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의 앞쪽에서 슈뢰딩거가 말한 ‘나’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자. 나는 자연법칙 안에서 존재하며 살아간다. 내 몸은자연의 원리와 법칙을 어김없이 따른다. 나는 지각하고 판단하고예견하며 책임을 생각하는 의식적인 정신으로서 그런 몸을 제어하며 살아간다. 너와 나는 본디 같은 의식으로 각자 삶의 경험과기억을 담으며 각자의 나를 만들어 간다. 나와 세상은 모두 동일한 요소로 구성된 하나이다. 나와 세계는 하나로 연결되며, 나와다른 이, 다른 생물, 다른 사물도 역시 근본적으로는 하나로 연결된다.
그런 나는 내 몸의 삶과 세상의 변화와 더불어 늘 ‘됨’으로서변화한다. 새로운 경험과 기억은 나를 새롭게 하지만, 나는 경험과 기억의 총합 그것만이 아니므로 기억 상실로 나를 상실하지는않는다. 그렇게 보면 나를 이해하는 데에는 내가 지금 어떤 경험과 기억을 쌓아 가고 있느냐의 문제가 더 중요할 터이다.
기계적인 결정론이 지배하는 자연법칙, 그 법칙을 따르는 내몸은 고도의 질서를 유지하는 유전자 분자가 톱니바퀴처럼 작동하는 시계 장치와 같다 하더라도, 그런 내 몸에서 나는 여전히 자유의지로써 새로운 경험과 기억으로써 새로운 나를 만들어 간다. - P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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