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vivors 살아남은 자들 1 - 텅 빈 도시 서바이벌스 Survivors 시리즈 1
에린 헌터 지음, 윤영 옮김 / 가람어린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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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으르렁거림이 휩쓸고간 텅빈 도시에서 고독한 개 럭키의 생존기가 시작된다. 으르렁거림, 시끄러운 우리, 긴 발, 차가운 상자. 이 낯선 단어들은 무엇일까? 순서대로 (아마도)지진, 자동차, 사람, 냉장고이다. 개의 시선에서 본 인간들의 세계는 이렇다. 개들은 강아지 시기를 지나 본능과 본성에 따라 살아가는 야생의 개가 되거나 긴발들의 생활에 길들여져 스스로 목줄을 메고 살아가는 개가 된다. 인간들의 시선으로 보면 전자는 들개, 후자는 애완견이다. 책의 주인공인 럭키는 전자에 속한다. 하지만 숲이나 자연에서 자란 완전한 야생의 개는 아니고 긴발들이 살고있는 도시에서 떠돌아다니며 살던 떠돌이 개였다. 야생의 개처럼 무리를 짓지 않고, 애완견들처럼 긴발에게 의지하지도 않는 그 둘의 중간정도에 위치한 고독한 개가 럭키였다.

 

 

 

무너진 건물, 버려진 자동차, 그리고 버려진 동물들만이 남은 텅 빈 도시에서 럭키는 먹이를 찾아 돌아다니며 여러 동물들을 만나게 된다. 자신에게 사냥을 가르쳐주던 '올드 헌터', 먹이를 빼앗으려 달려든 너구리 무리, 노란털(아마도 옷)을 입은 이상한 긴 발 등 그러다 아주 어릴적 헤어진 여동생 벨라를 만나게 된다. 그들은 강아지 무리에 함께 있을 때 엄마에게 일종의 '개들의 신화(대결전)'를 듣고 자랐다. 그 이야기에는 하늘의 개, 땅의 개, 태양의 개, 숲의 개 등 자연에 빗댄 절대적인 존재들이 나오고 그들이 아끼는 개(예를 들어 '번개'라던가 '바람'이라는 이름의 개들)도 등장한다. 이 이야기는 인간에게 있는 창조신화 같은 것인데 마찬가지로 그 이야기에 등장하는 개들의 존재를 충실히 믿는 개와 그저 이야기 속 개들일 뿐이라고 믿는 개들로 나뉜다. 럭키는 전자였고 벨라는 후자였다.

 

 

 

 

 

 

"여기서 보니 도시가 거의 한 눈에 들어오지? 그리고 얼마나 변했는지도 다 보일 거야.

이렇게 완전히 변한 세상에서는....."

벨라는 개를 한마리 한마리와 눈을 맞췄다.

"개들도 변해야 해."                                          - 본문 중 270p

 

 

 

다시 재회한 남매는 도시의 떠돌이 개와 애정을 듬뿍 받은 애완견이 되어 있었고, 긴 발들이 떠난 황폐한 도시에서 살아남기 위해 '야생의 개'가 되기 위해 변화하려고 한다. 1권의 주된 내용은 럭키의 시선으로 텅빈 도시를 돌아다니며 변화된 세계를 보여주고, 벨라의 무리를 만나 그들과 잠시간의 동행을 결정하고 함께 겪는 모험을 이야기한다. 럭키와는 달리 긴발의 애정을 받고, 그들을 포기하지 못하는 애완견 무리는 럭키의 지도 하에 점차 야생에 적응하고 숨겨진 마음 속 본능을 일깨운다. 여러번의 위기와 사고를 겪어가며 그들은 강해지고 그 '무리'의 결속력이 생겨난다.

 

사실 빠르게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벨라의 무리와는 달리 럭키는 아주 조심스럽기만 하다. 벨라들보다야는 한수 위의 본성을 유지하고 사냥실력과 야생에 대한 지식을 알고 있지만 럭키도 완벽한 야생의 개는 아니었다. 큰 으르릉거림이 일어나고 난후 어릴적 들었던 개들의 대결전에 휘말리는 악몽을 끊임없이 꾸지만 자신은 다른 개들과는 다른 '고독한 개'라고 되내이며 무리짓기를 거부한다. 그래서 잠시간 동행한 스위트나 꽤 오랜 시간 함께 한 벨라의 무리들에게 어떠한 위로와 행복감을 순간순간 맛보면서도 자신은 다시 혼자가 되어야 한다며 변화하기를 거부한다. 완벽한 야생의 개라면 무리짓는 것이 당연한데도. 하지만 이러한 결심은 벨라들과 지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조금씩 변화되어 보호해주고 보호받을 수 있는 개들 특유의 관계에 대한 럭키의 고민은 깊어져간다.

 

 

시리즈의 1권인 이책은 상당히 풍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개들의 대결전에 대한 반복(후속 이야기에서 굉장히 중요한 복선으로 추측할수 있다)과 도시에서 시작해 도시를 벗어난 숲으로의 배경 이동도 이루어지고, 등장인물만 해도 다채롭다. 거기다 단발성 등장이 아니라 언젠가의 재회(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를 암시하는 복선도 제법 많다. 주인공 럭키의 시선으로 풀어내지만, 럭키와는 다른 유형(개의 종류나 성격, 성장배경 등에 있어서)의 다양한 개들을 등장시켜 그들의 이야기도 단순하고 직접적으로 풀어내 시야를 넓게 만들어준다. 사고도 많았지만 나름대로 행복했던 무리로 지내던 시기를 지나 럭키는 결국 헤어짐을 결정한다. 하지만 그 직후 다시 벨라의 무리에 찾아온 위기를 본능적으로 느끼고 벨라들의 걱정에 긴박하게 다시 그들에게 달려간다. 뒷이야기가 궁금해지게 만드는 시리즈물의 정석적인 마무리라고 느꼈다.


 

 

 

 

 

마지막으로 책의 디자인이나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책의 표지에 등장인물들의 구체적인 외형이 그려져 있어 주인공들을 상상할 때 제법 도움이 되었다. 이야기가 시작되기 전 도시의 지도(라고하기엔 엉성하지만 럭키가 살펴본 곳들이 표시되어 있다)가 있고, 책 페이지가 기입된 부분에도 개의 그림자가 그려져 있다. 앉아있기도 하고 뛰기도 하고 무언갈 살피는 모습 등 다 읽은 후에 알았지만 한 챕터당 그 이야기 속의 주인공인 개(럭키인 경우가 많지만 그 에피소드에서 활약한 개 등)의 그림자가 예고편 혹은 홍보포스터마냥 (챕터별로)왼쪽과 오른쪽에 번갈아 그려져 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꼭 이 페이지 밑의 그림 때문은 아니겠지만, 왠지 이것 때문일거라고 의심하게 되는 것이 인쇄된 글씨들이 깨끗하지 못하다는 점이다. 파본이다-라고 할 만큼 글씨가 겹쳐져 있지는 않지만 마치 그림자가 진 마냥 살짝 번진 페이지(글자 한두줄이 아니라 페이지 전체가..)가 꽤 있어 읽는데 눈이 많이 아팠다. 내가 받은 책만의 단점이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혹시 모르니까 유의사항 정도로 생각해 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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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 셀프 포트레이트 비비안 마이어 시리즈
비비안 마이어 사진, 존 말루프 외 글,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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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의 자화상, 원조셀피, 셀프 포토레이트라는 제목이나 광고의 문구들에서 알수 있다시피 이책은 비비안 마이어의 셀프 포토레이트 즉 요즘말로 셀카 혹은 셀피를 모아 묶어낸 책이다. 사진생활을 해온 기간동안(아주 어렸던 10대 이전을 제외한 생의 거의 전기간이라 해도 무방하다) 15만장 이상의 사진을 찍어온 그녀가 꾸준히 찍은 피사체가 있다면 그건 바로 그녀 자신이었다. 자기자신의 사진을 찍은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그녀는 젊어서 혹은 막 사진을 배우기시작한 무렵 사진을 찍는 몇몇 이들과 교류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식 사진작가로서 활동하지 않고 보모로 평생을 살아가며 그저 묵묵히 사진을 찍어왔다. 누구에게 보여주기는 커녕 인화하지도 않은 필름이 창고 5개를 가득 채웠다고 하니 그녀 특유의 고집과 방식을 짐작할만하다. 그녀는 새로운 집에 취직할때마다 필름이 가득찬 짐가방을 잔뜩 가져오곤 했다는데 생각보다 많은 짐에 고용주가 그녀에게 물으면 이 안에 자신의 인생이 담겨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녀에게 사진은 자신의 삶이자 인생이었으며 사진을 찍는 행위는 창조적 예술행위보다는 자신의 시각을 고스란히 담을 수 있는 실존적 일상행위에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가 스스로의 모습을 사진에 담는다. 자신이 바라보는 자신의 모습을 담고자 한 것이었을까? 개인적으로 추측하기에는 단지 그것뿐만은 아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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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셀피가 꾸준히 지속된만큼 연령에 따른 그녀의 모습을 남기는 역할도 했겠지만 그녀의 사진을 봤다면 그 사진안에 그녀의 온전한 모습 즉, 전신이나 얼굴의 눈코입이 전부 고스란히 담긴사진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걸 눈치챌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사람이나 거리의 풍경을 포착해내는 것을 좋아했고, 자신의 모습 또한 그 순간에 자연스레 녹아 들게끔하거나 자신이 우연히 발견한 독특한 프레임안에 자신의 일부를 넣어 사진을 찍은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몇몇 사진은 자기자신을 찍으려고 한 것이 아니라 어떤 장면이나 인물을 찍었는데 마치 덤마냥 우연히 유리에 비치거나 그림자가 찍힌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다른 사진집을 읽고난 후 느낀 부분이기도 한데 그녀는 그녀 스스로를 인물사진의 훌륭한 피사체로 생각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인물사진이 생동감넘치는 이유는 그녀가 카메라를 들이밀었을 때 예쁘게 웃거나 인상을 찌푸리거나 혹은 사진을 찍는지도 모르고 방심한 얼굴을 보여주는 대상의 반응과 즉석적인, 순간적으로 보여주는 그 신선함에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 자신은 타인이 보여주는 그런 반응을 보일 턱이 없고 인위적으로 만들어내지도 않았다. 그녀는 사진안에서 예쁜척을 하거나 표정을 만들어내지 않는다. 카메라로 얼굴의 절반 이상을 가린다거나 그림자만을 찍기도하고 오히려 심각하거나 뚱한 어쩌면 무관심한척 별 표정없이 정면을 응시하며 찍히는 것이 대부분이다. 이 책에서 그녀가 웃는 사진은 단 2장 뿐이다. 하지만 이것마저 카메라를 향해 웃어보인다기보다는 찍을 당시에 기분이 좋았거나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해 자연스레 지어진 웃음으로 보인다.

 

 

커다란 키와 커다란 눈동자,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은 건강한 체격. 개인적으론 젊었을 때의 그녀는 상당히 예쁜 얼굴이라고 생각한다. 한가지만 고집하는 성격을 반영하듯 다부지게 다문 입술과 다소 뻣뻣한 몸은 사진을 찍을 때만 빠르고 유연하게 움직이지 않았을까. 하지만 자신의 외양이 어쨋든간에 그녀에게 자기자신은 인물사진의 주역이 아니라 자신의 사진활동에서 자주 시야에 걸리는 단순한 피사체였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의도적이건 아니건 카메라의 시야에 자신이 걸린다면 그건 곧 그녀의 시선에도 자신이 걸렸다는 이야기니 본인은 별 상관이 없었을지도 모른다.(셀프포토레이트와 기타 사진들을 의도적으로 구분해서 찍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온통 추측뿐인 이야기로 서평이 가득찼지만 그런 그녀와 그녀의 사진이기에 더욱 흥미롭고 마음이 간다.

 

 

 

 

 

개인적으로 그녀의 그림자가 찍힌 사진들이 좋다. 눈코입은 없어도 꼿꼿하게 선 자세나 카메라를 들고있어 꺾여있는 팔꿈치, 가끔은 챙이 둥그런 모자를 쓰고 우뚝 서있는 그림자마저 사진찍는 일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정적으로 서있지만 그림자 안에 마치 표정이 있는 것처럼 몰입해 있다는게 느껴진다. 그리고 이 밑에 첨부한 이 사진도 나는 참 좋다. 옮기고 있는 거울에 비친 자신을 찍은 이 사진에서 그녀는 웃고있다. 이 트럭안에 거울이 한 가득 있었는지 사진안에 찍힌 것이 전부였는지는 알수 없지만 남자가 거울을 번쩍 든 그 찰나에 자신을 온전히, 그것도 정확히 중앙에 맞추어 담아낸 것이 뿌듯하다는 듯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는 얼굴이 장난꾸러기 같다. 1955년이면 그녀의 나이 29일 때다. 마이어만의 고유의 스타일이 자리잡은 20대 중후반의 사진은 그녀의 젊은 시절 모습만큼 반짝인다.

 

 

 

 

 

이전에 읽은 책과 겹치는 사진이 있었지만 셀프 포토레이트만을 모아 사진과 동시에 그녀 자체에도 더 관심과 집중을 쏟아붓게 만드는 책이었다. 초반엔 그저 약간의 독특함에 끌리다가 후반엔 머리를 자르면서, 아이들을 돌보면서(그녀의 평생직업은 보모였다), 자전거를 타고 가던 길에, 티비를 보다말고 자신이 걸리는 프라임을 찾아내 셔터를 누르고 마는 그녀가 보여 혀를 내둘렀다. 일상에서도 진정으로 사진찍는 것을 놓지 못하는 일종의 집착과 그에 따른 즐거움을 마음껏 누리며 살았던 그녀라는 것을 느낄수 있어서 웃음이 났다.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가만두지 못하는 것처럼 언제어디서든 카메라를 들고다니며 원하는 순간순간을 담은 그녀의 사진에 대한 순수한 애정이 느껴진다.

 

 

올해 그녀에 이야기로 만든 영화가 개봉되었었고, 그녀의 사진 전시회가 국내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참고 : 성곡미술관-비비안마이어x게리위노그랜드전) 관련 사진집이 계속해서 출간될 것 같다. 그녀에 대한 내 관심도 지속증가될 예정이므로 그녀와 그녀의 사진을 알리려는 이런 노력들이 참 반갑다. 생전 여러가지 이름으로 불렸던 그녀의 본명, 비비안 마이어. 어쩌면 그녀는 스스로 그렇게 불리길 원하지 않았는지 몰라도 우리는 이제 그 이름을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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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비안 마이어 : 나는 카메라다 비비안 마이어 시리즈
비비안 마이어 지음, 박여진 옮김 / 윌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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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천재사진가의 단호한 자기기록. 독특한 프레임, 거울, 아이들, 단호한 시선, 모델들(자신이 모델이 된줄도 모르는, 조금은 불쾌한, 무관심한, 잠에 빠진, 호기심 혹은 호의를 담은)의 눈동자와 표정. 이는 내가 이 사진집을 보며 내내 느낄수 있었던 사진에 대한 인상들을 메모해 두었다 그대로 옮겨 적어본 것이다. 전문 사진작가들은 기법이나 촬영의 목적, 혹은 마음가짐 등에서 자신만의 철학을 가지고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좁은 견문이나마 몇몇 사진가들의 책을 보면서 이 책만큼 사진가의 개성과 자기표현을 느껴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보고자하는 장면을 확고히 전달하면서, 전체적인 느낌은 단호하고 유쾌하다. 그녀의 시선을 그대로 보여준다고 했을때 그녀는 찍는 동안에 굉장히 즐거웠지 않을까. 남의 인생과 장면을 자신만의 관점으로 마음껏 바라보면서 내 인생을 살고 있다는 걸 느꼈을 것 같다. 가타부타 설명하는 글 한줄이 없어도 사진으로 명확히 보여주었다.

 

 

 

 

 

 

 

 

 

 

 

자신의 시선과 함께 사진에 담은 자신의 모습, 즉 셀프 포토레이트도 인상적이었다. 셀피의 여러 기법을 알려주고 있는 것 같아 개인적으론 몇가지 사진을 앞으로 따라해 볼 것 같다. 보통 사진에 찍힐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조금이라도 예쁜 척, 멋을 부리기 마련인데 그녀의 사진에선 그런 '척'이 보이지 않는다. 그 사진을 그녀 자신만 볼것이라 여겨서일까? 물론 그 탓도 있겠지만 그녀는 자신의 사진을 특정 인물사진으로 보지 않아서가 아니었을까. 단지 인물중심의- 누가 찍혔느냐가 중요하다기 보다, 그 인물은 사진 속 하나의 요소뿐이라고 인식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보이는 이유는 그녀가 재미있거나 독특한 프레임을 이용한 셀프 포토레이트(거울, 유리 등에 비치는 몸의 전체 혹은 부분, 분할된 프라임에 부분부분이 들어가있는 모습-신체 등)를 많이 찍었고, 인물의 부분을 과감하게 생략하는 사진(상방신만을 촬영, 팔이나 그림자 등의 부분만을 배경과 조화롭게 촬영 등) 또한 많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젊어서 보모를 직업으로 삼기로 결정하고 자신의 결정을 따라 쭉 그 일을 해왔다. 직업 외의 그녀의 생활, 삶, 활동은 기록과 사진으로 압축된다. 6년전인 2009년 사망한 그녀는 99년 이후 여러 곳을 전전하며 녹록치 않은 노후를 보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인생인 사진은 결코 멈추지 않았을 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아마도 사진활동이 가장 활발했을 젊은시절의 사진을 주로 다룬 것 같다. 아직 인화되지도 않은 필름이 창고 한가득 쌓여있다고 하니 그 필름들의 인화 및 시기별 분류의 작업은 한참이 걸리겠지만,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그녀의 인생 후반에 찍힌 사진들, 즉 90년대(공간은 다르더라도 내가 태어난 이후에 같은 시간을 살았을 그녀가 찍은)사진들이 궁금하다. 젊을 당시 일본으로의 여행도 있었다고 하니 옆나라인 우리나라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 이 글을 쓰며 느끼는 바인데, 사진을 보는 동안 나는 사진 혹은 그녀 자체에 반해버렸는지 작은 연결고리라도 만들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아주 조용히 하지만 그 누구보다 꾸준히 사진을 찍어온 한 사람이 있다. 그녀만의 독특한 시각과 예술성, 전문성을 가진 사진들은 그녀가 죽은 이후 우연히 사들인 창고에서 발견된 필름더미로 인해 세상에 공개되기 시작됐다. 그녀의 개성, 삶에 대한 일관적인 태도와 사진에 열정이 여러 사람에게 감흥을 주는 것이 아닐까. 직업적인 면에서의 전문 사진가는 아니었지만 그녀의 사진들이 누구보다 전문적이고 강렬한 힘을 가진 이유는 그 누구의 평가나 평판, 경제적인 이유 등에 휘둘리지 않고, 오로지 자신만의 시선과 방법으로 인생을 살았던 그녀가, 자신만의 방법으로 사진을 찍어왔기 때문일 것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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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의 삶, 풍속화로 만나다 아름답다! 우리 옛 그림 4
윤진영 지음 / 다섯수레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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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속이란 단어는 '옛날부터 그 사회에 전해 오는 생활 전반에 걸친 습관 따위를 이르는 말' 또는 '그 시대의 유행과 습관따위를 이르는 말'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풍속화란 분명 이러한 풍속을 담은 그림을 말한다. 대부분 우리나라의 풍속화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선 후기의 신윤복 김홍도의 그림을 떠올리고 왜 풍속화에 관심이 있냐고 물어보면 서민의 실제적인 삶을 고난스럽지만 흥이나 해학적으로 표현해낸 예술이기 때문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이러한 의미의 풍속화란 단지 일부에 속한 것으로 저자가 책 속에서 서민 풍속화라고 분류한 부분이다.

 

사실 이러한 다소 좁은 풍속화에 대한 개념이 퍼진데에는 이유가 있다. 가까운 과거이기에 그나마 작품이 많이 남아있는 것도 그렇고, 조선시대 특히 우리가 아는 신윤복, 김홍도 등이 실존했던 조선 후기는 예술 및 풍속화의 부흥기라고 할수 있는 시기였다. 하지만 풍속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곱씹어볼때 서민은 사회의 일부분이지 그 전체가 되지는 못한다. 생활전반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왕가나 선비들보다 더 다채롭게 표현될 수는 있겠지만 그 또한 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서문에서 이러한 우리의 맹점을 짚어주고, 책에서 조선시대의 풍속화를 주로 다루며 풍속화 속 등장 인물들에 의거해 관인, 사인, 서민 풍속화로 그 종류를 나누었다.


 

 

 

실재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하는 초상화나 궁중기록화와는 달리 그 시대를 살았던 추상적인 다수의 인물을 주로 그리는 풍속화의 특성상, 관인(官人) 풍속화는 양쪽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왕이 주관한 연회나 관인들의 사적모임인 계회 등을 다루고 있는 관인풍속화는 그림과 함께 실제 그 행사에 대한 기록과 참여한 인물들에 대한 목록이 함께 전해진다. 당시 상황이나 정경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등장인물이 많은 만큼 여러 인물이나 계층, 신분 등이 가진 다양한 특성을 확인할수 있어 당시의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사인(士人) 풍속화는 선비 즉 양반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풍속화인데, 양반들의 사적 모임이나 개인적으로 갖는 기념일 등을 주로 남겼다. 관인풍속화와 달리 지방의 양반들이 그들의 지역에서 지내는 모습도 그려지기 때문에 수도 한양외의 지역별 특색(향토 음식이나 복색, 배경지형 등)도 살펴볼 수 있다는 게 흥미롭다. 다소 낯설 수 있는 관인풍속화와 사인풍속화의 개념이해를 위해 본문의 설명을 빌리자면 다음과 같다.


 

 

고위 관직에 있던 관료들은 특별한 행사나 사적인 모임을 가질 때면, 기록물을 남기는데 관심이 많았다. 왕이 내린 연회나 시회, 혹은 왕을 수행하는 일에 참여한 것은 관료로서 매우 영광스러운일로 여겼다. 그리고 그 행사의 장면을그린 기록화를 만들고 사연을 남겼다. - 본문중 11p

 

사인풍속화는 벼슬을 하지 않은 선비를 뜻하는사인들의 생활상을 그린 그림이다. 사인풍속화에서는 관직에 있지 않은 양반이나 선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현직관리가 아닌 퇴직 관료나 원로 관료, 그리고 지방의 양반들이 등장한 그림들을 다루었다. (...) 일상을 그린 그림보다는 기념을 위해 제작된 사례가 많다. 즉 만남의 장면, 특별한 기념일이나 행사일, 일생의 가장 중요한 장면들을 그린 평생도, 과거시험의 장면, 그리고 조선 후기의 풍류를 즐기는 선비들의 모습등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담은 그림들이 포함된다. - 본문 중 67p

 

 

 

 

 

 

서민(庶民) 풍속화는 관인이나 사인이 직접 행하지는 않지만 관찰하고 볼수 있는 서민들의 다양한 생활모습을 볼 수 있다. 양반네들마냥 체면을 따지거나 하는 것이 없어 표정이나 행동에 숨김이 없고 감정표현도 더 풍부한 상황들이 많이 연출된다. 이 책에서는 여러 장인들의 작업모습과 더불어, 여성들의 일상(바느질, 빨래, 나물캐기 등), 서민들의 식사나 놀이모습 등을 다룬 그림들이 실려있다.

 

서민 풍속화는 조선시대 후기에 유독 부흥하였는데 윤두서, 조영석, 김홍도, 신윤복에 이르러 사대부 화가 및 화원의 화가들이 많은 작품을 남겼다. 여러 장을 그려 나누어 가진 관인 풍속화나 사인 풍속화와는 달리 전문 화가들이(물론 전자의 두 경우도 전문 화가에 의해 그려지긴 했지만) 그것도 현재까지 명성을 가진 화가들이 개인적으로 혹은 작품으로 단 한장씩만을 그려낸 경우가 많은 것 같다.(완성본을 만들기위한 사전 습작을 제외하고, 후대 작가들이 연습을 위해 베껴 그린 모사본을 별개로 따지면 그렇다.) 특히나 이 책에서는 앞서 소개한 사대부화가 윤두서,조영석과 우리에게 친숙한 김홍도, 신윤복 등의 그림을 주로 다루었다.

 

 

 

그나마 익숙한 그림들은 서민 풍속화였지만 관인풍속화나 사인풍속화 속 그림들도 생각보다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것은 동기모임이나 부모님의 회혼례를 그린 것이다. 젊어서 맺은 인연을 오래도록 유지하여 자손들의 도움을 받아 다시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고 그를 기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사인 풍속화 중에는 양반 개인의 풍류를 그린 것도 좋았다. 자신의 지위나 관직을 은근히 드러내는 상징물을 넣었다거나, 들고있는 부채나 배경에 그려진 병풍에 새겨진 그림들이 주인공의 취향을 드러내는 것이 재미있다. 풍속화는 전대에 비해 화가들의 기량이 높아진것에 대한 감탄도 하게 되고, 조선후기 몇장 남아있는 당대의 사진들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담았다는 것도 놀랍다.

 

 

 

 

 

풍속화는 아주 옛날부터 그려진 우리네의 기록이자 예술이다. 조선시대의 다양하고 상세한 삶의 장면들을 모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나 보던 사람이 잔뜩 그려진 그림들(예를들어 관인풍속화에서 왕이 참석한 연회를 그린 그림이라던가) 속에 있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서민 풍속화화는 물론 풍속화 전반적으로 그림 속 숨어있는 디테일 하나하나가 정보이자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 디테일 속 사연을 혼자서는 잡아내지 못하는 문회한인지라 풍속화에 재미를 알려주마! 라고 말하듯 조목조목 설명해주는 이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책의 사이즈도 큼직하고 그림의 전체와 부분을 같이 또 따로 보여주어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조선시대의 행사, 계층, 사람, 놀이, 화가 그리고 동양화와 풍속화 이런 키워드 중 하나라도 관심가는 것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기대하던 것보다 더 많은 정보와 재미를 느낄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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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형 박사의 둔하게 삽시다
이시형 지음, 이영미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화병'을 세계적 정신의학 용어로 만든 정신의학계의 권위자 이시형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뇌과학자이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아침방송에 자주 나오는 박사양반이라고도 한다. 사실 나는 그의 화려한 이력이나 권위보다도 이 책이 저자의 80권째 저서라는 점이 더 놀라웠다. 저자가 이번 책에서 보여주는 내용은 한국이라는 과민한 사회환경과 뇌과학적으로 알아본 화가 나는 과정, 과민 증후군이라고 지칭한 다양한 증상과 그 해결방안 등이다. 그림과 표, 간단한 순차적 정리를 동반하여 어렵지 않게 쓰여졌다는 점에서 작가의 필력을 느낄수 있고 대중에게 읽힐만한 장점을 가진 책이라고 느꼈다.

 

 

 

 

 

 

 

 

우리의 뇌에서 감정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것은 변연계 및 편도체이고,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것은 전전두를 필두로 한 전두엽부분이다. 우리는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그게 화라는 감정으로 연결되어 분노를 터뜨리게 되는데, 이때 편도체를 진정시키고 전두엽을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을 통해 화를 내는 행동을 다스릴수 있다.
분노조절장애라는 말로도 표현되는 사회상의 (이제는 흔해져버린)공격형 분노 표출은 이러한 진정단계를 스스로 다스리지 못한 결과이다. 물론 뉴스에 나오는 사건 사고라고 할만한 경우는 가장 과격하고 극적인 사례일 수 있지만, 과연 나 자신은 그런 사고에 연루되지 않을 수 있을까? 가해자이건 피해자이건 우리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그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보다보면 내가 어느정도 화를 참고 있는지 내가 어느정도 과민한 상태인지 체크하게 되는 데,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자신을 울적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나 이 책의 독자들은 스스로가 조금 더 둔감하길 바라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기에 더욱 그럴것이다. 내가 이런 상태구나 이런 과정을 겪고 있구나 하고 이해하고 파악할수 있지만 당장에 자신이 아주 긍정적인 상태는 아니라는 것 또한 알게 되는 것이다. 이런 독자를 예상이라도 했는지 책의 사이사이 왠지 독자를 위로해주는 듯한 본문중의 글중 편안한 줄글 몇자와 이영미화가의 그림이 넉넉한 사이즈로 실려있다. 대부분 강한 선이나 색이 사용되지 않고 뭉툭하고 부드러운 선과 색이 많이 사용되어 마치 공부나 평가하듯 책을 읽어나가다가도 그림을 보며 한 숨 쉬게 된다. 화가 날때 쉼호흡세번으로 세로토닌 증가를 유도하라는 뇌과학적 화풀이 방법을 직접 실천하도록 마치 일부러 꾸며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림을 볼때마다 슬며시 웃음이 나기도 했다.

 

 [ 나에겐 문제가 없었을까… ]

 

 

 [긴 인생 여정에서 실수하고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럴 때는 좀 둔한 사람이 큰 상처를 받지 않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내가 아는 교수님 한분은 책읽는 걸 즐겨하시진 않지만 책읽기가 필요하다고 늘 생각하시는 분이다. 그분이 강조하는 한가지는 책을 모두 읽고 난 후 한줄로 요약할수 있는 책이야말로 좋은 책이라는 것이다. <둔하게 삽시다>는 이미 제목으로 이 책에서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요약해두었으니 교수님 입장에서 보면 썩 괜찮을 책일 것이다. 화라는 감정과 화는 낸다는 행위에 대해 뇌과학적인 설명을 수반하지만 일반독자가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수 있도록 간략화 단순화하여 이야기한다. 다음의 본문발췌는 둔하게 삽시다라는 주장을 두줄로 늘려놓은 것으로 과학적 설명은 붙어있지 않지만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하고픈 말이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구절이라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화를 내서 득 보는 일은 없다. 왜 화날 일이 없겠는가? 
하루에도 여러 번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도록 노력하자.
-본문 중 59p

 


 

 

그래, 글쓴이가 가장 하고싶어하는 말은 이것 뿐이다. 자신의 뇌과학 및 심리학적 근거과 방법을 빌려 이에 도움을 주고자 글을 써내려갔을 것이다. 이 책은 심리치유 에세이, 혹은 정신건강 계열의 자기계발 서적으로 분류된다. 개인적으로는 독서편중이 있어서 에세이와 자기계발 분야의 책은 자주 접하지 않고, 우연히 접하더라도 매번 낯설다고 느낄만큼 거리감과 약간의 불신감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이런 책을 필요로하는 사람과 좋아하며 도움을 얻는 사람도 분명 있는 걸 알기에 읽으려고 시도는 한다. 그런 나에게도 이 책은 친절했다. 적절한 정보제공과 정신과의로서의 실감나는 사례와 조언을 잘 버무려놓은 책이어서, 거부감없이 흥미롭게 잘 읽을 수 있었다. 요즘같이 더운 여름, 불쾌지수가 올라가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다. 큰 경우든 사소한 일이든 그런 경험을 하고 스스로 자각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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