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없지만 완벽한 상상 친구 책꿈 1
A. F. 해럴드 지음, 에밀리 그래빗 그림 / 가람어린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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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느날 옷장속에서 나타난 상상친구 루거, 상상력이 뛰어나고 모험을 좋아하는 천방지축 괴짜소녀 아만다는 루거와 함께 온갖 모험과 놀이를 하며 서로에게 가장 가깝고 좋은 친구가 된다. 아만다의 상상친구에게도 아만다와 똑같이 식사와 안전벨트 등을 챙겨주는, 아이의 상상력마저 사랑하는 엄마 리지 역시 과거 자신의 상상친구가 있었다. 상상력이라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아이만이 상상친구를 만들어내고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아만다는 특별한 상상력을 지닌 아이였고 아만다만이 볼수 있는 친구 루거는 아만다에게 완벽한 친구가 되어준다. 두 사람의 평화로운 나날 중에 번팅씨가 등장하고 둘은 난데없이 쫓기고 노려지는 신세가 되어 사고를 당하고 잠시간 강제로 헤어지는 시련을 겪는다.

 

 

 

상상력에는 끝이 있다는 걸 루거는 잘 알았다. 기억은 잃어버린 진짜 사람을 붙잡는 것만으로도 버거워서 허상까지 붙잡을 수는 없다. / 
루거는 자신에 관해서도 남는 것이 있다는게, 아만다가 직접 만든 그 사진이 있다는게 기뻤다. 왜냐하면 언젠가는 아만다가 자신을 잊을 거란 걸 알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절대로 그럴 것 같지 않지만 그동안 쭉 그래왔고, 누구의 잘못도 아닌 그저 그렇게 되는 일들이었다. - 본문 중 280p


 

아이들은 어릴때 저마다의 상상친구를 만들어 함께 노는 경우가 많다. 그 친구는 인형이나 로봇, 동물인 경우도 있고 혹은 다른 이는 볼수 없지만 본인에게만 보이는 무형의 친구인 경우도 있다. 부모들은 아이들이 이야기를 지어내거나 허공에 인사를 할때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이들은 걱정할 필요없이 자신에게 아주 중요하고 멋진 자기만의 친구와 노는 것 뿐이다. 이런 친구가 성인이 되어서까지 지속되면 조금 문제가 있을지 몰라도 대부분의 아이들은 자라면서 그 친구들과 자연스레 이별한다. 그 과정은 어쩌면 슬픈 이야기 일수도 있지만 루거의 말처럼 '누구의 잘못도 아닌 그저 그렇게 되는 일'일 뿐이다.


 

 

 


 

그렇다면 이 책에서 등장하는 번팅씨는 어떤 인물일까? 상상친구를 잡아먹는 번팅씨는 책의 주인공 아만다의 입장에서는 무섭고 악당같은 존재일 것이다. 하지만 상상친구와 이별하면서 성장하는 아이들을 생각했을때 그 상상친구와 헤어지는 계기를 만드는 번팅씨는 과연 악당이기만 한걸까? 아직 책을 펼치기 전에 상상해보는데도 흥미로운 캐릭터다. 책의 제목대로 '세상에 없지만 완벽한' 루거는 어떤 인물일지 루거의 유일한 친구인 아만다는 또 어떤 성격일지 이들이 어떤 모험을 거치게될지 어릴적 모험소설을 읽기 시작할때처럼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책을 모두 읽고 난 지금 먼저 번팅씨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앞서 상상했던 번팅씨의 이미지는 어쩌면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인물일지도 모른다였지만, 단순명쾌하게 말하자면 그는 역시 악당이었다. 또한 과거의 상상친구를 놓치고 싶지 않았던 가여운 어른이기도 했다. 상상친구를 잡아먹는 번팅씨는 그 대가로 자신의 수명을 늘리고 자신의 상상친구와 늘 함께할 수 있었다. 자신의 이득을 위해 동의받지 않은 채로 아이들의 상상친구를 없애는 존재인 그는 강력하고 이기적이며 끈질긴 면모를 지닌 악당이었다. 그는 이 책에서 끈질기게 루거를 노리는데 그와 강한 힘을 지닌 그의 상상친구(긴머리의 소녀)는 아만다와 루거를 포함하여 모든 상상친구들을 위협하며 스토리에 스릴과 공포의 장르를 얹어주는 역할도 하고 있다. 사실 모험이야기에 악당이 없을 수는 없는 법이기에 그의 존재는 책을 읽는동안 나에게 많은 생각과 재미를 동시에 주었다.

 

책을 읽으며 또 한가지 생각하게 된 것은 부모님을 포함한 아이의 환경에 대한 것인데, 예를 들어 아만다가 루거라는 상상친구를 만들어냈을 때 아만다의 어머니는 그 친구를 인정하고 아만다의 상상을 존중해준다. 하지만 줄리아가 베로니카라는 상상친구를 찾아내자 줄리아의 어머니는 아동심리학자에게 상담을 받으러 줄리아를 병원으로 데리고 간다. 자신 역시 어렸을 때 자기만의 상상친구가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어른이 되면서 그 상상력과 동심을 모두 잃어버린 것 같아 안타까웠다. 그리고 그 부모의 반응에 따라 아이의 상상력을 더 자유롭게 키워줄수도 막아버릴수도 있다는 것도 새삼 느꼈다.

 

 

 

 

 

 

아만다와 루거 대 번팅씨와 검은 머리 소녀라는 대결 및 추격구도, 아만다와 헤어지게 된 루거의 모험(다시 아만다에게 돌아가기 위한 고군분투)과 자신과 같은 (허상의)존재들이 모여있는 특별한 장소의 체험 등 빠른 속도로 다양한 이야기가 쏟아진다. 지루할 틈 없이 읽히는 동시에 중간중간 삽입된 그림들의 신비감 및 긴장감 조성 역할도 톡톡히 느낄 수 있다. 캐릭터, 이야기, 그림 삼박자가 굉장히 짜임새 있게 독자를 끌어들이고 있는 책이었다. 아이들도, 성인인 독자도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좋은 책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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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이방인
이창래 지음, 정영목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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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시작, 한 여자가 한 남자에게 그에 대한 목록을 남겨두고 떠난다. 남자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아시아인, 여자는 미국인이며 백인이다. 박병호, 헨리파크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는 어떠한 인물이 되어 특정인물에게 다가가고 그에 대해 조사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 그의 특성상 한국계 혹은 아시아계 인물들을 주로 맡고 있다. 사무소에서 그는 존 강이라는 젊은 한국계 미국인이자 정치인의 조사를 맡게된다. 존 강에 대한 조사와 접근, 아내 릴리아와 함께 겪은 상처와 불화, 이민가족이라는 성장배경이 번갈아 굵은 줄기를 이루며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이 책에 관심을 가진 이유는 두가지였다. 첫번째로 이창래라는 작가를 최근에야 알게 되었다는 것. 한국이름의 작가인데 책마다 번역가의 이름이 쓰여있고 미국문단에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는 소리에 호기심이 일었다. 조금 더 정보를 찾아보니 3살 때 가족의 이민으로 미국에서 살아온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미국문단에 영어로 쓰인 작품을 발표하고 있었다. 두번째로 이 책은 주인공은 작가와 비슷한 배경을 지닌 한국계 미국인이며, 작가의 데뷔작이란 것에 끌렸다. 정리하자면 이창래라는 작가의 작품이 궁금해졌고 그 첫만남으로 작가의 데뷔작을 먼저 읽는 것이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또한 지금껏 읽어온 한국인이 쓴 이주문학 즉 디아스포라 문학과는 조금 다른 면이 있을 것 같았다. 한국인이 아닌 한국계 미국인인 작가는 작품속 헨리처럼 한국어를 할 줄 알까? 그의 작품이 한국어로 번역되어 부모님의 모국, 자신의 지역적 인종적 뿌리에 다시 돌아올 때 그 번역본을 거침없이 읽어내릴 수 있을까?

 

 

 

교차적으로 진행되는 다양한 이야기와 탄탄한 구성에 감탄하면서도 책을 덮은 후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이민가족이라는 그의 성장배경과 부모님에 대한 감정, 생각(이는 이야기속의 어느 부분과도 연결되는 서사적 배경이기도 하다)에 대한 부분과 서정적인 문장들이었던 것 같다. 데뷔작임에도 영미문단과 각종 미디어에서 서정적이며 아름다운 문체라는 호평을 받았던 책의 문장들은 한국어로 번역되어도 과연 그 힘을 잃지 않았던 것 같다. 가끔 원작에서는 어떤식으로 표현되었을까 궁금하기도 하면서 읽어나갔다.

 

 

이민세대와 그 2세들의 미묘하고 복잡한 상황과 감정들이 굉장히 사실적으로 표현되었다고 느꼈다. 이민 2세인 작가의 시선이 그대로 들어났을 터인데, 이민 후 정착과 성공을 위한 부모(이민 1세대)들의 노력과 발버둥, 동시에 떠나온 고향에 대한 그리움과 묘한 고집을 자식으로서 혹은 (당사자나 타인이 아닌)제 3자로서 누구보다 가까이 보고 느꼈을 것이라 짐작할 수 있었다. 또한 가족에 대한 관찰과 감정(애증)을 넘어 본인의 문제로 나아갔을 때 완전한 한국인도, 미국인도 아닌 '이방인'으로 느껴지는 특유의 그 간격이 가져오는 공허함과 어지럼증까지. 굉장히 어려운 주제이지만 미국이라는 나라의 특성상 국민 다수의 공감과 주목을 이끌어낼수 있는 인물과 배경을 다룬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현재에 이르러서는 미국 뿐 아니라 세계 어디서든 이민과 그에 따른 이민가족에 대한 상황과 문제는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앞으로의 문학에 있어서도 그의 작품들은 우리가 주목하고 자주 다루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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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필사 - 나를 다시 꿈꾸게 하는 명시 따라 쓰기 손으로 생각하기 1
고두현 지음 / 토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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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든 좋다. 손에 익숙한 펜으로 쓰자"

 

 

 

예전엔 작정하고 책 전체를 배껴쓰는 필사노트도 있었지만, 마음에 드는 구절구절을 적어 두었던 노트가 따로 있었다. 내용을 요약하거나, 몰랐던 개념을 알려주는 부분이나 가끔은 별다른 이유없이 마음에 드는 문구를 휘갈겨 쓰고 날짜를 함께 기록해놨었다. 그땐 독서량이 많지 않아 꽤 두꺼웠던 그 노트를 몇년 동안이나 썼던 것 같다. 이제는 독서량도 늘고 읽고난후 바로바로 서평쓰는 습관을 들이려하다보니 핸드폰이나 컴퓨터의 메모기능을 자주 이용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손으로 배껴쓰던 필사노트가 사라진 상태다. 이 책을 읽고 함께 쓰면서 다시금 그때의 '손맛'을 떠올릴 수 있었다.

 

 

 

 

 

 

 

 

 

 

대학 때 현대시 강의를 들으며 만들게 되었던 시노트 이후로 시를 필사해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교과서에도 실려있는 정지용의 <호수>등을 포함해 국내외 저명한 시인들의 시와 함께 문학작품이나 여러 책속의 문구, 책의 엮은이자 지은이인 고두현작가의 시와 글귀 등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괴테, 헤르만 헤세, 셰익스피어, 무라카미 하루키, 정약용, 천상병, 도종환, 칼릴 지브란 등등 시대불문 국적불문의 다양한 작가들의 구절이 이 책안에 모여있다. 시집 혹은 잠언집같은 느낌도 있지만 제목에서 보여주듯 이 책은 대놓고 필사집이다. 작가 고두현의 개인적인 필사집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거나 좋아할 수 있는 시와 문구들을 정성껏 골라 담은 것 같다.

 

 

연필의 사각거림, 손에 익은 볼펜의 매끄러움이 주는 손글씨의 재미가 있다. 필기나 공부용으로 글씨를 쓸땐 나도 모르게 펜을 수직으로 잡고 꾹꾹 눌러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읽으며 필사를 할때는 글로 정리하거나 쓰는 행위자체에 집중한다기보다 쓰여지는 글 자체에 집중하게 되어서 손에 힘을 풀고 편안하게 쓰게되었다. 필사할수 있도로 비워져 있는 페이지가 그저 흰 공백이 아니라 가로줄, 세로줄, 모눈종이같은 체크, 구불구불한 밑줄 등등 다양하게 구성되어있었는데, 처음엔 익숙한 노트식의 가로줄로 통일한게 낫지 않았을까 싶었다. 하지만 직접 쓰다보니 일반 노트처럼 가로줄만 있는 경우보다 글씨 크기나 문단 형태 등을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나는 익숙한 펜으로 쓰다보니 검정 일색이긴 했지만 자기만의 필사본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여러 색을 이용해 한껏 꾸며 써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6개의 마당으로 나뉘어진 책의 구성엔 많은 양의 정보나 교훈 등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중에 한 두 문장이라도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구절이 있고 글을 따라 쓰며 편안한 마음이나 재미를 느꼈다면 좋겠다. 글의 내용을 곰곰히 생각하며 써보기도하고 솔직하게 가끔은 글에 집중하지 못하고 음악에 정신팔린 와중에도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 필사한 부분도 있다. 꼭 책의 전부를 필사할 필요도 없고, 책이 제시하고 있는 하나의 완전한 문장을 필사하지 않아도 된다. 본격적이고 완성적인 필사를 하고 싶다면 그것도 자신의 선택이지만, 자신이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단어 위주로 일부를 골라 쓰는 것도 필사의 한 방법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의 경우를 필사라는 개념에 앞서 자기도 모르게 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필사라는 것은 책을 어느 정도 읽는 사람들에게 왠지 관심이 가고 시도해보고 싶은 것 중에 하나인데, 거창하게 '도전'이라 부를 필요없이 자기 마음이 끌리는 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문장을 따라 쓰는 것으로 필사를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필사의 편안함을 어필하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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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가 작아졌어 비룡소 창작그림책 13
정성훈 글.그림 / 비룡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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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락부락 살짝은 무섭게 생기기도 한 거대한 사자, 우리가 정글의 왕이라 부르는 사자가 가젤의 얼굴보다도 작은 사이즈로 변한다면? 쫓고 쫓기던 사자와 가젤의 관계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고 있는 가젤을 뒤쫒는 사자의 모습. 그저 포식자와 먹이감으로만 보이는 사자와 가젤이 함께 뛰는 장면을 색다르게 상상하면서 이 이야기가 시작된 것은 아닐까.

 

 

낮잠을 자던 사자가 작아졌다. 너무나도 커져버린 주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사자가 실수로 개울에 빠지고, 그 개울에서 사자를 구해준 건 어제까지만 해도 사자에게 먹이감후보로 달아나던 가젤이었다. 가젤은 자신이 구해준 것이 어제 자신을 쫓아오고 자신의 엄마를 잡아먹은 사자가 맞는지 어리둥절해한다. 사자는 자신을 구해준 가젤이 화를내고 우울해하자 어떻게든 가젤의 기분이 풀어지게 만들려고 애를쓰지만 엄마를 잃은 가젤은 그런 사자의 노력에도 눈물을 뚝뚝 흘리며 슬퍼한다.

 

 

 

그림책의 특성상 간결한 글과 강렬한 그림(이책은 특히 선명하고 또렷한 색이 많이 쓰였다)이 주는 진한 감동이 있었다. 작아진 사자가 애를 쓰며 가젤의 기분을 풀어주려 할때의 앙증맞은 모습도 귀엽지만, 사자의 이런저런 노력에도 결국 눈물을 뚝뚝 흘리는 가젤의 모습과 가젤의 눈물을 닦아주며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사자의 모습은 정말 가슴을 울리는 명장면을 만들어낸다. 아이들의 책이고 굉장히 짧은데도 불구하고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책이고 가슴 찡한 감동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아동도서에서의 강세를 보이는 비룡소출판사는 확실히 독자의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는 그림책을 잘 만들어내는 것 같다. 해외의 그림책에 익숙한 독자가 많은데 비해 우리나라 아동그림책의 수준이 그에 뒤쳐지지 않는다는 걸 이 책을 보며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글과 그림을 한 사람이 했다는 것도 놀라웠다.(스토리텔링 능력과 그림솜씨를 모두 가진 작가라니.) 우리나라만의 특징적인 정서나 배경, 인물 등을 다룬 책은 아니었지만, 글과 스토리와 그림이 전부 좋았고 오히려 어느 나라에서든 공통적으로 통할 수 있는 캐릭터와 주제를 다룬 책이었다. 참고로 작가의 이력에 마치 이 책과 시리즈 작품같이 보이는 제목의 <토끼가 커졌어!> 라는 책도 발견했다. 이 책과 마찬가지로 제목에서 추측할 수 있는 주인공(이 책에서는 사자, 토끼가 커졌어!에서는 토끼)과는 달리 제목에서 추측할 수 없는 주요 주제(이 책에서는 진심어린 사과와 화해)가 무엇일지 궁금하고 이 책 또한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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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어느 별에서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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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받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으며, 상처주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중략) 상처는 친밀함을 먹고 자라기 때문에 친하고 가까운 사람, 그것도 가까운 사람한테서 가장 큰 상처를 받는다. 아내는 남편한테 남편은 아내한테, 어머니는 아들한테 아들은 어머니한테 가장 깊고 아픈 상처를 받는다. (본문 중 '나를 먼저 용서합니다' 14p)

 

 

힐링을 바라며 책을 펼쳤는데 첫번째 이야기부터 '상처'에 대해 말한다. 상처받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말, 참 많이 들었고 나 또한 자주 생각하고 있는 말이다. 하지만 작가는 그 뒤에 하나를 덧붙인다. '상처주지' 않는 사람도 없다는 것. 정말 누구에게나 상처가 있지만 사람들은 보통 '자신'의 상처에 주목한다. 내가 남에게 받은 상처만큼, 나도 남에게 상처를 주며 살아왔을까 생각하니 아득해진다. 내게 상처받은 누군가, 그중에서도 작가의 말처럼 더 크고 깊은 상처를 받았을 나에게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떠올렸다. 인상깊은 첫번째 글을 읽고 한참이나 다음장을 넘기지 못했다. 4부로 나뉘어진 여러편의 짧은 글들이 한 편 한 편 내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거라는 강렬한 예감이 들었다.


 

 

이 책은 작가가 2003년 열림원에서 출간했던 정호승의 <위안>이라는 에세이의 개정증보판이다. 새로운 표지와 구성, 새로운 제목으로 출간된 이 책에는 2003년엔 일어나지 않았을 더 가까운 현대의 큰 사건들은 겪은 자신과 독자를 위로하는 글을 말미에 덧붙였다.(세월호와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방한 등에 대한 이야기가 추가된 것으로 보인다.) 여러모로 달라진 외양으로 다시 나타난 이 책은 작가의 지난 경험과 생각을 바탕으로 독자에게 위로와 위안을 건네려는 그 핵심만은 그대로 남아있다. 나는 작가의 시와 동화를 주로 읽었던 터라 작가의 종교적인 면모에 그리 익숙하진 않았지만, 하나의 종교적인 입장으로서의 위로를 건내는 것이 아닌 그저 그런 면모 또한 가진 한 사람으로서 진솔하게 건내는 위로가 담겨있어 읽는데에 있어서 불편이나 부담없이 편안한 마음으로 읽어나갈 수 있었다.

 

 

 

이렇게 자연에는 위안의 힘이 있다. 인간을 위로하는 어머니같은 사랑의 힘이 있다. 하루를 다사다난하게 사는 우리에겐 늘 자연이 주는 위로와 위안의 손길이 필요하다 고통스러울 때 인간은 자연을 통해 위안을 받는다. 인간이 자연을 통해 위안을 받을 때가 가장 고통스러운 때다. (본문 중 '꽃에게 위안받다'100p)

 

 

<1부 십자가를 품고 가자>, <2부 꽃에게 위안받다>, <3부 우리는 언제 외로운가>, <4부 첫눈 오는 날 만나자>로 이루어진 구성에서 작가는 내내 독자들을 위로하고자 하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의 상처를 주시하고 자신을 위로해주는 무엇에 대해 이야기해준다. 다양한 그 '무엇' 중에서도 특히 두 가지, 사람과 자연이 주는 위안이 가장 강력하다는 걸 작가는 책 전반적으로 계속해서 주장한다. 2부와 3부에서는 자연을 비롯하여, 자신에게 위안을 주었던 사람들(역사적 시인들, 가장 가까운 형, 시인 선배나 동기, 성철스님이나 마더 테레사같은 현대 성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특히 자주 나온다.


 

 

 

이 책의 제목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나는 맨 처음 착각에 의해 이 책을 알게되었다. '우리가 어느 별에서'라는 문구를 김광섭의 시 <저녁에>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다시 만나랴'라는 구절과 혼동해버린 것이다. '저렇게 많은 중에서/별하나가 나를 내려다본다'라는 글로 시작되는 <저녁에>라는 시는 그 '별'한글자 말고는 동일한 단어하나 없는 데도 난 철석같이 내가 아는 그 시의 구절을 따와 제목을 지은것이라 마음대로 생각해버린 것이다. 익숙한 것에는 무조건 관심이 가는 성미 덕에 반갑게 책에 대한 정보를 읽어보니 정호승 시인의 책이란다.(그때 나는 시인이니까 다른 시에서 제목을 따왔을 수도 있지-하고 끄덕였는데 시인이 본인의 시를 차용했을거라는 생각은 하질 못한 모자란 면모를 보였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우리가 어느 별에서>라는 제목의 시가 책 속에 실려있었다. 물론 정호승 시인의 작품으로 만남과 헤어짐에 대해 쓴 시라고 한다.

 

책의 말미에서 '별'은 '나 자신'임을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다. 상처와 고통, 위안과 위로에 대해 이야기하는 이 책에서 이 모든 것은 영원히 지속되는 것이 아닌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걸까. 상처와 그를 회복하고자 하는 위로(또는 위안을 주는 대상)는 '어느 별에서'고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고 있을 것이다. 좋거나 나쁜 것 모두 그대로 받아들이다 보면 자연히 만나고 헤어지게 되는 것이니 너무 괴로워 말라고 말해주는 것 같다. 나라는 '별'에 언제고 고통과 상처가 찾아오면 그 위로 또한 따라올거라는 뭉근한 한마디를 건내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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