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방이 잠든 새의 눈물을 마신다. 2006년에 나온 과학 기사의 제목인데, 여기서 말하는 나방은 마다가스카르 섬에 사는 ‘헤미헤라토이데스 히에로글리피아‘ 라는 종이다. 기사 제목은 하나의 ​문장이고, 이 문장은 마치 한 줄짜리 시, 혹은 가장 원초적인 본질로 축약된 하나의 역사처럼 읽힌다. 그 안에는 두 명의 주인공이 있다. 잠든 이와 마시는 이, 주는 이와 받는 이. 전자의 눈물이 후자의 양식이 된다. 이 이야기는 우리가 이야기에서 듣고 싶어 하는 모든 것을 말해 주고 있다. 이 안에는 차이가 있고, 마주침이 있다. 당신은 슬픔을 먹고 지낼 수도 있다. 당신의 눈물은 달콤하다. 나방이 잠든 새의 눈물을 마신다. 이 문장이 당신을 싣고 어디론가 데려간다. 당신이 과학을, 또 새의 눈물에는 슬픔이 없다는 사실을 잊어버릴 때까지. 그리고 당신은 자신의 눈물과, 잠든 이와 깨어 있는 이, 굴복하는 이와 성취하는 이의 비대칭적인 관계를 떠올린다. 누군가는 가만히 있고 다른 누군가는 무언가를 한다. 나방은 깨어 있고, 자기 일을 하고, 눈물을 훔치고, 밤을 가로지르며 날아간다.​

- 31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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