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자와의 차이는 기본적으로 자신의 동일성을 무너뜨리는 어떤 힘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그것은 관조의 대상이나 풍경이 결코아니다. 그것은 삶의 차원에서 사건으로 나에게 닥쳐오는 것이다.
내면과 외면이라는 구조 속에서 결코 포착되지 않는 그 무엇이 바로 타자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내면과 외면이라는 동일성의 구조를 와해시키는 사전에 미리 예측할 수 없는 압도적인 힘이 타자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의 아이처럼 귀하게 키웠던 새끼 호랑이가 어느 날 자신의 손을 무는 것처럼 그렇게 타자의 타자성은 우리의삶에 지울 수 없는 상처와 흔적을 만든다. 비유하자면 타자는 아름답고 고요한 호숫가에 앉아서 바라보는 자연이 아니라, 거친 대양 속에서 경험하게 되는 자신의 삶을 송두리째 바꾸어버릴 것 같은 폭풍우와 같은 자연이라고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거친 폭풍우를 대양 속에서 경험하고 살아 돌아온 사람은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는 진정한 의미에서 타자와 차이를 겪었고 경험했고, 그에 따라 자신을 변화시키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 P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