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은 모든 밥상에 놓인 게 아니란다- 고정희아침이 찬란하게 빨래줄에 걸려 있구나한국산 범패 소리가 너도밤나무 숲을멱감기는 골짜기쯤에서 우리는너도밤나무 잎사귀 같은 웃음소리를 내며둥그런 밥상 앞에 둘러 앉는다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 옆에김치, 들깻잎, 오이무침이 아직 푸르다멀고먼 바다에서 건져 올린 왕새우 요리가붉을 빛을 내며 접시 위에 엎드려 있다아이야 너는 기쁨의 탄성을 지르며쌀밥보다 먼저 왕새우 요리에 손이 가고밥 대신 햄버거, 숭늉 대신 코카콜라를 찾는구나왕새우 요리가 밥상 위에 올려지기까지주부들이 흘린 땀방울과이 쌀밥 한 접시에 서려 있는보다 많는 사람들의 곡절은 몰라도 되는구나되도록 녹말은 조금만담백질은 많이많이 섭취하는 아이야네 웃음소리를 스스로 낮추련?밥은 모든 밥상에 놓인 게 아니란다네가 햄버거를 선택하고왕새우 요리를 즐기기까지 이 흰쌀밥은 애초부터 공평하지 않았구나너는 이제 알아야 한다밥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나누는 것이란다네가 밥을 함께 나눌 친구를 갖지 못했다면누군가는 지금 밥그릇이 비어 있단다네가 함께 웃을 친구를 아직 갖지 않았다면누군가는 지금 울고 있는 거란다이 밥그릇 속에 이 밥 한 그릇 속에이 세상 모든 슬픔의 비밀이 들어 있단다우리가 밥상 앞에 겸손히 고개 숙이는 것은배부름보다 먼저 이 세상 절반의밥그릇이 비어 있기 때문이란다하늘은 어디서나 푸르구나 그러나밥은 모든 밥상에 놓인 게 아니란다네 웃음소리를 스스로 낮추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