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필사 - 나를 다시 꿈꾸게 하는 명시 따라 쓰기 손으로 생각하기 1
고두현 지음 / 토트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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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엇이든 좋다. 손에 익숙한 펜으로 쓰자"

 

 

 

예전엔 작정하고 책 전체를 배껴쓰는 필사노트도 있었지만, 마음에 드는 구절구절을 적어 두었던 노트가 따로 있었다. 내용을 요약하거나, 몰랐던 개념을 알려주는 부분이나 가끔은 별다른 이유없이 마음에 드는 문구를 휘갈겨 쓰고 날짜를 함께 기록해놨었다. 그땐 독서량이 많지 않아 꽤 두꺼웠던 그 노트를 몇년 동안이나 썼던 것 같다. 이제는 독서량도 늘고 읽고난후 바로바로 서평쓰는 습관을 들이려하다보니 핸드폰이나 컴퓨터의 메모기능을 자주 이용하게 되면서 자연스레 손으로 배껴쓰던 필사노트가 사라진 상태다. 이 책을 읽고 함께 쓰면서 다시금 그때의 '손맛'을 떠올릴 수 있었다.

 

 

 

 

 

 

 

 

 

 

대학 때 현대시 강의를 들으며 만들게 되었던 시노트 이후로 시를 필사해본 것은 정말 오랜만이다. 교과서에도 실려있는 정지용의 <호수>등을 포함해 국내외 저명한 시인들의 시와 함께 문학작품이나 여러 책속의 문구, 책의 엮은이자 지은이인 고두현작가의 시와 글귀 등을 만날 수 있는 책이다. 괴테, 헤르만 헤세, 셰익스피어, 무라카미 하루키, 정약용, 천상병, 도종환, 칼릴 지브란 등등 시대불문 국적불문의 다양한 작가들의 구절이 이 책안에 모여있다. 시집 혹은 잠언집같은 느낌도 있지만 제목에서 보여주듯 이 책은 대놓고 필사집이다. 작가 고두현의 개인적인 필사집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기도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거나 좋아할 수 있는 시와 문구들을 정성껏 골라 담은 것 같다.

 

 

연필의 사각거림, 손에 익은 볼펜의 매끄러움이 주는 손글씨의 재미가 있다. 필기나 공부용으로 글씨를 쓸땐 나도 모르게 펜을 수직으로 잡고 꾹꾹 눌러쓰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을 읽으며 필사를 할때는 글로 정리하거나 쓰는 행위자체에 집중한다기보다 쓰여지는 글 자체에 집중하게 되어서 손에 힘을 풀고 편안하게 쓰게되었다. 필사할수 있도로 비워져 있는 페이지가 그저 흰 공백이 아니라 가로줄, 세로줄, 모눈종이같은 체크, 구불구불한 밑줄 등등 다양하게 구성되어있었는데, 처음엔 익숙한 노트식의 가로줄로 통일한게 낫지 않았을까 싶었다. 하지만 직접 쓰다보니 일반 노트처럼 가로줄만 있는 경우보다 글씨 크기나 문단 형태 등을 더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나는 익숙한 펜으로 쓰다보니 검정 일색이긴 했지만 자기만의 필사본을 만든다는 생각으로 여러 색을 이용해 한껏 꾸며 써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6개의 마당으로 나뉘어진 책의 구성엔 많은 양의 정보나 교훈 등이 들어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 중에 한 두 문장이라도 읽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구절이 있고 글을 따라 쓰며 편안한 마음이나 재미를 느꼈다면 좋겠다. 글의 내용을 곰곰히 생각하며 써보기도하고 솔직하게 가끔은 글에 집중하지 못하고 음악에 정신팔린 와중에도 부지런히 손을 움직여 필사한 부분도 있다. 꼭 책의 전부를 필사할 필요도 없고, 책이 제시하고 있는 하나의 완전한 문장을 필사하지 않아도 된다. 본격적이고 완성적인 필사를 하고 싶다면 그것도 자신의 선택이지만, 자신이 마음에 드는 문장이나 단어 위주로 일부를 골라 쓰는 것도 필사의 한 방법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후자의 경우를 필사라는 개념에 앞서 자기도 모르게 행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필사라는 것은 책을 어느 정도 읽는 사람들에게 왠지 관심이 가고 시도해보고 싶은 것 중에 하나인데, 거창하게 '도전'이라 부를 필요없이 자기 마음이 끌리는 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문장을 따라 쓰는 것으로 필사를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 이 책은 그런 필사의 편안함을 어필하는 책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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