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가 삼 년만에 다시 만나자 그의 정열은 다시 눈을 떴다. 그는 이번에야말로 그녀를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야겠다고 굳게 다짐했다. 게다가 그의 내성적인 기질도 장난기 많은 친구들과의 접촉을 통해서 많이 닳았다. 시골로 돌아온 그는 파리대로의 아스팔트를 에나멜 구두로 밟아보지 못한 자들을 모두 우습게 여기고 있었다. 훈장을 차고 마차를 타고 다니는 명사의객실에서 레이스로 장식한 파리 여자 앞에 나섰더라면 아마도 그 보잘것없는 서기는 어린아이처럼 쩔쩔맸을 것이다. 그러나 이곳 루앙의 항구에서 이런 미미한 의사의 부인을 상대하고 있는 그로서는 미리부터 상대를 현혹시킬 자신이 있었으므로 마음이 편안했다. 자신만만하고 못하고는 스스로가 처한 환경 나름인 것이다. 중이층(中二層)에 사느냐 오층에 사느냐에 따라서 얘기하는 방식이 다른 법이다. 그래서 부유한 여자는 코르셋 안감 속에 자기가 가진 모든 돈다발을 갑옷처럼 온몸에 친친 감고서 자신의 정조를 지키는 것같이 보이는 것이다. - P3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