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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에 괴물이 산다 - 밝혀야 할 진실, 1923 간토 대학살 ㅣ 근현대사 100년 동화
박지숙 지음, 이광익 그림 / 풀빛 / 2024년 11월
평점 :
<근현대사 100년 동화>는 가깝지만 먼 근현대사의 여러 사건을 동화로 담은 시리즈입니다. 잘 몰랐지만 꼭 알아야 할, 알고 난 후에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우리 근현대사 10가지 사건을 만날 수 있습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들과 밀접하게 이어져 있는 사건들을 통해 과거를 바로 보고, 현재를 다시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지요. 근현대사 100년 동화, 오늘은 1923년 일본 간토 대지진 당시 조선인 대학살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이웃에 괴물이 산다>를 소개합니다.

이웃에 괴물이 산다
밝혀야 할 진실, 1923 간토 대학살
글. 박지숙
그림. 이광익
풀빛 / 2024.11.15.


일제강점기 시절 많은 조선인들이 일본으로 건너가 살았어요. 주인공 '원'도 부모님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와 살고 있어요. '원'의 일본 이름은 '아스카'입니다. 아스카는 조선인이라는 이유로 매일 일본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해요. 다행히 아스카에게는 친구 둘이 있었어요. 류스케와 모모코. 하지만 장애를 가진 '류스케'와 천민 출신이라 손가락질 받는 '모모코'도 아스카와 함께 늘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대상이었어요.
약한 것들은 왜 눈에 잘 띌까? 약한 것들은 어떻게 단 한 번 쓰윽 눈으로 훑어보아도 알 수 있는 걸까? _ p. 9
나는 소맷자락으로 얼른 눈가를 훔쳤다. 눈물은 절대 흘리고 싶지 않지만 맞고 나면 나도 모르게 꼭 눈물이 났다. 억울해서, 분해서 눈물이 났다. 이렇게 아무 이유 없이 맞는 일은 너무 억울하다. 억울해서 미칠 거 같다. 아무리 생각해도 조선인이라는 사실이 왜 맞아야 하는 이유인지 모르겠다. _ p. 12
그 녀석들이 내가 맞아야 할 이유라고 댄 것 중에 그럴듯한 이유는 단 하나도 없다. 그냥 나를 때리고 싶어서 대는 핑계에 불과했다. 그래서 대책이 없다. 나에게 문제가 있어서 생긴 일이라면 고치려고 노력할 수 있지만, 그냥 내가 싫어서 때리는 놈은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_ p. 14


일본 아이들에게 매일 괴롭힘을 당하면서도 서로에게 든든한 존재가 되어주는 아스카, 그리고 류스케와 모모코. 어느 날, 아라카와강에서 낚시를 하는데 큰 메기가 계속 잡혔어요. 양동이 한가득 메기를 잡아 온 그다음 날, 거대한 짐승의 울음소리처럼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나더니 거인이 땅을 마구 흔들어 대는 것 같이 집이 흔들렸어요. 수십만 가구의 집이 무너지고 불에 타 버렸어요. 많은 사람들이 죽고, 다치고, 실종되었어요. 바로 1923년 '간토 대지진'이 발생한 것이었죠.
간토 대 지진
1923년 9월 1일 오전 11시 58분 도쿄, 요코하마, 지바현 등 일본 간토 지방에서 진도 7.9의 강진이 발생하였다. 이후 진도 7일 넘는 여진이 여러 차례 일어나 건물이 무너지고, 큰 화재가 나면서 도시가 파괴되었다. 12만 가구의 집이 무너졌고 45만 가구가 불탔으며, 사망자와 행방불명된 사람이 총 40만 명에 달했다. - 이웃에 괴물이 산다 - 밝혀야 할 진실, 1923 간토 대학살 p. 176 <역사 탐구> 중에서


당시 일본 정부는 재난 대응에 미흡했고, 국민들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어요. 순식간에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국민들이 정부에 불만을 품고 폭동을 일으키려 하자 일본 정부는 계엄령을 선포하고, 분노한 민심의 화살을 조선인에게 향하도록 유언비어를 퍼뜨렸어요.
"지금 대지진으로 혼란한 틈을 이용해 조선인들이 일본 곳곳의 우물에 독을 타고, 조선 의열단 같은 테러리스트들이 도쿄로 숨어들고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_ p. 55
조센진이 일본 곳곳에 폭탄을 던지고 불을 지르고 도둑질을 한다는 소문을 퍼뜨리라고 했잖아. 조센진을 잡으면 바로 죽여도 좋다고 허락했고." _ p. 58
" 내가 그놈들을 알아요! 조센진들이 시위할 때 얼마나 거칠게 몸싸움을 하는지, 순사들마저 겁먹을 정도였다니까요. 내 눈으로 똑똑히 봤어요. 그놈들은 그러고도 남을 놈들이에요. 거칠고, 사납고, 순종할 줄을 몰라요." _ p. 66


조선인들은 순식간에 일본인들의 공포의 대상이자 증오의 대상이 되어 버리고, 친절했던 이웃들은 조선인을 공격하기 시작했어요. 일본인들은 자경단을 조직하여 조선인 사냥에 나섰고, 일본 정부는 조선인을 구별하는 법을 적은 문서를 나눠주며 그들의 살인을 용인했어요. 이웃에서 살던 평범한 아저씨들이 어떻게 저렇게 무서운 사람들로 변했는지, 아스카는 악몽을 꾸는 것 같았어요.
아스카는 우여곡절 끝에 일본인들의 눈을 피해 달아났고, 결국 아버지와 재회했어요. 그러나 사랑하는 어머니와 삶의 터전을 잃은 슬픔과 조선인을 바라보는 경멸의 시선을 견뎌내야 했어요.
진실을 말하지 않으면 거짓이 진실이 되었다. '진실이니까 시간이 흐르면 사람들이 알아주겠지.' 하는 생각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제야 아버지의 행동이 옳다고 인정했다. 싸우지 않으면 바보가 된다. 진실을 말하지 않고 기억하지 않으면 까맣게 잊히고, 거짓이 진실인 양 고개를 쳐다느다는 것을 알았다. _ p. 168
나는 알게 되었다. 우리가 싸우지 않고 가만 있으면 가장 비열하고 이기적인 인간이 우리 머리 꼭대기에 올라 끊임없이 약자를 괴롭히고, 약자를 이용해서 더 많은 권력의 영토를 갖게 된다는 사실을. _ p. 173
슬픈 역사는, 아니 처참한 역사는 잊고 싶고 떠올리고 싶지 않은 법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픔을 잊기 위해서 그 역사를 기억하지 않고 억울하게 희생당한 이들을 기억에서 지우는 것은 진실을 묻는 일이었다. 그래서 아프지만 다시 기억해야 했다. 그날의 일을. 그것만이 왜곡된 역사를 진실한 역사로 바꾸는 첫걸음이기 때문이다. _ p. 174


우리나라의 아픈 역사를 그린 이야기라 읽는 내내 슬프고 무거운 마음이 들었어요. 간토 대지진 이후 한 달에 채 못 되는 기간 동안 무고하게 죽은 조선인이 6천여 명이라고 하니 더욱 가슴 아팠죠. 사건 직후 학살 피해자의 유해를 감추고, 화장을 해 학살 증거를 없애려는 등 자신들의 잘못을 감추기에 급급했어요. 100년이 넘는 현재까지 일본 정부는 간토 대학살에 대해 공식적인 사과 한번을 하지 않았어요.
<이웃에 괴물이 산다>를 읽고 일본 땅에서 일어나 우리 국민들조차 관심도 낮고 잘 알지 못하고 있는 간토 대학살에 대해 지금이라도 알 수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아픈 역사지만, 꼭 알아야 하고,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일이기 때문이죠. 끔찍한 역사를 되풀이 하지 않도록 오래토록 기억해야 해요. 진실은 꼭 밝혀야 하고, 그것이 희생자들의 넋을 조금이나마 위로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친절했던 이웃들의 잔인한 조선인 대학살을 목격한 소년! 과연 진짜 괴물은 누구인가? 이웃에 괴물이 산다 - 밝혀야 할 진실, 1923 간토 대학살 꼭 읽어보기를 추천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만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