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그런 초기 시절을 회상하면, 코티지에서 보낸 2년 중에서우리가 겁내고 어색해했던 처음 얼마간이 나머지 나날과 어찌나 대조적인지 우습기까지 하다. 만약 이제 누군가 코티지에 대해 말한다면, 나는 서로 방을 들락거리면서 보내던 편안한 나날과 오후에서 저녁이 되고 마침내는 밤으로 접어들던 그 나른한 시간을 떠올리게 되리라. 또한 나의 낡은 문고본 책 더미들과 마치 언젠가 바닷물에 젖기라도 했던 것처럼 구불구불 물결치던 책장들을, 그리고 띠뜻한 오후 잔디밭에 엎드려 시야를 가린 머리카락(당시 나는 머리가 길었다.) 사이로 책장을 넘기던 일을, 또한 블랙 반의 다락에 있던 내 방에서 매일 아침 바깥 들판에서 학생들이 시와 철학을 논하는 소리에 잠에서 깨던 것을 생각하리라. 혹은 긴 겨울을, 카프카나피카소에 관한 논쟁이 두서없이 진행되던 김 서린 주방의 아침 식사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아침 식탁의 화제는 언제나 그런 것들이었다. 전날 밤 누구와 관계를 가졌다든가, 래리와 헬렌이 더 이상서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든가 하는 것은 화젯거리로 오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첫날 농가 앞에 한데 모여 서 있던 우리의모습은 결과적으로 전혀 생뚱맞게 여겨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런 일은 우리가 한때 생각했던 것만큼 완전히 과거 속에 묻혀 버리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어딘가에 우리 자신의 한 부분이, 주변 세상을 겁내고(그것 때문에 우리 자신을 얼마나 경멸했던가.) 서로에게 집착하던 우리의 모습이 그런 식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 P1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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