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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 ㅣ 나남신서 1198
임헌우 지음 / 나남출판 / 2007년 3월
평점 :
나와 우여곡절을 참 오랫동안 함께 한 책이다. 참 많이 폈다가 참 많이도 덮었다. 가장 설레는 시간에 내 손에 들어왔다가 가장 어려운 시간 들을 찾지 못할 짐 더미 속에서 나와 함께 보냈다. '상상력에 엔진을 달아라'라는 꿈같은 제목이 좋았다. 상상력 공장장이라 칭하는 저자의 호칭도 좋았다. 호기심 빼면 시체인 나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한 디자인 요소가 가득한 책.
'새로운 시각' 혹은 '남다른 시각'을 갖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반짝이는 눈으로 이 책을 끝까지 보게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점 하나도 그저 흔한 점으로 보지 않는 시각. 학창시절 디자인을 공부할 때 선생님의 조금은 어렵게 들리던 목소리와 겹치는 것이 재미있었다. 아마도 그때는 꼭 해야만 하는 학업이었지만 지금은 '자발적 관심'이기 때문이겠지.
꼭 광고나 디자인, 크리에이티브에 관심이 없더라도 일상이 지루하거나 재미가 평범한 하루하루 속에서 모든 게 재미없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사물을 보는 시각을 조금 바꾸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엄청나게 재미나게 혹은 무섭게도 보일 수 있으니까. 책에서도 나오지만 흔히들 알고있는 이야기 중에 물이 반쯤 채워진 유리잔을 보고 누구는 '반밖에 안 남았다'고 하고 누구는 '반이나 남았다'라고 하는 이야기가 있다. 아마 사회에 찌든 사람들이라면 대다수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조금의 노력으로 컵의 빈 곳이 아닌 남아있는 물에 주목한다면 조금 더 삶이 가벼워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점 p. 27
누구에게는 마릴린 먼로의 점으로 보일 것입니다.
탁구선수에게는 탁구공으로 보이기도 하고, 양궁선수에게는 과녘의 중심으로 보일 것이며, 바둑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검은 바둑알로 보일 것입니다.
사랑하고 있는 사람에게는 연인의 눈동자이고, 천문학자에게는 몇만 광년 떨어진 곳에서 빛나는 별이 됩니다. 개미에게는 개미굴의 출입구로 보일 것이며, 시지프스에게는 평생을 굴려야할 바위로 보일 것입니다.
이 점은 운동합니다. 공간에서 공간으로, 시간에서 시간으로...
축구공처럼 굴러다니기도 하고, 마침표처럼 중단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분열을 일으키기도 하고, 긴장을 불러일으킵니다.
때로는 우리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움직이기도 하고, 물수제비처럼, 스치듯이 튕겨나가기도 합니다. 충격을 탄력있게 반사하는 당구공이 되기도 하고, 먼지가 되어 공간을 부유하기도 합니다. 이 점은 내적인 울림을 갖기도 하고 때로는 공명을 일으킵니다.
하늘로 던져진 공처럼 점점 더 작아졌다가, 굴러가면서 몸집을 키워가는 눈덩이처럼 점점 더 커지기도 합니다. 아주 작은 점으로도, 아주 큰 원으로도 존재하기도 합니다. 점은 침묵합니다. 이 점은 지구이기도 하고, 또한 우주도 될 수 있습니다.
당신이 단순하게 하날의 점으로 취급하는 순간부터 이 점은 더이상 운동하지 않습니다. 이 점을 계속 움직이게 하려면, 당신의 상상력이 필요합니다. 상상력의 힘은 이 점의 움직임을 포착해 선으로 만들어 주기도 하고,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더 탄력있게 솟아오르기도 합니다.
말똥구리가 굴리는 경단처럼, 우리의 상상 속에서 이 점은 점점 커져갈 것입니다.
당신에게 이 ●은 무엇으로 보입니까?
당신에게 이 ●은 어디를 향해 움직이고 있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