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나는 하늘 위에 남아 있는 부풀어 오른 구름의 흔적, 마치 크롬 금속판 위에 문질러진 아이스크림 자국 같은 그 모양새, 담배에 찌든 그의 손가락, 먼 곳에서 반사되는 물빛, 이제 모두 물에 잠겨 버린 것들.
물에 잠겼지만, 아직 빛나는 것들.
- 1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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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고도 가까운 - 읽기, 쓰기, 고독, 연대에 관하여
리베카 솔닛 지음, 김현우 옮김 / 반비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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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나의 삶도 그런 식으로 상상해본다. 마치 한 걸음 한 걸음이 바느질의 한 땀 한 땀인 것처럼, 마치 내가 바늘이 되어 한 걸음씩 옮길 때마다 내가 지나가는 길을 따라 세상이 꿰매지고 있는 것 같은 상상, 다른 이들이 만들어 내는 길과 교차하기도 하면서, 비록 흔적을 첮기는 어렵지만 중요한 방식으로 그 모든 길이 누비이불에서 보는 것처럼 하나로 엮인다. 꾸불꾸불한 선이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하나로 합쳐나가는 것이 마치 그 걸음이 바느질이고 바느질은 곧 이야기를 하는 과정이며, 그 이야기가 바로 당신의 삶인 것 같다.
-193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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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관 서가에서 그날그날 읽고 싶은 책을 뽑아서 그냥 읽었다. 책을 고를 때만은 세상 어느 누구보다 진지했다. 그 순간 내가 가장 원하는 책에 대하여 골똘히 집중하여 생각했다. 나는 매일매일, 그날의 나에 대해 그 정도만이라도 알아내고 싶었다.

-146p, 정이현 <언니>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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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세계문학 42
프란츠 카프카 지음, 권혁준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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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격려한다는 것은, 그의 말이 옳고 지금까지 하던 방식대로 계속 밀고 나가라는 뜻이야. 그런데 그런 식으로는 정말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할 거야. 천으로 두 눈을 가린 사람은 아무리 격려해주어도 아무 것도 보지 못하는 법이지. 천을 벗어야만 볼 수 있어. 바르나바스에게 필요한 것은 격려가 아니라 도움이야. -26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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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세계문학 42
프란츠 카프카 지음, 권혁준 옮김 / 창비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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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일어난 모든 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그동안 달성한 것을 일종의 소유물로 여겼다. 물론 그 소유물이 아직은 그저 보유하고 있는 듯 보일 뿐이라 해도 아무나 요청한다고 내어줄 필요는 없었다.
-15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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