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의 여자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5
아베 코보 지음, 김난주 옮김 / 민음사 / 200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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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는 내내 해수욕 모래사장에서 털어내도 지겹게 달라붙던 모래의 기억을 떠올리며 입안 가득 모래 한 움큼 들이킨 느낌이다. 1/8의 유동이라. 그 무한함에 그 열기에 지치는 느낌이다.
모래 구멍 속 목조건물이라는 비현실적 설정임에도 자각하기 힘들게 몰입하게 하는 힘이 있다.
남자는 곤충을 포획함으로써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남기고자 했다. 하지만 스스로 포획당함으로써 세상에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린 실종자로 남는다.
마지막 탈출할 기회가 있었음에도 다음으로 미루는 장면은 충격적이다. 동냥도 사흘이면 끊기 어렵다는 말처럼 익숙한 자폐(自廢)의 세계로 끌어 들어가는 것인지 구멍 안이나 밖이나 뫼비우스 띠마냥 다르지 않다고 여기는 것인지 확실치 않다.
어째 모래의 여자라는 제목이 적절치 않아 보인다. 마을 사람들 요구에 철저히 순응하는 인물에 불과하지 않은가. 한 번 더 읽는다고 작가의 복잡한 사변(思辨)을 다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시도할 가치는 충분하다. 더불어 아베 코보 표 실종 3부작도 독파할 예정이다. 작가의 이런 놀라운 발상은 하느님이 내려주신 은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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