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형 박사의 둔하게 삽시다
이시형 지음, 이영미 그림 / 한국경제신문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화병'을 세계적 정신의학 용어로 만든 정신의학계의 권위자 이시형은 정신과 전문의이자 뇌과학자이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아침방송에 자주 나오는 박사양반이라고도 한다. 사실 나는 그의 화려한 이력이나 권위보다도 이 책이 저자의 80권째 저서라는 점이 더 놀라웠다. 저자가 이번 책에서 보여주는 내용은 한국이라는 과민한 사회환경과 뇌과학적으로 알아본 화가 나는 과정, 과민 증후군이라고 지칭한 다양한 증상과 그 해결방안 등이다. 그림과 표, 간단한 순차적 정리를 동반하여 어렵지 않게 쓰여졌다는 점에서 작가의 필력을 느낄수 있고 대중에게 읽힐만한 장점을 가진 책이라고 느꼈다.

 

 

 

 

 

 

 

 

우리의 뇌에서 감정적인 부분을 담당하는 것은 변연계 및 편도체이고, 이성적 사고를 담당하는 것은 전전두를 필두로 한 전두엽부분이다. 우리는 다양한 스트레스에 노출되고 그게 화라는 감정으로 연결되어 분노를 터뜨리게 되는데, 이때 편도체를 진정시키고 전두엽을 활성화시키려는 노력을 통해 화를 내는 행동을 다스릴수 있다.
분노조절장애라는 말로도 표현되는 사회상의 (이제는 흔해져버린)공격형 분노 표출은 이러한 진정단계를 스스로 다스리지 못한 결과이다. 물론 뉴스에 나오는 사건 사고라고 할만한 경우는 가장 과격하고 극적인 사례일 수 있지만, 과연 나 자신은 그런 사고에 연루되지 않을 수 있을까? 가해자이건 피해자이건 우리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그 과정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보다보면 내가 어느정도 화를 참고 있는지 내가 어느정도 과민한 상태인지 체크하게 되는 데, 자신이 어떤 상태인지 알아가는 과정은 생각보다 자신을 울적하게 만들 수 있다. 특히나 이 책의 독자들은 스스로가 조금 더 둔감하길 바라는 사람들일 가능성이 크기에 더욱 그럴것이다. 내가 이런 상태구나 이런 과정을 겪고 있구나 하고 이해하고 파악할수 있지만 당장에 자신이 아주 긍정적인 상태는 아니라는 것 또한 알게 되는 것이다. 이런 독자를 예상이라도 했는지 책의 사이사이 왠지 독자를 위로해주는 듯한 본문중의 글중 편안한 줄글 몇자와 이영미화가의 그림이 넉넉한 사이즈로 실려있다. 대부분 강한 선이나 색이 사용되지 않고 뭉툭하고 부드러운 선과 색이 많이 사용되어 마치 공부나 평가하듯 책을 읽어나가다가도 그림을 보며 한 숨 쉬게 된다. 화가 날때 쉼호흡세번으로 세로토닌 증가를 유도하라는 뇌과학적 화풀이 방법을 직접 실천하도록 마치 일부러 꾸며놓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림을 볼때마다 슬며시 웃음이 나기도 했다.

 

 [ 나에겐 문제가 없었을까… ]

 

 

 [긴 인생 여정에서 실수하고 실패하지 않는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그럴 때는 좀 둔한 사람이 큰 상처를 받지 않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가진다.]

 

 

 

 

 

 

 

 

내가 아는 교수님 한분은 책읽는 걸 즐겨하시진 않지만 책읽기가 필요하다고 늘 생각하시는 분이다. 그분이 강조하는 한가지는 책을 모두 읽고 난 후 한줄로 요약할수 있는 책이야말로 좋은 책이라는 것이다. <둔하게 삽시다>는 이미 제목으로 이 책에서 결론적으로 하고 싶은 말을 요약해두었으니 교수님 입장에서 보면 썩 괜찮을 책일 것이다. 화라는 감정과 화는 낸다는 행위에 대해 뇌과학적인 설명을 수반하지만 일반독자가 쉽게 이해하고 공감할수 있도록 간략화 단순화하여 이야기한다. 다음의 본문발췌는 둔하게 삽시다라는 주장을 두줄로 늘려놓은 것으로 과학적 설명은 붙어있지 않지만 이 책에서 궁극적으로 하고픈 말이자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구절이라 생각한다.

 

 

결론적으로 화를 내서 득 보는 일은 없다. 왜 화날 일이 없겠는가? 
하루에도 여러 번 일어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좋은 방향으로 생각하도록 노력하자.
-본문 중 59p

 


 

 

그래, 글쓴이가 가장 하고싶어하는 말은 이것 뿐이다. 자신의 뇌과학 및 심리학적 근거과 방법을 빌려 이에 도움을 주고자 글을 써내려갔을 것이다. 이 책은 심리치유 에세이, 혹은 정신건강 계열의 자기계발 서적으로 분류된다. 개인적으로는 독서편중이 있어서 에세이와 자기계발 분야의 책은 자주 접하지 않고, 우연히 접하더라도 매번 낯설다고 느낄만큼 거리감과 약간의 불신감을 느끼곤 한다. 하지만 이런 책을 필요로하는 사람과 좋아하며 도움을 얻는 사람도 분명 있는 걸 알기에 읽으려고 시도는 한다. 그런 나에게도 이 책은 친절했다. 적절한 정보제공과 정신과의로서의 실감나는 사례와 조언을 잘 버무려놓은 책이어서, 거부감없이 흥미롭게 잘 읽을 수 있었다. 요즘같이 더운 여름, 불쾌지수가 올라가 자신의 화를 참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이다. 큰 경우든 사소한 일이든 그런 경험을 하고 스스로 자각한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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