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 글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9
너대니얼 호손 지음, 김욱동 옮김 / 민음사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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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글자' 하면 치욕과 고난의 상징 아래 허덕이는 어느 처절한 여인의 이야기 정도 생각하며 책을 들었다. 그러나 생각보다 틀에 박힌 내용은 아니었다. 간음의 상대가 심문에 참여했던 명망있는 목사라는 점, 남편의 음험한 복수, 죄책감에 시달리는 사랑하는 목사와 도피를 꿈꾸었다는 점, 목사가 처형대 앞에서 스스로 죄를 폭로한 결말 등이 새로웠다.
역자의 말을 빌리면 파격이 많았다. 남성 위주의 사회가 송두리째 바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선 여성부터 달라져야 한다는 페미니즘의 선구적인 내용이 있고, 치욕의 상징이었던 주홍글자가 찬미 능력 등의 긍적적 이미지로 전환되는 해체주의적 관점까지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만연체에 작가가 변사마냥 끼어드는 통에 읽기가 수월치 않았다. 작가의 생각이, 의지가 책을 이끌어가는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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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
김탁환 지음 / 돌베개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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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역사소설 작가 거기에 다작가라는 이미지가 합쳐지면 퀄리티가 떨어질거라는 고정관념을 떨쳐내기에 충분한 책. 김탁환은 잘나가는 일본 작가와 일부 우리나라 작가처럼 직관적이고 컨텐츠로 승부로 보는 타입으로 보인다. 하지만 격조 높은 문장이 다르다.
세월호참사는 작가에게 '인생사건'이 되었고 수습 마무리에 깊숙히 관여하면서 겪은 경험을 공들여 8편의 중단편으로 내놓았다. 세월호참사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 희생자 학생과 교사, 민간잠수사, 유족,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원회 사람들 등등. 이들 모두 트라우마와 후유증에 시달리면서도 놀라운 것은 참으로 '올곧다'는 사실이다. 엄청난 슬픔을 겪고 불의에 분노하면서도 쉽게 살아가지 않겠다 의지의 표현으로 이해한디.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아름다운 순간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과 맥락이 닿는다.
다만 작품들의 질이 균일하지 못한 점, 일부는 지나치게 감상으로 흐른 것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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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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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내내 해수욕 모래사장에서 털어내도 지겹게 달라붙던 모래의 기억을 떠올리며 입안 가득 모래 한 움큼 들이킨 느낌이다. 1/8의 유동이라. 그 무한함에 그 열기에 지치는 느낌이다.
모래 구멍 속 목조건물이라는 비현실적 설정임에도 자각하기 힘들게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다.
남자는 곤충을 포획함으로써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남기고자 했다. 하지만 스스로 포획당함으로써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린 실종자로 남는다.
마지막 탈출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다음으로 미루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동냥도 사흘이면 끊기 어렵다는 말처럼 익숙한 자폐(自廢)의 세계로 끌어 들어가는 것인지 구멍 안이나 밖이나 뫼비우스 띠마냥 다르지 않다고 여기는 것인지 확실치 않다.
어째 모래의 여자라는 제목이 적절치 않아 보인다. 마을 사람들 요구에 철저히 순응하는 인물에 불과하지 않은가. 한 번 더 읽는다고 작가의 복잡한 사변(思辨)을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시도할 가치는 충분하다. 더불어 아베 코보 표 실종 3부작도 독파할 예정이다. 작가의 이런 놀라운 발상은 하느님이 내려주신 은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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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트레버 - 그 시절의 연인들 외 22편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15
윌리엄 트레버 지음, 이선혜 옮김 / 현대문학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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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 세계문학단편선 15

윌리엄 트레버의 단편 같은 작품을 한 편이라도 남긴다면 행복하게 죽겠다, 수상소감을 밝혔던 줌파 라이히의 심정이 이해할 것만 같다.
작가는 단편소설를 '사람들 살아가는 모습 또는 그 관계를 슬쩍 들여다보는' 눈길이라 정의한다. 그 눈길은 적확하고 지극히 건조하다. 이야기가 흥분을 일으키진 읺는데 인간 관계 속에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킨다. 결말은 열려있고 언제나 묘한 슬픔이 배어있다. 나오는 사람들은 마음의 병을 앓거나 외롭고 상처받은 마이너들이다. 또한 이렇게 했어야 했는데 후회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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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
윌리엄 트레버 지음, 민은영 옮김 / 한겨레출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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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라스모이. 그곳에는 외롭고 상처를 안고 사는 '선한' 사람들이 있다. 세상 처음 낯선 남자에게 사랑을 깨닫지만 결국에는 남편의 고통을 보듬는 여자가 있고 지난 사랑을 잊지 못 해 새출발하려는 남자가 있다. 엇나간 사랑을 불안하게 바라보며 자신의 불행했던 과거를 떠올리는 여인이 있다. 퇴락한 명문가의 사서의 의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노인이 있고 여름이 되면 자신의 치명적인 잘못을 괴로워하며 다른 사람들의 눈을 피하는 남자도 있다.
마치 고요한 수면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는 느낌이다. 인물들은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동적인 느낌은 없다. 정적이 감돌고 절제미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준다. 문장은 건조하고 왠지 모를 슬픔이 묻어 있다. 나는 절대 이런 식으로 쓸 수 없다는 것을 안다. 다음은 작가의 단편집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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