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마음 - 2022년 제67회 현대문학상 수상소설집
정소현 외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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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보미는 찬탄스럽고, 조해진은 ‘역시’!!! 정소현은 책장을 덮고도 지속되는 여운과 파동이 있다. 다음엔 뭘 보여줄지 매우 기대된다. 그리고 임솔아를 챙겨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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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장난 - 2022년 제45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이상문학상 작품집
손보미 외 지음 / 문학사상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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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이상문학상 작품집이라 심사평도 읽음. 역시! 싶은 작품도 있고, 작가의 기존 작품 수준에 비해 완성도 면에서 실망스러운 작품도 있고. 그래도 이상문학상인데 음,음, 실망스런 작품은 없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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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고지를 덮었다. 선생님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해 있었다.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낀 반 아이들은 어리둥절해하며 내 얼굴과 선생님의 얼굴을 번갈아 보았다. 그 순간, 나는 내가 세상의 비밀 하나를 알게 되었다고 느꼈다. 누구도 가닿지 못한 미지의 세계에 도달했다고. 그 세계는 터무니없으면서 치명적이고 느긋하면서도 통렬한 모양을 하고 있어서 내 마음속에 꼭꼭 새겨 두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그런 생각은 시간이 흐른 후에 착각, 기만, 허상에 불과하다는 판명이 날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이 든다. 때때로 삶에서 가장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건, 바로 그런 착각과 기만, 허상에 기꺼이내 몸을 내주는 일이라고, 그런 기만과 착각, 허상을 디뎌야지만 도약할 수 있는, 그런 삶이 존재한다고. 언젠가 모든 것을 한꺼번에 돌이켜 보는 눈 속에서 어떤 사실들은 재배열되고 새롭게 의미를 획득한다. 불가피하게 진실이 거짓이 되고, 거짓이 진실이 되며, 허구가 사실이 되고 사실이 허구가 되는 그런 순간들! 그러므로 이 여정 자체가 그 모든 것을 한꺼번에 돌이켜 보는 눈의 진짜 용도가 될 것이다.

-손보미, <불장난>, 75p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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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죄추정의 원칙은 늘 우리를 가로막는다. 판단을 유보하거나 중지하라는 불가능한 임무, 인간에 관해서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는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문제를 미리 해결하려고 하면 폭력이 된다. -정지돈, <지금은 영웅이 행동할 시간이다> - P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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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스무 살 생일이었던 그날, 연신 소주를 들이켜서 발그레하게 취기가 오른 얼굴로 엄마는 말했다. 점심시간이면 동료들과 함께 공장 마당에서 배트민턴을 쳤는데 그 사람과 자주 짝이 되었다고, 어느 날 셔틀콕이 이마에 세게 부딪혔을 때 그가 가장 먼저 달려와 괜찮냐고 물은 뒤 손바닥으로 이마를 쓸어주었다고, 그러니까 그게 다였다, 엄마가 그와 한 데이트는……. 나의 작고 어렸던 엄마는 그를 올려다보며 웃었고, 쑥스러워하면서도 그가 내민 손을 잡고는 자리를 털고 일어나 다시 라켓을 쥐었다. 셔틀콕을 허공에 던진 뒤 라켓으로 탕 칠 때 엄마의 몸짓은 암사슴처럼 날렵했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본 적 없지만 본 것 같은 그 장면을 이제 나는 영원히 잊지 못할 터였다. 커플은 곧 라켓을 챙겨 공터를 떠났지만 둥근 선을 그리며 반복해서 오가는 셔틀콕이, 신의 뜻도 아니고 죄의 결정체도 아닌, 그저 그 중간쯤의 어딘가에서 흔들리며 머무는 삶의 한 덩어리 은유가 내게는 계속 보였다.
-356~357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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