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자 형제들 중 넷째인 주인공은 글을 쓰는 작가인데, 아버지와 시간을 보내면서 아버지와 점점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아버지의 주변인들에게 아버지의 삶에 대해 인터뷰를 한다. 딸의 기억 속 아버지의 모습이 든든하고 포근한 순간들로 남아 있어서 그동안 아버지가 많이 애써왔다고 느껴졌고, 그 모습이 우리 아버지와도 겹쳐보게 되어 가끔은 울컥하기도 했다. 인터뷰하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인생을 섞어서 자신이 보아온, 혹은 알고 있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해준다. 삶의 단면들은 누구나 비슷비슷한지 짠하고, 우습고, 즐겁고, 무서운 기억들이 참 다양하게 있었다. 자식은 지금껏 알고 있던 아버지와 다른 모습을 발견할 때마다 충격을 받지만, 이내 익숙해진다. 그 과정은 점차 아버지를 온전히 이해하는 과정처럼 보였다.
책에서 나오는 내용을 짚어보자면 소설 속 6남매의 나이가 우리 부모님 나이에 가까워 보이고 17살이 되던 해 전쟁을 겪었다던 소설 속 아버지는 나의 조부모 나이와 비슷할 것 같다.(나는 할머니가 초등학생 때 전쟁이 있었고, 마을이 폭격을 맞아 사람들이 많이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소설 속 내용처럼, 내가 점차 부모님을 엄마 아빠가 아니라 한 개인으로 직면하는 것처럼, 부모님 역시 본인의 부모님을 그런 식으로 자각하고 느끼던 과정이 있었을 거라 생각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소설 속에서 아빠의 소년 시절, 청년 시절을 생각해 보는 게 낯설었던 주인공처럼 나 역시 그랬다.
아버지, 어머니를 한 인간으로서 더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 때는 언제일까. 자식 입장에서 부모님은 한 사람이기 앞서 내 아빠고, 내 엄마라는 생각이 우선시되기 쉽다. 건강한 부모 자식 관계를 위해서는 아이가 어려서부터 서로를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하는 것이 좋다는 이야기도 들은 적이 있으나 쉽지 않은 이야기다. 다만 너무 늦기 전에 노력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이 책은 아버지에 대해 주로 말하지만, 나는 읽는 내내 부모님 모두와 가족들에 대해 생각했다. 태어나면서 정해진 내 가장 가까운 사람들, 지금껏 나를 돌보고 사랑해 주고 기꺼이 보호자 역할을 해준 고마운 이들에게 너무 무심하게 살지는 말아야지 하고.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