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코마에 두부 - 생뚱맞고 시건방진 차별화 전략
이토 신고 지음, 김치영.김세원 옮김 / 가디언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P.23

 내 학창시절은 숨이 턱턱 막혔다. 감히 노력이라는 말을 입에 올릴 수 없을 만큼 무기력했던 나지만, 당시 내가 알고 있던 세상은 모순덩어리였다. 내 눈에 보이는 세상은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돼' 또는 '넌 이것도 해야 하고 저것도 해야 해. 그러니까 안 되는 것은 하지 마' 같은 것들뿐이었다. 모든 청춘이 그런 걸까?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럽고 화가 치밀고 우울한 시절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일본의 명품두부 오토코마에 두부의 대표이사의 어린시절 회상 구절이다. 이 부분에서 나는 현재의 나와 같은 기분을 가진 그에게 많은 공감을 했었다. 하지만 맨 마지막 줄에 '지금 생각해보면 부끄럽고 화가 치밀고 우울한 시절이다.' 라는 구절에서 뒤통수를 크게 맞은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도 어린시절의 저자처럼 나만의 세계를 구축하고 싶은 것일까. 두부의 이야기를 하기 전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는 어릴 때부터 충분히 평범하지 않았다.

 

이 책은 한 두부회사의 이야기다. 우리나라의 두부광고를 떠올려보면 다이어트, 깨끗함, 담백함, 고소함 등의 키워드가 떠오른다. 모델 또한 대부분 깨끗한 이미지의 여자 연예인들이다. 아마 두부 자체가 다이어트 음식으로 유명하고 깨끗하고, 잘 부스러지는 연약한 음식이라 그렇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일본의 오토코마에 두부는 그 틀을 확실히 부수었다. 그는 두부의 컨셉을 오토코마에 두부(사나이 두부, 남자다운 두부)로 하고 독특한 텍스트 디자인으로  '싸움고수 물두부' 등의 엉뚱하고 특이한 패키지를 만들어냈다. 그 외에도 기존 두부의 틀을 깬 '단맛이 나는 두부', 디저트로 먹을 수 있는 두부'컨셉으로 새로운 식품을 만들기 위해 어떤 고정관념에도 치우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계속해나갔다.

 

 지금은 디자인과 마케팅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시장에서 그것들의 힘은 엄청나다.  제품이 아무리 좋아도 젊은 층은 '스타일', '간지'를 찾는 게 우선이니까. 스티브 잡스도 여러번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했던 기억이 난다. 제품의 차별화 전략이야 식품업을 하는 사람들이면 누구나 생각하는 거겠지만 '두부'라는 것을 남자다운 이미지로 캐릭터화 시켜 이미지메이킹을 시도한 저자가 참 신기하고 멋져 보였다. 아마 어린 시절 두부 심부름을 하다 많이도 뭉개버린 나로서는 그 약하디 약한 두부를 '사나이 부두'로 만들 생각은 절대 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일본 영화나 일본 드라마를 많이 즐겨 보는 편인데 이 책의 저자인 오토코마에 두부 대표이사 이토 신고는 한 회사의 CEO가 아니라 일본 드라마에서 흔히 나오는 사람들이 늘 줄을 서있는 작지만 유명한 맛집의 요리사, 두부달인 같은 느낌이었다.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늘 변화를 시도하는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안주해있는 나 자신에게 많은 자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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