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경우 우리의 기대치를 낮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삶을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재발견할 수 있다. "한계를 넘어서는 형이상학적인 책임감을 놓아주면 된다."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다시생명력이 샘솟는 기분을 느끼고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순수한호기심을 품으며 만물을 향해 과도한 고민 없이 일상적인 사랑을 나타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혹시 이 정도 원동력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세상에는 삶에 대한 흥미를 살아 있게 만들어주는 깊은 원동력이 존재한다. "설령 사랑하고 탄복하고자 하는 충동이 죽어버리더라도, 미워하고 싸우고자 하는 충동이 요구에 부응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우리 대부분은 우리의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있어 보이려면 반드시 세상이 좋은 곳이어야 한다고 추정한다. 그러다 보니 세상이 좋은 곳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삶에 절망하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 세상은 꼭 좋은 곳이어야 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굉장히 많은 경우 우리를 계속 나아가도록 만드는 것은 일부 악의 존재다. 적어도 악은 우리가 맞서 싸워야 할 대상은 물론 우리가 스스로를 증명할 기회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악 자체는 악하지만 악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악하지 않다. 오히려 악의 존재는 삶을 더욱 흥미롭게 만들며 어떤 면에서는 계속 살아갈 이유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삶을 더욱 살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만든다. -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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