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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가 작아졌어 ㅣ 비룡소 창작그림책 13
정성훈 글.그림 / 비룡소 / 2015년 6월
평점 :
우락부락 살짝은 무섭게 생기기도 한 거대한 사자, 우리가 정글의 왕이라 부르는 사자가 가젤의 얼굴보다도 작은 사이즈로
변한다면? 쫓고 쫓기던 사자와 가젤의 관계는 어떻게 변하게 될까. 이 책의 마지막 장면을 장식하고 있는 가젤을
뒤쫒는 사자의 모습. 그저 포식자와 먹이감으로만 보이는 사자와 가젤이 함께 뛰는 장면을 색다르게 상상하면서 이 이야기가 시작된 것은
아닐까.
낮잠을 자던 사자가 작아졌다. 너무나도 커져버린 주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사자가 실수로 개울에 빠지고, 그 개울에서 사자를 구해준 건
어제까지만 해도 사자에게 먹이감후보로 달아나던 가젤이었다. 가젤은 자신이 구해준 것이 어제 자신을 쫓아오고 자신의 엄마를 잡아먹은 사자가 맞는지
어리둥절해한다. 사자는 자신을 구해준 가젤이 화를내고 우울해하자 어떻게든 가젤의 기분이 풀어지게 만들려고 애를쓰지만 엄마를 잃은 가젤은 그런
사자의 노력에도 눈물을 뚝뚝 흘리며 슬퍼한다.

그림책의 특성상 간결한 글과 강렬한 그림(이책은 특히 선명하고 또렷한 색이 많이 쓰였다)이 주는 진한 감동이 있었다. 작아진 사자가 애를
쓰며 가젤의 기분을 풀어주려 할때의 앙증맞은 모습도 귀엽지만, 사자의 이런저런 노력에도 결국 눈물을 뚝뚝 흘리는 가젤의 모습과 가젤의 눈물을
닦아주며 진심어린 사과를 하는 사자의 모습은 정말 가슴을 울리는 명장면을 만들어낸다. 아이들의 책이고 굉장히 짧은데도 불구하고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던 책이고 가슴 찡한 감동을 느낄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아동도서에서의 강세를 보이는 비룡소출판사는 확실히 독자의 마음을 끄는 매력이 있는 그림책을 잘 만들어내는 것 같다. 해외의 그림책에 익숙한
독자가 많은데 비해 우리나라 아동그림책의 수준이 그에 뒤쳐지지 않는다는 걸 이 책을 보며 느낄 수 있었다. 또한 글과 그림을 한 사람이 했다는
것도 놀라웠다.(스토리텔링 능력과 그림솜씨를 모두 가진 작가라니.) 우리나라만의 특징적인 정서나 배경, 인물 등을 다룬 책은 아니었지만, 글과
스토리와 그림이 전부 좋았고 오히려 어느 나라에서든 공통적으로 통할 수 있는 캐릭터와 주제를 다룬 책이었다. 참고로 작가의 이력에 마치 이 책과
시리즈 작품같이 보이는 제목의 <토끼가 커졌어!> 라는 책도 발견했다. 이 책과 마찬가지로 제목에서 추측할 수 있는 주인공(이
책에서는 사자, 토끼가 커졌어!에서는 토끼)과는 달리 제목에서 추측할 수 없는 주요 주제(이 책에서는 진심어린 사과와 화해)가 무엇일지 궁금하고
이 책 또한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