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 걷는 여자아이 푸르른 숲 38
델핀 베르톨롱 지음, 권지현 옮김 / 씨드북(주)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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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선생님으로 일하던 아버지가 음악학교의 정식 교수가 되면서 가족과 함께 파리에서 님으로, 그것도 '시내에서 6킬로미터나 떨어진 외딴 집'으로 이사하게 된 열여섯 살 말로. 학교도 가지 않는 여름방학 동안 말로는 새집에 적응하려 애쓰며 집과 주변을 열심히 탐험하는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이사 후 여섯 살짜리 동생 잔은 이상행동을 보이고 그를 눈치챈 말로는 불안해하지만 둘의 부모는 새로운 집을 수리하고 꾸미고 적응하기에 바빠 아이들의 변화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잔이 자신에게만 보이는 친구 폴린의 이름을 말로에게 알려주고, 말로는 그 마을에 실제로 폴린이라는 사람이 살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밤을 걷는 여자아이>는 프랑스 청소년들이 직접 투표해 뽑는 앵코륍티블상과 토론을 거쳐 선정하는 세잠상을 모두 수상한 작품이다. 청소년들은 이 책의 어떤 점을 마음에 들어 했을까. 개인적인 의견으로는 여러모로 감정이입하기 좋은 주인공의 다채로운 매력과 청소년들이 흥미로워할 미스터리&추리 장르의 결합이 매우 성공적이었다고 본다. 말로는 참 매력적인 주인공이다. 잔과 말로가 겪게 되는 미스터리한 심령현상은 오싹오싹한데, 그에 대한 반응은 잔은 해맑고 말로는 겁먹었지만 진심으로 자신의 동생을 위해줄 뿐이다. 낯선 환경에 불안해하면서도 새로운 사람에 호감을 가지기도 하고, 가끔 불만이 생기기도 하지만, 자기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에 몰두하는 성실함도 갖고 있다. 



이 책은 말로가 이모에게 선물 받은 일기장에 남긴 일기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그 안에는 자신의 솔직한 심정과 상상력, 불안함과 희열, 그리고 말로가 겪은 일들의 증거로 삼기에 충분할 정도로 구체적이고 사실적인 정보도 담겨있다. 불안해하거나 자신이 상상하고 걱정하는 일을 늘어놓기도 하고, 폴린에 대한 이야기를 증거수집하듯 꼼꼼히 남겨두기도 한다. 말로는 문학적 소양도 갖춘 남자아이라서 상상력과 작명 센스가 남다르기도 한데, 남들이 자신을 '미치광이 허벅지 왕자'라고 부르는 상상을 할 땐 정말 빵 터졌다.



말로는 폴린이라는 여자아이(30년 전 기준)의 미스터리한 사건에 휘말리고, 릴리라는 우편배달부 누나(현실 인물)에게 호감을 느낀다. 열여섯 살 소년이 30년 전 실종사건을 알게 되는 경로는 폴린의 (심령적인?) 메시지와 우편배달부 릴리와의 대화, 이렇게 두 가지인데 정작 사건을 해결해 내는 과정은 매우 현실적이라 더 재미있었다. 이야기의 엔딩 후에 폴린이 잔에게 주고 간 선물은 왠지 다음 시즌을 예고하는 드라마 엔딩 같아서 은근히 속편이 나올 것을 기대하게 만들기도 했다. 우리나라의 청소년 문학은 이제 제법 익숙해졌는데, 이 책을 통해 프랑스의 청소년 소설의 원탑을 엿본 기분이다. 청소년 소설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도, 미스터리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도 흥미진진하게 푹 빠져 읽을만한 책이었다. ​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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