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위에서는 아이들이 길바닥에서 피어오르는 뿌연 먼지를 둘러쓰며 놀고 있었다. 아이들은 긴 금발머리를 늘어뜨리고 있었고,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심각하게 주의를 기울여가며 자그마한 모래산을 쌓았다가, 단 한번의 발길질로 무너뜨려댔다.
삐에르에게 오늘은 아주 음울한, 자기 영혼의 구석구석을 들여다보고 접힌 주름마다 들춰보게 되는 그런 날들 가운데 하나였다.
‘우리의 노동이란 것도 이 꼬맹이들이 하는 일과 흡사하구나.‘
그는 생각했다. 그러고는 인생에서 가장 현명한 것이 이런 불필요한 어린 존재들을 둘이나 셋 낳아놓고 자기만족과 호기심을 갖고 그 어린것들이 자라나는 것을 지켜보는 게 아니겠는가라고 생각했다. 그러자 결혼하고 싶은 욕구가 그를 스쳐갔다. 더는 혼자가 아니라면 그렇게 망연자실하지도 않는다. 혼란스럽고 불안할 때 적어도 누군가 ‘당신‘ 이라고 말을 하는 것만으로 이미 대단한 것이다.
그는 여자들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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