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타깝게도 낙천적인 기분이 끊임없이 지속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건강한 정신이라는 기질 역시 보편적인 것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우리 대부분은 이따금 "세계의 궁극적인 잔혹함"을 인식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럴 때면 우리는 온갖 고난을 지금 여기서 끝내야 하는가 하는 고민에 빠질지도 모른다. 제임스가 지적하듯이 수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사실은 삶이 실제로는 살 만한 가치가 없다는 사실을 강하게 지지하는 것 같다. 물론 어떤 사람들은 삶이 제대로 풀리지 않아서 자살을 저지른 것일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들은 "주체하기 힘든 충동"이 "갑작스럽게" 이는 바람에 자살을 저질렀을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 충분히 제정신인 상태에서 특정한 상황이나 환경과는 관련 없이 자살을 결심한 사람들도 존재한다. 그런 사람들은 특정한 종류의 삶의 권태tedium vitae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 희생자들이다. 삶의 권태는 오직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성찰적인 삶에 몰두하는" 사람들과 "악착같이 사물의 추상적인 뿌리를 찾느라"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에게만 닥치는 것 같다.
이는 보통 "의문만 지나치게 많이 제기할 뿐 적극적인 책임을 거의 지지 않은" 결과이다." 삶의 권태에 압도당한 사람들은 특히 어두운 렌즈를 통해 세상을 바라본다. 제임스는 이런 렌즈를 가리켜 "삶을자정midnight처럼 바라보는 관점" 혹은 "삶을 악몽nightmare처럼 바라보는 관점"이라고 부른다. 이는 정신이 건강한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삶을 대낮daylight처럼 바라보는 관점"과 뚜렷이 구분된다. - P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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