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 맞은편 아파트촌에서 하나둘 불이 켜졌다. 이 동네로 이사 왔을 때 아버지는 낚싯대를 챙겨와 몇 시간이나 천변에 앉아 있었다. 낚시를 하는 사람은 아버지밖에 없었고 낚시가 허용된 곳인지 아닌지 몰라 정미는 초조했다. 그날 역시 빈손으로 낚시를 접은 아버지는 말했다. 낚싯대 끝에 글쎄 수면에 거꾸로 비친 아파트 옥상이 드리워지더구나. 그 소리가 아버지의 다 벗어진 정수리를 볼 때처럼 어딘가 모르게 쓸쓸하게 들렸다는 건 지금의 기억 때문일까. 정미는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신호가 가도 통화가 연결되는 경우는 드물었다. 다시 해야지 싶을 때쯤 전화가 걸려올 때도 있지만, 사흘전인가 아버지와 통화했다. 통화 말미에 아버지는 비나 좀 시원하게 쏟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비는 왜요? 쓰레기 때문에, 쓰레기요? 어, 그런 게 좀 있다. 별일 없지? 라고 묻고 아버지는 정미가 대답도 하기 전에 전화를 끊었다. 정미가 알기로 당분간 비 예보는 없었다.-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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