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2 만화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2
데일 카네기 지음, 길문섭 그림 / 미르북컴퍼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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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계발서의 고전이라는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만화로 옮겨놓은 책<만화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총 2권으로 출간된 책으로 앞서 리뷰를 남긴 1권에 이어 2권도 따로 리뷰글을 남긴다. 2권에서 다루는 파트의 제목들을 옮겨 적자면 다음과 같다. 'PART 3. 상대방을 설득하는 12가지 방법'. 'PART 4. 리더가 되는 9가지 방법', 'PART 5. 기적을 낳은 편지들', 'PART 가정을 행복하게 만드는 7가지 방법'

가장 관심이 갔던 파트는 상대방을 설득하는 방법이었다. 상대방에게 긍정적인 대답인 '네'를 몇 번 끌어내는 것으로 상대방을 설득하기 쉬워진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고, 평소 아무렇지 않게 쓰던 비난조나 명령조의 말투를 부드럽게 바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다. 이 방법들은 가까운 인간관계보다도 일적으로 만나는 사람들을 대할 때 실제적으로 써먹기 좋은 방법들이라고 생각한다. 가장 마지막 파트는 가정의 행복에 대한 원칙만 보면 긍정이 되는데, 예시들이 좀 예전 이야기 같다는 느낌을 많이 받아서 새삼 이 책이 쓰인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다는 걸 실감하게 해줬다. 별개의 이야기지만 참고로 그 파트에서 소개하고 있는 <아버지는 잊어버린다>라는 제목의 W. 리빙스턴 라니드(본문 중 226p)의 책의 내용은 꽤 인상적이었다.

2권을 보면서는 원작에 비해 만화 버전의 장단점을 조금 더 크게 느꼈던 것 같다. 책의 조언대로 장단점을 말할 때 장점을 먼저 말하자면, 책을 읽기 전 기대처럼 만화로 그려져있어서 접근성이나 가독성이 좋다는 것은 장점인 것 같다. 책을 읽을 때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이면 만화 버전의 이 책을 읽으면 (만화책치고 글 양이 많은 편이지만) 아무래도 더 적은 시간으로 같은 내용을 완독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각 파트의 내용이 딱히 이어지지 않기 때문에 파트의 제목을 보고 필요에 따라 1권 혹은 2권만을 선택해서 읽을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만화이다 보니 가끔 마음에 드는 짤을 발견할 수도 있다. 설명 조의 글을 만화로 옮기다 보니 그림의 액션이 많지 않은데 그래서인지 감정이나 성패를 과장된 표정으로 표현하는 경우가 제법 있어서 그림체나 웃음 코드가 맞는 사람이라면 제법 재밌게 이 책을 읽지 않을까.




반면 단점은 아무래도 원작의 표현을 100퍼센트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에 책의 전개나 여러 사례들을 풀어놓는 데 있어서 유연성과 설득력이 조금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책에 함께 붙어있는 홍보용 띠지에는 원작의 본문 글을 그대로 적어놓았다. 나는 표지와 뒤표지, 책날개, 띠지 등에 쓰인 글들을 본문보다 먼저 읽어보는 편인데, 띠지에 기록된 그 문구 역시 먼저 읽고 책을 읽었다. 띠지 속 문구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만화 속에서 그 부분을 쉽게 찾을 수 있었는데 원글을 알고 봐서인지 모르겠으나 전체 문장이 너무 생뚱맞게 잘려 있어서 어리둥절했다. 그리고 그제서야 내가 크게 눈치채지 못했을 뿐 ​만화이니만큼 생략된 부분이 있겠구나 하고 크게 느꼈다. 이런 문장 원문의 디테일이 궁금한 사람이라면 처음부터 원작을 읽는 걸 추천하겠다.

원작에서는 이 책의 마무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1권과 마찬가지로 2권에서도 작가는 마지막에 늘 당부한다. 책을 읽었으니 이제 실천에 옮기라고,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꼭 성공하라고. 확실히 한번 쓱 읽는 것만으로 조언을 얻고, 그걸 내 것으로 받아들이고, 자신의 혹은 주변의 무언가를 변화시키는 건 무리한 바람일지도 모른다. 자기계발서는 기타 다른 장르에 비해 그 책의 내용을 실천에 옮기는데 더 깊은 의의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제 단 한 번 이 책을 읽은 나는 어느 부분을 기억하고 어느 부분을 실천에 옮길 수 있을까.



(1-2권 통틀어 가장 인상적인 컷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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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1 만화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 1
데일 카네기 지음, 길문섭 그림 / 미르북컴퍼니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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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책으로 나오기 전 작가이자 교수인 '데일 카네기'의 강연으로도 유명했고, 책으로 출간된 이후로도 꾸준히 사랑받아 전 세계적으로 6천만 부의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한다. 워낙 큰 사랑을 받아온 자기계발서 분야의 스테디셀러이지만 얼마 전 <요즘 책방, 책 읽어드립니다>라는 TV프로그램을 통해 또 한 번 소개되면서 다시금 그 인기가 높아졌다. <만화 데일 카네기 인간관계론>은 글로 쓰인 원작을 토대로 만화로 다시 그려진 책으로 핵심적인 내용은 유지하되 직접 말하는 것처럼 보이도록 여러 인물들을 등장시켜 보여주면서 조금 더 쉽고 생동감 있게 이야기를 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자기계발서를 거의 읽지 않는다. 유명하다는 자기계발서들을 몇몇 읽어보았지만 별다른 감흥을 받지 못했고, 그저 뻔한 이야기 같았고, 그리 도움이 된다고 느끼지도 못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인간관계에 대해서만은 사람이 살면서 내내 골치를 썩히는 부분이기에 이런저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어디서든 조언을 구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라, 자기계발서 중에서도 대놓고 인간관계에 대한 내용을 다룬 이 책에 호기심이 생겼다. 거기에다 만화로 그려졌다니 자기계발서에 익숙지 않는 나 같은 독자라도 조금 더 쉽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인간관계론>은 데일 카네기가 실제로 강연했던 내용에 자신과 역사적 인물들의 경험 그리고 강연을 듣고 난 뒤 변화를 겪은 여러 사람들의 경험담을 총망라해 만든 책이라고 한다. 만화 버전의 이 책은 총 2권으로 출간되었고, 내용은 크게 총 6파트로 나뉘는데 1권에서는 'PART 1. 인간관계의 3가지 기본 원칙', 'PART 2.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6가지 비결'의 내용까지가 담겨있다. 그리고 책의 초반 책이 만들어진 경위와 당부사항도 따로 그려져 있다. '이 책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한 9가지 제언'이라는 제목까지 달려있는 당부사항은 짧게 요약하자면 이 책을 가까이에 두고 반복해서 읽고, 기억하고, 실천에 옮기고, 옮긴 것을 기록하라는 내용이다. 자신을 변화시키고 획기적인 인간관계의 개선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제언대로 시행해 보는 것도 적극적인 책의 활용방법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나오는 인간관계의 비법이 궁금하다면 단순히 목차를 읽어보면 된다. 저자가 연구하고 축적한 데이터로 만들어낸 여러 가지 법칙이나 원칙, 비결 등은 목차에 대놓고 쓰일 만큼 간단히 한 줄로 요약이 된다. 그리고 그 한 줄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위해 작가는 여러 가지 실제 사례들을 모았다. 그 사례 속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인들(정치인, 문인, 성공한 기업가들 등등)이 등장하기도 하고, 하나하나 실명으로 거론되지만 누군지는 잘 모를 작가의 주변인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규칙으로 이런 성공사례들이 이만큼이나 있는데 못 믿겠어? 하는 자신감이랄까. 단정적이고 자신감 있게 자신의 비결을 외치는 저자가 이 만화책에서는 주인공이자 서술자로 늘 등장한다.


난 사례에 등장하는 문인들의 이야기가 특히 흥미로웠는데, 아무래도 유명하면서 내가 작가로만 알고 있던 사람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부분이라 더 재미있게 느껴진 것 같다. 사람들에겐 '위대한 인물이 되고 싶은 욕망' 즉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늘 있기 때문에 그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방법으로 '솔직하고 진지하게 칭찬을 건네라'라는 인간관계의 법칙에 대해 설명할 때 내가 아는 문인들의 이름이 나온다. 실제 인물들뿐 아니라 책 속의 내용으로 사례를 들기도 하는데 언급되는 책들마다 꽤 관심이 갔다.



<인간관계론>은 데일 카네기가 실제로 강연했던 내용에 자신과 역사적 인물들의 경험 그리고 강연을 듣고 난 뒤 변화를 겪은 여러 사람들의 경험담을 총망라해 만든 책이라고 한다. 만화 버전의 이 책은 총 2권으로 출간되었고, 내용은 크게 총 6파트로 나뉘는데 1권에서는 'PART 1. 인간관계의 3가지 기본 원칙', 'PART 2.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게 만드는 6가지 비결'의 내용까지가 담겨있다. 그리고 책의 초반 책이 만들어진 경위와 당부사항도 따로 그려져 있다. '이 책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기 위한 9가지 제언'이라는 제목까지 달려있는 당부사항은 짧게 요약하자면 이 책을 가까이에 두고 반복해서 읽고, 기억하고, 실천에 옮기고, 옮긴 것을 기록하라는 내용이다. 자신을 변화시키고 획기적인 인간관계의 개선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제언대로 시행해 보는 것도 적극적인 책의 활용방법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에 나오는 인간관계의 비법이 궁금하다면 단순히 목차를 읽어보면 된다. 저자가 연구하고 축적한 데이터로 만들어낸 여러 가지 법칙이나 원칙, 비결 등은 목차에 대놓고 쓰일 만큼 간단히 한 줄로 요약이 된다. 그리고 그 한 줄을 설득력 있게 설명하기 위해 작가는 여러 가지 실제 사례들을 모았다. 그 사례 속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인들(정치인, 문인, 성공한 기업가들 등등)이 등장하기도 하고, 하나하나 실명으로 거론되지만 누군지는 잘 모를 작가의 주변인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이런 규칙으로 이런 성공사례들이 이만큼이나 있는데 못 믿겠어? 하는 자신감이랄까. 단정적이고 자신감 있게 자신의 비결을 외치는 저자가 이 만화책에서는 주인공이자 서술자로 늘 등장한다.

난 사례에 등장하는 문인들의 이야기가 특히 흥미로웠는데, 아무래도 유명하면서 내가 작가로만 알고 있던 사람들의 인간적인 면모가 드러나는 부분이라 더 재미있게 느껴진 것 같다. 사람들에겐 '위대한 인물이 되고 싶은 욕망' 즉 누군가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망이 늘 있기 때문에 그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방법으로 '솔직하고 진지하게 칭찬을 건네라'라는 인간관계의 법칙에 대해 설명할 때 내가 아는 문인들의 이름이 나온다. 실제 인물들뿐 아니라 책 속의 내용으로 사례를 들기도 하는데 언급되는 책들마다 꽤 관심이 갔다.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고군분투한 위인들의 흥미로운 사례들이 있다. ( 중략 ) 프랑스의 빅토르 위고는 파리 시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바꾸려는 야심을 품기도 했으며, 셰익스피어의 경우 자기 가문이 사용할 수 있는 문장을 받아 자신의 이름에 영광을 더했다.

본문 중 55p



1권의 내용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사람들이 당신을 좋아하게 만들려면 미소 짓고(원칙 2), 상대방의 이름을 소중히 여기고 기억하라(원칙 3) 이 두 가지였다. 이 두 가지를 포함해서 인간관계의 모든 법칙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걸 확실히 느꼈다. 이 두 가지는 여러 원칙들 중에서도 가장 기본적인 노력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구에게나 늘 이 책에 나오는 모든 원칙대로 사람을 대하기는 불가능하겠지만 꼭 호감을 얻어야 할 사람들, 내가 오래 보고 자주 만나야 할 사람들, 그리고 내게 소중한 사람들에겐 최소한의 노력을 들여야 하는 게 아닐까, 그리고 내 주변의 사람들 역시 그 정도의 노력을 하고 있는 걸까, 새삼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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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고양이
다케시타 후미코 지음, 마치다 나오코 그림, 고향옥 옮김 / 살림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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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빤히 바라보는 고양이가 있다. 경계하는 눈초리도 아니고 무언가 기대하는 표정으로 얌전히 당신을 바라보고만 있다. 목걸이도 없고, 털은 깨끗하지만 딱히 집고양이는 아닌 것 같아서 당신은 그 얌전한 고양이를 뭐라 부를지 잠시 생각한다. 내 경우에는 "고양이다"라고 말하곤 막연히 반가워할 것 같다. 그러면 그 고양이는 실망한 듯 등을 돌리고 떠나갈지도 모르겠다.

책 속의 고양이는 제목대로 '이름 없는 고양이'다. 어릴 때는 '아기 고양이', 커서는 '고양이'라 불렸다. 그래서 늘 자신의 이름을 갖고 싶어 했다. 온 동네를 돌아다녀도 각자의 이름을 가진 고양이들이 많아서 그들이 이름을 가졌다는 걸 은근 부러워했다. 고양이가 아닌 강아지와 꽃마저도 이름이 있는데 아무도 이름을 지어주지 않아서 자신만 이름 없이 살고 있다. 길고양이, 더러운 고양이, 훠이, 저리 가 등등 사람들이 자신을 보면 하는 말들이 이름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어서 더욱 안쓰러웠다.

이름있는 동네 고양이들을 슬쩍 돌아보며 자신의 이름을 갖고 싶어 하는 이름 없는 고양이의 심정이 담긴 이 책은 길고양이의 사연을 이야기하기도 하고, 자신을 이름으로 불러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외로운 존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을 보며 김춘수의 '꽃'이라는 시를 떠올린 사람이 꽤 많지 않을까.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라는 시의 구절처럼 누군가에게 호명된다는 건 곧 누군가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의 고양이는 그 호명될 이름조차 없어서 더 마음이 아프고 안쓰러운 기분을 느끼게 한다. 동물을 키울 때 맨 처음 하는 일은 아마도 이름을 지어주는 일이다. 책 속 동네 고양이들처럼 씩씩하게 건강하게 살라고, 털색이 사자를 닮아서 등등 의미와 애정을 담아 이름을 짓고 그 이름을 다정하게 불러준다. 이름은 곧 관계의 시작을 말한다.





책 표지 안쪽에는 많은 고양이들의 그림이 그려져 있고, 뒤표지 안쪽은 같은 그림에 각자의 이름이 더해져 있다. 책에 등장하는 고양이들도 있어 눈썰미 좋은 사람들은 그 고양이를 찾아낼 수도 있을 것이다. 아이들과 이 책을 읽을 때면 이 고양이들의 이름을 붙여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그림이 굉장히 예쁘고, 의미 있는 내용도 담겨 있어서 아이들과 어른들 모두 좋아할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사랑스러운 고양이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책, 길냥이를 비롯한 이름 없는 고양이들을 한번 더 생각하게 해주는 책, 이름과 관계에 대한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언젠가는 고양이가 지구를 정복할 것이라는 우스갯말이 있을 만큼 고양이는 사람을 홀리는 치명적인 매력이 있는 동물이다. 많은 고양이들이 그들을 소중히 여겨줄 누군가를 만나 마음껏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그 매력 더 뿜어낼 수 있길. 책 뒤표지에 웹툰 <탐묘인간>의 작가 SOON이 남긴 추천사처럼, '세상의 많은 길냥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가지게 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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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인장도 말려 죽이는 그대에게 - 반려식물 초심자를 위한 홈가드닝 안내서
송한나 지음 / 책밥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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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에 가슴이 뜨끔한 사람들 참 많았을 것 같다. 나 역시 그랬다. 내가 주로 돌보는 것도 아니고 직접 사온 것도 아니지만 집안엔 늘 식물이 있었다. 무럭무럭 잘 자라고 가끔은 꽃을 피우기도 해서 그저 눈에 들어올 때 마음껏 감상하고 가끔 예뻐라한게 전부였지만, 가끔은 반대로 잎이 갈변하고 점점 시들해지는 녀석들도 있어서 그럴 때마다 물을 더 주거나 덜 주거나의 조치만 취할 뿐 뭐가 문제고 어떻게 돌봐줘야 하는지 몰라서 참 답답했다. 이 책을 처음 봤을 때 그런 나의 답답함을 풀어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게 됐다.

책에서는 총 다섯 가지 장으로 본문을 나누었는데, 1장에서 가드닝에 필요한 마음가짐부터 다양한 기초지식(구매, 도구, 건강하게 키우기 위한 흙/빛/물/비료 등의 조건들, 병충해, 분갈이와 가지치기 방법 등등 )을 간단히 다루고 2장부터 4장까지는 초급 식물/중급 식물/상급 식물로 구분해 널리 사랑받는 몇몇 식물들의 가드닝 팁을 알려 준다. 집에서 키우는 식물이 어떤 등급에 속해있는지 체크하고 팁을 얻기에도 좋고, 소개되는 각 식물마다 실제 사진 자료들이 풍성해서 가드닝을 하고 싶은 초보자라면 초급 식물부터 시작해 집안에 들일 새로운 식구를 맞이할 때 키워보고 싶은 식물을 찜해보는 등 선택의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본문 내에서는 가드닝을 할 때 온라인 커뮤니티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라는 팁을 주기도 하는데, 마지막 5장에서는 커뮤니티에서처럼 타인의 경험담을 엿보고 조언을 얻을 수 있도록 홈가드닝 고수들의 인터뷰를 실었다.





우리 집에 있는 식물들로는 고무나무, 커피나무, 산세베리아가 주를 이루고 페라고늄 화분도 하나 있는데, 이 중 꽃을 길게 볼수 있다 해서 우리 집에 온 페라고늄이 이 책에서 '상전'이라 표현할 만큼 상급 식물이라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베란다 창 바로 옆의 양지에서 키우고 있는데 꽃대가 잘 올라오지 않아 고민이었지만 쉽게 죽지 않고 잎이 무성하고 건강한 편이라 까다로운 타입의 식물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이 책을 통해 갈변한 잎은 회복이 불가하니 바로바로 떼어내주고 적당한 가지치기로 통풍을 원활히 해줘야 하며, 봄까지는 필요에 따라 약간의 비료가 추가되어야 새로운 잎과 꽃대가 올라온다는 적절한 팁을 얻을 수 있었다.

고무나무와 산세베리아는 집에 있는 것과 똑같은 종류를 책에서 다루지 않았지만 사촌지간쯤 되는 알리 고무나무, 움베르타 휘카스와 문샤인 산세베리아가 초급 식물에 실려있어 참고해보려고 한다. 이처럼 이 책을 읽으면 식물을 키울 때 필요한 팁을 부분적으로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맨 처음 기대했던 것처럼 '이렇게 키우고 돌보면 잘 키울 수 있습니다'하고 완전히 보장된 규칙 같은 걸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사실상 어떤 식물을 키울 때 무조건 보장되는 성공 법칙 같은 게 있을 리도 없지만, 그런 성공적인 가드닝을 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가드닝계에서 말해지는 '물 주기 3년'처럼 자신이 키우고 있는 식물들과 서로 알아가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저자는 슬쩍 알려준다.

​​

이왕 식물을 집에 들였다면 '반려 식물'로 맞아 주세요. 서로에게 짝이 되어 준다면 식물에 대한 인식도 달라질 거예요. 식물에게 감정이 생기며 대하는 태도부터 변하게 됩니다. (중략) 초록으로 마음의 안식을 찾아보세요. 사랑을 준 만큼 보답해 줄 거예요

가드닝 세계에 '물 주기 3년'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일정한 규칙이 아니라 경험을 통해 식물을 알아간다는 뜻이에요.

본문 중 13p '마음가짐' / 본문 중 28p '물'

​​이 책에는 부제가 있다. '반려 식물 초심자를 위한 홈가드닝 안내서' 이 책을 읽어보면 초반부터 종종 반려 식물이라는 단어를 보게 된다. 누구나 집에 화분 한두 개는 있지만, 누구나 자신이 가드닝을 한다거나 반려 식물을 키우고 있다고 의식하지는 않는다. 자신이 키우고 있는 동물을 애완동물이 아닌 반려동물로 생각하면서 더 깊은 애정을 쏟듯이, 집에 있는 식물에게도 반려 식물이라 부르며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는다면 선인장이 말라죽을 때까지 방치하거나 잘못 키우는 일이 일어날 확률은 확 줄어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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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 - 무민 골짜기, 시작하는 이야기 토베 얀손 무민 연작소설
토베 얀손 지음, 이유진 옮김 / 작가정신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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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는 참 작은 존재들이 많이 나온다. 무민 종족으로 사람들의 집 벽난로에 숨어살 정도로 작은 존재들인 무민과 가족들, 그런 그들이 작은 동물이라 부르는 스니프(이후 연재작에서 이름을 얻고, 이 책에서는 이름 없이 작은 동물이라고만 설명된다.), 사람들 집 마루밑에 살기도 하는 작은 트롤 생명체 인 해티패티, 튤립을 집으로 삼아 살고 있던 툴리파 등등. 이 작고 힘없는 존재들이 홍수를 비롯한 커다란 재해를 마주하고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책이었다.






무민 시리즈의 시작이라고 하는 <작은 무민 가족과 큰 홍수>는 이후에 이어지는 시리즈에서 무민 가족들이 한평생 자리 잡고 살아가는 무민 골짜기에 도착하기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다. 해티패티를 따라 떠나버린 아버지를 찾는 동시에 겨울을 날수 있는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무민과 무민의 엄마는 길을 나선다. 숲과 늪, 바다까지 기나긴 여정을 지나오지만 아빠를 만나기도 전에 큰 홍수가 나서 이내 세상이 비에 잠긴다. 무민 가족은 여행중에 만났던 새로운 존재들과 스스럼없이 친해지고,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동안에 그들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도움을 주기도 한다. 이 이야기가 2차 세계대전이 시작되었을 무렵 쓰였다는 작가의 서문을 떠올리면, 역자 후기의 내용처럼 안락한 집을 찾아 나선 무민 가족의 모습은 전쟁으로 살던 곳을 떠난 피난민의 모습과 쉽게 겹쳐볼 수 있을 것 같다. 전쟁이라는 재난 혹은 재앙 같은 상황은 이야기 속에서 큰 홍수로 대체되었는데 그 안에 휩쓸린 작은 존재들은 과연 그 위기를 어떻게 이겨낼까.

​ 처음에는 무민의 엄마도 무서웠지만, 잠시 뒤 아들을 달래며 말했다.

"아주 작은 동물일 거야. 기다려 보렴, 엄마가 저쪽으로 불빛을 비춰볼게. 어둠 속에서는 모든 게 더 비관적으로 보이지, 너도 알잖니."

그러고 나서 무민의 엄마는 등불처럼 빛나는 커다란 꽃을 한 송이 꺾어서 그늘 안을 비추었다. 그러자 무민과 무민의 엄마는 그곳에 무척 조그마한 동물이 앉아있는 모습을 보았는데, 그 동물은 온순하게 생겼고 살짝 겁먹은 것처럼 보였다.

본문 중 10-12p

그 대답은 무민의 엄마를 잘 살펴보면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만큼은 주인공이 무민이 아닌 무민의 엄마라고 생각했다. 이야기 속에서 무민의 엄마는 새로운 존재를 발견했을 때 먼저 다가가고, 위기에 처한 대상에게 서슴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홍수에 휩쓸려 위기를 겪고 있는 무민의 아빠를 걱정하고 슬퍼하는 등 여러 감정들을 적극적으로 드러내고 무민의 보호자로서 여행의 도중 여러 결정들을 내리는 역할을 하며 많은 활약을 한다. 이야기의 시작 부분에 어두운 숲에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눈을 발견하고 먼저 다가설 때 무민의 엄마가 한 말과 태도가 특히 인상적이었다. 어려운 상황에서 혹은 낯설고 무서운 문제가 생겼을 때 겁먹고 그대로 멈춰버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가진 작은 불빛을 비춰보는 게 어떨까. 어둠을 살짝이라도 벗어나 밝은 곳에서 보면 그 문제는 생각보다 덜 비관적일지도 모른다. 작고 힘없는 존재들이 서로 돕고 기대며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인 시선을 찾아내는 것, 이 책의 결말처럼 해피엔딩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그 '희망'을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캐릭터로만 알고 있던 무민의 이야기는 생각보다 흥미진진했고 상징적이고 동화적인 면모가 많았다. 이야기의 시작을 들었으니 이후로 이어지는 이야기들도 궁금해졌다. 각각의 캐릭터들이 무민마마, 무민파파, 스니프처럼 자신만의 이름과 스토리를 가진 입체적인 캐릭터가 되었을 때 또 어떤 매력이 있을지, 이번 편에서는 엄마를 따라다니며 아빠를 찾아 나선 어린아이일 뿐이었던 무민은 앞으로 어떤 모험을 하게 될지 꼭 찾아 읽어봐야겠다. 글과 함께 작가가 직접 그린 그림 속 무민의 모습이 내가 알고 있던 무민의 모습과 별다를 게 없다는 점도 좋았다. 후속 이야기에는 토베 얀손의 동생들이 참여하기도 했다고 들었는데 그림 속 삽화에 변화가 있었을지도 궁금하다. 첫 번째 이야기만을 읽었는데 궁금한 게 너무 많아졌다. 뒷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내가 가진 무민 굿즈들의 캐릭터들이 더 사랑스럽게 보일는지 괜히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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