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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개의 그림 1000개의 공감
이경아 엮음 / 아이템하우스 / 2022년 1월
평점 :
예술 책에서는 뭐니 뭐니 해도 풍성한 작품을 보게 될 것을 기대하기 마련이라 제목 그대로 1000개의 그림이 담긴 책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 책은 굉장히 매력적이었다. 실제로 책을 펼쳐보니 구성이 백과사전과 조금 닮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책의 크기는 생각보다 크지 않아 그 안에 그림들이 오밀조밀 모여있고 그림 바로 옆이나 아래에 글이 쓰여있어 더 그랬다. 미술사의 흐름에 따라 사조별로 정리된 그림 백과사전. 다양한 그림들을 감상할 수 있는 점이 제일 좋았고, 글로 쓰인 본문은 짤막하지만 작품에 대한 해설과 더불어 가끔씩 작가나 작품에 대한 숨겨진 사연들도 함께 소개하고 있어 더 재미있었다.

자연주의, 인상주의, 사실주의, 상징주의, 빅토리아조 미술, 낭만주의, 신고전주의, 로코코 미술, 바로크 미술, 마니에리슴 미술, 르네상스 미술, 현대미술까지 12가지 사조 안에 작가별로 작품을 묶어놓았다. 차례만 보아도 미술사조, 그 사조의 화가들, 그리고 그들의 작품명까지 볼 수 있는데, 1000개의 그림을 다루다 보니 차례만 14페이지다. 이름만 보아도 아는 화가들도 있고, 제목만 보아도 아는 작품들도 있었다. 반대로 그림은 알고 있었는데 화가와 제목을 몰랐던 경우도 많아서 그런 그림들을 발견할 때마다 약간 보물찾기 하는 기분도 들었다.
이 책을 어떤 방법으로 읽을지는 머리말의 내용을 참고해 정해보는 것도 좋겠다. 내 경우에는 처음엔 좋아하거나 관심 있는 작가들의 이름을 차례에서 찾아 먼저 찾아보고, 그 뒤로는 맨 앞부터 끝까지 정독해 보고 싶은 욕심이 들어 차례대로 천천히 읽어보았다. 다음에 읽을 땐 자화상만 골라 찾아볼 예정이다. 사조를 불문하고 화가들이 자화상에 유머나 해학, 저항정신 등을 섞거나 자유롭게 새로운 시도를 넣어 그렸던 사실이 많아 흥미로웠고 그렇게 그려진 그림들도 인상적이었고 기억에 남았기 때문. 사실 책의 제목처럼 1000의 그림이 있으면 1000개의 공감이나 감상이 있을 것이고 그 감상법 또한 다양할 테니 스스로의 취향에 맞게, 자유롭고 즐겁게 읽는 게 정답이 아닐까.

페이지 구성은 한 페이지에 그림 하나 혹은 최대 4점까지를 담고 있고, 가장 크게는 한 페이지 가득 가장 작게는 책의 6분할이나 8분할 정도 사이즈로 보여진다 . 아무래도 작게 보아야 하는 그림에 대한 아쉬움은 있으나 전체 책의 분량과 크기를 생각해 봤을 때 합리적인 사이즈라고 납득했다. 책의 수록된 그림의 화질이 옆의 그림과 차이 나게 다른 경우가 드물게 있었는데, 원본의 크기가 같아서 더 의아했고 이왕이면 어느 정도 티 나지 않는 선에서 화질을 맞추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도 조금 있었다.(그림 바로 밑에는 해설 글과는 별개로 작품명, 사조, 종류, 기법, 크기, 소장처에 대한 정보가 같이 쓰여있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만족도가 높은 책.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보면 다양한 사조와 그림들에 대해 공부하는 느낌으로 읽을 수 있었고, 좋아하는 혹은 읽으면서 좋아진 내 취향의 작품들에 표시를 해두고 자꾸자꾸 읽어보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내가 마음에 들어 표시해둔 작가의 이름을 외우는 데만도 한참 걸릴 것 같다. 방대한 미술사를 속성으로 훑어본 느낌도 든다. 하지만 공부라고 해도 그림에 딸린 본문 글은 분량도 문장 자체도 길지 않고 쉽게 쓰여있어 한참을 읽는데도 쉽게 질리지 않고 재미있었다. 어느 때고 펼쳐서 그때마다 원하는 방법으로 재독하기에 참 좋은 책. 펼칠 때마다 새로운 취향의 그림을 찾아낼 것 같은 멋진 책이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만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남긴 서평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