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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시대의 삶, 풍속화로 만나다 ㅣ 아름답다! 우리 옛 그림 4
윤진영 지음 / 다섯수레 / 2015년 7월
평점 :
풍속이란 단어는 '옛날부터 그 사회에 전해 오는
생활 전반에 걸친 습관 따위를 이르는 말' 또는 '그 시대의 유행과 습관따위를 이르는 말'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지고, 풍속화란 분명 이러한
풍속을 담은 그림을 말한다. 대부분 우리나라의 풍속화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선 후기의 신윤복 김홍도의 그림을 떠올리고 왜
풍속화에 관심이 있냐고 물어보면 서민의 실제적인 삶을 고난스럽지만 흥이나 해학적으로 표현해낸 예술이기 때문라고 대답한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이러한 의미의 풍속화란 단지 일부에 속한 것으로 저자가 책 속에서 서민 풍속화라고 분류한 부분이다.
사실 이러한 다소 좁은 풍속화에 대한 개념이 퍼진데에는 이유가
있다. 가까운 과거이기에 그나마 작품이 많이 남아있는 것도 그렇고, 조선시대 특히 우리가 아는 신윤복, 김홍도 등이 실존했던 조선 후기는 예술
및 풍속화의 부흥기라고 할수 있는 시기였다. 하지만 풍속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곱씹어볼때 서민은 사회의 일부분이지 그 전체가 되지는 못한다.
생활전반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왕가나 선비들보다 더 다채롭게 표현될 수는 있겠지만 그 또한 부분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작가는 서문에서 이러한
우리의 맹점을 짚어주고, 책에서 조선시대의 풍속화를 주로 다루며 풍속화 속 등장 인물들에 의거해 관인, 사인, 서민 풍속화로 그
종류를 나누었다.
실재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하는 초상화나 궁중기록화와는
달리 그 시대를 살았던 추상적인 다수의 인물을 주로 그리는 풍속화의 특성상, 관인(官人) 풍속화는 양쪽의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왕이 주관한 연회나 관인들의 사적모임인 계회 등을 다루고 있는 관인풍속화는 그림과 함께 실제 그 행사에
대한 기록과 참여한 인물들에 대한 목록이 함께 전해진다. 당시 상황이나 정경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전달하고 등장인물이 많은 만큼 여러 인물이나
계층, 신분 등이 가진 다양한 특성을 확인할수 있어 당시의 풍부한 정보를 담고 있다.
사인(士人)
풍속화는 선비 즉 양반들이 주요 인물로 등장하는 풍속화인데, 양반들의 사적 모임이나 개인적으로 갖는 기념일 등을 주로 남겼다.
관인풍속화와 달리 지방의 양반들이 그들의 지역에서 지내는 모습도 그려지기 때문에 수도 한양외의 지역별 특색(향토 음식이나 복색, 배경지형 등)도
살펴볼 수 있다는 게 흥미롭다. 다소 낯설 수 있는 관인풍속화와 사인풍속화의 개념이해를 위해 본문의 설명을 빌리자면 다음과 같다.
고위 관직에 있던 관료들은 특별한 행사나 사적인 모임을 가질 때면, 기록물을 남기는데
관심이 많았다. 왕이 내린 연회나 시회, 혹은 왕을 수행하는 일에 참여한 것은 관료로서 매우 영광스러운일로 여겼다. 그리고 그 행사의 장면을그린
기록화를 만들고 사연을 남겼다. - 본문중 11p
사인풍속화는 벼슬을 하지 않은 선비를
뜻하는사인들의 생활상을 그린 그림이다. 사인풍속화에서는 관직에 있지 않은 양반이나 선비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현직관리가 아닌
퇴직 관료나 원로 관료, 그리고 지방의 양반들이 등장한 그림들을 다루었다. (...) 일상을 그린 그림보다는 기념을 위해 제작된 사례가 많다.
즉 만남의 장면, 특별한 기념일이나 행사일, 일생의 가장 중요한 장면들을 그린 평생도, 과거시험의 장면, 그리고 조선 후기의 풍류를 즐기는
선비들의 모습등 다양한 이야기 거리를 담은 그림들이 포함된다. - 본문 중 67p


서민(庶民) 풍속화는 관인이나 사인이 직접 행하지는 않지만 관찰하고 볼수 있는 서민들의 다양한 생활모습을 볼
수 있다. 양반네들마냥 체면을 따지거나 하는 것이 없어 표정이나 행동에 숨김이 없고 감정표현도 더 풍부한 상황들이 많이 연출된다. 이 책에서는
여러 장인들의 작업모습과 더불어, 여성들의 일상(바느질, 빨래, 나물캐기 등), 서민들의 식사나 놀이모습 등을 다룬 그림들이 실려있다.
서민 풍속화는 조선시대 후기에 유독 부흥하였는데
윤두서, 조영석, 김홍도, 신윤복에 이르러 사대부 화가 및 화원의 화가들이 많은 작품을 남겼다. 여러 장을 그려
나누어 가진 관인 풍속화나 사인 풍속화와는 달리 전문 화가들이(물론 전자의 두 경우도 전문 화가에 의해 그려지긴 했지만) 그것도 현재까지 명성을
가진 화가들이 개인적으로 혹은 작품으로 단 한장씩만을 그려낸 경우가 많은 것 같다.(완성본을 만들기위한 사전 습작을 제외하고, 후대 작가들이
연습을 위해 베껴 그린 모사본을 별개로 따지면 그렇다.) 특히나 이 책에서는 앞서 소개한 사대부화가 윤두서,조영석과 우리에게 친숙한 김홍도,
신윤복 등의 그림을 주로 다루었다.


그나마 익숙한 그림들은 서민 풍속화였지만 관인풍속화나 사인풍속화 속 그림들도 생각보다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개인적으로
재밌었던 것은 동기모임이나 부모님의 회혼례를 그린 것이다. 젊어서 맺은 인연을 오래도록 유지하여 자손들의 도움을 받아 다시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고 그를 기념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것 같다. 사인 풍속화 중에는 양반 개인의 풍류를 그린 것도 좋았다. 자신의 지위나 관직을 은근히
드러내는 상징물을 넣었다거나, 들고있는 부채나 배경에 그려진 병풍에 새겨진 그림들이 주인공의 취향을 드러내는 것이 재미있다. 풍속화는 전대에
비해 화가들의 기량이 높아진것에 대한 감탄도 하게 되고, 조선후기 몇장 남아있는 당대의 사진들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정교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담았다는 것도 놀랍다.

풍속화는 아주 옛날부터 그려진 우리네의 기록이자 예술이다. 조선시대의 다양하고 상세한 삶의 장면들을 모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나 보던 사람이 잔뜩 그려진 그림들(예를들어 관인풍속화에서 왕이 참석한 연회를 그린 그림이라던가) 속에 있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서민 풍속화화는 물론 풍속화 전반적으로 그림 속 숨어있는 디테일 하나하나가 정보이자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그
디테일 속 사연을 혼자서는 잡아내지 못하는 문회한인지라 풍속화에 재미를 알려주마! 라고 말하듯 조목조목 설명해주는 이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책의 사이즈도 큼직하고 그림의 전체와 부분을 같이 또 따로 보여주어 이해하는데도 많은 도움을 받았다. 조선시대의 행사, 계층, 사람,
놀이, 화가 그리고 동양화와 풍속화 이런 키워드 중 하나라도 관심가는 것이 있다면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기대하던 것보다 더 많은 정보와
재미를 느낄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