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란 무엇인가
테리 이글턴 지음, 이강선 옮김 / 문예출판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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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질문을 던지는 이 책은 본문에서 '문화란 ~이다.'라는 문장만 뽑아 모아도 책의 한두 페이지쯤은 가득 채우고도 넘칠 것 같다. 대개의 인문학 책이 그렇듯이 '정답은 이거다' 하고 딱 한마디로 정의해 주지 않는다.(하지만 재밌게도 목차를 보면 '결론'이라는 단어가 있다.) 문화의 의미는 다양하게 논의되어왔고 지금껏 그 정의를 내린 철학자, 사회학자, 인류학자, 문학가, 문화비평가 등등 수많은 사람들의 수만큼의 그 정의가 있다 해도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이 책은 여러개의 의미 중 딱 하나를 고르거나 그 의견만이 옳다고 지지하는 책이 아니다, 문화와 그 의미를 이야기하는데 늘 그 주변에 함께 있던 몇몇 개념들까지를 포함해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문화란 무엇인가'란 질문에 답해온 그 과정을 먼저 훑어보자고 이야기한다.

  '문화'는 유난히 복합적인 단어로, 누군가는 이보다 복합적인 단어는 한두 개밖에 없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단어에는 네 개의 주요한 의미가 두드러진다. 문화는 (1) 예술적이고 지적인 작업들 전체 (2) 정신적이고 지적인 발전 과정 (3) 사람들이 살아가며 따르는 가치, 관습, 신념, 상징적 실천들 (4) 총체적 삶의 방식을 의미한다.

- 본문 중 13p 

​내가 알고 있던 '문화'의 개념이라고 하면, '예술이나 교양'으로서의 문화 또는 '삶이나 행동의 방식'으로서 문화 정도가 전부였다. 문화의 개념은 생각보다도 더 세세하게 나누어지거나 더 큰 범위로 확대되기도 했다. 이러한 내용들은 흥미로웠고, 다양한 사례와 다양한 의견이 끊임없이 나와서 지루할 틈은 없었지만 쉽진 않았다. 읽는 순간에는 이해한 줄 알았는데 비슷비슷한 개념과 예시들이 반복되다 보니 내용을 요약하는 것 자체가 어려웠고 앞서 나왔던 내용들을 순서대로 떠올리기도 어려웠다. 책을 읽는 도중과 책을 다 읽은 후에도 왠지 강연으로 이 내용을 다시 듣고 싶었고 아니면 누가 책 좀 소리 내서 읽어줬으면 했다.(진심으로 오디오북이 나온다면 좋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큰 욕심을 내진 않았지만 정말 열심히 읽었다. 한 줄로 요약된 결론을 바라지도 않았고 '이 책 한 권을 온전히 이해하고 말 테다' 하는 포부가 있었던 것도 아니었다. 다만 '문화'에 대해 이야기되었던 것들을 하나라도 더 기억하려고 애쓰며 읽었고, 언급된 개념들이나 글쓴이가 주장하는 부분들에 대해 최대한 저항 없이 읽으려고 노력했다. 내게는 낯설고 새로운 정보 자체가 많은 책이어서 첫 번째 완독하는 동안은 그런 태도로 읽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최소한 두 번은 읽고 싶은 책이다. 다음 완독을 한 후에는 책 후반부에 저자가 목차에 직접 '결론'이라 이름 붙인 부분의 내용을 더 잘 이해해 보고 싶다.

책에 수록된 다양한 문화의 의미 중에 내게 가장 어렵지 않고 와닿았던 정의를 하나 꼽자면 문화를 '삶을 지속시키는 것이라기보다는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것'(본문 중 77p)으로 바라보는 시선이다. 문화가 무엇인지 아직도 정확히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누려왔거나 앞으로 만들어갈 것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건 확실하다. 다양한 의미들 중에 이런 의미도 포함하고 있기에 나는 아직도 '문화'가 궁금하고 더 잘 알고 싶다고 생각한다. 나의 일과 공부, 삶에 있어서 문화, 교양, 문화산업 등등에 관심을 갖게 된 요즘 그 기본적인 개념들에 대해 많은 정보를 주었고 더 깊이 생각해 보게 만들어준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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