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회 남양주시 청소년 백일장 (2008.5)
가슴 속 준연이 (초등학교 저학년 장원)
이경연 (초등학교 3학년)
“따르릉”
엄마가 전화를 받았다. 그런데 엄마의 얼굴이 굳어졌다. 우리는 5월 5일 어린이날 속초에 있는 해양 박물관에서 여러 가지 물고기를 보고 신나게 집에 가는 길이었다. 나는 영문을 몰랐다. 엄마는 슬프게 우셨다.
준연이가 죽었다. 5월 5일 어린이날에…… 준연이는 평범한 아이가 아니었다. 태어날 때부터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났다. 눈과 눈 사이가 멀고, 여우처럼 눈 꼬리가 올라가 있다. 또 무릎을 잘 구부리지 못한다. 그런 모습을 보고 준연이 누나 친구들이 이상하다고 놀린 적도 있었다. 준연이가 다운증후군을 가지고 있어도 나에게는 언제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동생이었다. 준연이는 먹보대장 이었다. 어찌나 밥을 많이 먹던지 어른 양만큼 먹는다. 밥시간만 되면 준연이가 하는 말이 있다.
“밥, 밥, 더, 더”
고개도 안 들고 쉴 새 없이 먹다 보면 반은 흘러있다. 반찬도 안 먹고 김만 싸 먹는다.
준연이는 놀기도 잘 놀았다. 귀여운 개구쟁이였다. 오리 장난감도 잘 끌고, 미끄럼틀도 잘 탔다. 높은 미끄럼틀에서도 올라가서 신나게 내려오곤 했다. 우리는 형제처럼 잘 지냈다.
준연이 세 살 때 어린이날을 기념하여 어린이 대공원에 갔다. 준연이가 감기 기운이 조금 있었지만, 재미있게 놀았다. 털이 빠진 타조도 보았고, 더위 때문인지 사자와 호랑이들은 늘어져 낮잠을 자고 있었다. 코끼리 똥냄새의 활약은 엄청났다. 우리는 그렇게 어린이날을 즐겁게 보냈다.
그런데, 다음날 엄청난 일이 생겼다. 준연이가 아파서 큰 병원에 갔는데, 백혈병에 걸렸다는 것이다. 그래서 준연이는 병원에 입원했다. 우리는 도시락을 싸서 병문안을 갔다. 준연이 머리는 빠져 있었다. 나는 깜짝 놀랐다.
준연이는 손에 주사 바늘을 꽂고 있어서 움직이기에도 불편해 보였다. 그런데도 준연이는 웃고 있었다. 나라면 아파서 울고 말았을 것이다. 준연이의 웃는 모습은 꼭 천사 같았다. 그렇게 2년 동안 병원을 왔다 갔다 했다. 준연이는 골수이식 수술을 결정했다. 그런데 수술을 한 뒤 수술이 잘 안 돼서 퇴원해서도 집에서 이모가 간호를 했다고 한다. 하지만 준연이는 5월 5일 자다가 그만…… 너무 충격적이어서 눈물이 막 났다.
어린이날은 어린이가 행복해야 하는데 준연이는 하늘나라로 가고 말았다. 슬펐다. 나에게 5월은 어린이날도 있고, 어버이날도 있고, 행복하게 지냈던 달이었다. 하지만 이젠 준연이가 죽어서 가슴 아픈 달이기도 하다. 준연이가 더 이상 아프지 않게 하느님께서 데려 가신 것 같다. 얼마 전 5월 5일 어린이날에도 준연이가 생각났다. 그럴 때면 나는 하늘을 보며 마음속으로 이렇게 외친다.
‘준연아,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있니? 누나는 너무 잘 지내, 매년 5월 5일만 되면 자꾸 네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나오려고 해. 네가 하늘나라에서 아프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어. 사랑해 준연아! 영원히 가슴 속에 간직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