있고, 다양한 캐릭터 상품이 지속적으로 만들어져서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는 캐릭터이자 이야기여서 그런지 깨닫지 못했지만, 알고 보니 원작을 기준으로 하면 거의 100살에 가까운 푸였다.(동심파괴 주의....)

  "그랬군."
푸가 말했어.
  "이제야 알겠어."
위니 더 푸가 또 말했어.
  "지금까지 내가 멍청이에다 바보짓을 한 거네. 난 역시 머리가 진짜 나쁜 곰인가 봐."
  "그래도 넌 세상에서 제일가는 곰이야."
크리스토퍼 로빈이 달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어.
  "정말?"
푸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세 기분 좋아져서 물었어. 곧바로 얼굴색도 밝아지고 표정도 환해졌지.  

 - 본문 중 16, 17p

 

애니메이션을 봤는지 안 봤는지는 제쳐두고, 일단 푸를 알고 있는 한 사람으로 그에 대해 이미 갖고 있던 이미지와 책에서의 푸의 이미지는 그다지 다르지 않았다. 조금은 멍청하고 아둔하지만 순수하고 사랑스럽다. 노래 부르기는 생활이고, 꿀처럼 달콤한 걸 좋아하고 그만큼 친구들도 좋아하는 푸의 이야기는 '동심'이라는 단어와 정말 잘 어울린다. 푸와 친구들이 서로 교류하고 별다른 사건 없이도 스스로 무언가(대부분 의미 없고 재미있는 일) 찾아 해내는 태평스러운 이야기를 읽다 보니 왠지 마음이 편안해진달까, 크리스토퍼 로빈의 말버릇처럼 '바보 곰 같으니라고' 생각하면서도 나도 모르게 웃고 있다. 이미 푸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림 하나 없이 글로만 푸를 만나는 게 약간 어색할지 몰라도 어린이를 위한 책이다 보니 이야기가 짧막한 편이라 읽기에 어렵거나 지루할 틈은 없는 것 같다. 조금은 느긋하게 휴식하고 싶을 때 여유있게 읽어나가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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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권법 - 길고양이들의 숨막히는 격투와 수련의 명장면들!
악센트 지음, 홍미화 옮김 / 윌스타일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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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내내 "귀여워!"를 외칠 수 있는 사진집. 직립보행하듯 두발로 서서 앞발을 자유자재로 휘두르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정말 사람 같아 신기하면서도, 유연한 고양이들의 신체적 특성 또한 그대로 드러나는 게 정말 멋지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기가 막힌 순간포착은 포즈는 물론 표정까지 잡아내고 있어서 몇몇 사진은 포즈보다 다이내믹한 표정에 감탄하게 된다. 아마도 뛰어오르고 착지하는 장면들을 포착한 듯싶은 사진 속 고양이들의 시선은 카메라 렌즈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는 것들이 많아서, 처음엔 포즈에 먼저 갔던 시선이 결국엔 고양이의 눈을 마주 보게 만든다.


이런 사진들에 상상력을 가미해 자잘한 해설을 넣고 책 제목을 지었다. <길고양이 권법> 나보다 더 고양이를 좋아하고 직접 키우고 있는 지인에게 책 속 사진을 몇 장 찍어 보내주고 제목을 알려주자 제목 한번 잘 지었다며 엄청난 감탄을 하더라. 평범한 모습들(물론 평범한 모습도 사랑스럽지만), 예를 들어 식빵 자세나 노곤하게 기지개를 펴는 모습, 도도하게 꼬리를 세우고 걷는 장면 등이 아니라 더 활동적이고 격정적인 장면들을 주로 찍었다. 정말 권법이나 무용 등을 하는 것처럼 유연한 동작들이 신기했다. 무조건 공격자세가 아니라 상대방을 염탐하거나 준비동작을 하는 등 나름의 스토리가 있어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사진집이다 보니 책 한 권을 다 보는데 시간은 얼마 안 걸리지만 볼 때마다 웃음 짓게 만드는 책이다. 고양이의 힘인지, 사진의 콘셉트 때문인지 피식피식 웃게 만든다. 내가 찍은 것도 아닌데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사진들을 자꾸 고르게 된다. 도도하고 잠이 많아 약간은 게으름뱅이 같은 고양이의 이미지를 와장창 깨뜨려주며 다시 한번 고양이의 매력에 푹 빠지게 만드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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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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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신작을 기다려왔다. 지금껏 그의 책 속 주인공들이 지녀왔던 유쾌함을 이번에도 역시 기대하며 책을 읽었다. <브릿마리 여기 있다>에서 등장인물의 스포일러가 살짝 있었기에 더더욱 기다렸던 것 같기도 하다.  브릿마리가 가출해 일자리를 찾았던 동네처럼, 이 책 속의 배경이 되는 베어타운도 아이들의 수는 적어지고 마을 경제가 점점 기울어져가는 작은 마을이다. 베어타운의 희망은 '하키'라는 스포츠로 오래전 전국 대회에서 2등을 했던 기록이 있어 마을 사람들은 그때의 흥분과 영광을 잊지 못한다. 그리고 현재 거물급 하키 선수가 될 것이 확실한 '케빈'이 베어타운에 있다. 케빈을 필두로 하는 청소년팀의 전국 대회 우승을 빌미로 어떻게든 마을의 부흥을 이끌고자 하는 것이 후원자들과 구단과 마을 사람들의 공통된 마음이다. 일단 책 읽기에 앞서 16, 17살인 청소년팀 하키 선수들의 순수한 열정과 노력, 땀과 희망을 기대한다면 책의 내용은 그것과는 조금 거리가 있다는 걸 미리 알려주고 싶다. 



삼월 말의 어느 날 야밤에 한 십 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이것은 어쩌다 그런 사건이 벌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본문 중 11p)



의미심장한 첫 문장을 뒤로하고 베어타운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인물들의 소개, 그리고 베어타운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이인 하키를 중심으로 마을에 대한 이야기가 진행된다. 전국 대회 준결승을 앞두고 마치 축제처럼 들떠있는 마을의 분위기와 어른들의 속셈과 아이들의 노력, 단결 등이 돋보이며 평이하게 진행되는 전반부는 마치 추리소설의 서두 같았던 책의 첫 문장을 잠시 잊어버리게 만든다. 하지만 '그 일'이 벌어지고 난 후 책의 분위기는 돌변한다. 전반부에서 '베어타운'이 한 마을이자 주인공으로 이야기를 끌어갔다면, 후반부에서는 마치 주인공이 악역으로 돌아서버린 느낌마저 든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공동체의 어딘가 어긋나버린 결정에 자책하고 반대하는 개인들이 등장한다. 작은 마을, 구단, 후원자, 하키팀. 그중에서도 반복적으로 나오는 아이스하키 구단의 모토 '문화, 가치, 공동체'에 대해 자꾸만 그 의미를 곱씹게 만든다.


마치 베어타운 전체와 싸움을 벌이고 있는 듯한 후반부의 주인공인 마야의 가족들은 '그 일' 이후로 어찌할 수 없는 좌절과 분노, 슬픔을 느끼지만 그 안에서도 뭉클함과 기적 같은 웃음을 잃지 않는다. 책의 옮긴이는 '프레드릭 배크만의 트레이드마크는 예기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는 감동과 허를 찌르는 엉뚱한 유머' 라고 이야기한다.(옮긴이의 말 중 568p) 이번 작품에서는 후자보다는 전자에 많이 치중한 느낌이 들지만, 그의 작품에 이 두 가지가 늘 함께 하고 있다는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 마야의 가족에게서 전자를 엿봤다면 후자는 단연 '라모나'라는 인물을 꼽고 싶다. 이 마을 최고 심리학자, 혹은 늙은 술집 여주인 등의 호칭을 가진 그녀는 술집을 찾아오는 누구에게나 한결같은 면모를 보이며 시원스러운 돌직구를 날려준다. 베어타운의 독설 상담가라고나 할까, 그녀가 한 말들은 비아냥 섞인 농담부터 진지한 충고나 조언까지 무엇 하나 버릴 것 없이 빛이 난다. 특히 케빈의 아버지인 에르달과의 대화가 인상적이다.  
 


이 책은 십 년을 주기로 베어타운 사람들의 모습을 그려낸다. 약 이십 년 전 페테르와 프락, 로비 등이 속해있던 베어타운 아이스하키 A팀이 전국 대회 결승에 가서 아슬아슬하게 패배했다. 십 년 전 케빈이 꽁꽁 언 호숫가에서 수네와 페테르에게 발견되었고, 그리고 현재 케빈과 벤이, 필리프, 뤼트, 보보, 아맛 등이 속한 베어타운 아이스하키 청소년팀이 전국 대회 결승에 진출한다. 그리고 또 십 년 후 베어타운의 아이스링크장에서는 하키 경기가 아닌 콘서트가 열린다. 주요 등장인물임에도 그 속을 잘 보여주지 않았던 케빈의 십 년 후 모습도 단편적으로 드러난다. 개인적으로는 십 년 후의 모습을 서술할 때 그 표현법이 참 좋았다. 상상인 듯 사실인 듯 마야의 절친 '아나'가 던진 질문(십 년 뒤에는 네가 어떤 모습일 것 같니?)에서 시작된 그 대답을 상냥하게 보여주는 것 같았다. 현재의 상황은 그다지 바뀐 것도 희망적일 것도 없는데 십 년 뒤 행복할 미래를 담담히 읊어주는 것이 그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는 것 같았다.

보관함 안에 쪽지가 있다. 마야의 깔끔한 글씨체로 이렇게 적혀있다.


     행복한 모습일 거야, 아나. 십 년 뒤에는 내가 행복한 모습일 거야. 너도 그렇고.      (본문 중 555p)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 <브릿마리 여기 있다>, <베어타운>으로 이어지는 등장인물의 연결고리는 옮긴이의 예상대로 아마 이미 완성되어 있다는 다음 작품에서도 이어질 것 같다. 이번 작품에서는 '베어타운'이라는 특수성(문화적, 공동체적 결집력과 특징)을 강조하는 한편 그 안에 살고 있는 다양한 인물들의 이야기를 비교적 세세하게 다루었기 때문에 다음 작품에 등장할 인물이 과연 누구일까 짐작하기가 어렵다. 그만큼 매력적인 인물들도 너무나 많았다. 개인적으론 벤이(벤야민)의 다음 이야기가 가장 궁금하지만 그의 십 년 후가 이미 드러나 있는 터라 가능성이 낮을 것 같고, 비교적 노출이 적었던 마야의 남동생 레오나 벤야민의 조카들, 혹은 다비드의 아이가 다음 작품의 주인공은 아닐까 상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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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괜찮습니다 - 네거티브 퀸을 위한 대인관계 상담실 자기만의 방
호소카와 텐텐.미즈시마 히로코 지음, 황국영 옮김 / 휴머니스트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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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형식을 빌린 대인관계 고민 상담 이야기. 만화를 그린 호소카와 텐텐의 고민 상담을 주로 하여 <고민 편>, <해결 편>, <성장 편>의 과정으로 커뮤니케이션 즉, 대인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만화 속에는 호소카와 텐텐이 직접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함께 책을 펴낸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미즈시마 히로코 역시 현실과 마찬가지로 카운슬러 역할로 나온다. 실제로 있던 두 사람의 상담에 가감을 거쳐 만화로 먼저 보여주고 상담 해설에 대한 주요 내용들을 글로서 다시 한번 정리해준다. 한 사람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서 상담자의 고민에 100퍼센트 몰입하기엔 어렵지만, 만화 형식을 통해 조금은 과장되게 먼저 보여주는 고민 내용은 복잡하지 않고 쉽게 읽히는 점이 좋았다. 

 

대인관계 치료는 마음의  병은 대인관계 속에서 생기고 대인관계를 통해 치료된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는 치료법입니다.     - 본문 중 22p

"텐텐 씨,  혹시 세상 모든 사람과 친해져야 한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는 게 그런 뜻 아니에요?"
(...)
"커뮤니케이션을 잘한다는 건... 친하게 지낼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잘 구분한다는 거예요."     - 본문 중 80, 81p


 

세 가지 챕터 중 <고민 편>에서 가장 공감이 갔던 부분은 '제1층의 대인관계가 가장 중요하다'라는 점. 사람이기에 타인과 부딪히며 살아갈 수밖에 없지만, 굳이 모든 사람과 잘 지낼 필요도 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물론 지나가다 스친 전혀 모르는 사람이 흘리는 불쾌한 단어 한마디에도 영향을 받을 순 있겠지만 나와 가까운 사람의 행동이 나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한 일이다.  자신에게 가깝고 소중한 사람을 챙기고 그들과 잘 지내는 게 중요하단 걸 대부분의 사람이 알고 있지만, 자기도 모르게 모든 사람들과 잘 지내려 노력하고 그에 스트레스를 받게 되는 것도 흔한 일인 것 같다. 책표지에서도 말하고 있듯이 우린 '모두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다' 


괴리의 문제를 다룰 때는 그럼 침묵을 '파괴적 커뮤니케이션'이라고 불러요. 한숨이라도 쉬면 '기분이 나쁘다'라는 것 정도는 눈치챌 수 있지만 침묵만 하고 있으면 뭐가 뭔지 알 길이 없잖아요. 입을 다무는 건 커뮤니케이션을 포기하는 일이에요. 역할 기대를 전달한다는 면에서는 생산성 제로. 침묵은 괴리를 더 커지게 하는 가장 좋지 않은 커뮤니케이션이에요.     - 본문 중 106, 7p

<해결 편>에서는 대인관계를 어렵게 만드는  4가지 괴리에 대해 이야기한다. 간략히 정리하자면 모호한 표현, (말없이) 눈치 주기, 침묵, 일방적으로 생각하고 단정 짓기가 바로 그것인데 이 중 가장 공감했던 부분이 바로 '침묵'에 대한 것이었다. 화가 나면 입을 꾹 다무는 타입의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간혹 대화로 풀기 전에 자신만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자신의 침묵에 대해 나중에 변명하곤 하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 그들의 '침묵'은 외면이자 공격이다. 책에서 쓰인 '파괴적 커뮤니케이션'이라는 표현에 절대적으로 동의했다. 사람들 간의 괴리는 앞서 말한 4가지 경우처럼 제대로 표현(행동) 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기대를 충족시켜 달라는 이기심에서 시작된다. 책에서는 이야기한다.  어떤 관계에서 불편함이 있을 때 우리는 상대방의 인격이나 단점들을 변화시킬 수 없다. 다만 자신이나 상대방의 행동만을 변화시킬 수 있을 뿐이다. 그런 행동의 변화는 '표현'에서부터 시작한다. 하지만 그 표현을 포기하는 '침묵'이라는 방법은 여러 종류의 괴리 중에서도 가장 최악의 괴리이다.  

 

 

 
 (사진) -본문 중168p

 

의 처음부터 끝까지 반복적으로 나오는 말이자 이 책의 주제는 '이대로 괜찮다'라는 자기 공감과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라'라는 자존감 형성 노력이랄까. 대인관계의 회복을 위해서는 우선 자기 자신을 추스르는 게 먼저라는 소리로 들린다. 흔한 말이지만 '내가 있어야 남이 있다'라는 게 결코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은 끊임없이 상처 입는다. 그들 스스로 낸 상처이기도 하고 남들로부터 얻게 된 상처들 역시 있을 것이다. 타인을 마음대로 조정할 수 없다면 일단 스스로 내게 되는 상처를 줄이는 게 회복의 한 방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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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커 아트북 : 명화 엽서북 (양장) - 손 안에 펼쳐지는 안티 스트레스 북 스티커 아트북 (싸이프레스)
싸이프레스 콘텐츠기획팀 지음 / 싸이프레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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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다양한 명화들을 책에 담아, 부분 혹은 전체에 스티커를 직접 붙여 그림을 완성하는 '스티커 아트북'이 되었다. 어렸을 적에 색칠놀이와 스티커 붙이기를 해보지 않은 사람은 별로 없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색칠놀이보다는 스티커 붙이기에 더  흥미를 보이는 타입이었다. 그래서인지 고등학교, 대학교에 가서 다이어리를 쓰기 시작하면서도 정말 다양한 스티커들을 모았던 것 같다.  책에 있는 스티커는 내가 모았던 하나하나가 완성된 모습을 가진 스티커가 아니라, 마치 모자이크처럼 각자 다른 색과 모양을 지닌 '부분'으로써 여러 개의 스티커가 모여 하나의 그림으로 완성되지만 딱히 정해져 있는 모양은 없는 조각들이다. 스티커의 개수나 사이즈에 의해 난이도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는데 책에서는 앞쪽에 있는 것일수록 난이도가 낮고 반대로 맨 뒤에 있는 것일수록 난이도가 높다고 한다. 스티커의 개수만 봤을 때도 맨 앞장에 것은 133개지만 맨 마지막 장에 있는 것은 171개다.

 

 

100여 개가 넘는 스티커 조각들을 혼자 붙일 생각을 하니 조금 심심할 것 같기도 하고, 책 자랑도 할 겸해서 친구들과 만나는 자리에 이 책을 가지고 나갔다. 생각보다 열광적인 반응이 돌아왔다. 3장으로 나누어진 스티커를 각자 하나씩 들고 작은 책을 가운데 두고 머리를 모아 잘 붙이라는 등, 빨리 붙이라는 등 서로 잔소리를 해가며 경쟁적으로 스티커를 붙이기 시작했다. 처음에 고른 작품은 <진주 귀고리를 한 소녀>로 꽤 순식간에 완성해낼 수 있었다. 난이도는 높지 않았지만 굉장히 작은 조각들도 들어 있어서 맨 처음에는 뭉툭한 손만 가지고 예쁘게 붙이려니 친구들과 함께 고생을 했다. 그냥 스티커를 붙이는 것뿐인데도 각자 성격차이가 드러나서 더 재미있었다. 작품을 무사히 끝내고 나서 친구들 사이에서도 가장 인기가 있던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를  두 번째 작품으로 골랐다. 무려 책의 맨 마지막에 있는 것으로 스티커 개수도 171개에 달한다. 완성한 작품 뒤에는 정성스레 손글씨로 편지를 써주어 친구에게 선물했다. 같이 모였던 친구들이 전부 가지고 싶어 해서 완성작의 인증샷을 내게 보내기로 약속하고, 스티커와 작품을 통째로 뜯어주기도 했다.  

 

 

(친구들에게 준 것들. 그림과 스티커 통째로 뜯어서 선물.)  

 

 

성인들이 머리를 맞대어 열중하고 서로를 디스 하며 함께하기에 참 즐거운 책이었다. 집에 돌아와서 혼자 스티커를 붙이고 있자니 완성했을 때의 뿌듯함은 같지만 낮에 느꼈던 시끌벅적함이 없어서 조금은 아쉽기도 했다.(그 대신 더 집중하게 되는 효과는 있다.) 직접 해보니 성인들에게도 과연 즐거운 취미 북이 되겠지만, 아이들에게도 꽤나 인기가 있을 책이다. 나이가 너무 어린아이들에게는 작은 스티커를 붙이는 세밀한 작업이 어렵겠지만 표지부터 알록달록하고 그 안에는 낱장으로 뜯어지는 작품들과 직접 떼어낼 수 있는 스티커가 들어 있으니 흥미를 보일만한 요소가 가득한 책이다. 실제로 친구의 아이는 그 책을 매우 마음에 들어 해서 내내 관심을 보이다가 우리가 작업을 한 후 바닥에 내버려 둔 책을 들고 표지를 폈다 접었다 하며 방긋방긋 웃었다. 안에 스티커와 완성된 명화는 엽서로 쓰여서 하나하나 떨어져 나가겠지만 단단한 하드커버인 책 표지만으로도 책장에 장식하거나 아이들이 마음대로 가지고 놀 수 있는 튼튼한 가짜 책으로 집에 두어도 그럴듯할 것 같다.

 

   

(친구가 보내준 친구아들이 책을 가지고 노는 모습)

​ 

 

(친구들과 함께 그리고 혼자 완성한 명화들)

 

책의 구성에서 완성작이 10개밖에 안된다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명화라서 인물의 얼굴 등을 조각으로 붙이다 보니 원작에 비해 살짝 무서운 느낌이 나는 작품들도 몇 있었지만 이 책의 특징이자 또 다른 웃음 포인트로 생각할 수 있는 점이었다. 사이즈도 엽서 사이즈라 활용도 면에서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명화 2, 네이처, 랜드마크, 동계스포츠 등 다른 버전의 스티커 아트 북도 욕심이 난다. 다양한 취미 북을 두루두루 해본 편이라고 생각하는데 난이도나 활용도면에서 특히 만족도가 높았던 책이었다. 완성된 명화들을 고이 간직하고 싶은 마음과 편지를 적어 선물하고픈 마음이 약간 갈등을 일으키지만 함께 나누기에도 혼자 즐기기에도 썩 괜찮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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