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가 말했다 나처럼 살아보라고
림헹쉬 지음, 요조 (Yozoh) 옮김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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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것의 고양이화를 볼 수 있는 책. 산과 호수, 해와 달, 구름과 파도, 풀잎, 선인장 등등 무엇이든 될 수 있는 고양이가 그려진 사랑스러운 그림들, 그리고 그런 고양이가 말하는 '나'는 자신감이 넘치고 다채롭고 그야말로 어마어마하다. 책에서의 나는 '고양이'지만, 여기에 고양이 대신 독자인 '나'를 대입해 보면 어떨까. 읽고 나면 자신감 넘치고 여유 있고 유연하고 매력적인 고양이에 감화되어 내 안에도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조금은 충전되는 느낌이 든다. 그림과 글의 시너지가 꽤 좋은 책이다.





이 책의 저자는 말레이시아 출신 일러스트레이터 림헹쉬로 '지구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아 그림을 그린다고 한다. ​이 책의 그림들을 보면 저자는 낯설지 않은 일상의 풍경 속에 사랑스러움을 한 스푼 더해 보는 사람을 미소 짓게 하는 재주가 있는 것 같다. 


또 이 책은 싱어송라이터이자 작가로도 제법 친숙한 요조가 번역을 맡았고, 서두에 '옮긴이의 말'도 남겼다. 자기집 고양이들을 털인간이라고 부르며 "혹시 털인간들은 정말로 현관문을 부수고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이따금씩 하면서도 꾹 참고 나와 살아주는 것은 아닐까."(옮긴이의 말 중) 하는 걱정을 하는 그 마음이 귀여우면서도 공감이 갔다. 이 책에서 고양이들은 정말 자유로워 보이니까. 그들이 해낼 수 있는 모든 것이 경이로운 만큼 그런 존재가 내 곁에 자리하고 있어주는 것도 경이로운 일이라는 걸 알아채는 역자의 섬세함도 좋았다. 고양이와 함께 살아본 적 없는 사람이 보아도 이렇게 사랑스러운데, 고양이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보면 조금 더 특별한 감상이 드는 책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읽기 쉽고, 고양이는 사랑스럽고, 감각적인 일러스트에 감탄하고, 짤막하지만 그 자신감과 뻔뻔함을 배우고 싶은 글에 응원을 받으며 기운을 충천할 수 있는 책. 고양이가 말해주는 인생의 순리(?)가 담긴 책. 금방 책을 덮고 나서도 자꾸만 손이 가고 정이 가는 책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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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을 걷는 여자아이 푸르른 숲 38
델핀 베르톨롱 지음, 권지현 옮김 / 씨드북(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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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선생님으로 일하던 아버지가 음악학교의 정식 교수가 되면서 가족과 함께 파리에서 님으로, 그것도 '시내에서 6킬로미터나 떨어진 외딴 집'으로 이사하게 된 열여섯 살 말로. 학교도 가지 않는 여름방학 동안 말로는 새집에 적응하려 애쓰며 집과 주변을 열심히 탐험하는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이사 후 여섯 살짜리 동생 잔은 이상행동을 보이고 그를 눈치챈 말로는 불안해하지만 둘의 부모는 새로운 집을 수리하고 꾸미고 적응하기에 바빠 아이들의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잔이 자신에게만 보이는 친구 폴린의 이름을 말로에게 알려주고, 말로는 그 마을에 실제로 폴린이라는 사람이 살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밤을 걷는 여자아이>는 프랑스 청소년들이 직접 투표해 뽑는 앵코륍티블상과 토론을 거쳐 선정하는 세잠상을 모두 수상한 작품이다. 청소년들은 이 책의 어떤 점을 마음에 들어 했을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여러모로 감정이입하기 좋은 주인공의 다채로운 매력과 청소년들이 흥미로워할 미스터리&추리 장르의 결합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말로는 참 매력적인 주인공이다. 잔과 말로가 겪게 되는 미스터리한 심령현상은 오싹오싹한데, 그에 대한 반응은 잔은 해맑고 말로는 겁먹었지만 진심으로 자신의 동생을 위해줄 뿐이다. 낯선 환경에 불안해하면서도 새로운 사람에 호감을 가지기도 하고, 가끔 불만이 생기기도 하지만,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는 성실함도 갖고 있다. 



이 책은 말로가 이모에게 선물 받은 일기장에 남긴 일기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그 안에는 자신의 솔직한 심정과 상상력, 불안함과 희열, 그리고 말로가 겪은 일들의 증거로 삼기에 충분할 정도로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정보도 담겨있다. 불안해하거나 자신이 상상하고 걱정하는 일을 늘어놓기도 하고, 폴린에 대한 이야기를 증거수집하듯 꼼꼼히 남겨두기도 한다. 말로는 문학적 소양도 갖춘 남자아이라서 상상력과 작명 센스가 남다르기도 한데, 남들이 자신을 '미치광이 허벅지 왕자'라고 부르는 상상을 할 땐 정말 빵 터졌다.



말로는 폴린이라는 여자아이(30년 전 기준)의 미스터리한 사건에 휘말리고, 릴리라는 우편배달부 누나(현실 인물)에게 호감을 느낀다. 열여섯 살 소년이 30년 전 실종사건을 알게 되는 경로는 폴린의 (심령적인?) 메시지와 우편배달부 릴리와의 대화, 이렇게 두 가지인데 정작 사건을 해결해 내는 과정은 매우 현실적이라 더 재미있었다. 이야기의 엔딩 후에 폴린이 잔에게 주고 간 선물은 왠지 다음 시즌을 예고하는 드라마 엔딩 같아서 은근히 속편이 나올 것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 문학은 이제 제법 익숙해졌는데, 이 책을 통해 프랑스의 청소년 소설의 원탑을 엿본 기분이다. 청소년 소설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도,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도 흥미진진하게 푹 빠져 읽을만한 책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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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 아르테 오리지널 13
요시다 에리카 지음, 김은모 옮김 / arte(아르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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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니, 연애니, 결혼이니 그런 거 모르겠고 그다지 알고 싶지도 않은 두 사람의 우당탕탕 가족 만들기, 아니 '아군'만들기 프로젝트. 20대 후반의 사코쿠는 회사에서는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후배가 우리 둘은 이미 거의 사귀고 있는 거 아니냐느니 헛소리를 해서 거절했더니 휴직을 해버리고, 집에서는 동생에게 추월당하느니 어서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잔소리 폭탄을 맞고 있다. 본인은 누군가를 연애 감정으로 좋아한다는 것의 의미조차 이해가 가지 않는데 사코쿠가 그러거나 말거나 주변의 모든 인물들은 사코쿠의 인생에서 연애, 결혼, 출산까지 일련의 과정을 이미 정해진 것,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강요한다. 남들의 그 '당연한 것'이 당연하게 와닿지 않던 사코쿠는 우연히 '에이로맨스, 에이섹슈얼'이라는 용어와 의미를 알게 되고 같은 정체성을 가진 이가 운영하는 블로그의 일기에 격하게 공감하며 마음의 위안을 얻는다.



​다카하시는 마흔이 되어가는 남성으로 부모님과는 절연했고, 할머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랐으며, 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그 집에서 조금은 외로워하며 살고 있다. 여주의 회사와 같은 계열의 슈퍼마켓 청과 코너를 담당하고 있으며, 사코쿠가 애독하는 블로그의 주인이다. 어떤 우여곡절을 겪으며 자랐는지는 생략되어 있지만 자기 자신에 대한 정체성이 뚜렷하고 "사람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참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어요"(55p)라고 단언할 줄 아는 멋지고 조금은 까칠한 사람.





블로그의 주인이 다카하시인 걸 알게 된 사코쿠는 '연애 감정 빼고 가족이 되자'는 제안을 대뜸 해버리는데 다카하시의 답변이 또 압권이다.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임시 가족, 거의 가족을 거쳐 서로에게 '아군'이 되어주기로 한다. 일반적인 의미의 가족은 아닐지 몰라도 그 일반과 보통이라는 것은 누가 정하는 것인가. 남과 다른 개성은 곧 강점이라 배우며 자랐는데, 사회에 나가보면 남과 다른 게 약점이 되니 어리둥절할 뿐이다. 젊은 세대일수록 다름에 너그러워지는 경향이 있다고 하지만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를 보통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까? 모두의 보통보다는 그 사람마다의 보통이 (이해까진 아니더라도) 존중받는 세계가 되길 바라는 건 욕심인가. 두 사람의 스토리 자체도 흥미진진하고 에이로맨스, 에이섹슈얼의 의미와 특성, 그리고 그 안에서도 그러나는 개별적인 차이 등 남들에겐 보통이 아니어도 나에게는 보통일 수 있는 것들에 대해 사코쿠가 하나씩 알아가는 그 과정과 내용이 좋았다

<사랑할 수 없는 두 사람>은 원작 드라마가 있고 그 드라마의 각본가가 드라마에서 못다 한 이야기를 넣어 직접 완성했다는 소설이다. 드라마라는 장르 특성 때문일까? 두 주인공 곁에는 참 공격적이다 싶을 정도로 사랑을 밀어붙이는 사람들이 많다. 드라마틱하게 변화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었다. 대표적인 민폐 캐릭터이자 감초 캐릭터인 가즈군은 불도저같이 굴긴 했지만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사람이었고 다카하시와의 은근한 케미가 있어서 재미있었다.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로 리메이크 됐으면 좋겠는 작품. 원작인 드라마도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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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마와리 하우스 에프 그래픽 컬렉션
하모니 베커 지음, 전하림 옮김 / F(에프)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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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미국에서 살아온 '나오'는 대학 입학을 1년 미루고 자신이 태어난 일본으로 돌아왔다. 1년간의 유예기간동안 자신이 태어난 일본에서 지내보기로 한 것. 셰어하우스인 히마와리(=해바라기)하우스에서 만난 일본인 형제 신이치와 마사키, 싱가포르인 티나, 한국인 혜정까지 5명이 1년간 부대끼며 지내는 생활과 그들의 생각을 보여준다. 저마다의 고민을 안고 일본에서 만나게 된 세 사람. 혜정과 티나, 나오는 곧 서로에게 절친한 친구가 되고 함께 서로를 챙겨주며 가족 같은 사이가 된다. 각자 고향의 언어가 있지만 타지에서 만나 다른 언어로 사귀게 된 세 친구의 이야기는 지금을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는 그리 드문 이야기는 아닐 것 같다.





온전한 미국인도 온전한 일본인도 아닌 것 같은 자신의 정체성이 혼란스러운 나오의 이야기, 가족과 사회의 기대를 벗어던지고 진정한 자신을 찾아 일본으로 떠나온 혜정의 이야기, 수험 실패 이후 새로운 환경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려고 일본에 온 티나의 이야기. 개인적으로는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혜정의 이야기에 더 몰입해서 봤다. '공부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 들어가기' 그 맹목적인 목표를 당연하게 여기고, 그게 나의 목표를 떠나 가족 전부가 매달리는 목표가 되는 것은 더 괴로운 일이라는 건 불 보듯 뻔한데 솔직히 주변에서 흔히 들려오는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세 인물은 일본에서의 낯선 문화를 배우고 서로의 문화를 이야기하며 함께 있을 땐 밝고 유쾌한 일상을 보내지만, 개인의 사연과 과거 속에서는 괴로운 기억도 상처도 가지고 있다. 혼자 끙끙 앓다가 한 번씩 터트리듯 울어버리면 다른 두 인물이 열심히 끌어안아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렇게 살아가며 의지하는 친구가 생기고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는 자연스러운 과정이 이 만화에 담겨있다. <히마와리 하우스>는 다양한 문화를 살고 있지만 한결같이 세상은 물론 '자신'이 궁금한 청년세대들의 고민과 삶을 담은 그래픽노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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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당 고양이들
스무조 지음, 홍미화 옮김 / 윌스타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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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배를 보이고 발라당 누워있는 모습만 모아둔 사진집. 진짜 너무 사랑스러워서 보다 보면 입이 웃고 있고 책을 덮을 때면 광대가 아파온다. 이 책에 이야기하는 발라당 포즈는 고양이가 매우 편안하고 안정되어 있을 때 취하는 자세라고 한다. 지금 있는 곳과 함께 있는 상대가 안전하게 느껴져서 마음껏 응석 부리는 고양이들의 무장해제 자세인 것이다(보는 사람도 무장해제시켜버린다)


일본 전역에 살고 있는 집사들의 제보로 모인 사진들은 제목, 집사들의 한마디, 살고 있는 지역, 고양이의 이름 등과 함께 소개된다. 발라당 포즈의 메인 사진 위로 평소 얼굴을 담고 있는 고양이들의 프로필 사진도 작은 동그라미 안에 담겨있어서 발라당 포즈를 하고 있을 때의 더 풀어진 얼굴 표정을 비교해 볼 수도 있다는 게 포인트.




중간중간은 에피소드를 담은 페이지도 있는데(물론 그 페이지도 작게 분할된 사진이 차지하고 있는 양이 더 많다) 이 책이 탄생하게 된 계기나 모집된 사진 중에 책에 실릴 사진을 최종 선발하는 과정 등 짧은 본문이 실려있다. 그중에는 임시보호에 대한 이야기도 한 토막 있었는데, 사진집에 실린 사진 중 임시보호하는 고양이들의 사진도 종종 등장한다. 임시보호 중인 아기 고양이 형제가 풀어진 표정으로 나란히 발라당하고 있는 사진 위에 "기적적인 만남에 감사"한다는 멘트가 유독 기억에 남는다.



안 그래도 작고 소중한 아기냥들은 발라당 포즈 하고 있을 땐 진짜 인형 같아서 감탄하기도 하고, 상자 혹은 상자 비슷한 무언가에 들어가 온몸을 가득 채우고 있는 모습도 사랑스럽고, 발라당하고 있을 때면 으레 드러나는 고양이 젤리를 마구 만져보고 싶어 내적 비명을 지르며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고양이를 직접 키워본 적은 없어서 고양이들이 얼마나 다양한 몸동작을 할 수 있는지 새삼 알게 되었다고 할까. 가끔씩 묘한 포즈를 하고 있는 고양이들도 있는데 몸이 유연한 걸 알고 있어서 그런지 희한하게도 불편해 보이진 않는데 가끔은 진짜 연체동물인 건가 하는 의심도 든다. 잔뜩 사랑받고 보살핌 받으며 떡처럼 풀어져있는 고양이들을 보며 힐링할 수 있는 책. 보기만 해도 기분 좋아져서 마음이 삭막해질 때마다 열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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