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말을 언짢게 생각지 말아요! 앞으로 우리 우정을 망칠지도 모르는 것들을 허심탄회하게 얘기해두는 거예요. 주저하지 말고요. 이런 문제들에 겁을 내는 건 좋지 않아요. 서로 이해하지 못한다면 헤어져서 각자의 길을 가면 그만이지요. 그게 뭐 그리 끔찍한 재앙이라도 되나요? 인생의 참맛은 고독에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예요? 결혼은 거짓 위에 쌓아올리는 허상이에요. 사람들은 일정한 정도까지만 가까워질 수 있고, 그 이상은 가식이라고요. 어느 날 자기들이 저지른 잘못을 알아차리면 절망에 빠져모든 걸 내팽개치고 도망가지요. 하지만 환상과 착각에서벗어나, 아쉽더라도 적당한 정도에서 만족한다면 그렇게되지 않을 거예요. 자연스러운 걸 받아들이면 절망에 고통받는 이도, 운명을 저주하는 이도 없을 테지요. 우리가 처한 환경을 가여워할 권리는 있지만 동정할 수 있는 건 자기 자신뿐이에요. 누군가를 동정한다는 건 그 사람보다 강하다고 여기는 건데, 사실 우리는 그렇게 대단하지도 않고 다른 사람을 나보다 가련하다고 요길 권한도 없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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