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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말했다 :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 - KBS 2FM <유희열의 라디오 천국>을 추억하는 공감 에세이
김성원 지음, 김효정 사진 / 인디고(글담)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나는 라디오를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안타깝게도 유희열의 라디오천국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래서 끝나버린 그 방송이 너무 안타깝다. 늘 듣고 싶었는데, 뒤늦은 아쉬움이 마음을 찌른다. 유희열의 이미지라면 누가나 알다시피 감성변태, 병든 차인표라는 별명과 함께 개그스러운 이미지만 떠오르지만 그의 방송 또한 심야 라디오이기 때문에 감성을 녹이는 따스한 이야기들과 함께였었나 보다.
'그녀가 말했다'는 작가의 말처럼 나의 이야기고, 당신의 이야기이다. 누구나 겪었고 생각했고 마음속에 담고 있지만 그 것을 이야기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차이일 것이다. 새벽녘 작가 '김성원'의 손을 빌어 나의 이야기를 읽고 또 읽었다. 나 아닌 또다른 누군가도 내가 느끼는 이런 마음을 아는 구나 - 하는 묘한 기분에 최근의 불안한 마음이 진정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p. 31
우리의 인생은 잡다한 것에 관심을 두고 샛길로 자꾸 빠지는 과정.
즉 시간낭비 속에서 풍부해지거든요.
도서관 휴게실에서 폭풍잡담으로 시간을 보내거나
MP3 플레이어에 담을 노래를 찾느라 시간을 보내는 것은
모두 내일을 위한 저축일지도 모릅니다.
지름길만 골라서 찾아가는 인생은 내공이 '안 생겨요.'
시간낭비 속에서 인생이 풍부해진다는 글이 너무 마음에 든다. 그 '잡다한 것'들이 누군가에겐 시간낭비이지만 누군가에겐 경험이자 생명수이지 않을까? 잡다한 것에 빠져 모두가 목을 메는 '스펙'에서 멀찌감치 떨어져있는 나는 또 이렇게 자기위안을 한다.
그녀가 말하고, 그가 말하는 이 이야기들은 선선한 가을 바다에 마음을 털어놓을 수 있는 편한 누군가와 함께 나란히 앉아 정리되지 않는 마음 속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털어놓는 듯한 느낌의 책이다. 라디오 속의 이야기지만 누군가와 내가 대화하는 듯한 느낌에 마음까지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책. 문득 '김성원'이라는 작가가 멋있게 느껴졌다. 고집스러움을 하나도 담지 않은 그녀의 이야기라니.
눈에 보이는 책장 한켠에서 두고두고 읽고 싶어지는 책이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글을 쓴다면 그녀처럼 '마음'이 담긴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