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만화 바이러스 세계사 - 모두가 쉽게 읽고 이해하는 무시무시한 전염병의 역사 3분 만화 세계사
사이레이 지음, 이서연 옮김 / 정민미디어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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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사람들에겐 소설로 더욱 유명해진 페스트부터 스페인 독감, 에이즈, 말라리아, 홍역, 에볼라, 사스, 조류독감 등등 이름은 다 한 번쯤 들어본 다양한 전염병 이야기를 만화로 풀었다. 코로나19를 제외하면 총 12종류의 전염병을 다루고, 책의 말미에는 현재 전 세계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19에 대한 이야기도 나온다. 귀여운 그림에 그렇지 못한 무시무시한 내용을 담고 있는 책. 요즘이라 더 궁금하고 알아야 할 전염병에 대한 내용들을 만화와 글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어 좋았다. 아이들이 읽기에도 어렵지 않을 것 같고, 바이러스나 전염병의 정보 혹은 역사가 궁금은 하지만 두꺼운 역사 책이나 의학 책을 읽어볼 엄두는 나지 않는 어른들이 읽기에도 제격이다.


책의 후반으로 갈수록 발생 연도가 가까워지고 있어 인류가 아주 오래전부터 바이러스와의 싸움을 계속해왔고 지금도 역시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실감이 났다. 전염병이 퍼지면 감염 원인을 찾아내고 전파 경로를 추적하며 예방책을 펼치는 동시에 백신 개발에 주력한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고 바이러스 극복에 크게 일조한 과학자나 의학자에게는 의학 분야 노벨상처럼 일종의 명예나 보상이 주어지기도 했다. 전염병의 역사가 쌓이고 의학이 발전했음에도 아주 오래전 등장한 바이러스는 대부분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고 소규모 유행을 반복하고 있다는 사실이 무섭게 느껴졌다.




1918년 나타나 2년 동안 전 세계를 휩쓸고 갑작스레 자취를 감춘 스페인 독감처럼 바이러스는 갑자기 나타났다 사라지기를 반복해왔고 과학과 의학의 발전으로 인류는 다양한 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해냈다. 하지만 바이러스의 무서운 점은 변이를 거듭하고, 항생제에도 내성을 갖는 슈퍼박테리아가 되는 경우도 있다는 점이다. 백신을 개발해도 그 백신의 효과를 무력화시키는 또 다른 변이 바이러스가 언제 탄생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다. 그러니 백신과 치료법을 찾는 것도 중요하지만 전염병 예방에 더 철저해지는 것 역시 중요하다는 책의 메시지에 동의할 수밖에.




이 책에서는 12종류의 바이러스 세계사를 다룬 후에 '야생동물과 감염병'이라는 제목으로 야생동물이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접촉을 통해 인간에게 전염되었다는 점에 대해 이야기한다. 하지만 동시에 바이러스의 숙주인 야생동물에게 책임을 전가하거나 그들을 멸종시켜 바이러스를 없애려는 잘못된 생각을 경계한다. 많은 바이러스를 가진 동물을 없앤다 해도 바이러스는 살아남아 또 다른 숙주를 찾아 나설 것이 분명하다는 이유에 정말 공감했다. 책에서 마지막으로 다루고 있는 '코로나19를 예방하는 법'에서는 코로나19에 대한 전반적인 정보를 다루면서 기본적이지만 최고의 방역 방법(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한다. 교육용으로도 정말 좋은 책. 이 시리즈를 기억해두고 나머지 책들도 찾아볼 생각이다. ​나처럼 만화를 좋아하거나 어려운 책을 피하고 싶은 친구, 아이가 있는 친구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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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것을 당연하지 않게 - 유별난 여성이 아니라 온전한 내가 되기까지
허휘수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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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 관심이 갔고, 책 소개와 작가 소개를 읽고 나서는 허휘수라는 사람이 궁금해져서 책을 읽게 되었다. 본인 피셜 유명해지고 싶은 사람, 일 잘 벌이는 사람, 성장캐. 책을 읽고 나니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책의 내용을 바탕으로 하자면 셋 다 맞는 말이다. 어려서부터 대통령을 꿈꾸고 다른 사람 앞에 나서는 일에 망설임이 없었던 그녀는 자라며(어떤 사람이든 마찬가지겠지만) 취향이 생기고, 좋아하는 일이 생기고, 자신이 잘하는 일을 알게 되었다. 그녀가 유독 남들과 달랐던 점은 실천 능력이랄까. 글로 쓴 것을 보아서 더욱 그렇겠지만, 좋아하는 것에 관해 일을 벌이는 결정과 실행이 정말 빠르다. 그렇다고 무작정 벌여놓고 나 몰라라 하거나 꿈만 쫒아 현실을 외면하는 바보 같은 사람도 아니다. 그게 대단한 점인데, 벌여놓은 일에 책임지는 것. 이 하나의 원칙을 잘 지키는 것만으로도 저자 허휘수는 참 멋진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



  중요한 선택을 해야 할 때마다 사람마다 기준이 있다. 내 기준은 '내가 하고 싶은 일인가'이다. 되짚어 보자면 뚜렷한 계획을 가지고 선택한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선택한 뒤에 반드시 계획적으로 책임을 지는 연습을 해왔다. 하기로 했고, 하고 싶으니까 일단 했다.

(본문 중 205p)


페미니스트, 여성 리더, N잡러- 댄서, 유튜버, 다양한 사업(소그노, 칵테일바, 의류 브랜드 등등)의 대표- 등등 그녀의 다양한 정체성만큼 정말 다양한 글이 이 책 한 권에 있다. 그만큼 다양한 독자들을 포섭할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했다. 어릴 때부터 20대 후반의 지금까지 겪어온 이야기, 그 경험을 통해 자신의 것이 된 다양한 생각들이 담겨있는데 나와 겹치는 부분을 찾을 때마다 정말 많이 공감했다. 누구라도 이 책에서 자신과 겹치는 모습을 하나 이상은 찾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물론 비슷한 또래, 같은 성별이라면 더욱 겹치는 부분이 많아질 테고)

책을 읽고 관련 영상들도 찾아보았는데, 어떤 인터뷰에서 셀프 추천사를 요청하니 '속 시원하게 다 말했다'라고 했다. 인플루언서로서 많은 강의와 인터뷰를 했던 사람이라 그런가, 아니면 쓰고 나니 온통 자신에 대해 이야기한 책 한 권을 써내서 그런가 어떤 질문을 받았을 때 자신만의 대답이 확실히 있는 사람이라고 느꼈다. 달변가라는 느낌이 아니라 자기 안에 어떤 기준이 딱 있어서 한 방향으로 열심히 대답하려고 애쓰는 사람. 이 에세이의 본문 하나하나는 자신이 살면서 맞닥뜨린 어떤 질문들에 깊이 생각해서 내놓은 솔직한 답변들이라고 생각한다. 친구들과 함께 읽고 본문 하나하나마다 같이 이야기해보고 싶어졌다.


책을 읽고 나서도 나는 허휘수라는 사람이 여전히 궁금하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판다고 책에 나온 다양한 발자취들을 쫓아 계속 찾아보게 될 것 같다. 지금까지의 결과물 뿐 아니라 앞으로 해낼 일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간다. 책의 본문에서 저자는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이냐'라는 질문을 받고 그 당시 했던 답변과, 글을 쓰는 지금에 와서 생각해낸 다른 답변을 덧붙인 내용이 있었다. 그런데 그 답변과 상관없이 이 책을 읽은 독자로서 느끼기에 허휘수라는 사람은 앞으로도 자신이 좋아하는 것, 하고 싶은 일을 벌이고, 그 경험을 자양분 삼아 계속 계속 성장하며 살아갈 것 같다. 그랬으면 좋겠다. 완벽하지 않아도 되니 영원한 성장캐로 남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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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에게 갔었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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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로하신 부모님이 등장하고, 자신의 상처에  벅차 혹은 그 이외의 이유로 부모님과의 연락이 뜸해진 딸이 있다. 어머니가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 혼자 계시게 된 아버지를 뵈러 딸은 아주 오랜만에 고향집을 방문한다. 주인공이 돌연 아버지를 만나러 가기로 마음먹은 데는 아버지가 울었다는 동생의 전언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자식으로서 부모의 눈물을 볼 기회는 사실 많지 않다. 부모가 잘 숨기기 때문일지도 모르고 자식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어떤 이유이던 아버지의 눈물을 본 적이 없었던 주인공은 고향인 J 시에 내려가서 아주 여러 번 그 눈물을 마주하고 충격을 받는다. 소설 속 아버지의 눈물에 딸은 자주 놀라지만, 나는 어쩌면 아버지는 잘 숨겨왔을 뿐 워낙 눈물이 많은 사람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아버지와 단둘이 집에 머무는 동안 주인공은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곱씹는다. 농부였지만 농부 같지 않았던 아버지, 가게를 운영하던 아버지, 필요할 때면 나무 궤짝에서 돈을 꺼내 주시던 아버지, 자식들의 학사모 사진을 원하던 아버지. 그러다 기억에 남아있던 나무 궤짝을 발견하고 그 안에 들어있던 아버지와 첫째가 주고받은 편지들을 읽게 된다. 첫째 아들이 해외에서 일하던 동안 주고받은 편지들은 부자간의 끈끈한 정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아버지가 자신의 삶에 대해 고백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아무한테도 말한 적 없었는데..' 하고 자신의 첫째 아들에게만 터놓는 속내, 자신이 살아온 동안 보고 느껴온 개인적인 경험의 기록. 그 속내와 기록을 보며 딸은 자신이 아버지를 한 번도 개별적인 인간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닫는다. ​

 

 처음으로 아버지의 어린 시절을, 아버지의 소년 시절을, 아버지의 청년 시절을 생각해 보게 되었다. 전염병으로 이틀 사이에 부모를 잃은 마음을, 전쟁을 겪을 때의 마음을, 얼굴 한번 보고 엄마와 결혼하던 때의 마음을, 큰 오빠가 태어났을 때의 아버지 마음은 어떤 것이었나를. 짐작이 되지 않았다.  ( …나는 아버지를 한 번도 개별적 인간으로 보지 않았다는 것도 그제야 깨달았다 아버지를 농부로, 전쟁을 겪은 세대로, 소를 기르는 사람으로, 뭉뚱그려서 생각하는 버릇이 들어서 아버지 개인에 대해서는 정확히 아는 게 없고 알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을.

(본문 중 197p)

딸이자 형제들 중 넷째인 주인공은 글을 쓰는 작가인데,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면서 아버지와 점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아버지의 주변인들에게 아버지의 삶에 대해 인터뷰를 한다. 딸의 기억 속 아버지의 모습이 든든하고 포근한 순간들로 남아 있어서 그동안 아버지가 많이 애써왔다고 느껴졌고, 그 모습이 우리 아버지와도 겹쳐보게 되어 가끔은 울컥하기도 했다. 인터뷰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인생을 섞어서 자신이 보아온, 혹은 알고 있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준다. 삶의 단면들은 누구나 비슷비슷한지 짠하고, 우습고, 즐겁고, 무서운 기억들이 참 다양하게 있었다. 자식은 지금껏 알고 있던 아버지와 다른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충격을 받지만, 이내 익숙해진다. 그 과정은 점차 아버지를 온전히 이해하는 과정처럼 보였다. 

책에서 나오는 내용을 짚어보자면 소설 속 6남매의 나이가 우리 부모님 나이에 가까워 보이고 17살이 되던 해 전쟁을 겪었다던 소설 속 아버지는 나의 조부모 나이와 비슷할 것 같다.(나는 할머니가 초등학생 때 전쟁이 있었고, 마을이 폭격을 맞아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소설 속 내용처럼,  내가 점차 부모님을 엄마 아빠가 아니라 한 개인으로 직면하는 것처럼, 부모님 역시 본인의 부모님을 그런 식으로 자각하고 느끼던 과정이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소설 속에서 아빠의 소년 시절, 청년 시절을 생각해 보는 게 낯설었던 주인공처럼 나 역시 그랬다.

​아버지, 어머니를 한 인간으로서 더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 때는 언제일까. 자식 입장에서 부모님은 한 사람이기 앞서 내 아빠고, 내 엄마라는 생각이 우선시되기 쉽다. 건강한 부모 자식 관계를 위해서는 아이가 어려서부터 서로를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으나 쉽지 않은 이야기다. 다만 너무 늦기 전에 노력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아버지에 대해 주로 말하지만, 나는 읽는 내내 부모님 모두와 가족들에 대해 생각했다. 태어나면서 정해진 내 가장 가까운 사람들, 지금껏 나를 돌보고 사랑해 주고 기꺼이 보호자 역할을 해준 고마운 이들에게 너무 무심하게 살지는 말아야지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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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란 무엇인가
테리 이글턴 지음, 이강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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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은 본문에서 '문화란 ~이다.'라는 문장만 뽑아 모아도 책의 한두 페이지쯤은 가득 채우고도 넘칠 것 같다. 대개의 인문학 책이 그렇듯이 '정답은 이거다' 하고 딱 한마디로 정의해 주지 않는다.(하지만 재밌게도 목차를 보면 '결론'이라는 단어가 있다.) 문화의 의미는 다양하게 논의되어왔고 지금껏 그 정의를 내린 철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문학가, 문화비평가 등등 수많은 사람들의 수만큼의 그 정의가 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은 여러개의 의미 중 딱 하나를 고르거나 그 의견만이 옳다고 지지하는 책이 아니다, 문화와 그 의미를 이야기하는데 늘 그 주변에 함께 있던 몇몇 개념들까지를 포함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문화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답해온 그 과정을 먼저 훑어보자고 이야기한다.

  '문화'는 유난히 복합적인 단어로, 누군가는 이보다 복합적인 단어는 한두 개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단어에는 네 개의 주요한 의미가 두드러진다. 문화는 (1) 예술적이고 지적인 작업들 전체 (2) 정신적이고 지적인 발전 과정 (3) 사람들이 살아가며 따르는 가치, 관습, 신념, 상징적 실천들 (4) 총체적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 본문 중 13p 

​내가 알고 있던 '문화'의 개념이라고 하면, '예술이나 교양'으로서의 문화 또는 '삶이나 행동의 방식'으로서 문화 정도가 전부였다. 문화의 개념은 생각보다도 더 세세하게 나누어지거나 더 큰 범위로 확대되기도 했다. 이러한 내용들은 흥미로웠고, 다양한 사례와 다양한 의견이 끊임없이 나와서 지루할 틈은 없었지만 쉽진 않았다. 읽는 순간에는 이해한 줄 알았는데 비슷비슷한 개념과 예시들이 반복되다 보니 내용을 요약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앞서 나왔던 내용들을 순서대로 떠올리기도 어려웠다. 책을 읽는 도중과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왠지 강연으로 이 내용을 다시 듣고 싶었고 아니면 누가 책 좀 소리 내서 읽어줬으면 했다.(진심으로 오디오북이 나온다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큰 욕심을 내진 않았지만 정말 열심히 읽었다. 한 줄로 요약된 결론을 바라지도 않았고 '이 책 한 권을 온전히 이해하고 말 테다' 하는 포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문화'에 대해 이야기되었던 것들을 하나라도 더 기억하려고 애쓰며 읽었고, 언급된 개념들이나 글쓴이가 주장하는 부분들에 대해 최대한 저항 없이 읽으려고 노력했다. 내게는 낯설고 새로운 정보 자체가 많은 책이어서 첫 번째 완독하는 동안은 그런 태도로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최소한 두 번은 읽고 싶은 책이다. 다음 완독을 한 후에는 책 후반부에 저자가 목차에 직접 '결론'이라 이름 붙인 부분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해 보고 싶다.

책에 수록된 다양한 문화의 의미 중에 내게 가장 어렵지 않고 와닿았던 정의를 하나 꼽자면 문화를 '삶을 지속시키는 것이라기보다는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것'(본문 중 77p)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문화가 무엇인지 아직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누려왔거나 앞으로 만들어갈 것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건 확실하다. 다양한 의미들 중에 이런 의미도 포함하고 있기에 나는 아직도 '문화'가 궁금하고 더 잘 알고 싶다고 생각한다. 나의 일과 공부, 삶에 있어서 문화, 교양, 문화산업 등등에 관심을 갖게 된 요즘 그 기본적인 개념들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었고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들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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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 해변
이도 게펜 지음, 임재희 옮김 / 문학세계사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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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과 상상력을 정말 잘 버무려놓은 소설들. 14편의 이야기가 담긴 풍성한 소설집이다. 책은 은근한 두께와 작은 글씨를 자랑(?) 하지만 그럼에도 책을 펼쳐 읽기 시작하면 어느새 한 권이 끝나버리는 매력 있는 책. 책의 뒤표지를 보면 한편마다의 줄거리를 요약해 소개하고 있는데, 그 줄거리를 알고 보아도 재밌다. 읽기 전에 가장 궁금했던 이야기는 「 파리와 고슴도치 」, 「 예루살렘 해변 」 이 두 편이었는데, 읽고 나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 삶의 의미 주식회사 」와 「 예루살렘 해변 」이었다. 짧게 두 편의 줄거리를 설명하자면 어느 날 갑자기 아침에 눈을 뜨고 삶을 살아나갈 이유를 잃어버린 청년이 나름대로의 노력을 거듭하는 이야기와 알츠하이머를 앓는 아내와 함께 60년 만에 예루살렘에 방문한 한 노인이 아내의 첫기억 속 눈 덮힌 예루살렘 해변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어느 날 갑자기,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정말 느닷없이, 아침에 눈을 뜨고 싶은 이유를 하나도 찾을 수 없었다. (​…중략​…) 나는 어디서부터 답을 찾아야 할지 몰랐다. 내가 아프리카 산꼭대기에서 은둔생활을 하는 사람도 아니므로 답을 찾기 위해 기꺼이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구글에서 '삶의 의미'를 검색했다.   ( 본문 중 84-5p, 「 삶의 의미 주식회사 」 )


「 삶의 의미 주식회사 」에서 사실 가장 재미있던 부분은 바로 위에 첨부한 도입 부분이고,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훈훈한 엔딩 장면이다. '답을 찾기 위해 기꺼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 이 구글 검색이라는 점에서 조금 웃었고, 검색을 통한 정보를 겁 없이 바로바로 이용해먹는 모습에서 청년 세대의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 등의 특징이 꽤나 반영되었다고 생각했다. 앞서 언급한 부분과 살면서 한 번쯤 고민해 볼 법한 내용을 다루는 등 현실 반영이 뛰어나면서도 '삶의 의미 주식회사'라는 판타지적 요소(실존 가능성을 따져보았을 때 비슷한 의도를 가진 회사는 있을지언정 책에서와 같은 경험을 제공해주진 못할 게 분명하다)가 들어간 이 단편과는 달리, 비슷한 느낌이지만 온라인과 sns에 익숙한 청년세대의 조금 비뚤어진 삶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단편은「 베를린에서 3시간 떨어진 」이었다. 이 단편 속 주인공은 실현 가능성은 제쳐두고서라도 어딘가에 실제로 있을 것 같아서 조금 안쓰럽고 조금 무서웠다. 「 예루살렘 해변 」은 이야기를 읽고나면 이 책의 표지가 더 아름다워보인다.

좋았다는 한마디로 표현하긴 어렵지만 가장 인상적이었던 이야기는 「고객서비스 지침서」였다. 앞선 이야기 속 등장인물의 이름과 사연을 교묘히 연결해 고객과 고객서비스 담당자라는 역할에 집어넣더니, 둘의 대화만으로 이루어진 본문에서 고객과 담당자의 입장을 역전시키는 솜씨도 대단했다. 읽으면서 참을성 있게 진상 고객들의 말대꾸를 해주는 담당자의 입장에 몰입하다가, 순식간에 역전되어 담당자가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며 그를 응원하는 고객의 입장에 동화되어버려서 마지막 장면을 읽고 나선 나도 모르게 숨을 몰아쉬었다. 몰입도가 굉장했다. 스핀 오프라기엔 애매하지만 이 책에 들어간 모든 이야기의 번외를 한편에 몽땅 넣어버린 느낌이어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


참고로 이 책을 읽을 때 본문이 끝난 후 있는 '번역가의 글'도 꼭 끝까지 읽어보길 권한다. 이 소설의 한글판버전 첫 독자이기도 한 옮긴이는 책 말미에 성실한 서평을 남겼다. 그리고 이도 게펜의 두 번째 책이 곧 출간될 예정이라는 희소식까지 함께 전한다. 난 이스라엘에 대해 잘 모르고, 이스라엘 작가의 글도 처음 읽었다. 주인공들의 이름과 등장하는 지명은 조금 낯설게 느껴지고, 미국이나 한국에서 파병 뉴스가 나올 때나 들었던 지역들의 이름이 보이는 것도 어색했지만, 소설가가 소설로서 전달하는 메시지는 국적을 초월한 것이라 생각한다. 어찌 됐든 난 이 책을 읽으며 감탄하고, 무서워하고, 즐거워하고, 놀라고, 마음 아파하고, 감동하는 등등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다양한 생각을 하며 이야기를 즐겼다. 작가의 상상력과 솜씨에 감탄했고, 작가의 다음 책이 나온다면 또 관심 있게 찾아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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