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정도로 해 둬, 클라브디아. 나는 물론 원래 스케일이 큰 인물도 아니고 천재도 아니거든, 말도 안 되지, 그런데 나는 우연히도 - 우연이라고 부르겠어 - 이러한 천재적인 지역으로 아주 높이 떠밀려 온 거야. 요컨대, 너는 아마 잘 모를지도 모르지만, 연금술적인 밀봉 교육, 즉 성체 변화라는 게 있어서, 네가 나를 제대로 이해하려고 한다면 내가 좀 더 높은 수준으로 고양된 거야. 하지만 물론 외부의 영향으로 나를 좀 더 높은 곳으로 떠밀려 올라가게 한 요소가 애당초 나의 내부에 어느 정도 있었어. 그리고 나의 내부에 들어 있는 것이 오래전부터 병이나 죽음과 아주 친숙했다는 걸 나는 정확히 알아. 여기서 사육제 날 밤에 그랬듯이, 나는이미 소년 시절에 너에게서 무분별하게 연필을 빌린 적이 있었어. 하지만 그 무분별한 사랑이 천재적인 표식이야. 죽음이란 알다시피 천재적인 원칙이고 이원론적 원칙이며 지혜의 돌이자, 교육적원칙이기도 하기 때문이지. 죽음에 대한 사랑은 삶과 인간에 대한 사랑으로 이끌어 가니까. 발코니에 누워 있을 때 내 마음속에 떠오른 생각이 이런 것이었어. 그리고 너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다는 게 기뻐 가슴이 벅차. 삶에 이르는 길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한가지는 평범하고 직선으로 반듯한 길이고, 다른 길은 죽음을 통과해 가는 사악한 길인데, 그게 바로 천재적인 길이야!" - P4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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